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85화 (285/413)

285화. 연말 시상식의 시작

그날 밤부터 내렸던 눈은 밤사이 열심히 내리더니 결국 잔뜩 쌓일 정도가 됐다.

이에 이른 아침부터 멤버들과 중무장을 했다. 귀마개에 목도리까지 철저히 둘러서.

그리고 나서 나갈 채비를 하는데 그 순간 차선빈이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게 느껴졌다.

“왜?”

“아, 왜 그 목도리가 아닌가 해서.”

“니가 준 거?”

“응.”

“그거야 젖으면 안 되니까.”

그런 내 대답에 차선빈이 잠시 앞선 그 말을 되새기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아’하는 소리를 냈다.

지금부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그걸 하고 갈 순 없었다. 혹시나 젖거나 하면 난감해지니까.

“그 목도리 꽤 아끼고 있거든.”

“아끼고 있어?”

“응.”

그러자 차선빈이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부터는 멤버들과 오리 군단을 만들러 가는 길이었다.

“제가 이날을 위해 준비를 했어요! 오리 6마리를요!”

신하람은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전에 오리 얘기를 하고 나서 정말로 바로 구입을 한 건지 어느새 눈오리 6마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야, 시합 어떠냐. 누가 누가 더 많이 만드는지.”

“전 많이 만들기보단 잘 만들고 싶은데요.”

“어차피 틀대로 나오는 거잖아? 뭐 더 예쁠 수가 있어?”

“몰라요. 내 오리는 예쁜 오리니까.”

어쨌든 그렇게 저마다의 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뚝딱 나오는 게 아니었군.

“추워.”

“? 안지호, 넌 다 만들었어?”

“옆에.”

안지호가 그렇게 옆에 있던 오리 한 마리를 가리켰다. 안지호는 유독 추위에 약했는데, 그래서인지 만든 오리 옆에 꼼짝도 안한 채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와중에 잘 만들었네.

근데 정말로 추워 보이길래 하고 있던 귀마개를 벗어 그대로 안지호에게 건넸다.

“이거라도 써. 좀 따뜻해.”

“···고맙다.”

그러자 안지호가 내가 건넨 귀마개를 조용히 가져가 썼다. 은근 귀마개 잘 어울린다.

“신기하다, 이거.”

반면 차선빈은 오리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는지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근데 저게 다 몇 마리냐.

나도 일단 6마리를 만든 상태였다.

여기에 4마리를 더 만들까.

6마리는 멤버 수였고, 4마리는 우리 가족의 수였다. 그렇게 적당히 10마리만 만들면···아, 멤버 오리 옆에 멜로우 오리도 하나 더 만들까.

“눈싸움은 하지 마!”

도운이 형이 백은찬과 하람이를 향해 그대로 꾸짖었다. 저럴 줄 알았지, 결국 눈싸움으로 번질 게 뻔했다. 내 목도리는 소중하니까.

‘좋아.’

이후 완성된 4마리의 오리를 잘 모아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를 곧바로 형에게 전송했다.

[우세현]

: 사진.jpg

[형]

: ? 뭐야

[우세현]

: 가족 오리

[형]

: 아 그래 가운데 젤 멋진 게 나?

[우세현]

: ㄴㄴ 나야 그거

[형]

: 여전히 미적 감각이 없구나 동생아

뭐야, 갑자기 웬 미적 감각.

그리고 사실 잘생긴 오리 따위 없었다.

그냥 다 똑같이 생겼구만, 무슨.

“우세현!”

그와 동시에 뒤에서부터 뭐가 날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눈덩이였다.

“···시작하는 거냐?”

“이미 시작했어.”

그렇게 백은찬이 나를 향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목도리를 하고 나오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이었지 싶다.

“너무 크게 만들면 안···악!”

그와 동시에 도운이 형에게로 눈덩이가 하나 날아갔다. 그 앞에선 하람이가 실실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제대로 한 판 할 것 같다.

* * *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흘러 12월 중순.

마침내 연말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이번 시상식은 Y-net 주최로 홍콩에서 열리는 글로벌 시상식이었다.

Y-net Music Awards.

그리고 장수연은 지금, 그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는 그녀의 언니가 함께였다. 장지연. 장지연도 이번에 동생을 따라 시상식을 보러 멀리 홍콩까지 날아왔다.

“언니, 언니 이 정도면 입덕이라니까.”

“아직 완벽한 입덕은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궁금해서. 궁금해서 온 거야.”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의 윈썸의 무대가 궁금해서라고 장지연은 그렇게 말을 반복했다. 듣기로는 작년에 엄청 멋있었다고 하니까.

그동안 수연의 옆에서 본 게 많아서 그런가, 어째서인지 윈썸에 관해 하루가 지날수록 궁금한 게 많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입덕은 아직! 이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응원봉까지 산 마당에 무슨.”

“응원봉 디자인이 예쁘더라고. 하나쯤 소장해도 괜찮을···.”

“퍽이나!”

