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올해의 인기상은?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윈썸의 본무대가 끝난 직후, 벌써부터 이와 관련된 대량의 짤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 우리 세현이 웃는 거 봐 극락임.gif
- 까리한데 섹시하다 안지호
- 맨 처음에 대립신 완전 영화 아니었어? 도운이랑 은찬이 완전 배우임ㅠㅠㅠㅠ
- 편곡을 진짜 잘했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됨 그러니까 스나이퍼에서 비밀요원으로 바뀌는 거지?
└ 뒤에 세트도 부내나더라 작년만큼 쓸까했는데 작년보다 돈을 더 쏟아부은 듯
- 하람이 머리 펌한 거 너무 예쁨 오늘 헤메코가 완전 베스트 우리 샵 그대로야?
- 선빈이 짤 벌써 핫게 갔네 다들 핫게ㄱ
당연하게도 현장 반응 역시 뜨거웠다. 무대 당시에는 물론, 무대가 끝난 이후에도 함성이 여전히 끊이질 않았으니.
‘역시 우리 애들이 최고!’
오늘 안 왔으면 정말 평생 후회할 뻔했다!
장수연과 장지연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멜로우들 모두 그렇게 벅찬 마음으로 멜로우봉을 흔들었다.
반짝반짝한 비주얼에, 마치 라이브임을 입증하듯 쩌렁쩌렁한 라이브에 좋은 편곡까지. 그야말로 찢었다!
“애들 비주얼 봤어? 진짜 내가 오늘 그거 보려고 여기 왔네, 왔어!”
“춤추는 거 봤어? 아, 진짜 왜 이렇게 멋있냐.”
“세현이는 라이브 장인이야, 화면도 부숴야 해!”
“은찬이는 다리가 왜 이렇게 길어!”
잔뜩 흥분한 상태라 그런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는 거의 서로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수준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밤새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도중에도 시상식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부터 인기상 수상이 있겠습니다.]
그 말에 그들의 대화가 한순간에 멈추었다. 인기상. 아직 인기상이 남아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긴장했다.
투표상으로는 당연히 윈썸이 받아야 마땅하지만, 투표 외 점수가 존재했으니.
‘인기상! 제발 인기상!’
그렇게 눈앞에 나오는 후보들을 두 손을 모은 채로 두 사람은 조용히 지켜봤다. 과장해서 남자 그룹상 때보다도 더 떨렸다.
“언니, 아까는 윈썸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가볍게 말하더니. 이제는 두 손을 같이 모으고 있네?”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받아야지, 무슨 소리야? 1등이라며! 1등은 받아야지.”
이제는 장지연마저 윈썸의 수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조금 전 무대가 그녀를 더욱 불태웠기 때문에.
- 제발제발제발 윈썸 윈썸 윈썸
- 티어로브 아님? 티어로브 줄 것 같기도 한데
- 내 생각엔 체이스일 듯 체이스 퍼포만 달랑주고 끝날 것 같지가 않아
- 투표 1위가 누군데? 그냥 예상대로 1위가 무난하게 받을 것 같은데
└ 1위 윈썸
└ 와 1위가 윈썸이었음? 윈썸 투표 화력 장난 아니네
- 걍 투표 1위줘 괜히 말 나올라
- 정신 박혔으면 1위 주겠지 빼먹은 돈이 얼만데
- ★체이스 인기상 기원★
그리고 마침내 발표되는 인기상의 주인공. 당연하게도 이 부문 역시 치열했다. 내놓아라 하는 1군 아이돌은 전부 후보에 있었으니.
[올해의 인기상, 그 수상자는···.]
모두가 숨죽인 그 순간, 마치 팬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 듯 시상자가 그대로 화면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외쳤다.
[윈썸!]
* * *
“이 상을 위해 멜로우분들이 얼마나 노력해주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상은 저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상이고, 이렇게 큰 상을 받게 해주신 우리 멜로우.”
그 순간, 화면에 잡힌 안지호가 앞에 있던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그러자 이에 답하듯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들려왔다. 눈앞에 멜로우봉 역시 더욱 반짝반짝하게 빛났다.
인기상을 받았다.
무려 인기상을.
인기상은 이름부터가 멋졌다.
인기상.
어렸을 때부터 인기상은 다른 상보다 멋있는 상 같았다. 매년 루트가 받았기 때문일까.
그땐 그저 멋있는 상인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상을 쥐고 보니 같은 트로피임에도, 왠지 이전 상보다 무게가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멜로우가 몇 날 며칠 밤낮을 고생해서 쥐여준 상이었다. 그 고생을,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나도 예전에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루트에 투표했었으니까. 형이 웃길 바라는 마음으로.
“멜로우!”
