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91화 (291/413)

291화. 그 생각이 알고 싶어졌다.

올해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

그리고 그 12월 31일에 열리는 MBS 가요제전에서 우리는 야외 특설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임진각은 아니었다. 임진각은 작년 부활 이후 1년 만에 다시 폐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야외무대는 존재했다.

상암동에 설치된 특별 야외무대.

올해 MBS 가요제전은 일산과 상암을 번갈아 보여주는 이원 중계방송이었다.

임진각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칼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애초에 기온 자체가 영하였다. 영하 15도.

“춥다.”

안지호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가만히 있어도 입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여기에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 이번에 우리 애들 또 야외 무대야? 왜 맨날 우리 애들만 야외 무대야

- 윈썸 이번에 야외 무대야? 왜 야외야? 임진각 없어졌는데

└ 임진각은 없어졌는데 야외무대는 살아남음ㅋㅋㅋㅋ

└ [글쓴이] : 아니 이건 무슨 븅 같은....

- 윈썸은 2년 연속 야외네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힘들겠다

- 망할 MBS 때문에 웬 고생이냐 그냥 다 실내에서 하게 해주지 되도 않는 야외는 무슨 야외 ㅆㅂ

- 방송국 이 ㅅㄲ들 원래 연차 낮은 그룹 야외무대 시키기로 유구하잖아 그래도 윈썸 정도 크기면 실내에서 할 만도 한데

- 얘들아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라ㅠㅠ

사실 회사 차원에서도 되도록 야외가 아닌 실내 무대로 진행하고자 했는데, 방송국놈들에 의해 말끔히 무산되었다.

더 열 받는 건 와중에 체이스는 올해도 실내 무대라는 거다. 이렇게 X 같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나마 작년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올해도 야외무대라는 게 참 뭐 같죠. 그래서 회사에서 딜을 좀 했죠.”

정서준 이사가 말했다.

그리고 앞서 정서준 이사가 말한 ‘딜’이라는 건, 바로 무대 순서에 관한 것이었다.

“새해 첫 무대. 그 무대를 우리가, 그러니까 윈썸이 하는 걸로 딜을 했습니다.”

정서준 이사가 그대로 싱긋 웃었다.

이건 상당한 이득이었다!

다름 아닌 새해 첫 무대.

종이 친 뒤 이어지는 첫 무대를 우리가 하게 되었다는 거다.

새해 첫 무대라는 건 상당히 의미가 깊다. 일단 시청률이 가장 높을 때일 테고, 동시에 주목도가 가장 높을 때였다.

요즘은 새해 첫 곡이라고 해서 새해 첫날 무슨 노래를 듣는 지가 화두에 오르기도 하니 이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듣자하니 RA 엔터 쪽에서도 이 무대를 체이스가 하길 원했던 것 같은데, 우리 쪽의 선딜로 인하여 우리가 이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니 작년과는 조건이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야외는 역시 좀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야외무대가 껄끄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추위고 뭐고 떠나서 팬들이 고생하니까.

다른 것보다 팬들에게 미안했다. 실내에서 했더라면 따뜻하고 편하게 무대를 볼 수 있었을 테니까.

야외무대를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팬들도 밖에서 고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게 많이 미안했다.

마찬가지로 대기할 장소가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차 안에서 대기를 했다.

수면 시간이 3시간도 채 안 되었던 지라 멤버들은 모두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중간에 백은찬이 목을 가누는 게 불편해 보여 가지고 있던 목베개를 넘겨주었다.

“응?”

“하고 자라고. 목 떨어질라.”

“땡큐.”

그리고는 그대로 다시 꾸벅꾸벅 존다.

괜히 그게 안쓰러웠다.

그렇게 다시 차 안에서 오랜 대기.

그래도 차 안에서 대기하는 건 양반이지 밖에서 대기를 하는 건 더 난관이었다.

그나마 작년의 경험치 덕분인지 당황하는 건 전혀 없었다. 일단 작년이 더 추웠고.

‘노래하기 힘든 건 비슷하지만.’

공통적으로 입이 얼다 보니 노래하는 게 조금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나름 그걸 방지하고자 입고 풀고, 목도 풀고 했다.

‘차선빈이 준 목도리가 역시 따뜻하네.’

오늘은 제대로 하고 왔다.

다른 것에 비해 유독 재질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하기 편하다.

“역시 잘 어울린다.”

차선빈이 내 목도리를 보며 말했다.