이에 장지연이 머쓱하게 한번 웃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 표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1군 아이돌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도 있지만, 다른 것보다 윈썸과 체이스의 팬덤 크기가 배 이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해엔 정말로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힘들었다.

“근데 파란색 응원봉이 유독 눈에 띄네. 저 파란색 봉은 어디 그룹이야?”

“체이스.”

여기에 체이스 팬들도 꽤 많이 자리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에 지지 않을 만큼 멜로우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근데 인기상 그건 어떻게 됐어?”

“당연히 우리가 이겼지.”

“오, 결국 윈썸이 이겼어? 잘 됐다. 나도 투표한 보람이 있네.”

이번 인기상 투표 부문에서 윈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대격전이었다.

오직 한 그룹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보니 그만큼 팬덤 싸움이 치열했다.

체이스뿐만 아니라 티어로브, 그 밖에 다른 1군 아이돌 그룹까지.

그야말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투표는 치열했다.

그렇지만 결국 윈썸이 1% 차이로 체이스를 이겼고, 1위에 등극했다.

“그럼 이제 윈썸이 인기상이야?”

“아니. 그건 아직 몰라. 판정단 점수 이런 게 있어서.”

“아, 그래?”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 작년쯤인가는 1위와 2위 모두를 준 사례도 있었다. 그러니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뼈 빠지게 고생시켜 놓고 안 주면 너무 양심이 없다.”

“그러니까. 그리고 남자 그룹상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노리고 있는 부문은 많았다.

그리고 이왕이면 후보로 올라와 있는 모든 부문에서 상을 받았으면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훌쩍 흘렀고, 두 사람은 곧 시상식 장소로 입장했다.

입장하기 전부터 그렇지만, 역시나 체이스의 응원봉이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주변으론 멜로우 봉 역시 상당했다.

‘우리가 좀 더 많은 것 같은데!?’

대충 눈대중하기를, 윈썸의 봉이 대략적으로 더 많아 보였다. 그 사실이 장수연의 마음속에 뿌듯한 무언가를 남겼다.

‘그나저나 순서를 모르니까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를 모르겠네.’

오늘 있을 무대에 큐시트는 아직까지 유출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어떤 커버 무대를 하는지, 또 몇 번째쯤 본 무대를 하게 될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대게 시상식에 앞서 큐시트가 유출되는 일이 종종 빈번하게 있었으나 YNET이 이번엔 보안에 단단히 신경을 썼다.

‘그래도 아직 연차가 적으니 중간쯤···.’

─꺄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수연 역시 빠르게 고개를 들어 앞에 있던 화면을 확인했다.

우세현이었다.

앞에 있던 커다란 스크린화면 속에는 우세현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우세현은 그렇게 화면을 향해 그대로 살짝 미소 지어 주었다.

파란 머리에 이마를 살짝 드러낸 반깐 머리. 거기에 파란색 렌즈. 오늘도 역시 X친 외모였다.

“윈썸 가수석 왔나 보다.”

“아, X친. 소리 들었어? 세현이 잡히자마자 타 팬들도 다 소리 지르는 거!”

우세현이 잡히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주변은 그야말로 함성의 도가니였다. 그만큼 눈이 부시게 빛났다.

‘개 잘생겼어. 역시.’

여전히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비주얼이었다. 와중에 옆옆 자리에 있던 체이스 팬들은 이를 꾹 참고 있는 게 보였다.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을 거다!

그렇게 윈썸을 시작으로 비어 있던 가수석이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모두 채워진 좌석.

이와 동시에 앞에 있던 스크린 화면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띄워졌다.

[202X YNET MUSIC Awards]

바야흐로 시상식의 시작이었다.

* * *

함성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이는 다소 초반에 배치되어 있던 윈썸과 체이스의 커버곡 무대 때 거의 절정을 이루었다.

먼저 커버곡 무대에 올라선 건 다름 아닌 체이스였다.

- 오 솔져다

- 헐 솔져 벌써 기대감 맥스다ㅋㅋㅋㅋ

- 선곡 좋다 이거 ㅈㄴ 섹시하잖오

체이스가 선곡한 커버곡 ‘Soldier(솔져)’는 퇴폐적인 섹시미를 베이스로 파워풀한 랩과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는 곡이었다.

- 다같이 손 드는 안무 쾌감 쩐다

- 솔져가 진짜 무대하기 좋은 곡이긴 함 일단 존나 멋있어

- 화준아 너무 섹시한 거 아니냐ㅠㅠㅠㅠ

- 작년보다 낫네 작년엔 너무 안 어울렸음

└ 뭔소리야 작년에도 잘했는데

└ 응 작년에도 존나 잘했어~

- 여긴 진짜 군무의 정석임 하나하나 자로 잰 것 같네 특히 명우진이 컨셉 찰떡이다

- 역시 커버 무대는 이런 맛에 보는 거지ㅋㅋ

- 이 정도면 괜찮네

[We are Soldiers.]

작년의 무대를 만회라도 하듯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퀄리티가 높았다. 각이 잡힌 칼군무를 물론이고, 퍼포먼스적으로도 훌륭했다.

