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97화 (297/413)

297화. 아직 볼일이 남았어.

“그래도 하면서 좀 늘었어.”

─ 늘었다고? 형 그거 보고 좀 놀랐는데.

형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놀랄 게 뭐가 있어.

마지막엔 한 판 이겼다고.

“그래도 막판에는 좀 괜찮았어.”

─ 형이 가르쳐줄게. 잘하는 법.

“공공칠빵 잘하는 법도 있어?”

─ 있지. 왜 없겠어.

아무리 봐도 이건 뻥 같다.

공공칠빵 잘하는 법이 따로 있을 리가 있나. 일단 목소리부터 뻥 기운이 돈다.

“그것보다 형 지금 비행기 아니야?”

─ 어. 아니야. 비행기 아니고 아직 파리야.

아직 파리라고?

왜 아직 파리지? 분명 일정은 오늘까지라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 파리인데? 뭐 볼일 더 있어?”

─ 응. 아직 볼일이 남았어.

“무슨 볼일이 남았는데?”

─ 근데 넌 왜 또 샐러드를 먹고 있어?

“갑자기 웬 샐러···아, 그거 야식이야.”

─ 야식이건 뭐건 샐러드 말고 다른 거 먹어. 아니면, 나와. 사줄 테니까.

“됐어. 그래서, 그 남은 볼일이 뭔데?”

─ 아, 그거. 이거야.

이거?

- 띵동!

그와 동시에 방안에 초인종이 울렸다.

이에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잠깐만, 설마?

그리고 빠르게 문을 열었다.

이어서 고개를 조금 드니 아니나 다를까, 눈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형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 본 형은 그대로 얄밉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더니 곧 한 손을 든 채로 인사했다.

“이거야, 볼일.”

* * *

문 앞에는 검은색 목 티에 그레이색 코트를 입은 형이 있었다. 전혀, 완전, 뜻밖에 예상 못한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형의 방문에 나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볼일이야, 이게.”

그런 내 속과 다르게 눈앞에서 형은 한가하게 손이나 흔들고 있었다. 아니, 왜 매번 이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건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니가 알려줬잖아.”

“언···아.”

그러고 보니 형이 이전에 호텔 어디서 묵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혹시 형이 묵는 호텔과 가깝나 해서 주소를 알려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인 건 많았다. 정확한 호실은 어떻게 알았는지부터 시작해서 그 밖에 많은 것들.

무엇보다 이게 볼일이라는 말의 의미.

“룸메는?”

“어, 백은찬?”

“안에 있냐고.”

“아니, 지금은 없어.”

“그럼 잠깐 들어간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룸메를 어떻게 알았나 했더니 라이브 봤었지.

“근데 왜 혼자야?”

“잠깐 매니저 형이 불러서 갔어. 아마 곧 다시 올 거야.”

“독방이었으면 좋았을걸.”

“백은찬한테 잠시 양해 구하면 돼. 그것보다 진짜로 여긴 왜 온 건데? 오늘 출국이라고 했잖아.”

동시에 형이 대충 보이는 곳에 알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 출국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예정된 촬영 일정이 오늘까지라고 했지.”

“그게 그 말이잖아.”

“다르지. 엄연히.”

뭐가 어떻게 다른 건데.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형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루 더 있다가 갈 거야. 내일까지.”

“왜?”

“공연 볼 거거든.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윈썸이 여기서 내일 공연을 한대.”

“그 윈썸이 여기 앉아있고.”

“그러게. 여기 앉아있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형의 말을 결국 우리 공연을 보기 위해 내일까지 남아 있다는 말이었다.

“난 표 준 적 없는데!?”

“그거야 다 구하는 방법이 있지.”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는데? 그냥 나한테 온다고 말하면 내가 줄 텐데.”

“서프라이즈지. 서프라이즈.”

“형은 항상 이상한 핀트로 서프라이즈를 하더라.”

생각해보면 형의 서프라이즈는 항상 평범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난 평범한 서프라이즈를 원한다. 되도록 평범하고 무난한!

“평범하고 무난한 서프라이즈가 있을 수가 있나? 게다가 그런 건 재미없잖아.”

형이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재밌으려고 했네, 재밌으려고 했어.

이어서 앞선 서프라이즈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내가 묵고 있는 호실을 정확히 안 건 매니저 형을 통해서였다.

원래는 잠깐 아래로 내려오라 부르려고 했는데, 우연히 로비에서 만난 매니저 형에 의해 방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매니저랑은 마침 오다가다 안면이 있어서.”

“그럼 표는?”

“표는 가족 찬스. 집에도 표 보냈지?”

아, 그러고 보니.

