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75화 (275/413)

275화. 기념품은 사야지.

[“세현이랑 은찬이.”]

[“아, X발, 각도가 애매하네.”]

[“메뉴 뭐 먹는지 안 보여.”]

대면하고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저쪽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요즘은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이 뭐 같은 부작용이 다시금 활개를 치는 모양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쪽을 열심히 도촬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카메라를 숨긴 채 찍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으나 당연하게도 속으로 하는 생각이 술술 들려왔다.

‘···이대로 종일 따라붙겠지.’

보통 한번 붙는 경우, 어딜 가든 계속해서 뒤따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초에 그러려고 붙는 것이기도 했고.

그러니 따돌릴 수 있다면 따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문제는 그럴 수 있는가이다.

‘게다가 지금 상황을 매니저 형한테 말하면 호텔로 바로 돌아가자고 할 것 같고···.’

나온 지 불과 30분도 안 된 상황이다.

정말로 바람만 쐬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들어가기엔 아까웠다.

‘그리고···.’

백은찬이 많이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

이대로 호텔행은 안 됐다.

[“더 있다가 가나. 멀리 이동 안 했으면 좋겠는데.”]

[“택시 아직 못 잡았다고.”]

이거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아직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마침 X즈니를 가려면 차를 타고 조금 이동해야 했고.

그렇다면 선수를 치는 게 나았다.

“다 먹었어?”

“엉.”

“형, 이제 가죠.”

대충 보니 매니저 형도 백은찬도 다 먹은 듯 해서 곧바로 서두르자는 말을 전했다.

“넌? 반도 안 마셨는데?”

“괜찮아.”

지금은 주스나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곧장 차량으로 올라탔다. 그에 따라 주변에 있던 사생들은 짜증 난다는 듯 이런저런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일단 한시름 놨군.’

그를 뒷받침 하듯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더 이상 들려오는 소리가 없었다.

다른 것보다 더럽게 생각이 많았다.

아까 그 사생들.

이어서 차량 헤드에 몸을 기댔다. 시끄럽던 주변이 이제야 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목적지에 가기 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군.

‘좀 익숙해진 줄 알았더니.’

부작용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을 보는 것보단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그건 정말 최악이니까.

“어, 뭐야. 우리 사진 올라왔네.”

그러던 중, 그 사이 사진을 찍었던 건지 방금 전 버거 가게에서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었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붙었어?”

“그런가 봐요. 각도가 딱 뒷 테이블인데.”

“일단 따라오는 차량은 없어 보이는데. 끝까지 따라붙진 않았나 보다. 빨리 나오길 잘했네.”

매니저 형이 그대로 백미러를 살피며 말했다. 이후에도 예의 주시를 좀 했으나 다행히 따라오는 차량은 없었다.

···설마 부작용이 계속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한동안 달린 후, 마침내 목적지인 X즈니 파크에 도착했다. 가자마자 커다란 캐슬이 우리를 반겼다.

우리가 간 구역은 대체로 놀이기구보다는 관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다이나믹한 어트랙션보다는 동화 속 건축물들이 많았다.

“정말 괜찮아?”

“뭐가?”

“너 놀이기구 타는 거 좋아하잖아.”

“괜찮. 나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

백은찬이 그렇게 입꼬리를 올렸다.

백은찬 나름의 배려였다.

내가 놀이기구를 잘 못 탄다는 걸 알고.

“야, 그런 의미에서 이거 사자.”

백은찬이 그대로 무언갈 가리켰다.

아, 저거.

“대표 캐릭터 머리띠!”

그건 바로 X즈니 쥐 모양 캐릭터의 머리띠였다. 이전부터 머리띠 어쩌고 하더니.

“같은 걸로 해?”

“똑같은 거면 재미없잖아. 내가 이거 할 테니까 넌 이걸로 해.”

그러면서 내게 다른 머리띠를 쥐여주었다. 건네받은 머리띠는 앞서 똑같은 쥐 모양 캐릭터였으나 백은찬이 들고 있던 것과 달리 핑크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쥐 모양 캐릭터의 친구 캐릭터였다.

얘도 유명하긴 하지.

리본이 달린 게 좀 부담스러워 그냥 같은 걸 쓸까 했는데, 옆에 있던 백은찬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그냥 리본 친구 캐릭터를 쓰게 되었다.

“형! 기념으로 한 컷 찍어줘요~”

“그래. 둘 다 귀엽네.”

매니저 형이 우리를 보며 웃었다.

그대로 백은찬은 내 옆으로 다가와 장난스러운 얼굴로 내가 쓴 리본 머리띠를 가리켰다. 나는 그냥 무난하게 브이 포즈.

그리고 그대로 몇 장 연사를 날렸다.

“이거 단톡에 올린다?”

“올려.”

근데 지금 바로 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다들 폰 볼 정신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아, 이건 눈 감았네.

“츄러스 하나씩 하자.”