뭐, 목도리 자체가 워낙 좋아서.

그와 동시에 안지호가 옆에서 입김을 깊게 내뱉었다. 귀가 빨간 게 여전히 엄청 추워 보였다.

이에 나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핫팩 하나를 꺼내 그런 안지호에게로 건넸다.

“안지호, 이거 가지고 있어.”

“나도 있는데. 여기.”

“많이 가지고 있으면 더 따뜻하잖아.”

그리고 안지호의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핫팩을 그대로 하나 넣어주었다.

“넌?”

“난 있어. 한 4개쯤.”

“···그렇게 춥냐?”

“아니. 이럴 때 쓰려고.”

그러자 안지호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추운 것도 추운 거지만, 일부러 매니저 형에게 많이 부탁해 놨다. 멤버들 주려고.

워낙 날씨가 춥다 보니 가지고 있는 핫팩도 금방 식기 마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차선빈에게도 하나 건네주었다.

더불어 멤버들 담요를 챙기느라 바쁜 도운이 형에게도 하나를 건넸다.

“핫팩 요정이네.”

“요정은 좀 그렇고 그냥 나눔이지.”

그 말에 차선빈이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다 보니 핫팩은 손안에 핫팩은 어느새 2개가 남아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네.

그 사이 무대 리허설이 있었다.

무대 위에 올라서니 칼바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사전에 입을 풀어 둔 덕인지 라이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아무래도 몸은 더 풀어놔야 할 것 같군. 저녁이 되면 기온이 더 내려갈 테니.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와 다시 이동을 하던 중, 하람이가 추운 건지 그대로 팔을 쓸어내렸다.

[“아, 핫팩 딱 두 개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 핫팩.

“하람아.”

“네?”

“이거 써.”

그렇게 하람이에게 가지고 있던 핫팩 두 개를 건넸다. 마침 딱 2개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 핫팩이에요?”

“응. 추워 보이길래.”

“고마워요, 형!”

하람이가 그대로 활짝 웃으며 핫팩을 건네받았다. 좋아하는 걸 보니 역시 가지고 다닌 보람이 있다.

동시에 바람이 다시 한번 크게 불어왔다. 순간이지만 몸을 가누기도 힘들 만큼의 강풍이었다.

그 탓인지 몸이 조금 싸늘했다. 이에 저편에 두었던 목도리를 가져와 그대로 목에 둘렀다.

확실히 아까보다 기온이 내려갔단 게 온몸으로 체감됐다. 분명 패딩을 입고 있는데도 어디선가 찬 공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한 번 더 무대 위에 올라야했기 때문에 계속 밖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춥긴 추워.’

손가락 주변으로 찬 공기가 스며들었다. 이에 그대로 양손을 모아 살짝 비볐다. 빨리 무대나 했으면 좋겠네.

* * *

날이 너무 추웠다.

이어서 차갑게 부는 바람에 안지호는 그대로 몸을 잠시 웅크렸다. 몸이 싸늘했다.

우세현은 평소 눈치가 빨랐다.

아니, 정확히는 주변을 잘 볼 줄 알았다. 누가 뭘 하고 있고 그래서 뭐가 필요하고. 그런 걸 주의 깊게 볼 줄 알았다.

주변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신경 쓸 생각이 없는 자신과는 꽤 다르다고 안지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귀찮지 않나.’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어떨 때 보면 정말 눈이 뒤통수에 달렸나 싶을 정도로 주변 상황에 능숙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냥 그게 우세현의 성격이겠거니 했다. 챙겨주는 거 좋아하고, 들어주는 거 좋아하고.

“안지호, 이거 가지고 있어.”

“나도 있는데. 여기.”

“많이 가지고 있으면 더 따뜻하잖아.”

그렇게 우세현은 안지호에게 가지고 있던 핫팩을 건넸다.

“이럴 때 쓰려고.”

그래, 지금처럼.

앞서 왜 그렇게 많이 가져왔냐는 물음에 우세현은 그렇게 말했다. 본인 몫이나 챙기지 남의 몫까지 바리바리 챙기고 있었다.

여기에 정말로 나눠줄 생각으로 가지고 온 건지 가져온 핫팩을 쓰지도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본인도 벌벌 떨고 있으면서.’

안지호가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버틸 만한 추위가 아니었다.

‘뭐가 좋다고 웃는지.’

와중에 뭐가 좋다고 차선빈이랑 둘이 아주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둘 다 웃는 표정이 바보가 따로 없었다.