집에 이번 투어 공연표를 보내긴 했다. 엄마가 갑자기 표를 보내달라고 하셔서. 그래서 난 또 어디 주변에 줄 사람이 있는 건가 했는데.

“엄청 귀찮게도 준비했네.”

“괜찮아. 다 보상받았으니까.”

“보상? 무슨 보상?”

“너 그 놀란 표정.”

그러더니 나를 향해 다시 한번 얄밉게 입꼬리를 올린다. 오늘따라 그 얼굴이 더 얄미워 보였다.

“그보다도 안 피곤해? 형, 오늘까지 촬영 있던 거잖아.”

“간단한 화보 촬영이어서 힘들 것도 없어.”

그래도 이동 거리도 있고 하루 종일 찍었을 텐데. 언제나 종종 느끼지만, 형은 참 대놓고 체력이 좋다.

아, 근데 무슨 화보 촬영이라고 했었지.

“PRIDA.”

“뭐?”

순간 나온 명품 브랜드 이름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당연히 매거진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나온 건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형이 그대로 덤덤한 모습으로 한번 더 말했다.

“이번에 프리다 (PRIDA) 엠버서더 됐어.”

* * *

형이 이번에 파리에 온 건, 다름 아닌 명품 브랜드 화보 촬영으로 인한 것이었다.

형은 이번에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프리다의 글로벌 엠버서더가 됐다.

당연히 언젠가 할 줄은 알았다.

일단 요즘 광고 찍는 것도 여러 개이고, 신도하나 박시겸 등 다른 루트 멤버들도 각 브랜드의 엠버서더로 활동 중이니까.

“기사는? 아직이야?”

“응. 아마 조금 더 있다가 나갈 거야.”

알려지면 기사도 크게 나가겠는데.

보통 이런 일은 크게, 크게 나가니까.

근데 이왕이면 그냥 크게 말고 대문짝만하게 나갔으면 좋겠는데.

“형, 완전 어울려.”

“그래? 그런 것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의외로 형의 반응은 덤덤했다.

엄청 좋은 일이고 큰일인데 되려 시큰둥한 느낌. 모르겠다, 나라도 좋아하자! 괜히 신이 났다.

그리고 내일 일정에 관해 물어보니 공연을 본 뒤 곧바로 출국하는 일정이라 한다. 우리보다 반나절 정도 이른 출국이었다.

더불어 형이 현재 묵고 있는 호텔은 지난 통화에서 말했던 곳과 동일한 곳이었다. 여기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역시 니가 독방이면 좋았을 텐데.”

“뭔 소리야, 좋은 호텔 놔두고. 근데 내일 형 오면 왔다고 바로 알려질 것 같은데.”

“알려지면 좋지. 개인적으로 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형의 얼굴에는 이상한 기대감 같은 게 보였다. 아무튼 종잡을 수가 없다.

“어, 형님?”

“오랜만이에요, 은찬 씨.”

와중에 백은찬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 백은찬을 향해 형은 여유롭게 인사를 건넸다.

“언제 오셨어요? 우세현 보러 오셨어요? 근데 형님은 여기서도 잘생기셨네요.”

“방금 왔고, 세현이 보러 왔고, 마지막은 늘 알고 있죠.”

그리고 백은찬이 오자마자 형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돌아가려는 모양새였다.

“가려고?”

“응. 그럼 은찬 씨도 내일 힘내요.”

“넵, 형님! 근데 혹시 내일 오시나요?”

“예.”

대답과 함께 형의 입가가 그대로 호선을 그렸다. 동시에 방문을 열고서 내일 보자는 말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형이 떠나자마자 백은찬이 곧바로 내게 물어왔다.

“형님 내일 오실 예정?”

“응. 아마도.”

“역시 우리 형님, 행동력도 좋으시네.”

너무 좋아서 문제다.

* * *

그리고 그 다음날 정말로 형은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멤버들에게는 이에 관해 전날 미리 말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멤버들은 의외로 그다지 놀란 기색들이 아니었다.

“왠지 한번 오실 것 같았어요.”

“게다가 원래 파리에 계셨다면서. 그래서 난 공연이 아니더라도 너 보러 오지 않으실까 생각했었는데.”

“서울 공연했을 때도 해외 공연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었잖아.”

“실행력 하나 끝내주네.”

끝으로 안지호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어제도 생각했지만 너무 좋아서 문제다.

“근데 우세현, 형님 와서 좋냐? 오늘따라 싱글벙글이네.”

“맞아. 아까부터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어.”

그랬나.

멤버들의 그 말에 괜히 입꼬리를 한번 매만졌다. 솔직히 형이 와서 좋긴 좋았다.

‘잘하자.’

그리고 막상 형이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더 잘하고 싶었다. 괜히 기합 아닌 기합이 들어가는 것 같고.

