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74화 (274/413)

274화. 저 멀리 공연하러 갑니다.

서울 콘서트를 마치고 얼마 안 되어, 본격적인 월드 투어 일정이 나왔다.

가장 먼저 가게 될 곳은 LA.

그로 인해 우리는 다음 콘서트를 위한 출국길에 올랐다.

간만에 해외로의 출국이었다.

“LA에서 콘서트!”

“미국에서 콘서트!”

멤버들은 이른 아침부터 꽤 신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럴 만하지. 해외에서 콘서트. 이보다 좋은 건 없다.

“나중에 콘서트 끝나고 시간 나면 다 같이 놀면 좋을 것 같지 않냐?”

“시차 적응이 되려나.”

“야, 우세현. 설마 호텔에만 있을 생각은 아니지?”

“글쎄.”

개인적으로 호텔에만 있고 싶긴 한데.

그리고 역시나 공항은 인산인해였다. 카메라들은 물론이고 기자들까지 많이 포진되어 있는 상태였다.

기자들이 하는 공항 라이브도 이미 이른 새벽부터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붙어 오는 이는 많지 않았다. 따라오는 이들이 있었지만, 되도록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여기에 멤버들도 되도록 전방을 주시한 채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선 빠른 이동이 필요했다.

“세현아!”

그런데 그때, 한 여성 팬이 나를 향해 갑작스럽게 팔을 뻗었다. 동시에 눈앞으로 보이는 편지 봉투 하나. 팬레터인 것 같았다.

순간 가까이서 보이는 편지 봉투에, 나도 모르게 눈앞에 보이는 팬레터를 건네받았다. 와중에 앞에 있던 매니저 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

그렇게 받은 그 팬레터를 그대로 잘 챙긴 뒤 공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내까지 들어오자 그나마 사람이 이전보다 조금 줄어든 모습이었다. 물론 주변에 카메라가 따라붙는 건 여전했지만.

그리고 그때,

매니저 형이 나를 향해 꾸짖었다.

“공항에서 주는 건 받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기본적으로 공항에서 주는 건 전부 받지 않는다는 게 회사 방침이었다.

한번 받기 시작하면, 선물을 주기 위해 팬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애초에 조공은 받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편지는 받고 있었다.

하지만 팬레터도 회사를 통해서만 받고 있던 터라 당연하게도 받는 건 금지였다. 특히나 공항에선.

“한두 번 받다 보면 결국 계속 붙게 되어있어. 그러다 보면 질서 개판 나는 거고.”

“네.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다음엔 그러지 마. 다치는 사람 나오면 안 되니까.”

매니저 형 말대로 질서를 위해선 그러는 게 맞았다. 다만, 쉽게 지나치기 힘드니까 문제지. 다른 건 몰라도 편지는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간간히 받게 될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타이밍이 좀 안 좋았다. 다음엔 좀 더 조심해야겠군.

“우세현, 먹어라.”

“? 뭐야?”

“커피. 먹고 기운 샘솟으라고.”

백은찬이 내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이건 또 언제 사온 건지. 색을 보니 카라멜 마끼야또인 것 같다.

“혼난 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괜찮아. 별로 신경 안 써.”

“너 좋아하는 대로 레시피 한 건데, 어때, 입에 맞냐?”

“응. 맛있어.”

“아, 역시. 나.”

백은찬이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졌다.

그래도 커피가 맛있으니 아무 말 없이 봐줬다.

“형, 괜찮아요. 저도 저번에 혼났어요.”

와중에 하람이가 옆에서 소곤거리며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그 옆에선 차선빈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다들 내가 조금 전 혼이 난 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괜찮은데.

그리고 얼마 안 되어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옆 좌석은 안지호였다. 그런 안지호는 어느새 안대까지 한 채 잠들어 있었다.

비행시간이 기니 나 역시도 잠을 좀 청할까 싶었는데, 그 순간 조금 전 받았던 팬레터가 생각났다. 이에 나는 곧바로 팬레터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꺼내든 팬레터에는 장문의 편지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토끼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그 팬레터를 조용히 읽어나갔다.