준비된 수상 소감은 모두 끝났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불러보고 싶었다. 다행히 아직 마이크가 꺼지지 않았다.
“고마워요!”
그렇게 한 번 더 외쳤다.
옆에 있던 멤버들이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중간에 마이크가 다시 꺼지는 바람에 고마워요의 고마워-까지만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여기서 끊기는 거야.
끝나고 다시 제대로 전해야겠다.
“우리 2관왕이에요!”
신하람이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인기상 트로피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하람이 말대로 어느새 2관왕이었다.
남자 그룹상에, 인기상까지.
“축하합니다.”
자리로 돌아오자 명우진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드물게 웃는 얼굴이었다. 주변에 참, 카메라가 많지.
인사를 건넨 건 명우진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체이스 멤버들이나, 다른 그룹 또한 한 번씩 이쪽을 향해 인사했다.
와중에는 티어로브도 있었다.
그나마 티어로브는 자리가 멀어서 편하군.
어찌 보면 가장 치열한 상이다. 인기상은. 그런 인기상을 받은 이상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기분 좋네.
시상식은 어느새 후반부에 이르렀다.
남은 상은 몇 개 안 됐는데, 그중에는 대상도 있었다.
‘후보긴 해도, 이건 기대 못할 거고.’
음반 부분, 음원 부분 나눠진 대상이었는데, 우리나 체이스나 음반 부분에 후보로는 올라가 있는 상태긴 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대상에는 이미 이름 도장을 찍은 그룹과 가수가 존재했다.
그러니 아마도 오늘 우리가 받을 상은 여기서 끝이겠지. 사실상 남자그룹상과 인기상으로 상은 확실하게 챙긴 거지만.
이제 남은 건 남은 무대 보고, 박수 치는 것 정도였다.
[그럼 다음 부문 시상이 있겠습니다.]
[다음 부문은 드라마 OST···.]
‘드라마 OST.’
그러고 보니 형도 올해 시상식에 나가겠지. 속된 말로 대박이 터졌으니 기본적으로 상 한두 개쯤은 당연하게 받을 터였다.
그거 볼 수 있으려나.
─ 꺄아아아아악!
그때, 갑작스럽게 들려온 엄청난 크기의 함성에 순간 움찔했다. 동시에 옆에 있던 백은찬이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뭐야, 뭔데.
[<시간 감지자> : 너에게로 달려갈게]
[WINSOME (윈썸) - 세현]
‘아.’
왜 그런 반응인지 알 것 같다.
어느새 화면 속에는 클로즈업된 형의 얼굴과 함께 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 형 혹시 타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우세현이 타겠지. 얘밖에 없어.”
“소감 준비했어?”
벌써부터 다들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드라마가 잘 되긴 했지만, 상까지는 몰랐다. 당연히 소감 같은 것도 준비 안 했고.
“준비 안 했다고?”
“네. 안 했어요.”
“와, 우세현 이제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아, 얘를 어떻게 혼자서 올려보내냐.”
“···같이 올라가는 거 안 되겠지?”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마라, 차선빈.”
너나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마라. 어차피 장난인 거 알긴 하지만. 애초에 후보 라인업이 쟁쟁했다.
[올해의 OST 부문, 그 수상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OST 부문, 그 수상자는···.]
그 순간, 나보다 옆에 있던 멤버들이 더 긴장한 얼굴이었다.
특히나 백은찬이나 하람이는 아예 몸이 앞으로 쏠릴 지경이었고, 도운이 형은 차분히는 앉아 있었지만 살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안지호는 와중에 똑같았고.
차선빈은 왜인지 모르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라.
[그 수상자는, <시간 감지자>의 ‘너에게로 달려갈게’ 입니다! 축하합니다!]
─ 꺄아아아아악!
???????
아니, 잠깐만.
···나라고?
진짜 나라고?
그렇게 예상 못한 수상에 잠깐 벙쪘다.
* * *
“빨리 일어나! 빨리!”
“세현이 형, 축하해요!”
“세현아! 이쪽으로 나가. 이쪽으로.”
정신이 없었다.
애초에 이럴 줄은 생각 못 했던 지라 일어나면서도 여전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일단 카메라 앞이니 정신줄을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앞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다시 오른 시상대는 앞선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멤버들이 없기 때문일까.
이상하게 똑같은 시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더 크고 넓게 느껴졌다. 동시에 텅 비었다. 허전하게도.
그렇게 준비된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시간 감지자> OST를 부르면서 정말로 즐겁게 녹음했는데, 많은 도움 주신 이준혁 음악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듣는 분들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됐기를 바랍니다.”
준비한 건 없었지만, 그런대로 그려지는 말들은 있었다. 이렇게 보니 새삼 앞에 보이는 조명도 참 눈이 부시다.