그야말로 이를 간 모습이었다.

체이스는 퍼포먼스에 강한 그룹이라는 걸 이를 통해 확실히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

‘우리 애들도 잘해야 할 텐데.’

이를 보던 장수연은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대충 반응을 보니 체이스의 무대는 전반적으로 호평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올 애들의 무대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여기에 올해는 무슨 곡을 선곡했을지도 궁금했다.

“이번에도 작년처럼 귀여운 걸 하려나?”

“아, 작년에 진짜 귀엽긴 했지. 와중에 노래 진짜 잘하더라.”

“언니 작년에 나랑 같이 봤던가?”

“우연히 봤어. 우연히.”

“이 정도면 입덕이라니까.”

이에 장지연은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아직 아니라니까 그러네.

“애들 나온다!”

“뭐!?”

그런 생각을 하기 무색하게 장지연은 빠르게 다시 무대 위로 시선을 집중했다.

이어지는 윈썸의 커버곡 무대.

어두워진 무대 위로 잔잔한 오르골 소리가 홀로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In the Kingdom.]

그 순간, 아름답게 울리던 오르골 멜로디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묵직한 베이스 리프.

- 뭐야? 뭐야? 무슨 곡이야?

- 오르골!!!!!!! 킹덤이다!!!!!!!!!!

- ㄹㅇ 킹덤? 킹덤이라고?

- 미쳤다 윈썸 킹덤 커버야!!!!!!!!!!

그와 동시에 멤버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그대로 서로를 바라본 채 둥글게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미쳤다!!!!!!!!!!!!!!”

[Put on a Crown.]

* * *

윈썸의 커버곡 ‘Kingdom (킹덤)’은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가미된 감성적인 곡이었다.

그에 맞게 멤버들은 모두 화이트 블라우스에 금빛이 수놓아진 블랙 롱 자켓을 입고 있었다.

조명이 비추자 이윽고 멤버들의 블랙 자켓이 그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킹덤의 경우 유연한 움직임과 절도 있는 안무를 특징으로 했는데, 멤버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렸다.

여기에 곡 시작 부분부터 중간마다 특유의 오르골 멜로디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에 맞춰 차선빈과 백은찬이 페어 댄서를 이루는 부분은 가히 함성이 최절정에 이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등장한 우세현의 화려한 고음. 이와 같은 우세현의 움직임에 롱코트가 까리하게 펄럭였다.

[In the Kingdom.]

마지막은 다시 한번 오르골 멜로디로 엔딩을 장식했다.

- 이번 커버도 윈썸이 뿌셨네ㅋㅋㅋㅋ

- 중간에 우세현 지르는 거 봄? 쭉쭉 뻗어나가는데 와중에 얼굴보고 감탄함

- 올해도 체이스보다 윈썸이 낫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번에도 윈썸이 선곡을 잘했다 퍼포는 말할 것도 없고 얘들이 노래를 잘 살림 보컬 풀이 좋아서 그런가?

└ 체이스도 노래 괜찮았음 그리고 어차피 이런 커버무대는 다 립씽인데 뭔ㅋㅋ

└└ 그냥 퀄 자체가 윈썸이 더 좋던데

└└└ 난 체이스가 더 낫던데 윈썸은 내 느낌에 좀 춤이 항상 걍 그럼

└ 차선빈 백은찬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옴? 응 다시 보고 와~

- 체이스도 잘했는데 윈썸이 걍 넘사로 잘함 체이스는 항상 보컬이 아쉬움

- 걍 체이스가 훨 나은데 윈썸 별로

윈썸과 체이스의 커버곡 무대가 끝나자마자 한동안 SNS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로 넘쳤다.

그렇게 두 팬덤을 치열하게 의견을 부딪쳤지만, 전체적으로 윈썸의 무대가 좋았단 의견이 확연히 우세했다.

일단 실시간 트렌드 순위부터 달랐다.

[SNS 실시간 트렌드]

1. 킹덤

2. 윈썸 킹덤

3. 윈썸 커버무대

6. 체이스 솔져

7. 체이스 커버

10. 세현 너무 잘생

11. 선빈 얼굴

“애들 오늘 비주얼 폭발이라고 말 많다.”

“멋있었어. 특히 은찬이랑 지호!”

“다 너무 예뻤어. 본무대도 그래야할 텐데.”

커버 무대가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본 무대뿐이었다. 하지만 본무대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걸렸다.

‘인기상 받고 나서 나오려나?’

투표 1위인 만큼 인기상 수상 확률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러니 그 시기를 기점으로 나오지 않을까 장수연은 추측했다.

[베스트 퍼포먼스 상 부문입니다.]

그때, 베스트 퍼포먼스 상 부문의 시상이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윈썸 역시 이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였다.

“혹시 이거 받는 거 아니야?”

“어, 잘하면 받을 수도 있어!”

쟁쟁하긴 하지만, 확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장수연은 앞으로 호명될 이름을 기다렸다.

[베스트 퍼포먼스, 수상자는······.]

두근두근.

[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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