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같이 야식 먹어요.
차선빈은 지금 자신의 호텔방 한 켠에서 태블릿 pc에 한창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G-live였다.
현재 우세현이 하고 있는 호텔 라이브. 차선빈은 현재 그것 시청하고 있던 중이었다.
화면 속 우세현은 그렇게 소통을 하며 앞에 있던 샐러드에 열심히 소스를 뿌리고 있었다.
‘샐러드.’
이거 말고 다른 거 먹지.
차선빈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우세현이었다. 이상하게 투어를 돌 때면 우세현은 입이 더 짧아졌다.
평소에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상당히 적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에만 나오면 그 양이 더 적어졌다.
사실 지금 샐러드를 먹는 것도 라이브를 하겠다고 먹는 거였다.
‘직접 사줄 걸 그랬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야식 메뉴를 정해주는 게 나았을 것 같았다. 먹고 있는 샐러드에도 닭가슴살 같은 것 없이 풀만 잔뜩이었다.
“아, 끊겼네.”
옆 침대에 누워 있던 안지호가 그렇게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 안지호의 휴대폰 화면 속에는 끊겨진 G-live가 보여 지고 있었다.
안지호와 차선빈은 이번 투어에서 룸메이트였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나란히 우세현의 G-live를 보고 있었다.
“호텔 와이파이가 안 좋은가. 계속 끊기는데.”
“사람이 몰려서 그런 것 같아. 나도 아까부터 조금씩 끊겨.”
“벌써 100만이긴 하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라이브의 시청자수가 100만이 훌쩍 넘었다. 새벽 시간대를 감안하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야, 백은찬. 근데 이거 진짜 맛있냐?”
“이거? 맛있다니까?”
여기에 한 사람 더.
백은찬 역시 이들의 방에 있었다.
백은찬은 우세현과 룸메이트였다. 그렇지만, 조금 있을 난입을 위해 지금은 잠시 몸을 숨긴 상태였다.
“근데 우리도 같이 야식 먹는 거야?”
“그것까진 생각 안 했는데. 근데 일단 우세현 다 먹으면 들어가자. 얘 좀 먹이고.”
“응. 그게 나을 것 같아.”
“그럴 바엔 그냥 편의점을 털어오는 게 낫지 않냐?”
“그것도 굿 아이디어.”
그 순간, 백은찬이 안지호를 향해 엄지를 들었다. 조금 있으면 하게 될 난입. 여기에 멤버는 백은찬과 차선빈, 그리고 신하람이었다.
“안지호, 넌 진짜 안 가?”
“생각 좀 해보고.”
“도운이 형은?”
“도운이 형도 고민 중.”
윤도운은 현재 자신의 방에서 작업 중에 있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을 제외한 멤버들은 잠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우세현의 방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물론 타이밍은 본인들 마음이었다.
[룸메이트요? 룸메이트는 은찬이에요. 근데 은찬이는 잠깐 나갔나 봐요.]
그와 동시에 우세현이 찰나의 순간, 시선을 살짝 피했다. 우세현은 지금 왜 백은찬이 방에 없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찰나였다.
그 모습을 보던 차선빈이 이내 살짝 웃었다. 동시에 화면 아래 있던 하트 버튼을 조용히 터치했다.
그러자 곧 커다란 하트들이 저마다 솟아오르며 터지기 시작했다.
댓글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올라갔는데, 와중에 눈살을 찌푸리는 댓글들도 종종 있었다.
- ㅈ노잼 졸린당
- 세현아 너 뒤에 뭐 있어 커튼 움직임
- 언제까지 할 거야? 나 이제 학교 가야 하는데ㅜㅜ
- 요즘은 춤 연습 좀 해?
- 얜 낼 공연이라면서 연습은 안 하고 왜 라이브를 함
신고. 신고.
차선빈은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댓글의 신고 버튼을 눌렀다.
물론 화면 속 우세현은 그런 댓글들을 알아서 잘 걸러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현이 다 먹으면 바로 가자.”
“오케이.”
아무래도 빨리 들어가서 떠들썩해야 댓글창을 좀 덜 볼 것 같았다.
“형들, 저 왔어요!”
그리고 얼마 안 가 신하람 역시 차선빈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곧바로 차선빈과 백은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난입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한 명씩 난입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는 차선빈이었다.
“이따가 봅세.”
“응.”
그렇게 차선빈이 방문을 나서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백은찬과 신하람을 향해 말했다.