‘근데 OST상이라 그런가.’
형 생각이 많이 났다.
왠지 저 카메라 너머로 지금 이 소감을 보고 있을 것만 같았고. 어쩌면 조금 전 화면에서 형을 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건 정말로 즉흥이긴 한데.
“마지막으로, 형. 나 상 받았다.”
그렇게 카메라를 향해 살짝 웃었다.
트로피를 살짝 보이며.
그 순간, 떠나가는 함성이 들렸다.
정말로 떠나갈 정도의 크기였다.
이후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객석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며 소감을 마쳤다.
* * *
그대로 무대를 빙 돌아 다시금 멤버들이 있는 가수석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백은찬과 신하람이 내게로 빠르게 다가왔다.
“정말로 준비 안 한 거 맞냐?”
“안 했다니까.”
“그렇다고 하기엔 말이 술술 나와서 놀랐어요. 전 진짜 형이 준비한 줄.”
“와중에 너무 침착해서 놀랐다. 나였으면, 감사합니다만 백번 외치다가 들어왔을 듯.”
왠지 상상이 가는 장면이었다.
백은찬이 감사합니다만 백번 외치는 장면.
“근데 마지막에 그거 좋던데? 형님 언급한 거. 함성 장난 아니었어.”
“되게 수줍게 웃던데요? 형?”
“우도현 선배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어, 그건 그럴지도.
아니,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설령 본방을 보지 못했어도 다시 보기 클립 같은 거로 올라오지 않을까. 안 올라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리고 이후에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상의 시상이 있었다. 다름 아닌 대상이었다.
올해의 노래와 앨범상 등.
특히나 올해의 앨범 쪽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체이스나, 티어로브.
그리고 우리까지.
그 밖에도 몇몇 그룹이 더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앞서 예상한 대로 다른 1군 아이돌 그룹이었다. 올해 초동 15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아이돌 그룹이었다.
사실 그렇게 큰 격차는 아니었다.
지금 세대의 경우, 루트가 있었을 세대처럼 압도적인 그룹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엔 노려야지.’
대상.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지점이 아니다. 확고한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상식의 마지막엔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올라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 멜로우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무대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리고 마지막엔 다 같이 인사.
“안지호.”
“?”
“손.”
그러자 안지호는 그렇게 잠시 내 손을 응시하더니 이내 알겠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손을 마주 잡았다.
이처럼 양옆에 있는 멤버들과 손을 잡았고, 이내 함께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 * *
- 애들 마지막에 뽈뽈뽈 돌아다니는 것 진짜 졸귀였음 직캠 보니까 중간에 선빈이 길 잘 못 들었는데 세현이가 찾으러 옴ㅋ
- 우래기들 인사도 잘하지ㅠㅠ 분명 다 큰 성인들인데 (하람 제외) 왜 애기들이 손잡고 인사하는 것 같냐ㅠㅠ
- 근데 애들 남그룹상 받을 때 안 운 거 조금 의외였음 특히 난 도운이 바로 뿌앵할 줄 알았는데 침착해서 놀람
└ 오히려 인기상 때 벅차하는 것 같더라 그거 보니까 내가 다 기분 좋아짐
└ ㅇㅈ 애들 다 진심 넘 행복해보여서 좋았어 내년에도 인기상 주고 대상도 얹어주고 싶다
- 지호가 우리 멜로우라고 하는 거 분명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좋지? 이상하게 계속 맴돌아....우리 멜로우....우리 멜로우....
└ 말투가 너무 쏘 스윗 그 자체였음
└ 야너두? 나도 이상하게 그 부분 계속 기억에 남더라
- 세현이 형아 언급할 때 너무 예쁘게 웃는 거 아니냐? 근데 사람 보는 눈 다 똑같은지 벌써 핫게시글 행이네
└ 그날 세현이 비주얼 폭발이었음 와중에 상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귀여워서 혼남
└ 귀여운데 예쁘고 예쁜데 잘생겼어 와중에 실력도 좋아ㅅㅂ
Y-NET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아직 남은 시상식 스케줄이 꽤 됐다. 그중에서도 공중파 3사 시상식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공중파 3사 시상식을 준비하려는 와중에 나에게로 새로운 소식 하나가 전달되었다.
“MC요?”
“응.”
“어디요?”
“이번 SBC 가요제전.”
그건 바로 공중파 3사 중 하나인 SBC 가요제전의 MC로 내가 발탁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희소식이었다.
무려 공중파, 그것도 연말에 큰 프로그램 MC니까. 그룹을 더 알릴 기회다.
같이 MC가 된 인물이 좀 그렇긴 해도.
함께 MC를 맡게 된 인물.
그 사람은 바로 박시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