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95화 (295/413)

295화. 지금은 해외 투어 중

신도하는 신곡 발매를 앞두고 현재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다.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이었다. 정규가 아닌 미니앨범.

늘 그렇듯 그는 앨범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예민해지기 일쑤였다. 그건 그룹 활동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루트의 앨범이 나오던 시기에도 그는 항상 예민했었기에. 다만, 그것을 언제나 직접적으로 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민해질 시기엔 더 잘 웃으려 노력했다. 그것이 신도하가 예민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근래는 더 잘 웃었다.

주변에선 피곤하지도 않냐면서 앨범이 나와 기분 좋은 거냐 같은 소리를 늘어놨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피곤하고, 예민했다.

신도하는 항상 앨범 작업 때가 되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의 마음속 깊이 잠재된 욕심 때문이었다. 더 잘하고 싶은 욕구, 완벽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그 욕심.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좋아하는 ‘음악’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 음악으로부터.

근래 그 예민은 더욱 극대화되었다.

오랜만의 앨범이라 그런가. 이전보다 훨씬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발매일이 정해지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여러 불안이 뒤섞긴 탓이었다.

불안의 종류는 다양했다.

하지만 그 안에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잘 될 수 있을까’와 같은 건 없었다.

상업적인 성공 같은 건 이미 달성한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이제 성적에 연연할 단계는 지났다.

‘물론 그래도 성적이 좋았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이겠지만.’

사실 신도하는 이미 개인으로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바였다. 처음 솔로로 나왔을 때부터 그의 노래는 발매하는 족족 TOP10 안에 이름을 올렸으니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의 타이틀곡은 연간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불안은 ‘과연 이 노래가 좋은가.’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것이었다. 신도하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노래에 의구심을 가졌다.

이번 앨범은 유독 더 그랬다.

이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일종의 버릇과 같았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그 곡을 부르는 자신에게도 의심이 생긴다.

그렇게 하나의 불안으로 시작된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그렇게 파생된 불안은 겉 가지 마냥 그의 마음속에 여기저기 진을 치고 있었다.

‘···우세현.’

그러던 중, 문득 그 이름이 떠올랐다.

작업실 한 켠에 두었던 선물 때문일까. 그 이름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우세현에게 연락했다. 불러들일 명분은 충분했다. 신도하는 그렇게 제 옆에 있던 핑크 아악무를 한번 응시했다.

생일 선물이었다. 우세현에게 줄.

같은 선반 위에는 루트 멤버들의 사진 액자가 세워져 있었다.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짜증이 벌써부터 한결 가신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예쁘네요.”

그리고 다행히 제가 준비한 선물은 우세현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사실 선물할 화분을 고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핑크 아악무를 보는 순간, 그냥 이걸로 정했다.

그냥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덤으로 또 다른 이름도 마음에 들고.

그리고 그렇게 우세현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그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좀 평온했다.

“요즘 일이 많으신가 봐요.”

“어?”

“그냥 안색이 조금 안 좋아 보여서요.”

그렇게 우세현과 시선이 마주했다.

그 말을 듣고 좀 놀랐다.

아니, 조금 많이.

‘표정에서 티가 났나.’

우세현이 자신의 상태를 눈치챈 것도 놀라웠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물어온 것에도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일의 전개에, 앞선 그 한마디에, 신도하는 지금 당장 우세현에게 어떠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부탁했다. 우세현에게.

자신의 곡을 들어줄 것을.

“괜찮으시면,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우세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그 대답에 신도하는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세현과 함께 앞으로 나올 신곡을 잠시 감상했다. 우세현은 꽤나 집중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렇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긍정일까, 부정일까. 그것을 예상치 못하겠다.

하지만 이왕이면 긍정이길 바랐다. 노래를 듣는 내내 신도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세현은 분명 귀가 좋았다.

그러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만큼 만약 우세현이 긍정을 표해준다면, 이 불안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예전 그때처럼.

