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화. 엠버서더 제안이 왔습니다.
명품 브랜드로부터 우리 그룹에게로 엠버서더 제안이 왔다. 제안이 온 브랜드는 쿠찌(KUCCI). 코리아 엠버서더로의 요청이었다.
다시 말해, 해당 브랜드의 한국 홍보 모델 제안이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윈썸의 그룹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요.”
“이미지요?”
“뚝 까놓고 말해서 비주얼이요. 브랜드 모델로 아주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더군요.”
이를 말하던 정서준 이사가 그대로 살짝 미소 지었다. 솔직히 그 말엔 별로 반박할 게 없었다. 멤버들이 비주얼이 좋긴 하지.
그리고 이 제안은 당연히 수락했다.
일단 좋은 기회인 건 당연하고, 그룹으로 엠버서더에 선정되는 자체가 흔치 않은 것이었기에.
대게 명품 브랜드의 엠버서더는 그룹이 아닌 개개인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그룹 엠버서더는 조금 드문 케이스였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전례가 없는 건 아니었다.
국내에서도 한두 그룹 정도는 그룹으로 브랜드 엠버서더를 하고 있었으니까. 루트도 이전에 한 적이 있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확실히 그룹으로 브랜드 엠버서더를 하는 건 상당히 드물다.
그리고 멤버들은 이와 같은 소식에 기뻐했다. 멜로우들에게 빨리 알려주고 싶었다.
“입이 근질거려.”
“참아라.”
그러자 백은찬이 말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입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이렇게 브랜드 엠버서더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공식 기사를 통해 빠르게 전해졌다.
- 윈썸 (WINSOME), 명품 K 브랜드 엠버서더에 선정되다!···데뷔 3년 만에 놀라운 행보
- 윈썸, 쿠찌 엠버서더에 발탁돼···“그룹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 와 윈썸 그룹으로 엠버서더 됐네
- 윈썸 그룹으로 엠버서더야? 이런 경우가 있었나?
└ ㅇㅇ 그룹으로 하는 경우도 간혹 있어
- 아 글로벌 아니고 한국 모델이네 그럼 그렇지 단체로 글로벌 엠버서더일 리가
└ 엠버서더 됐다는 자체가 중요하지 그런게 뭐가 중요함
└ ㅈㄴ 혼자 구분 짓고 비꼬네
- 윈썸이랑 잘 어울리긴 하다 예전에 뮤비 촬영 때도 입지 않았어? 그때 잘 어울렸는데
- 윈썸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컸네 그룹으로 명품 엠버서더도 하고ㅋㅋㅋ
└ 회사가 꽂았을 수도?
└ 윈썸 정도면 할 만한데 뭘 꽂아ㅋㅋ
- 체이스도 뭐 엠버서더 하지 않아?
와중에 체이스 이야기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체이스엔 아직 브랜드 엠버서더로 선정된 멤버는 없다.
그룹으로도 당연히 아니고.
그러니 비교할 거리도 없다는 얘기다.
“오늘부터 화보 촬영이지?”
“응.”
그리고 그 뒤로 해당 브랜드의 화보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번 화보는 봄 시즌에 맞춰 공개가 될 예정이었기에 화보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봄 분위기가 물씬 흘렀다.
야외와 실내를 오가는 촬영은 실내의 경우 거의 초록과 노랑으로 이루어진 단색 배경이었고, 야외의 경우 푸르른 꽃과 풀.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삼았다.
“셔츠, 잘 어울린다.”
차선빈이 나를 향해 말했다.
너야말로 잘 어울린다고 해줬다.
차선빈은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남색 자켓에 깔끔한 검은색 티를 입고 있었다. 물론 지금 입고 있는 의상도 전부 KUCCI 브랜드의 옷이었다.
“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촬영 감독의 미소와 함께 카메라의 플래시가 나와 멤버들을 향해 요란하게 터졌다. 돌이켜보니 화보 촬영은 꽤 오랜만이었다.
근래는 투어로 인해 주로 무대에만 섰으니까. 그 투어도 이제 정말 막바지지만.
그리고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그런지 촬영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
“은찬 씨랑 세현 씨, 그리고 선빈 씨는 이쪽 테이블 쪽으로 조금씩만 더 이동해볼게요.”
