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트로피가 반짝였다.
[베스트 퍼포먼스, 수상자는······.]
두근두근.
[체이스!]
체이스?
체이스가 베스트 퍼포먼스상?
순간 불린 그 이름에,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그대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체이스가 호명되었다.
베스트 퍼포먼스 남자 그룹 부문 수상자로.
베스트 퍼포먼스의 경우, 심사 기준이 전문가 심사 평가와 투표 점수로 이루어지는 상이었다.
[베스트 퍼포먼스 그룹상,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가장 먼저 우리 오브. 너무 고마워요.]
오브는 체이스의 공식 팬클럽 이름인 Objective(목표)의 애칭이었다.
그렇게 리더 명우진의 수상소감이 시작되었다. 명우진은 그렇게 차분하고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앞선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 체이스가 베스트 퍼포먼스네
- 그럼 윈썸이 남그룹 각?
- 이거 나눠 먹기 시키려고 체이스 베스트 퍼포먼스, 윈썸 남그룹하는 것 같은데
- 체이스가 남그룹상인 줄 알았는데 뜬금 베스트 퍼포먼스네? 아니면 혹시 둘다 줌?
└ 둘 다 줄 수도 있긴 함 둘 다 받은 전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 둘 다 주는 건 에바지 그럼 윈썸은 인기상 하나 가져간다는 소린데
└ 근데 애초에 윈썸 인기상 주는 건 맞지?
- 솔직히 베스트 퍼포먼스라는 게 윈썸보다는 체이스에 어울리긴 하지ㅋㅋㅋㅋ
체이스가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음으로써 남자 그룹상은 윈썸일 거라는 추측이 높아졌다.
물론 윈썸 이외에도 티어로브, NRUNNER 등 남자 그룹상을 받을 만한 후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성적이나 요 근래 기세, 대상 수상자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아무래도 윈썸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베스트 퍼포먼스상의 수상 이후, 체이스의 본무대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장수연은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언니인 장지연은 무대를 보며 음악에 맞춰 응원봉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애들이 진짜 남자 그룹상인가?’
그 생각에 장수연의 머릿속은 지금 혼란 그 자체였다. 동시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 애들이 남자 그룹상?
진짜? 진짜?
그리고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건 장수연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멜로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수연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멜로우들은 모두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떨림을 느꼈다.
어쩌면 김칫국일지 모르지만, 현재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건 분명했다.
뒤이어 체이스의 무대가 엔딩을 맞이하고 몇 개의 수상 부문이 더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남자 그룹상’의 시상이 이어졌다.
남자 그룹상의 시상은 근래 라이징하고 있다는 어느 남녀 배우였다.
이를 지켜보던 장수연은 들고 있던 멜로우봉을 조금 더 꽉 쥐어 보였다. 손안에 있던 멜로우봉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남자 그룹상, 수상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떨리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후보자로 윈썸이 화면이 잡혔을 땐, 공연장은 한번 더 함성이 폭발했다.
“윈썸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치?”
와중에 장지연은 태평한 듯 말을 잇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지금 수연의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남자 그룹상.
그 결과가 지금 공개되려 하고 있었다.
[YNET Music Awards, 올해의 남자 그룹상, 그 수상자는······.]
뒤이어 환호성이 들렸다.
* * *
[윈썸! 축하합니다!]
그 순간, 크나큰 환호성이 들리며 눈앞에 있던 조명이 유독 눈이 부시게 흔들렸다.
올해의 남자 그룹상을 수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상을 받으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와!”
옆에선 백은찬과 하람이가 놀라면서도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한번씩 돌아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도운이 형 역시 호명이 된 순간엔 놀란 얼굴이었으나 이내 정신을 붙잡은 뒤 곧바로 시상대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도운이 형을 따라 저 멀리 있는 시상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내 양옆으로는 차분한 모습의 안지호와 차선빈이 나란히 함께 걷고 있었다.
─ 꺄아아아아악!
그런 우리의 모습이 주변에 있던 카메라에 의해 속속히 포착되고 있던 중이었다.
올해의 남자 그룹상을 수상했다.
“감사합니다.”
도운이 형이 그대로 중앙에 있던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 도운이 형의 손엔 [남자 그룹상]이라고 적힌 반짝이는 골드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정말 많지만, 역시나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감사하다고 할 분들은 역시 우리 멜로우!”
그리고 다시 한번 들리는 함성.