* * *

LA에 도착했다.

장장 12시간의 비행시간이었다.

이후에는 곧바로 콘서트 준비로 들어갔다. 전날엔 사전 리허설을, 공연 전에는 사운드 체크까지 진행을 마쳤다.

미국에서 공연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멘트 같은 것도 상당히 신경 썼다. 통역도 있었지만, 되도록 직접 말하고 싶어서.

물론 그 부분에서 차선빈의 도움도 컸다.

“멜로우─!”

그렇게 수많은 멜로우들과 함께 언제나처럼 뛰어놀았다. 빛나는 멜로우 봉은 여전히 예뻤다.

솔직히 걱정되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일단 미국 프로모를 본격적으로 한 적이 없었고, 빌보드 200 차트에는 들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빠진 곳 없이 모두 빼곡하게 차 있는 상태였다.

“Thank you, LA!”

“Love you!”

그 날 공연은 한없이 날리는 꽃가루들과 함께 무사히 막을 내렸다.

“오늘 컨디션 좋았어?”

“네?”

“공연할 때 오늘따라 더 쩌렁쩌렁하길래.”

도운이 형이 그 말과 함께 웃어 보였다.

호텔로 돌아온 뒤, 곧바로 씻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번 호텔 룸메이트는 도운이 형이었다.

“근데 바로 눕게? 뭐 안 먹고?”

“그냥 생각이 없어서요.”

“그래도 뭐라도 먹어. 그래야 체력이 충전되지.”

“그럴게요. 형 먼저 먹어요.”

공연이 막 끝난 터라 그런가.

입맛이 별로 없었다. 이대로 누워 있다가 잠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도운이 형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룸서비스로 시키자.”

“어, 그냥 형 먹고 싶은 거 먹어도···.”

“같이 먹어. 그래야 내일도 공연하지.”

그러더니 곧바로 룸서비스 연락처를 찾는다. 워낙 단호하게 나오는 터라 뭐라 더 말할 새가 없었다.

‘공연을 생각하면 먹는 게 낫긴 하지.’

이에 그냥 수긍하기로 했다.

확실히 공연엔 체력이 필요하다.

“메뉴는 뭐할래?”

“전 다 좋아요.”

“그럼 일단 고기랑···.”

“근데 형.”

“왜?”

“오늘 괜찮았어요? 저.”

그와 동시에 도운이 형이 하는 걸 멈춘 채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그럼 됐어요.”

“어, 몰랐어?”

“그냥 확인이 필요했어요.”

나름 해외 투어 첫 공연인 만큼 신경을 썼던 터라. 다행히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내일은 더 잘하고 싶다.

“스테이크 어때, 세현아.”

“스테이크 좋습니다.”

“좋아, 그럼 그걸로 할게. 콜라는?”

“좋죠.”

그러자 도운이 형이 다시 한번 나를 보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날은 그렇게 도운이 형과 함께 밤늦게 스테이크를 썰었다.

* * *

LA에서 2회차 공연에는 라이브 스트리밍도 함께 진행되었다. 오늘도 역시 멤버들 모두 텐션이 상당히 업되어 있는 상태였다.

- 애들 오늘 완전 날아다닌다ㅠㅠㅠㅠㅠ

- 오늘따라 클라이막스 유닛이 더 섹시 보인다 내가 저기 갔었어야 해 (눈물)(눈물)

- 세현이 오늘 존나 반짝거리네 완전 키라키라 아이도루 그 자체

- 이거 나중에 딥디 나오는 거지?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ㅠㅠㅠㅠㅠㅠ

- 선빈이랑 세현이 미모 완전 열일하네

- 오늘 지호 컨디션 좋은 갑다 목소리 존나 좋음

- 은찬이 오늘 헤메코 너무 좋다 왕쟈님이네 왕쟈님이야

- 도운이랑 하람이 블루 트래블하는데 중간에 자기들끼리 좋아죽으면서 웃더라ㅋ 영상으로 보는데도 나까지 기분이 다 좋아짐

“와, 2일이 진짜 순식간에 지나가네.”

