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77화 (277/413)

277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 우도현은 화보 촬영차 현장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촬영할 화보는 ‘Eli’라는 유명 패션 트렌드 매거진이었다.

촬영 컨셉은 흑백의 나른한 섹시미를 겸미한 컨셉과 컬러풀한 의상에 밝은 분위기의 컨셉 두 가지였다.

“도현 씨, 이제 인터뷰 들어갈게요.”

“예. 알겠습니다.”

촬영 중간중간엔 비하인드 촬영이 있었고, 더불어 에디터와의 간단한 인터뷰도 있었다.

“복귀한 이후 나날이 리즈를 갱신하고 있다는 말들이 많은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감사하죠. 기분 좋기도 하고요.”

인터뷰는 간단한 최근 근황부터 좋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이끈 드라마, <시간 감지자>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범위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극 중 재민 역은 평소 도현 씨와는 어떻게 비슷한 편인가요? 아니면 다른가요?”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전 재민이처럼 생각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뭔가를 결정할 때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도현 씨 그럼 MBTI는요?”

“ENTP입니다.”

“ENTP셨군요~ E시네요?”

그렇게 인터뷰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근데 도현 씨는 귀여운 걸 좋아하시나 봐요. 여기 옆에 보는데, 이렇게 귀여운 토끼가 한 마리 있어요.”

에디터가 가리킨 곳엔 회색 토끼 캐릭터 모양의 파우치 하나가 있었다.

토끼 파우치는 그렇게 우도현의 손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던 테이블 위에 눈에 잘 띄도록 올려져 있었다.

“네. 제가 요즘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와, 도현 씨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니. 이거 상당히 의외인데요?”

“토끼가 참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우도현이 웃으며 답했다.

“이 토끼가 유명한 캐릭터긴 하죠. 무려 영화에 나온 토끼잖아요. 게다가 귀엽고요. 그런데 이 파우치는 직접 사신 거예요?”

“아뇨. 선물 받은 거예요. 동생한테.”

그 말에 에디터는 곧장 놀란 반응을 보였다.

“윈썸의 세현 씨에게 받으신 건가요? 역시 형제 사이가 좋네요!”

“맞아요. 동생이 해외 갔을 때 사다 주더라고요. 그래도 형이라고 잊지 않고 챙겨주네요.”

이어서 파우치 안에는 뭘 넣고 다니냐는 물음에 우도현은 간단하게 차 키(Key) 정도 넣고 다닌다는 대답을 전했다.

동시에 손안에 있던 파우치를 그대로 한번 매만졌다. 정말로 한 손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윈썸 분들이 요즘 또 핫하잖아요. 특히 주변에도 세현 씨가 최애이신 분들 많거든요. 워낙 잘생기셔가지고~”

“그렇군요. 감사하네요.”

그 말과 동시에 우도현은 그대로 조용히 팔짱을 꼈다. 제 동생이지만 참, 인기가 많았다.

“보아하니 그 파우치를 엄청 아끼시는 모양이네요. 아까부터 엄청 애지중지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요즘 가장 아끼시는 물건이겠네요.”

“아뇨.”

이러한 의외의 대답에 에디터는 잠시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우도현이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평생 아끼는 것 중 하나죠.”

유치원 때 써주었던 손편지 다다음 순서 정도. 아니 다다다음인가. 사실 다음이건 다다음이건 전부 동생이 준 거였지만.

“와, 역시 동생 사랑이 대단하시네요. 부모님께서 엄청 흐뭇해하시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투어 때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꼭 실어드려야겠죠?”

“반드시 실어야죠.”

그렇게 우도현은 다시금 미소 지었다.

* * *

- 우도현 “요즘 이 캐릭터가 좋더라고요.” Eli 매거진 인터뷰 [화보]

형의 화보 인터뷰가 나왔다.

인터뷰 내용을 보니 찍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모니터링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Eli : 보아하니 그 파우치를 엄청 아끼시는 모양이네요. 아까부터 엄청 애지중지하시더라고요.

도현 : 평생 아끼는 것 중 하나죠.]

이건 백프로 준비한 멘트네.