“천천히 와도 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차선빈은 정말로 방문을 나섰다. 동시에 이를 보던 백은찬과 신하람은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야, 빨리 가자.”
“좋아요.”
“둘만 좋은 시간 보내게 할 순 없지.”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은 꽤나 신이 난 상태였다.
반면, 그런 둘의 대화를 듣던 안지호는 못 말린다는 얼굴로 그대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 *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차선빈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런 차선빈을 향해 들어오라고 얘기한 후, 뒤를 확인해보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
다 같이 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한 명씩 오는 거였나 보다.
“선빈이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멜로우. 저도 같이 놀고 싶어서 왔어요.”
- 헐 선빈이
- I LOVE YOU MISS YOU
- 헉 당연히 은찬이인줄 알았는데 선빈이었네
- 차선빈 존잘ㅠㅠㅠㅠㅠ
“근데 이건 뭐야?”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
차선빈이 그대로 가지고 있던 봉투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자세히 보니 뭔가 많이 있다. 야식으로 먹을 만한 것들.
“너도 같이 먹으려고?”
“응.”
그럼 같이 먹어야지.
보니까 맛있어 보이는 게 꽤 있다.
이어서 차선빈이 테이블 위에 있던 샐러드를 옆으로 조금 치워두었다.
“네. 그럼 다시 선빈이랑 야식을···.”
- 띵동!
그때, 다시 한번 방의 벨이 울렸다.
동시에 나와 차선빈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당연히 올 사람이야 뻔했다. 근데 이렇게 바로 오는 거였어?
- 누구야? 누구?
- 누구 또 왔닼ㅋㅋㅋㅋㅋㅋㅋ
- 은찬일 듯 아니면 하람이
- 백은찬 신하람 한 표
“룸메 왔습니다!”
“저도 같이 왔어요!”
문을 여니 백은찬과 신하람이 그대로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씩 오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손에도 마찬가지로 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제대로 야식 방송이 되겠는데.
“선빈아, 우리도 왔단다.”
“선빈이 형, 우리도 왔어요.”
“······.”
그러자 백은찬과 신하람이 다시금 실실 웃는 표정을 짓는다. 표정이 좀 웃겨서 그대로 조정하는 척 카메라 방향을 살짝 틀어주었다.
“세현이 형이랑 같이 야식 먹으려고 왔어용.”
“안녕하세요, 전 룸메라서 왔습니다. 우리 룸메가 방송을 한다는데, 당연히 저도 있어야죠.”
백은찬이 그대로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보니까 스푼도 야무지게 챙겨왔다. 백은찬답다.
“포도, 포도, 포도! 딸기 셋!”
“─딸기, 딸기, 딸기. 사과 둘.”
“─사과, 사과.”
그리고 모여서 게임을 했다.
가장 먼저 한 건 과일 이름 게임이었다. 백은찬은 포도, 차선빈은 딸기, 하람이는 수박, 그리고 난 사과였다.
각자 좋아하거나 생각나는 과일을 즉석에서 정해 그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공, 공, 칠)”
“(빵)”
“으악!”
침묵의 공공칠빵도 했다.
와중에 몇 번 걸려 인디언밥을 맞았다. 이상하게 이 게임은 해도 해도 어렵다.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 세현이 또 걸렸어ㅠㅠㅠㅠㅠㅠㅠ
- 세현이 공공칠빵 왜이러케 못해ㅠㅠㅋㅋ
- 아니 근데 애들 자기들끼리 노느라고 바빠ㅋㅋㅋㅋㅋㅋ
- 웅 얘들 노는 거 왜 이렇게 귀엽냐 진짜 계속 그렇게 놀아줘
- 노는 것만 노는데도 꿀잼 애들 너무 귀여움ㅠㅠㅠㅠ이러다가 마지막에 인사하고 끝나겠지ㅠㅠㅠㅠㅠㅋㅋㅋ
방금도 누가 또 엄청나게 등을 두드렸다.
누구냐, 내가 또 이런 범인 잡기 귀신이다.
“나 아님.”
“저도 아닌데요?”
그리고 차선빈을 봤다.
당황한 얼굴이었다.
차선빈은 일단 아니다.
범인은 바로 하람이었다.
하람이가 의외로 손이 매운데, 여기서 그게 빛을 발했다.
백은찬이었으면 그대로 헤드락을 걸려고 했는데.
“한 판 더 하자.”
“공공칠빵으로?”
“응. 공공칠빵으로!”
오늘 제대로 마스터를 해야겠다.
