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76화 (276/413)

276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념품을 산 뒤로 백은찬을 설득해 결국 어트랙션을 탔다. 시작은 곰돌이 꿀벌 열차. 일단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결과, 꽤 재밌었다.

이후에는 백은찬과 X즈니 파크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계와 팬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다.

WINSOME @WINSOME_INENT

츄러스가 좀 큰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은찬이 거랑 비교샷

[사진.jpg]

#세현 #은찬 #윈썸

#즐겁게 #놀다왔습니다

└ 으악ㅠㅠㅠ애들 X즈니 갔나보다ㅠㅠㅠ

└ 헐 지금 X니랑 X키 머리띠 세트로 쓰고 있는 거임?ㅋㅋㅋㅋㅋㅋ

└ 둘이 너무 귀엽다ㅠㅠㅠㅠㅠㅠ와중에 츄러스 들고 있는 것도 귀욤

└ 근데 진짜 세현이 츄러스가 좀 큰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 둘이서만 간건가? 다른 애들은 없지?

└└ ㅇㅇ 둘만 간 듯 목격담에도 둘만 있었어

└ 둘이 씬나게 놀다가 왔나보다ㅠㅠㅠ표정이 너무 신나있어 ㅈㄴ 귀엽게

“귀여워요, 귀여워.”

“그러게. 머리띠 잘 어울린다.”

“그렇죠? 제가 또 강력 추천했잖아요.”

백은찬이 그대로 한껏 기세등등한 얼굴을 보였다. 방문했던 테마파크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있을 수 없었다.

출국 시간도 있었고, 중간에 사생과 같은 무리가 또 다시 붙는 바람에.

“근데 세현이 형은 중간에 컨디션 별로였다면서요. 그건 괜찮았어요?”

“응. 별거 아니었어.”

“요즘 살 빠진 거 아니야?”

“우세현은 일단 잘 먹어야 해. 쟨 입이 너무 짧아.”

나름 잘 먹고 있다고 보는데. 조식도 먹고 중간엔 주스랑 츄러스도 먹고. 이렇게 보니 꽤 많이 먹었다.

“같이 운동할래?”

“어, 그건 조금 생각을 해볼게.”

하면 나름대로 좋을 것 같긴 한데, 운동은 아직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했다.

“그것보다 이거.”

“? 이게 뭔데요?”

“기념품.”

나는 그 즉시 가지고 있던 봉투를 꺼내 보였다. 기념품 샵에서 고르면서 멤버들 것도 같이 샀다.

“헉, 이거 형이 다 사온 거예요?”

“응. 근데 실사용이 가능할지는 모르겠고, 그냥 생각나서.”

내가 사온 건 작은 캐릭터 인형이 달린 키링이었다. 달려 있는 캐릭터는 마치 캐릭터를 축소해놓은 것처럼 동글동글한 형태였다.

“세현이 형···감동···. 뭐가 누구 거죠?”

“감동이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에이, 진심만 전해졌으면 됐죠.”

동시에 신하람이 앞에 놓여 있던 키링 인형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져온 캐릭터는 멤버마다 달랐는데, 호랑이도 있고, 돼지도 있고, 다람쥐나 곰돌이도 있었다.

“전 다람쥐요, 무조건 다람쥐!”

“안 그래도 넌 다람쥐일 것 같더라.”

“은찬이 형은 뭔데요?”

“난 호랑이.”

백은찬은 호랑이를 가져갔다.

각자 마음에 드는 걸 가져가라고 한 결과, 도운이 형은 오리, 차선빈은 곰, 안지호는 돼지를 가져갔다.

“근데 세현아, 너 건?”

차선빈이 곰 키링을 든 채로 물었다.

“와중에 본인 건 안 사길래 내가 하나 사줬어.”

“올, 은찬이 형. 센스 좀 있네요.”

“그래, 내가 이렇게 센스가 있단다. 평소에도.”

백은찬은 그렇게 ‘평소에도’라는 말을 열심히 강조했다. 물론 하람이는 키링 보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래서 세현이는 뭔데?”

“전 그냥 토끼요.”

회색 토끼 모양 캐릭터였다.

귀가 길쭉하고 눈이 동그란.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토끼였다.

사실 원래 사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백은찬이 이런 건 원래 다 같이 사는 거라면서 본인이 사서 줬다.

“닮았네.”

안지호가 나와 키링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닮았다고?”

“너랑 비슷해서 고른 거 아니였냐?”

아닌데.

그냥 얘가 제일 눈에 띄길래.

“그럼 비슷한 거 골랐네.”

“···어느 부분이?”

아무리 봐도 닮은 건 딱히 모르겠는데.

“그냥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다. 얘 진짜 닮지 않았냐? 뭔가 비슷해.”

백은찬마저 이에 동조했다.

어째 다들 뭐가 비슷한 건지는 명확하게 말을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분위기인가. 뭐, 아무렴 어때.