글 밖에 적혀 있지 않지만, 당시 형의 표정이 어땠을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나한텐 이 조그마한 걸 어디에 가지고 다니냐고 그러지 않았냐고.’

그래도 잘 가지고 다니는 것 같으니 그건 다행이었지만. 의외로 소지품이 들어가긴 하는 모양이다.

“사진 엄청 좋다.”

차선빈이 형의 화보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배경 속 수트를 입은 형이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는 사진이었다.

“멋있으셔.”

“고맙다.”

확실히 사진이 잘 나오긴 했다.

“뭐 봐요?”

“우도현 선배님 사진.”

“아! 그거 저도 봤어요! 엄청 멋있지 않아요?”

어느새 하람이는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올라온 사진은 다 봤다면서 두 사람은 그렇게 멋있다는 얘기를 도돌이표마냥 반복하고 있었다.

사진이 잘 나오긴 했지.

월드 투어 일정은 그 뒤로도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갔던 곳은 시카고. 그 외에도 아직까지 예정된 일정이 빽빽했다.

그 사이, 한국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가을이라 생각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 올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이제 곧 시즌이겠네.’

그리고 그 겨울이 다가올 때면, 그것도 역시 함께 다가오기 마련이다.

연말 시상식.

올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시상식 시즌이 어느새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긴 했으나 당연히 시상식 시즌은 피하는 일정으로 미리 잡아 놓은 상태였다.

이제 겨우 2년 차인 만큼 연말 시상식은 중요했다. 연말 무대는 그만큼 유입을 끌어오기 좋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은 일반적인 무대와는 주목도부터 다르다.

그러니 할 수 있다면 최대한으로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게 무대든, 무대 장치든, 헤메코든.

‘그 점에서 IN 엔터가 무대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다행이군.’

대형 기획사 중에서도 IN 엔터는 무대에 자본을 붓는 것을 아끼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자본을 쓴다고 퀄리티가 반드시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써서 손해 보는 건 없었다.

‘여기에 RA 엔터도 작정하고 자본을 쏟을 테지만.’

RA 엔터 역시 IN 엔터 못지않게 연말 무대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작정하고 준비를 해올 거란 말이다.

‘당연히 무대로는 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지만.’

한 명 한 명 개인으로 봐도 멤버들의 실력이 그쪽보다 훨씬 월등하니까.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그렇다는 거다. 객관적으로 봐도.

여기에 올해도 마찬가지로 ‘그것’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이란, 바로 커버 무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작년에도 했던 커버 무대.

올해도 역시 당연하게도 커버 무대 시간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커버곡 선곡에 대한 결정은 우리에게도 맡겨졌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행이었다.

커버 무대에서 선곡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방송국에서 정할 경우 정해지는 범위가 대개 한정된다.

특정 소속사 곡으로만 정해진다거나 혹은 지난 세대 때 인기곡인데, 이 중에서도 커버곡으로 많이 사용되는 곡이 몇 가지 정해져 있다.

그러니 자칫 잘못하다간 작년에 본 곡을 올해도 보게 되는 지루한 상황이 연출되기 딱 좋다는 거다.

일련의 예로, 작년에 체이스가 커버했던 루트의 ‘MAIN’이 딱 그런 곡이었다.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인기 좋고, 노래 좋아서 커버가 줄기차게 나오는 곡.

근데 어려운 곡.

그래서 체이스도 좋은 평은 못 들었었지.

어쨌건 이번에도 역시 선곡권은 각자 회사에게 주어졌으니 그나마 자유도는 더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선곡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다들 하고 싶은 곡 있어?”

그리고 이를 위해 선곡 회의에 들어갔다. 당연히 서기 담당은 도운이 형이었고.

“작년이랑 비슷한 결로 갈 건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갈 건지 그것부터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완전히 다른 결로 가는 것도 좋긴 하지. 아, 근데 개인적으로 작년처럼 커버가 많이 안 된 곡을 했으면 좋겠는데.”

확실히 작년에 신선해서 좋다는 반응이 많긴 했었지. 그걸 노리고 일부러 그 곡을 선택한 것이기도 했고.

“근데 어떤 곡을 하든 결국 우리가 잘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건 그렇지.”