그렇게 다시 침묵의 공공칠빵이 시작됐다.
* * *
“차선빈이 걸렸다!”
드디어 지옥의 공공칠빵 게임에서 1승을 거두었다. 처음으로 안 걸렸다. 처음으로!
“아니, 우세현. 엄청 좋아하는데?”
“이 형 완전 감격했어!”
그대로 백은찬과 신하람이 나를 가리키며 웃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야 감을 좀 잡은 기분이다.
이제는 좀 할 만했다.
이게 마지막 판이긴 하지만.
“자, 그럼 차선빈은 벌칙해. 그거.”
“안지호로 3행시!”
마지막 판인 만큼 벌칙은 인디언 밥이 아닌 ‘안지호’로 3행시를 하기로 했다. 왜 안 지호냐면 그냥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미리 생각한 게 있던 건지 차선빈은 고민 없이 안지호 3행시를 시작했다. 운은 우리가 띄우는 걸로.
“안!”
“안지호.”
“지!”
“지금 이걸 보고 있다면.”
“호!”
“호랑이 이모티콘 날려줘.”
“오~?”
그 순간 차선빈이 화면의 정면을 응시한 채로 말했다. 미리 준비한 것 같은 스무스한 3행시였다. 차선빈, 은근 소질이 있다.
“자, 안지호. 보고 있으면 남겨라. 무조건 남겨라!”
“아까 분명 도운이 형이랑 지호 형 계속 본다고 했거든요? 과연?”
라이브 시작한 지 시간이 꽤 됐으니 중간에 종료해도 이상하지 않긴 했다. 그래도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WINJIHO : (호랑이 이모티콘)]
댓글이 달렸다.
“달렸다고요?”
“어디? 어디?”
매니저 형을 통해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댓글은 파도를 치고 있었음으로 열심히 끌어올려야만 했다.
정말로 호랑이 이모티콘이었다.
- 앜ㅋㅋㅋㅋㅋ지호 진짜로 댓글 달았네 귀여워ㅋㅋㅋㅋㅋ
- 지호 보고 있다고? 지호야 보고 있어?
- 지호 애들 라이브 보고 있구나ㅜㅜㅜㅜㅜㅜㅜㅜㅜ
- 호랑이 이모티콘 귀엽ㅋ
- 근데 도운이랑 지호는 왜 안 오지
“와, 안지호 진짜 보냈어.”
“안 되겠다, 도운이 형도 날려요!”
“도운이 형은 강아지로.”
그리고 그렇게 도운이 형의 강아지 이모티콘을 잠시 기다리다가 다시 대화 삼매경이 됐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중간에 매니저 형이 시간이 됐다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정도로.
“여러분, 아쉽지만 내일 봐요!”
“누가 끌까? 내가 꺼?”
“에이, 제가 또 막내니까 은찬이 형이 끄죠!”
“앞뒤가 안 맞는데?”
“공공칠빵으로 정할까?”
“야, 그거 좋···.”
“좋은 아침 되세요! 여러분!”
[G-LIVE가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정신없던 라이브였다.
근데 게임은 더 안 해서 다행이다.
진짜 한 판 더 했으면 정말로 날이 샜을 거다.
* * *
“중간에 도운이 형도 댓글 달았대.”
“어, 진짜?”
“근데 형도 같이 쓸려 내려갔대.”
“어딜?”
“댓글의 파도에.”
그리고 도운이 형이 날린 강아지 이모티콘 댓글의 캡쳐본이 벌써부터 돌아다니고 있었다.
라이브가 끝난 이후에도 차선빈과 하람이는 그대로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남아 있는 야식거리들을 정리한 뒤, 그제서야 방을 나섰다.
“은찬아, 잠깐.”
잠깐 사이, 백은찬 역시 매니저 형의 부름에 그대로 방을 나섰다. 백은찬까지 없으니 방안이 꽤 조용하다.
역시 라이브는 같이 해야 재미가 있다. 혼자 하는 라이브는 역시 좀 심심하다.
‘근데 왜 이렇게 배가 부르지.’
이상하게 배가 불렀다.
라이브 하면서 멤버들이 뭔가 이것저것 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먹었나 보다.
그래도 배가 부르니 기분은 괜찮았다.
지이이잉─
그 순간, 침대 위 폰이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형이다.
뭐야, 왜 전화지. 비행기 안 아닌가?
“어, 형.”
─ 공공칠빵, 너무 못하는 거 아니냐?
···라이브 봤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