눈앞으로 멜로우가 정말로 많았다.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실 저희가 받는 모든 상은 우리 멜로우 분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도 오래 함께합시다.”
이어서 도운이 형이 미소와 함께 들고 있던 트로피를 카메라를 향해 한번 들어 보였다.
정말로 함께 받는 상이었다.
앞서 도운이 형이 이야기한 대로.
마음 같아선 한분, 한분 상을 직접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이어서 도운이 형이 옆에 있는 멤버들에게로 한 번씩 마이크를 넘겼다.
“멜로우 짱!”
백은찬이 마지막으로 그 말을 내뱉었을 땐, 멤버들은 물론이고 앞에 있던 멜로우들 역시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모두가 객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소감을 마쳤다. 여전히 반짝이는 멜로우 봉들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하다는 말, 허리 숙여 인사하는 걸로는 지금의 이 감정이 전부 전달되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전하고 싶은데.
“최대한 실감 나게 찍어. 근접하게.”
“약간 눈앞에 진짜 상이 있는 것처럼!”
“알겠으니까 그만 말해.”
안지호가 살짝 미간을 구긴 채로 말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멜로우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방금 받은 남자 그룹상 트로피를.
- 얘들아 너무 축하해ㅠㅠㅠㅠㅠ
- 우래기들이 남자그룹상ㅠㅠㅠㅠㅠㅠ
- 작년에 신인상 받은 애기들이 언제 이렇게 컸냐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와중에 ㅈㄴ 잘생겼다 역시 비주얼 그룹 윈썸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
- 남자그룹상 윈썸 써 있는 거 개 멋있네 이대로 대상까지 가자!
끝나고는 라이브 역시 하기로 했다.
멜로우들도 보고, 못다한 수상 소감이 있다면 그것도 할 겸.
[Y-NET Music Awards 남자 그룹상]
[WINSOME]
‘남자 그룹상.’
아직까지도 잘 실감이 안 났다.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까 진짜 발표하기 전에 얼마나 떨리던지······.”
“무대가 평소보다 눈에 안 들어오긴 하더라.”
멤버들은 그렇게 지난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그래도 그래 보이긴 했다.
티는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다들 정말로 뻣뻣한 정자세로 무대들을 관람했으니까.
특히 백은찬, 도운이 형이.
“얘들아, 이제 곧 이래.”
“네넵.”
이제는 본무대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앞선 그 말에 인이어와 마이크를 한번 더 점검했다.
“야, 우리 한번 모이자!”
“지금도 모여 있잖아요?”
“그거 말고 한번 안아보자고!”
그와 동시에 백은찬이 양 옆에 있던 나와 차선빈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안아보자는 게 무슨 말인가 했건만.
그렇게 우리는 둥글게 모였다. 서로서로를 마주본 채였다. 이어서 그 상태로 도운이 형이 중앙에서 구호를 선창했다.
“Keep in mind!”
“WINSOME!”
멤버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대기실을 크게 울렸다. 마주하고 있는 시선들의 웃음기가 한가득 서려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었다. 큰 무대라서 그런가. 그리고 기대가 됐다.
지금 올라가는 무대 역시,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 *
공연장 전체가 암전되었다.
그와 동시에 밝게 켜지는 스크린.
그리고 해당 스크린 안엔 다음과 같은 단어가 조용히 떠올랐다.
[WINSOME]
여기에 ‘WIN’이라는 글자가 유독 빛났다. 그리고 띄워진 단어의 스펠링이 빠르게 변화하더니 이내 곧 다음과 같은 단어가 만들어졌다.
[WINNING SHOT]
그와 동시에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무대 위로 조명이 밝게 쏟아졌다.
“위닝샷!”
이를 보던 장수연과 장지연은 해당 무대를 향해 큰 함성을 내지르며 멜로우봉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때, 무대 중앙으로 화려한 검은 코트를 걸친 윤도운이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뚜벅, 뚜벅─
동시에 그런 윤도운의 반대편에서부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윤도운은 곧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 보였다. 이윽고 다가오던 이의 모습이 조명 아래 비춰지고.
다가오던 이의 정체는 바로 백은찬이었다.
검은색 티에 검은 가죽 자켓, 거기에 가죽 장갑을 낀 백은찬은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던 총을 손 안에서 빙글 돌려 보였다.
그와 함께 화면을 향해 미소 짓는 백은찬.
그 순간, 두 사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빠르게 총을 겨누었다.
- 분위기 완전 느와르네
- 존나 멋있어 벌써 좋아
- 둘이 서로 싸우는 거?