그리고 앞선 감독의 말에 따라 백은찬과 나, 차선빈은 그대로 옆에 있던 테이블 소품 쪽으로 조금 이동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동을 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앞에 있던 차선빈이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어, 아니야.”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뭔가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주변으론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촬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기에 중간엔 잠깐 멈추는 타임도 가졌다. 그렇지만, 단체 촬영이다 보니 여전히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유닛은 구성이 2-2-2가 먼저 인가?”
“아니, 3-3부터.”
“조합이 나랑 도운이 형, 안지호였나?”
“어, 난 선빈이랑 인 줄 알았는데?”
도운이 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내가 알기로도 앞서 백은찬이 말한 게 맞긴 한데. 하지만 이내 백은찬도 약간 헷갈렸는지 곧바로 차선빈을 향해 물었다.
“야, 선빈아. 너 세현이랑이지?”
“아, 응. 나 세현이랑.”
그걸 들은 백은찬은 역시나 자기가 말한 조합이 맞지 않냐면서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그래, 내가 기억하기에도 분명 그게 맞았는데.
‘근데 아까부터 계속 앉아있네.’
차선빈.
이상하게 쉬는 타임이 되면 아까부터 계속 멤버들과 떨어져 혼자 앉아 있었다.
‘어디가 안 좋은가.’
표정은 평소랑 같긴 한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차선빈에게 한번 가볼까 하던 시점,
그때 순간적으로 들어왔다.
[“···불편하다.”]
앞과 같은 차선빈의 생각이.
* * *
불편하다.
차선빈은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정말로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싶어서.
“세현아, 왜?”
“···아니.”
그런 날 차선빈은 평상시와 같은 덤덤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 나아가 묻지 못했다. 일단 타이밍도 안 좋고.
그래서인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앞서 차선빈이 말한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는 얼마 안 가 알 수 있었다.
“선빈아. 여기 이거 있다. 과자.”
대기실엔 익숙한 과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로 차선빈이 좋아하는 과자였다.
그리고 이를 알려주자 차선빈이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
그리고 그대로 다가올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다.
“왜 그렇게 서 있어?”
“아, 잠깐 그냥.”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대답했다. 마치 잠깐 멍을 때리다 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다시 과자를 가지러 올 줄 알았건만, 그러기는커녕 다시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혹시.’
그렇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한번 차선빈에게 과자를 건넸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고마워.”
차선빈이 그렇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와 동시에 차선빈이 조용히 허리에 손을 얹었다.
[“···욱신거리네.”]
차선빈은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럼에도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역시 허리가 안 좋은 거였다.
* * *
‘그러고 보니 도착 이후로 촬영 때를 제외하면 거의 앉아만 있었지.’
지난 일을 돌이켜보니 그랬다.
물론 차선빈은 평소에도 촬영장을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었다.
보통 거의 가만히 앉아 있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은 정말로 앉아 있는 것만 본 것 같다.
‘···원래도 허리가 안 좋긴 했는데.’
춤을 오래 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차선빈 역시 허리나 무릎 등이 좋지 않았다.
특히 허리가 안 좋은 편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늘상 운동이나 관리를 신경 써서 꾸준히 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통증을 느끼진 않았다. 게다가 지금 보면 그 통증이 상당한 게 분명했다.
‘대충 보니 숙이는 것도 힘든 모양인데.’
그렇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만 했다. 일단 매니저 형한테 이를 알리는 건 당연하고 병원, 병원부터 가야 한다.
“선빈아.”
“왜?”
“너 허리 안 좋구나.”
그런 내 물음에 차선빈이 곧바로 놀란 얼굴을 했다.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다.
“일어나. 매니저 형한테 얘기해서 바로 병원 가자.”
혹시나 디스크일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라면.
생각은 알 수 있지만, 그 통증의 정도는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차선빈은 그야말로 정말로 아픔을 참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아니, 아픈 거 아니야.”
차선빈이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와중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건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라면서 왜 눈은 못 마주치는 건데.
이에 차선빈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한 채로 그대로 한번 더 물었다.
“너, 허리 아프지.”
“···응.”
결국 차선빈은 그대로 수긍했다.
그래,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되도 않는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다.
“근데, 괜찮아.”
급하게 차선빈이 덧붙였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도 않고 금방 괜찮아질 거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그럼 이대로 계속 참고 있겠다는 말이야?”
“지금은 촬영 중이잖아.”
“뭐?”
그 말에 나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아픈 것보다 눈앞에 있는 이걸 제대로 해내야 된다고 생각해. 그게 지금 나한테 주어진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니까.”
그렇게 차선빈과 시선이 마주했다.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차선빈과 생각과 말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참, 언제 봐도 지나치게 성실하다.