“그보다도 이런 건 바로바로 실사용을 해줘야 해요. 자, 어떠냐.”

“오, 괜찮은데요?”

“들었지?”

뭘?

동시에 백은찬이 나를 향해 턱짓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날.

그 날도 역시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를 포함한 많은 인파가 포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공항에서 찍힌 사진들이 하나둘씩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 윈썸, LA 공연 마치고 입국 ‘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 윈썸(WINSOME), 멤버마다 가방에 달린 귀여운 키링 포착!

- 윈썸 세현, ‘귀여운 토끼 키링 달았어요~’

└ 공항 사진 올라온 거 봤음? 애들 쪼르르 가방에 키링 하나씩 달고 옴ㅋㅋㅋ

└ 자기들 같은 거 가방에 걸어서 오는데 왜 이렇게 귀엽냐 진짜ㅠㅠㅠㅠㅠㄱㅇㅇ

└ 저거 각자 산 걸까?

└└ 저거 검색해보니까 X즈니 기념품샵에서 팔더라 아마 세현이랑 은찬이가 사서 나눠줬나봄

└ 아니 안지호가 가방에 키링을 달았다고?

└└ ㅋㅋㅋㅋㅋ그러니까 지호 가방에 뭐 다는 거 첨 본다 진짜 와중에 뽀짝해

└ 다같이 맞춘 게 진짜 너무 귀엽다 그걸 또 가방에 건 것도ㅋㅋㅋㅋ캐릭터들도 존나 자기들 같은 거 고름ㅋㅋㅋㅋㅋ

선물한 키링은 멤버 모두가 단체로 가방에 달았다. 물론 나도.

가장 처음 시작한 건 당연히 백은찬.

그리고 나 또한 그에 따라 달았다.

중간에 안지호가 꼭 달아야 하는 거냐면서 구시렁거리긴 했지만, 같이 달자고 말했더니 그 뒤로는 별말 없이 가방에 달았다.

이왕 선물 받은 거 달면 좋잖아.

다 같이 달면 더 좋고.

“어, 우세현 어디 가냐?”

“형 집.”

“아, 선물?”

“응.”

숙소에 도착한 다음엔, 곧바로 형네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스케줄이 비는 날이라 했으니 바로 가서 줄 생각이었다.

“형님이 엄청 좋아하시겠는데?”

“넌 언제 주려고?”

“나도 곧 줘야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백은찬은 여전히 침대에 몸을 묻고 있는 채였다. 꼴을 보니 줄 때까지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앞서 기념품에 관한 이야기는 형에게 아직 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더 고마운 감정을 느끼게 하려면 이런 건 원래 눈앞에서 공개하는 게 좋다.

원래 기대 안 하다가 받으면 더 놀라는 법이니까.

“우세현.”

그리고 그대로 현관을 나서려는데, 그 순간 불린 이름에 잠시 발을 멈췄다.

안지호였다.

“왜?”

“···아니다. 갔다 오라고.”

뭐지.

“뭐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됐어.”

그리고는 이내 내게서 등을 돌려 옆에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싱겁긴.

이에 나는 지체하는 것 없이 숙소를 나섰다. 나중에 돌아오면 뭐였냐고 다시 물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형 집에 도착했다. 역시 가깝긴 가깝다. 이렇게 금방인데.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비밀번호를 익숙하게 누른 뒤,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왔냐?”

“응.”

들어서니 거실이 아닌 주방에서부터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 주방? 동시에 집 안에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형, 뭐 해?”

“밥.”

형이 밥을?

“밥 안 먹었어?”

“너 안 먹었다며.”

그러더니 곧 능숙하게 무언가를 볶는다. 오기 전에 밥 먹었냐는 물음에 아직 안 먹었다고 하긴 했는데.

“형이 하는 거야?”

“나도 아직 전이거든.”

“아, 형 먹는 김에.”

그리고 주변에 있던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는 다름 아닌 김치볶음밥이었다.

“근데 메뉴 선정 좋다.”

“멀리서 왔으니 한식 땡길 것 같아서.”

“어, 맞아. 잘 아네.”

“햄 많이?”

“응. 많이.”

햄은 원래 많을수록 맛있다.

근데 메뉴가 정말 마음에 든다.

안 그래도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은 참이었는데.

그리고 곧 형이 계란을 얹은 김치볶음밥을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내 앞에 두었다. 계란도 안 터지고 잘 넣었네.

“근데 햄을 부었어?”

“왜?”

“이건 거의 산 아니야?”

“불평하지 말고 주는 대로 먹어라.”

형이 그대로 컵에 물을 따라 내게 건넸다. 불평이 아니라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거였다.

“그래서 LA는 잘 다녀왔고?”

“응. 잘 다녀왔어.”

“가서 무슨 일 없고?”

“응. 없었어.”

이 김치볶음밥 맛있네.

형이 할 줄 아는 요리 중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웬만하면 이젠 다른 거 말고 김치볶음밥이나 해달라고 해야겠다.