“눈 깜짝할 사이긴 했어.”

“마음 같아선 며칠 더 공연하고 싶다.”

백은찬이 그렇게 한껏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우리 방에 놀러 온 참이었다. 근데 정말로 아쉽긴 했다. 많이.

물론 앞으로 공연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서, 갈 거지?”

“어딜?”

“놀러. 내일.”

백은찬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 그 얘기였군.

공연은 끝났지만, 출국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다. 그 사이 놀러 가자는 말이었다.

“어디로 놀러 가고 싶은 건데?”

“X즈니?”

“아, 그러고 보니 근처에 있다고 했었지.”

마침 근처에 X즈니 파크가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이긴 한데.

“다른 애들은?”

“안지호는 당연히 호텔에 붙어있겠대.”

그건 당연히 그렇겠고.

“차선빈은 운동, 신하람은 게임한다고 하더라.”

“형은요?”

“난 내일 곡 작업하려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도운이 형까지 일정이 이미 차 있는 상태인 듯 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은 건···.

“우리 세현이밖에 안 남았네!”

“······.”

백은찬이 되도 않는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 표정까지 이상했다. 그렇게 보지 말라고.

“설마 쓸쓸하게 나 혼자 가게 두는 건 아니징?”

“······.”

“쓸쓸하고 서운하고 외롭게 혼자 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징?”

미쳤나.

“···어, 세현아. 이 정도면 그냥 같이 가주는 게······.”

“같이 머리띠도 쓰고 하자!”

어째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그래. 같이 가.”

“예스!”

동시에 백은찬이 쾌재를 불렀다.

그래, 뭐. 어차피 별다른 일정도 없었는데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게다가 X즈니라면, 머리띠가 좀 궁금···아니. 아니다.

“와, 벌써 기대돼. 어떡하지?”

“그렇게 가고 싶었어?”

“엉. 엄청.”

백은찬은 벌써부터 신이 나 보였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나쁘지 않은 결정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 내일 아침 일찍부터 가보자고!”

아침 일찍···아무튼 체력 좋은 건 알아줘야 한다.

* * *

다음 날 정말로 아침 일찍부터 호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X즈니 파크였고, 백은찬과 둘이서 가게 되었다. 아, 여기에 매니저 형도 함께.

다른 멤버들은 어제 이야기한 대로 저마다의 일정이 있었다. 개인 시간이라는 게 원래 중요하니까.

“일단 밥부터 먹자.”

“밥? 조식 먹었잖아.”

“너무 가볍게 먹었어. 밥 먹으면서 어디를 어떻게 갈지 천천히 상의를 해보는 거야.”

백은찬다운 의견이었다.

그래, 뭐든 밥이 중요하긴 하지.

그리고 근처에 있는 버거집에 들어갔다.

백은찬과 매니저 형은 그대로 버거 세트를 먹고, 난 아직까지 배가 고프지 않은 터라 간단하게 주스만 시켰다.

“어트랙션은? 이런 것도 타면 좋은데.”

“간단한 건 탈 수 있어.”

“곰돌이 꿀 열차 이런 거?”

“···나쁘지 않네.”

다소 유치해 보이는 감이 있긴 한데, 나쁘지 않을 정도였다. 사진 찍으면 잘 나오겠네.

“야, 기념품 샵은?”

“들려.”

거기까지 갔는데 기념품 하나 정돈 사 와야지. 근데 거기서 사 갈만한 게···.

[“───”]

아.

“그럼 들린 다음에···왜 그래?”

“어, 아니.”

“왜? 뭐 불편해?”

“아니.”

그러자 백은찬이 그대로 무슨 일이냐는 마냥 나를 쳐다봤다. 이에 그런 백은찬을 향해 아무것도 아니라 말해주었다.

‘다만, 거슬릴 뿐이지···.’

우리가 있는 테이블에서부터 멀리 있지 않은 시점. 그 정도 거리에 우리에게 붙은 인물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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