물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 점이 멋있는 거고.
근데.
“선빈아.”
“어?”
“잔말 말고 나와.”
여기선 안 먹힌다.
나는 그대로 매니저 형을 호출했다.
* * *
“아이고, 허리도 못 펴고 있네. 언제부터 이랬어?”
“선빈이 형, 많이 안 좋아요?”
“건희 형, 제가 부축할까요?”
“아니, 됐어. 내가 할게.”
이를 지켜보던 도운이 형이 이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나는 곧바로 멤버들과 매니저 건희 형에게 차선빈의 허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 내 모습에 차선빈은 다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이건 절대 그냥 못 넘어간다.
“예전부터 허리 안 좋더니. 요새 투어 돌면서 더 무리가 갔나 보네.”
“아프면 진작 말했어야지, 인마.”
“일단 병원부터 가자.”
그리고 매니저인 건희 형과 함께 차선빈은 곧바로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촬영 순서는 가장 뒤로 미뤄뒀고, 그 사이엔 다른 유닛들이 먼저 촬영을 하면 됐다.
“어떻게 알았냐?”
안지호가 물었다.
이에 그냥 표정이 안 좋아보였다 말했다.
그리고 이후에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차선빈을 멤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찾았다. 돌아온 차선빈은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곧바로 그런 차선빈 곁으로 모여들었다. 물론 나도 거기에 끼어 있었다.
“허리 염좌래. 빠르면 1주일 정도. 늦으면 낫는데 2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염좌요? 근데 그렇게 참고 있었어?”
“하여간 차선빈.”
백은찬이 그대로 작게 한숨 쉬었다.
다행히 디스크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염좌라니. 정말로 어떻게 참은 거냐.
하지만 약 먹고 조금 쉬면서 관리하면 금방 낫는다고 하니 그건 다행이었다. 돌아가면 냉찜질이나 해줘야겠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있던 수건 안에 얼음을 그대로 쏟아 부었다. 이어서 묵직한 얼음주머니를 팔에 한번 올려보았다. 차갑네.
허리 염좌 초기엔 냉찜질을 하는 게 좋다고 하니 앞으론 꾸준히 냉찜질을 할 필요가 있었다.
“어때, 허리는?”
“응. 아까보다 훨씬 나아.”
“얼음 얼려놓을 테니까 꾸준히 해.”
“응. 고마워.”
차선빈은 내가 준 얼음주머니를 그대로 허리 위에 올려두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뭐가?”
“투어 때 통증이 오지 않아서.”
와중에 투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차선빈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긴, 반대로 나였어도 가장 먼저 투어 생각부터 났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투어 일정과 차선빈의 회복 기간은 겹치지 않았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일정이 줄어든 덕도 있었고.
그렇게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얼음주머니를 한번 더 확인했다.
“근데 아까 좀 놀랐어.”
“뭘?”
“세현이 니가 허리 아프냐고 물었을 때.”
아. 그거.
드물게 놀란 표정이긴 했다.
“잘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그래서 놀랐어.”
듣자 하니 아침부터 아팠던 것 같은데.
나름 잘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 어떻게 보면 잘 숨기고 있긴 했다.
“그래. 그러니까 나한텐 거짓말하는 거 아니다.”
“응. 친구한텐 거짓말하는 거 아닌 것 같아.”
“알았으면 됐다. 잘 새겨둬.”
그러자 차선빈이 살짝 웃었다.
그걸 보니 괜히 나까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직까지 얼음주머니가 묵직했다.
“엄청 화기애애하네.”
건너편에 있던 안지호가 말했다.
차선빈의 같은 방 룸메는 안지호였기에.
와중에 미간은 왜 구겨져 있는지.
“너야말로 말하는 게 어떠냐.”
“뭘?”
“그보다도 그거 줘 봐.”
“뭐? 아, 이거?”
그대로 얼음주머니를 가리키자 이내 안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더니 정말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지호가, 침대에서, 일어나다니?
“뭘 그렇게 놀라. 누가 보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사는 줄 알겠다.”
“반나절 이상 누워있긴 했지.”
“······.”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내가 너랑 룸메 경험이 얼만데.
그러더니 곧 정말로 차선빈의 침대에 휙 누워버린다. 누가 봐도 청개구리 같은 표정이다.
“뭐.”
그러면서도 정말로 차선빈의 얼음주머니를 신경 쓰는 게 보여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진짜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