그리고 막상 원하던 그 말이 나왔을 땐, 신도하는 순간적으로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긴 한숨을 내뱉었다.

“선배님, 곡 좋아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그 짧은 한마디에, 내내 묵직하게 얹혀 있던 불안이 다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가늠 없이 커다랗던 그 불안이.

‘곡이 좋다.’

우세현의 그 말은 지금의 신도하에게 있어 그 어느 것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신도하는 그렇게 살짝 미소 지었다.

거짓 없는, 안도의 미소였다.

* * *

신도하와의 만남 이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특별히 뭐한 것도 없는데 날이 벌써 저물어 있었다.

“선물 뭐 받았다고?”

“화분.”

“화분?”

“이거.”

그리고 곧바로 백은찬에게 가지고 있던 쇼핑백을 보여주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던 건 백은찬이었다. 이번엔 뭘 받아왔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멤버들 역시 하나둘 씩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백은찬이 격하게 오버한 덕이다.

“화분을 받았다고? 웬 화분?”

“무슨 화분인데?”

“신도하 선배한테 받았다는 게 이거예요?”

그리고 다시 한번 쇼핑백을 보여주자 마치 짠 듯이 다 같이 이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와중에 안지호가 물었다.

“그래서, 결국 밥을 먹고 왔다고?”

“···어.”

그냥 솔로 앨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말이 길어져서. 물론 밥 먹으면서도 별다른 것 없이 앨범 얘기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왠지 묘하게 신도하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아서.

“설마 신도하랑 친해진 거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도 굳이 촬영하다 와서 생일 축하니 어쩌고 하고 갔잖아.”

“그건 그냥 우연히 들린 거야.”

그러자 안지호가 그대로 팔짱을 낀 채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약속 못 지킨 건 미안하지만.

그래서 미리 연락도 하긴 했는데.

“뭐, 밥이야 먹을 수도 있지.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으면 그게 더 큰 일 아니냐?”

“하여튼 은찬이 형은 밥에 진심이라니까요.”

“그래서 비싼 거 먹었지? 맛있는 거 먹었지? 비싼 거 안 먹였으면 이 선배 양심이 없는데.”

그런 백은찬의 질문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구체적인 가격은 모르지만, 비싸긴 했을 거다.

“그래서 형이 이제 이거 키우는 거예요?”

신하람이 그대로 화분을 가리켰다.

선물 받은 이상 그렇겠지.

사실 이제껏 식물은 키워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긴 했다. 잘 키울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선 검색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선물 주고받기 같은 건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떠냐.”

“아, 그러고 보니 얘도 줬었지? 근데 그거 형님은 아시는 거냐?”

알 리가 있냐.

하지만 안지호의 말처럼 선물 주고받기는 여기서 멈추는 게 나을 것 같다. 괜히 숨기는 게 하나둘씩 많아지는 기분이고.

“그건 나도 찬성이야.”

와중에 차선빈이 조용히 말을 얹었다.

어쨌건 일단 이건 받은 이상 잘 자라도록 힘쓸 생각이었다.

그 김에 다시 한번 화분 속 핑크 아악무를 확인했다. 여전히 잎이 아니라 꽃 같다. 근데 얘도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 * *

얼마 뒤, 투어로 인해 다시금 공항에 출근했다. 새해가 되어서도 여전히 비행기 탈 일이 많았다.

북미를 비롯하여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하루하루 공연을 하며 일정을 보내는 중이었다.

각국에 있는 다양한 공연장에서 많은 팬들을 만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신나는 일이었다.

새삼 공연장이 이렇게 많나 싶었다.

공연장마다 특징도 다 달랐다.

지금은 아레나 투어를 돌고 있었는데, 아레나 역시 생각 이상으로 공연장이 컸다.

돔은 이거에 배에 달했었지.

예전에 형을 따라간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에 공연을 마치고 나면, 지난번 LA 때처럼 간간히 멤버들과 쇼핑을 하거나 유명 관광지에 놀러 가곤 했다.