생각해보니 얘네가 우리 그룹 비주얼이다. ···그래도 둘 다 비주얼이긴 비주얼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안지호가 이내 손에 있던 핫팩을 한번 쳐다봤다.

“야, 이거 안 따뜻해져.”

“안 따뜻해진다고?”

“어.”

그렇게 다가온 우세현에게 가지고 있던 핫팩을 다시 건넸다.

그리고 우세현은 그대로 핫팩을 한번 유심히 쳐다보더니 곧 엄청난 속도로 핫팩을 흔들었다.

이를 본 안지호와 차선빈은 순간 놀란 눈이 되었다.

“됐어. 이제 될 거야.”

“···그 움직임은 뭐냐?”

“이렇게 해야 빨리 뜨거워지지.”

“너 뭐 운동했냐?”

“? 웬 운동. 아. 나 예전에 검도했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워낙 까마득한 일이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게 안지호는 우세현으로부터 다시금 핫팩을 건네받았다.

그렇게 건네진 핫팩은 이전과 달리 온기가 가득했다. 정말로 따뜻했다.

이와 같이 따뜻해진 핫팩을 안지호는 그대로 제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내내 차가웠던 몸이 어쩐지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후에는 무대 리허설에 들어갔다.

엄청난 추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모두 실수 하나 없는 언제나와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물론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멤버들의 실력이야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아니까.

와중에 우세현은 마치 실전 마냥 쩌렁쩌렁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이를 보던 무대 감독이 마지막에 보컬 칭찬을 따로 언급할 정도였다.

그때 안지호는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분이 좋았다.

“너무 춥다, 너무 추워!”

그리고 나서 무대로 내려오니 신하람이 담요를 둘둘 만 채로 추워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 알았는지 그런 신하람에게로 우세현이 다가왔다.

“고마워요, 형!”

신하람이 해맑은 얼굴로 웃었다.

그의 손엔 조금 전 받은 핫팩 두 개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렇게 신하람은 신나게 핫팩을 흔들었다.

“두 개?”

“네! 세현이 형이 줬어요. 근데 딱 두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세현이 형이 딱! 두 개를 주더라고요.”

그리고는 곧 핫팩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이제야 좀 살겠다는 표정이다.

‘이럴 때면 또 무섭게도 정확하단 말이지.’

마치 앞선 신하람의 마음을 알 듯 우세현은 가지고 있던 핫팩 두 개를 그대로 건네주었다.

우세현은 늘 주변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잘 챙기고, 변화의 파악도 빨랐다.

그런데 가끔은 그게 무섭도록 정확할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마치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있듯이.

그래서 가끔 묘할 때가 있었다.

‘생각을 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어쨌건 그만큼 우세현은 타인의 변화에 민감했다. 아마 평소에 그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일 터였다. 안지호로서는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핫팩, 남은 거 2개뿐이지 않았나.’

안지호는 그렇게 앞서 우세현이 말했던 핫팩의 개수를 떠올려보았다. 차선빈에게 준 것, 윤도운에게 준 것, 신하람에게 준 것.

‘있던 거 다 줬네. 이 자식.’

그 생각까지 닿자 안지호는 곧바로 우세현에게로 향했다. 와중에 눈앞으로 큰 강풍이 불어왔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고 있었다.

“야, 우세현.”

“왜?”

대답을 하던 우세현의 코는 어느새 잔뜩 빨개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추운 건지 몸을 조금씩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우세현은 주변 변화에 늘 민감했다. 그만큼 타인의 생각을 잘 파악했다. 그리고 주변을 잘 살폈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세현은?’

그런 우세현의 생각은 누가 알아주는 걸까.

“이거 쓰라고.”

그대로 안지호는 우세현에게 가볍게 핫팩 하나를 넘겼다. 이를 받은 우세현은 이건 뭐냐는 얼굴이었다.

“그거 안 쓴 거니까 쓰라고. 안 그럼 얼어 뒤진다.”

“뭐?”

“아.”

이어서는 떠오르는 생각에 안지호는 줬던 핫팩을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는 제 손으로 가볍게 몇 번 흔들었다.

“흔들어서 써라. 그래야 따뜻해.”

이에 우세현은 그런 안지호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이내 흔든 핫팩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안지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따뜻하다.”

그렇게 우세현은 손안에 있는 핫팩을 그대로 꼭 쥐어 보였다. 그 안에서 오는 온기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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