“오, 형~ 센스가 있어요.”

그리고 츄러스 하나씩을 손에 들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어째 일반적인 츄러스보다 크기가 큰 것 같다.

파크는 정말 넓었다.

동화 캐릭터들도 다양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개중에는 정말 멋있는 것들도 많았고.

“야, 저쪽으로 가보자!”

와중에 백은찬이 정말 신나 보였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정도면 온 의미가 있네.

놀이기구를 타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야, 백은찬. 어트랙션도···.”

[“───”]

···아, 이런 젠장.

* * *

모르는 이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와중에 관광객들이 많은 장소인 탓에 다양한 언어가 난무했다.

‘거슬려······.’

마치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환청과 같은 것들이 머릿속으로 하나둘씩 흘러 들어왔다.

···이 X 같은 부작용.

조금씩 들리는 생각들이 거슬렸다.

“우세현.”

그 순간, 백은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낯선 잔상과도 같은 소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선명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어, 왜?”

“저쪽으로 가보자고.”

“응.”

그렇게 백은찬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여전히 생각들이 들려오는 게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이를 티 낼 순 없었다. 아직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직 가볼 곳이 한참이었다.

백은찬 어트랙션도 태워야 하고.

그러니 거슬리는 것 정돈 괜찮았다.

“야, 세현아.”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백은찬의 목소리에 그대로 대답을 하려는데, 이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백은찬이 그대로 내 어깨를 감쌌다.

그러더니 곧 자연스럽게 장소를 이동한다.

정신없는 와중에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잠깐, 어디로 가는 건데.

“컨디션 별로지?”

백은찬이 낮게 읊조리며 말했다.

순간 놀라 그대로 백은찬을 쳐다보니 조용히 나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형, 우리 잠깐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어? 그럴까?”

그러더니 곧 사람이 조금 적은 구역으로 가 그쪽에 있던 테이블로 나를 데리고 갔다.

“앉아.”

“뭐?”

“잠깐 쉬었다 가려고. 형, 물 같은 거 하나 필요할 거 같아요. 오랜만에 돌아다녔더니 세현이가 좀 지쳤나 봐요.”

“물? 알겠어.”

그리고 멀어지는 발소리.

동시에 매니저 형이 나를 한번 보더니 이내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갔다.

사람이 적어져서 그런지 그나마 좀 들려오는 소리가 줄었다. 아까 전보다 훨씬 나았다.

“좀 쉬어.”

백은찬이 나를 향해 말했다. 그 상태에서 무릎을 살짝 굽힌 건지 평소와 달리 시선이 바로 마주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자 백은찬이 나를 달래듯 어깨를 조용히 토닥였다. 마치 애 달리는 것 같이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와중에 왠지 모르게 조금씩 차분해지는 느낌이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

[“──”]

[“─”]

그리고 정말로 소리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볼륨이 줄어들 듯이. 서서히.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괜찮냐?”

백은찬이 곧 나를 향해 물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물음에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제야 시선이 제대로 마주한 느낌이었다.

“응.”

다시 세상이 조용해졌다.

* * *

그 이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백은찬이 그러자고 이번에도 밀어붙인 탓에.

그리고 컨디션 나쁜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갑자기 이상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너 표정이 이런 것 같아서.”

“···표정?”

“여기가 좀 좁아졌어.”

백은찬이 그대로 내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작 그런 걸로 알 수 있는 거냐. 참, 관찰력 한번 좋다.

“사람이 많아서 잠깐 정신이 없었나봐. 이제 괜찮아.”

“진짜?”

“응.”

“근데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원래 앉아서 먹어야 하는 거거든? 걸어 다니면서 먹으면 흘려요~ 어릴 때 잔소리 안 들어봤어?”

안 들어봤는데.

그러면서 내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건네준다. 매니저 형이 물과 함께 사온 아이스크림이었다.

“아, 우세현 육아 난이도 낮았구만.”

“너에 비하면 낮은 편이겠지.”

“그건 그래. 내가 어렸을 때 하도 사고를 쳐서.”

그렇게 백은찬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왠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우당탕탕했겠지.

“그래서, 컨디션은 괜찮아졌어?”

“네. 괜찮아요.”

매니저 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백은찬 덕분인지 아니면 조금 쉰 덕분인지 아까보다 많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사실 아예 오프를 해버렸다.

잠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랬더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다.

“아까보다 괜찮아 보이긴 한데···돌아가는 게 어때?”

하지만 정말로 그러지 않아도 됐다. 이 이상 민폐를 끼치는 것도 싫었고.

“걱정할 것 없어요. 잠깐 사람이 많아서 그랬나 봐요. 어트랙션이나 타러 가자.”

그런 내 말에 백은찬은 팔짱을 낀 채로 잠시 나를 쳐다보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어트랙션 말고, 기념품 사러 가자.”

“기념품?”

“응. 원래 기념품 가게 가자고 하려고 했거든.”