와중에 신기하게도 이 먼 해외에서도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Winsome?”

“···Yes!”

“Oh my god!”

그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경험이 한번씩 있긴 했지만, 그때마다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엔 일정 차 유럽에 와 있는 상태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1회 차 공연 후, 바로 다음 나라로 이동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은 출국했나.’

형도 현재 파리에 있는 상태였다.

화보 촬영 일정 차.

하지만 전체적인 촬영 일정이 우리랑 맞지 않아서 만날 확률은 극히 낮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국에서 먼저 출발한 만큼 전체적인 일정이 한발 빨랐다. 마지막 촬영 날짜가 딱 오늘까지라고 들었고.

‘그러니 지금은 이미 비행기 안일 수도.’

출발 전에 문자 한번 하라고 해뒀는데, 그 새 까먹은 건지 연락 한 통 없다. 까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어쩌겠는가, 이해해야지.

피곤할 테니.

대충 시간 봐서 한국에 도착했을 것 같을 때쯤 먼저 문자를 넣어봐야겠다.

“우세현, 오늘 호텔 라이브지?”

“응. 조금 있다가 하려고.”

공연 하루 전에 도착한 지라 저녁에는 자유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이용해 호텔 라이브를 할 예정이었고.

“난입해도 되냐?”

“해. 상관없어.”

“오, 세현이 형 난입해도 돼요?”

“나도 난입해도 돼?”

앞선 신하람과 차선빈의 말에 그러라고 대충 대답을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혼자보다는 멤버들이랑 하는 라이브가 더 좋았다.

[오늘의 야식 메뉴는?]

라이브는 야식을 먹으면서 하기로 했다. 그렇게 먹으면서 얘기하다가, 백은찬이나 신하람, 차선빈이 알아서 난입하는 걸로.

‘근데 한국 시간이 새벽 5시네.’

이 시간이면···많이들 못 보시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라이브 시간이 좀 아쉬웠다. 한창 일어나서 등하교나 출근을 준비할 시간이니.

어쩌면 소소한 야식 타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하는 라이브.

- 헐 세현이다

- 세현이 야식 먹는 거야?

- 세현아 보고 싶었어ㅠㅠ

- 세현아 혼자야?

- 아침부터 세현이 존잘이네

[View : 310,324명]

···어, 아닌가.

생각보다 시청자수가 꽤 됐다.

이제 라이브를 켠 지 1분 조금 지난 것 같은데······.

그리고 여전히 시청자수는 멈출 줄 모르는 채 불어나고 있었다. 좀 놀랐다. 아니, 좀 많이. 한국은 분명 새벽인데.

그동안 되도록 새벽 시간엔 라이브는 하지 않도록 피해왔기에 이 시간에 하는 라이브는 좀 드물다.

“멜로우 생각나서 켰어요. 한국은 새벽이라 죄송하긴 한데, 그래도 같이 야식 먹고 싶어서요.”

그렇게 미리 준비한 야식을 꺼냈다. 야식은 샐러드였다. 내일 당장 공연이 잡혀 있는 터라.

- 야식이 샐러드야?

- 샐러드 말고 더 맛난 거 먹지 (눈물)

- 저녁은 먹었어? 저녁 먹고 먹는 거지?

- other members?

“저녁은 먹었어요. 샐러드 이거 꽤 맛있거든요. 특히 소스가 맛있어요. 은찬이가 추천해준 건데 좋더라고요.”

이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중에 댓글을 보고 답을 하기도 하고, 음악을 틀기도 했다. 스피커의 음악 소리가 그렇게 잔잔하게 호텔방을 울렸다.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나조차 모르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종종 다른 멤버를 찾는 댓글들도 올라왔다.

어차피 멤버 찾는 질문은 단골이니까. 그러니 굳이 신경은 안 썼다. 오히려 이제 없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도 슬슬 올 때가 됐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좀 다르긴 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정말로 슬슬 올 때가 되긴 했다.

- 띵동!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때,

호텔방의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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