우리 무대를 보고 멋있다고, 좋았다고 느꼈으면 싶었다. 그리고 형이···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어땠는지 형한테 꼭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두운 공연장 사이에서 밝게 빛나는 응원봉이 오늘도 역시 눈에 띄었다.

그날 공연 역시 만석이었다.

빈자리 없이 공연장이 가득 찼다.

뒤이어 VCR이 틀어짐과 동시에 나오는 큰 환호성과 함께 ‘Through Time In Paris’가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 * *

- 제목 : 오늘 애들 파리 공연 다녀옴ㅅㅍ

오늘 애들 파리 공연 갔다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ㅈㄴ 좋았음 일단 분위기가 너무 좋고 애들이 너무 예뻤어ㅠㅠ

일단 공연장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구 당연하지만 라이브도 잘함 진짜진짜 개잘함 솔직히 나 케팝 망령인데 이렇게 라이브 잘하는 돌은 첨 봄 이건 진짜 자랑스럽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애들이 분위기를 띄울 줄을 앎 애들 뛰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다같이 뛰고 있더라 존나 재밌었어

아 그리고 애들 다 오늘 기합 장난 아니었는데 그 중에서도 세현이가 진짜 오늘 날 잡았더라 오늘 진짜 장난 아니었음

평소보다 라이브도 각 잡혔고 춤도 겁나 기합 들어감 얼굴이야 언제나 잘생겼으니 당연함 오늘 세현이가 완전 레전드

그리고 오늘 우도현 왔었음

첨엔 우도현인 줄 몰랐는데 뭔가 웅성웅성한 거야 알고 보니 우도현 ㅁㅊ

세현이 보러 왔나 봄 목격담 얘기로는 보는 내내 함박 미소였다는데 난 상상이 잘 안가서 몰겠음 결론은 우도현 존잘

결론은 오늘 애들 존나 레전드

IN 블레 내놔

└ 세현이 오늘 유독 더 신나보이지 않았음? 오늘 프리뷰 보니까 내내 기분 좋아 보이더라ㅎ

└ 오늘 레전드인거 ㅇㅈ 애들 다 기분 좋아 보였어 오늘 거 제발 딥디 발매해줘

└ 하 나도 해투 가고 싶다 (눈물)

그 날 공연장에 형이 왔다는 소식은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난 직후 곧바로 인터넷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객석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사진 같은 게 간간히 풀리기도 했다.

- 근데 우도현 대단하다 저기까지 간 거야? 파리까지? 그냥 공연 보러?

└ 공연만 보러 간 건 아님 그때 파리에 일정이 있었음

- 우도현 동생 사랑 무슨 일이냐 저 공연 보겠다고 프랑스까지 날아간 거임?

└ ㄱㄴㄲ 멜로우인 줄

- 난 솔직히 얘네 형제 사이 많이 좋다길래 그냥 팬들이 좀 오버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 예전에 플온스 파이널 때 우도현이 이벤트 해준 거 유명하잖아ㅋㅋㅋㅋ그거 보면 모를 수가 없음

- 근데 우도현은 무슨 화보 촬영인데?

이와 더불어 형이 명품 브랜드의 엠버서더가 되었단 소식 역시 전해졌다.

- 우도현, 프리다 (PRIDA) 글로벌 엠버서더 발탁

- 도현, 명품 P 브랜드 엠버서더로 선정됐다

생각보다 기사가 빨리 났다.

형이 얘기하길 원래는 다음 주쯤 난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기사를 몇 개 확인해봤다.

- 우도현 프리다 존나 잘 어울려

- 글로벌 엠버서더 된 거지? 우도현이면 그럴 만한 급이긴 한데

└ ㅇㅇ 기사에도 글로벌이라고 나옴

- 와 난 이제까지 이미 엠버서더 인 줄 알았어 이제 됐구나 몰랐네

대체적으로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도 듣자마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눈은 다 비슷한 듯 했다.

나중에 화보 나오면 한번 봐야···.

“아, 그리고 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그때, 회의실에 있던 정서준 이사가 말했다. 오늘은 투어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와 관련해서 회사로부터 잠깐 호출이 있던 차였다.

“좋은 소식이요?”

“예. 제안이 하나 왔거든요. 브랜드 측에서부터.”

제안?

그러한 앞선 말에 멤버들 모두 다음에 올 정서준 이사의 말에 집중했다.

“엠버서더 제안이요.”

그건 우리 그룹에게, 윈썸에게 광고 홍보 모델 제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바로 명품 브랜드 엠버서더에 관한 이야기였다. 윈썸이 그룹으로써 한 명품 브랜드의 엠버서더로 발탁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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