“사생 같은 건?”

“특별한 거 없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 순간, 고개를 드니 형이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첫 해외 투어, 그 해외 투어의 첫 일정. 어떻게 봐도 사생들이 줄줄줄 따라갔을 상황인데 별일이 없었다고? 정말?”

···진짜 눈치는.

이래서 동종 업계에서 경험이 있는 가족에게선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그냥···사진 좀 찍힌 정도야. 그 외에는 정말 별일 없었고.”

그러자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형이 계속해서 나를 응시했다. 진짜라니까 그러네.

“해외에선 특히 더 조심해. 제정신 아닌 애들 많으니까.”

형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능력이 있어서 접근해오는 사생은 꽤 빨리 캐치가 가능한 편이었다.

“형한테 되지도 않는 거짓말 하지 마라. 우세현.”

“···알겠어.”

“밥 먹어.”

그렇게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역시나 능력 부작용에 관한 것만큼은 절대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햄 좀 많이 먹고.”

“응.”

평소엔 김치나 먹으라고 잔소리했을 텐데, 오늘은 희한하게 햄을 챙긴다.

“근데 형은? 작품 고르는 중이야?”

“그렇지, 뭐.”

“아까 보니까 대본 많던데. 천천히 고르는 거야? 드라마 종영된 지 좀 됐잖아.”

“어, 뭐.”

반응이 어째 미적지근하다.

마음에 드는 대본이 없었나.

복귀 드라마가 잘 터졌으니 다음 드라마를 더욱 신중하게 고르는 걸지도 몰랐다.

“근데 다음 투어가 시카고라고 했었나?”

“응. 맞아.”

“아, 그래.”

그리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어째 밥을 먹는 것도 미적지근하다.

“형, 팍팍 좀 먹어.”

“? 지금 니가 할 소리냐?”

“왜?”

“너 체중은 재봤어? 그새 더 빠진 것 같은데.”

안 재본 지 좀 되긴 했는데···그래도 언제나 비슷한 범위에서 왔다 갔다 하니 대충 예상 가능한 범위일 터였다.

“가서 뭐 안 먹었어?”

“먹었어. 많이.”

“시간 없어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 안 그럼 몸이 못 버텨. 특히 투어 시기 때는.”

“경험자의 조언이야?”

“경험자가 아니라 형님의 조언이다.”

그러면서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이에 형이 만족스럽단 표정을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거 줘야지.

“형, 근데 나 줄 거 있어.”

“줄 거?”

“응. 자, 그러니까 얼른 기대해.”

그러자 형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많이 컸네. 형 생각해서 선물도 사오고.”

“아직 선물이라고 말 안 했는데.”

“뻔하지. 투어 갔다 온 다음 줄 거 있어는 보통 기념품이잖아.”

아무튼 눈치 하나 빠르다.

“내가 그렇게 너한테 준 게 몇 갠데.”

“아, 형 레파토리였지.”

세현아, 형이 오늘 줄 게 있어.

투어를 다녀온 다음 자주 말했던 것이었다. 하도 익숙해서 나도 모르게 비슷한 말이 나온 모양이었다.

“그때마다 기대감에 부푼 반짝반짝한 눈으로 이렇게-손을 내밀고 있었는데.”

형이 그대로 시범을 보이듯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아닌데. 그냥 내밀고 있었는데. 한 손으로 이렇게.”

“그래서, 사온 선물이 뭔데. 줘 봐.”

“이거.”

“···이거?”

그렇게 형에게 사온 선물을 건네주었다.

동시에 이를 본 형이 그대로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내가 준 선물을 바라봤다.

“이거, 인형 아니지?”

“응. 아닌데.”

선물로 사온 건 바로 파우치였다.

회색 토끼 캐릭터 얼굴의 파우치.

귀가 길쭉한 그 캐릭터 파우치였다.

뭘 사줄까 하다가 결국 그냥 가장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전 파우치를 사왔다.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쉽고.

“너무 작은 거 아니냐? 거의 동전 몇 개 넣을 수준인데.”

“맞아. 그래서 보조배터리 같은 건 다른 곳에 담아야해.”

“실용성 따진 거 맞아?”

“나름 열심히 고른 거라고.”

“아, 그래?”

그러자 형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근데 나름 진짜 열심히 고른 거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제일 고민 많이 하고 산 거라고. 그게.

“그런 거라면 마음에 드네.”

“좀 더 진심을 담아봐.”

“진심 담은 건데?”

그렇게 형이 토끼 파우치를 눈앞에서 달랑거렸다. 그리고 파우치에 한번 더 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이 토끼, 너랑 닮았네.”

“캐릭터?”

“응. 웃기게 생긴 게.”

그러더니 다시 파우치에 시선을 둔다. 그래도 별로란 소린 안 하는 걸 보니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근데 이거 지금 나보고 웃기게 생겼다고 한 거지? 싸우자는 거냐,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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