탕!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거대한 총소리가 울렸다. 이에 맞춰 쏟아지는 위닝샷의 인트로.
[It's time to shoot.]
[I aimed the gun.]
[We always win.]
그런 멤버들의 등 뒤로는 거대한 빌딩들이 빼곡히 늘어져 있는 모습들이었는데, 그 빌딩 중 하나에서 안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안지호는 빨간 머리에 블랙 셔츠, 가죽 장갑을 끼고 있는 채였고 손에는 라이플이 한 자루 들려있었다.
동시에 여유로운 모습으로 타겟을 조준.
[마치 숨을 죽이듯]
[타이밍을 노려 목표 지점에 올라]
- 안지호 존나 섹시
- 역시 지호는 빨머ㅋㅋㅋㅋㅋ
- 음색 개 좋아 대놓고 킬링파트네
- 오늘 지호 비주얼 쩐다 까리해
그렇게 멤버들은 한 명의 스나이퍼가 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타켓을 겨냥했다.
그리고 1절이 마무리되는 시점.
그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노래가 멈추고, 그 대신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그때, 다시 꺼지는 무대의 조명.
“뭐야? 뭐야?”
여전히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에, 이를 보던 장수연과 장지연은 뭔가 싶은 얼굴로 앞에 보이는 무대에 더욱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금 조명이 켜질 땐 LED 화면 속에는 [Target Change] 이라는 단어가 푸른색으로 적혀 있었다.
그 앞으론 헤드셋을 착용한 신하람이 거대한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타이핑하고 있었다.
[Top Secret.]
그리고 그런 신하람이 하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던지며 화면을 응시하는 순간, 다시금 무대 위로 노래가 울려 퍼졌다.
[FACE OFF]
[그 속에 있는 진짜 모습을 드러내]
- 헐 페이스 오프
- 위닝샷에서 페이스 오프로 연결되나?
- 하람이 존나 이쁘다 진짜ㅠㅠㅠㅠㅠ
무대는 앞선 ‘Winning shot’에서 다음곡인 ‘Face off’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진실과 거짓]
[거짓과 진실]
[진실가 진실이 맞부딪혔을 때, 그 안에서 맞물리는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선빈이다!”
차선빈이었다.
은색 머리에 검게 물든 제복을 입은 차선빈의 손안에는 반짝이는 은색 마스크가 하나 들려 있었다.
[FACE OFF]
그 순간, 차선빈은 마치 페이스오프를 하는 것처럼 가지고 있던 가면을 조용히 얼굴 위로 덮었다.
- 와 선빈이 얼굴
- 대박 위닝샷에서 페이스 오프로 연결인가봐 와중에 무대 떼깔 보소
- 무대 구성 잘 짰다 멋있네
- 아니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눈물)
- 올해 조회수 터지는 무대 중 하나일 듯
그리고 그 순간, 차선빈은 덮었던 마스크를 조용히 내리며 화면을 응시한 채로 작게 미소 지었다.
차갑고도 선명한 미소였다.
어느새 멤버들은 스나이퍼가 아닌 조직의 비밀 요원이 되어 있었다.
[FACE OFF]
그리고 그 순간, 화면으로 우세현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런 우세현의 손안에는 어느새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반짝이는 레드 다이아몬드와 함께 우세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와씨 뭐냐 얼굴 뭐냐
- 왜 그렇게 웃는 거임? 보는 멜로우 떨리게ㅠㅠㅠㅠㅠ
- 너무 잘생긴 거 아니냐 진짜 사람이 저래도 됨?
- 내가 유혹한 거 아니야 세현이가 나 유혹한 거라고ㅠㅠㅠㅠㅠㅠ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시선을 확 끄는 얼굴이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그리고 우세현이 가지고 있던 그 레드 다이아몬드의 정체는 앞서 스나이퍼들이 찾고자 했던 타겟이자, 비밀 요원들이 찾고 있던 타겟이었다.
[이제부터 진짜를 보여줄게.]
[이전의 모습 따위는 잊을 수 있을 만큼]
[새로운 나의 모습을.]
곧이어 우세현의 손안에 있던 레드 다이아몬드가 한순간에 마치 마법처럼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우세현은 카메라를 향해 손짓했다.
마치 자신을 잡아보라는 것처럼.
그 순간, 우세현의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고 이는 공연장 내부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던 이들은 멜로우고 타팬이고 할 것 없이 마치 짠 뜻이 모두 우세현에게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