그대로 백은찬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던 기념품 샵을 턱짓했다. 마침 가까이에 있으니 그곳에 가자는 말이었다.

“너 어트랙션은?”

“그건 별로 안 궁금한데. 그런 것보다 지금 저거 더 구경하고 싶거든.”

백은찬이라면, 분명 기념품 구경보다는 어트랙션 파일 텐데. 아무래도 방금 전 내 상태가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역시 제대로 민폐네.

“알겠어, 일단 그럼 기념품 샵 가자. 갔다가 어트랙션을···.”

“우세현 오늘따라 어트랙션에 집착하네. 꿀벌이 그렇게 타고 싶었어요?”

그럴 리가 있겠냐.

“그런 거 아니면, 굳이 탈 필요 없지 않아? 나 오늘 최종 목표는 다른 것보다 저거였거든. 기념품.”

“기념품이 최종 목표였다고?”

“응.”

백은찬이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예상 못한 방향인데.

“그러니까 빨리 가자.”

백은찬이 그대로 내 팔을 살살 끌었다.

약간 의아하긴 했다만 어쨌든 그렇게 백은찬을 따라 근처에 있던 기념품 샵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기념품 샵 안에는 X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담요부터 시작해 머그컵, 키링, 의류, 모자 등 없는 품목이 없을 정도였다.

“서진이 선물 하나 사가려고.”

“아, 서진이 줄 기념품?”

“응. LA에 간다고 하니까 기념품 하나 사오라고 하더라고.”

최종 목적이란 게 동생 선물이었군.

“근데 서진이가 좋아할까.”

“? 좋아하는 건 상관없지. 기념품만 사가면 된다, 이거야.”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거냐.

동생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무시였다.

“기념품만 착실하게 사가면 되는 거 아니냐? 아, 이것도 괜찮네.”

“그건 너무 큐티하지 않냐.”

백은찬이 고른 모자는 한 가운데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진 아주 귀엽고도 컬러풀한 모자였다. 심지어 옆 사이드엔 작게 날개가 달려 있었다.

“몰라, 형님이 주는 건데 피방 갈 때라도 쓰지 않겠냐?”

“아니. 집에서도 안 쓸 것 같은데.”

“아, 이거 좋다. 이거. 볼펜. 귀엽네.”

리본을 단 쥐모양 캐릭터가 윙크를 하고 있는 볼펜이었다. 그것도 별로 서진이가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그, 솔직히 귀엽긴 하지만.

선물을 고르는 백은찬은 꽤나 즐거워 보였다. 나름 뭐가 좋을지 열심히 비교를 하고 있기도 했고. 사실 거의 비슷하긴 했지만.

“그것보단 이게 나을 것 같은데.”

“아, 이것도 괜찮네.”

이왕이면 서진이가 좀 괜찮아할 만한 걸···.

“근데 우세현, 넌 안 사?”

“내 거?”

“아니. 형님 선물.”

아, 형 선물.

“생각도 안 했는데.”

“그럼 모처럼 왔으니까 생각해봐. 뭐라도 사가면 형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 말을 하던 백은찬이 이번에도 요상한 디자인의 모자를 집었다. 그건 진짜 아니다.

‘그나저나 선물이라.’

그러고 보니 형도 예전에 투어를 다녀올 때마다 선물을 사오긴 했었는데.

그때마다 품목은 다양했다.

워낙 여러 나라를 갔었으니까.

개중에는 먹을 걸 사온 적도 있었고.

‘···사가면 좋아할 것 같긴 하지.’

이내 눈앞의 상품들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봤다. 형이 받으면 좋아할 게 뭘려나. 이왕이면 많이 고마워할 만한 걸로 주고 싶은데.

‘와!’ 하며 좋아할 만한 반응이 나올 만한 게 없을까.

“야, 이것 봐. 이거 귀엽지 않냐?”

그때 백은찬이 뭔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다름 아닌 반지였다.

X즈니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들어가 있는 캐릭터 반지.

“귀엽네.”

“캐릭터별로 있네. 애기들 건가봐.”

줄지어 늘어서 있으니 실제로 더 귀엽긴 했다. 정말 애기들이 좋아하겠네.

“야, 우리도 반지 같은 거 맞출까?”

“반지?”

“응. 우정 반지 같은 거.”

아, 우정 반지.

“너랑 나랑?”

“나랑 맞추고 싶어?”

백은찬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혹시나 하고 물은 거였다.

당연히 그룹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요즘 그룹 별로 간간히 맞추는 추세이긴 했다. 반지든 팔찌든 해서 같이 의미 있는 악세사리 맞추는 거.

“다 같이 맞추면 좋을 것 같지 않냐?”

“괜찮네.”

원래 액세서리는 잘 안 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거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쇼핑을 마무리했다. 백은찬도 서진이에게 줄 선물을 적당히 골랐고, 나 역시도 적당히 골랐다.

예정에 없던 거긴 하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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