사실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곡이 있긴 했다. 멤버들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온스(ONS)의 ‘Kingdom’은 어때.”

“어? 킹덤?”

온스의 ‘Kingdom(킹덤)’.

온스는 루트보다 한 세대 위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룹도 그 세대에선 꽤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고, 이전 세대가 언급될 때마다 종종 회자되기도 했다.

그에 따라 ‘Kingdom’ 역시 아이돌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곡이었다.

물론 지난번 커버했던 곡처럼 커버가 적은 곡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발에 치이듯 많지도 않았다.

“킹덤 괜찮다. 멋있을 것 같다.”

“하람이는 이 노래 알아?”

“알아요! 안무는 정확히 모르는데, 포인트 부분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와, 근데 이거 완전 추억의 명곡이다.”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번 커버곡은 이 곡으로 낙점되었다.

‘Kingdom’은 작년에 비해 상당히 어둡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이었다. 작년에 했던 것과는 반대의 분위기.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든다.

‘그래도 결국 중요한 건 메인 무대지.’

커버도 커버지만, 메인 무대만큼은 다른 것보다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기에 이와 관련돼서도 회사와 여러 회의를 거쳤다. 무대 분위기나 편곡 방향 등 다양하게.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지만, 벌써 정신없는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대를 다양하게 준비하다 보니 수면 시간을 줄여야 그나마 시간이 더 났다. 근데 어차피 자는 시간 줄이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던 중, 좋은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봤냐?”

“뭘?”

“이번에 우리 후보 든 거.”

바로 시상식 후보 엔트리였다.

이번에 참가하는 시상식에서 본상을 비롯하여 인기상, Best 남자 그룹상, 뮤직비디오상 등 다양한 후보 부문에 들었다.

작년엔 신인상 부문에만 들었었는데.

올해엔 엔트리된 것만 배로 늘었다.

- 윈썸이랑 체이스 이번에 후보 엄청 들었네ㅋㅋㅋ인기상이랑 남그룹상 겁나 치열하겠다ㅋㅋㅋㅋ

- 유료 투표 내일부터 시작이라고 함 와이넷 놈들 팬들 등골 빼먹을 생각에 신났을 듯

- 남그룹상-체이스, 인기상-윈썸 이렇게 아님? 한 쪽에 몰아주진 않을 것 같고 공평하게 하나씩 줄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 난 반대 남그룹 윈썸 인기상 체이스일 듯

└ 근데 인기상은 어차피 투표잖아 맘대로 주는 거 가능?

└└ 투표 100이 아님 음원 점수도 몇 프로 들어가고 심사위원 점수도 있음

└└└ 아 ㄹㅇ? 음원 들어가면 윈썸이 더 유리할 것 같긴 한데

└└ 아니 ㅆㅂ 인기상에 심사위원 점수는 웬말이냐

- 어느쪽이든 올해는 피 튀기겠네ㅋㅋㅋ나중에 결과 나오고 나서도 핫게시판 난리 나겠네ㅋㅋㅋㅋ

마음 같아선 후보 부문에 든 건 전부 타고 싶지만, 애초에 몰아줄 리가 없었다. 간간히 심사위원 점수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장난질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음원, 투표 점수야 그렇고 심사위원 점수, 기자단 점수 이런 걸 넣어서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예 그냥 입맛대로 줘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투표 100%이 아닌 이상 뭐든 확신할 수 있는 상은 없었다.

“요즘 너무 커피만 달고 사는 거 아니냐?”

백은찬이 내가 들고 있던 카라멜 마끼야또를 미간을 구긴 채로 바라봤다.

“이건 커피가 아니라 생명수인데.”

“생명수를 다른 걸로 바꾸는 건 어때.”

“예를 들어봐.”

“···비타 300?”

“기각.”

그거 계속 먹다간 질려서 못 먹는다.

생명수의 조건은 질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대를 준비하던 어느 날, 문득 어떠한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 상당히 뜬금없는 소식을.

“형들,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우리 커버곡 이야기요.”

“커버곡이 왜?

그러자 신하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대로 말을 이었다.

“체이스 쪽에서도 선곡했대요. 우리랑 똑같은 곡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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