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복주머니 서바이벌
<설 특집 : 복주머니를 찾아라!>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복주머니 전쟁의 기본 룰은 숲속에 숨겨져 있는 복주머니를 찾는 것이었다.
제작진이 숨겨둔 복주머니는 말 그대로 진짜 복주머니였다. 금색 천에 그 위로는 복(福)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는.
그리고 제한 시간 안에 이를 찾으면 되는 것인데, 여기에 숨겨진 복주머니가 모두 발견될 시 그대로 게임은 종료된다.
팀 승리 조건은 모두 2가지였다.
하나는 제한 시간 안에 더 많이 복주머니를 찾아낸 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복주머니가 모두 발견되어 게임이 종료될 경우, 마찬가지로 복주머니를 더 많이 소유한 팀.
이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여기에 한 쪽 팀 플레이어가 전멸 당할 시에도 역시 게임은 종료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획득한 복주머니는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원한다면 딜을 통해 복주머니가 오갈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중요 룰이 하나 더 있었다.
중간 탈락자가 소유한 복주머니의 경우, 설령 탈락을 하게 되더라도 복수머니의 수는 그대로 카운트된다.
이는 즉, 탈락자의 경우 가진 복주머니를 그대로 소유한 채 죽기 때문에 혹여 해당 플레이어가 가진 복주머니의 수가 많다면 상대팀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는 상대보다 복주머니의 수가 월등히 앞설 때만 해당하는 경우였다.
복주머니가 적은 플레이어라면 상관 없는 부분이고.
어쨌건 이러한 룰로 인해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복주머니를 빼앗길 확률이 높아지기에 대결은 피할 수 없다.
이어서 가장 중요한 게임의 보상.
최종 우승팀에게는 특별상이 수여된다.
다만, 그 특별상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었다.
‘그냥 엄청 좋은 거라고만 했지.’
제작진은 그냥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그냥 엄청 좋은 거라고. 받으면 누구나 좋아할 거라면서.
‘설날이니까 대충 한우 이런 거려나.’
아무래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그거였다. 일단 한우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카메라는 숲속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나무에도 걸려 있었고, 그게 아니면 중간 중간에 있는 장애물 근처에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개인 카메라는 없지만, 일정 지점마다 매복해 있는 카메라 감독도 있었다. 여기저기 찍는 카메라가 많았다.
‘대충 위치가 이쯤인가.’
그대로 제작진에게 받은 지도를 한번 확인했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자함이었다. 생각보다 숲이 넓었다.
그리고 그대로 얼마 안 가, 금색의 복주머니를 하나 발견했다. 복주머니는 의외로 찾기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
‘가볍네.’
그대로 복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뭔가 들어있는 것 같긴 한데, 거의 솜마냥 가벼웠다.
[“─어, 우세현이다.”]
그 순간, 숨을 죽었다.
주변에 누군가 있었다.
들리는 목소리로 볼 때, 대충 B팀의 인물로 추정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부터 다른 팀 플레이어와 직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완전히 직면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 나는 나타난 B팀 플레이어를 그대로 등지고 있는 상태였다.
[“김준용이 이쪽으로 온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까. 1:1보다는 2:1로 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쪽으로 누군가 한 명 더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결국 기다리는 쪽을 택한 건지 상대는 더 이상 다가오는 것 없이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자리를 지켰다.
‘그렇다면, 굳이 기다릴 필요 없지.’
이어서 나는 그대로 빠르게 달렸다.
몸을 숨길 곳이 필요했다.
그러자 이를 보던 상대가 곧바로 당황한 기색으로 내가 있던 쪽을 향해 급하게 다가왔다.
마침 중간에 몸을 숨길만한 정도의 장애물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몸을 숨긴 뒤, 동시에 해당 인물을 향해 그대로 총구를 겨누었다.
─탕!
“으악!”
페인트탄이 그대로 상대의 몸에 명중했다.
일단 한 명 탈락.
‘부작용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다.
그와 동시에 서바이벌 게임장 안으로 안내 방송 하나가 흘러나왔다.
- ♪♫♬
- [B팀 규민 님이 탈락하셨습니다.]
‘다른 한 명은···이쪽으론 안 오겠군.’
앞서 탈락한 B팀 규민과 만나기로 했던 인물. 규민이 탈락했다는 걸 안 이상, 곧바로 방향을 틀 터였다.
한 번에 두 명을 노렸는데.
방송으로 인해 아깝게 됐다.
‘대충 이런 느낌인가.’
일단 제 몫은 하자는 주의긴 한데.
움직이는 상대를 정확히 조준하는 건 확실히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지호라면 문제없겠지.
‘규민이 가지고 있던 복주머니는 없었고.’
앞선 규민의 생각으로 파악할 때, 오기로 했던 또 다른 B팀 플레이어는 아마도 복주머니 하나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듯했다.
한 개라, 꽤 빨리 찾았는데.
─철컥!
그대로 들고 있던 총을 한 번 더 조준했다. 아무래도 주변을 좀 더 탐색해봐야겠다.
* * *
<설 특집 : 복주머니를 찾아라!>의 메인 PD 김하욱과 메인 작가 이유선 두 사람은 지금, 중앙 본부에서 현재 서바이벌 게임의 상황을 전해 듣고 있었다.
- ♪♫♬
“A팀 영준 님이 탈락하셨습니다.”
PD 김하욱은 중앙 본부에서 탈락자 상황을 전해 듣고 이를 방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덧 게임의 중반부.
첫 탈락자인 B팀 규민을 시작으로 하나둘 씩 탈락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윈썸 지호죠?”
“응. 윈썸 지호, 서바이벌 잘하는데?”
“혼자서 벌써 3명 째네요.”
안지호가 탈락시킨 A팀 인원만 어느덧 벌써 3명째였다. 팀 인원의 절반을 탈락시킨 것이었다.
“캐스팅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심지어 멋있어. 보는 나도 놀랄 정도야.”
“윈썸 팬들이 좋아하겠네요. 이 정도면 분량이 없을 수도 없고.”
“현재 인원이 더 많은 곳이 B팀인가?”
“네. A팀이 3명, B팀이 4명 남아 있어요.”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은 A팀 3명, B팀 4명으로 총 7명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A팀 탈락 인원의 전부를 안지호 혼자 탈락시킨 셈이다.
안지호는 그렇게 홀로 현장을 거침없이 휘젓는 중이었다.
“근데 복주머니 상황은 A팀이 우세하지?”
“네. A팀이 더 많아요. 특히 윈썸 세현이 많아요.”
반면, 복주머니의 수는 A팀이 월등히 우세했다. 이는 다름 아닌 우세현의 활약 덕분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복주머니를 쏙쏙 잘 찾아내는지. 특히 아까 남들이 다 지나치는 복주머니 혼자 찾아냈다고 해서 놀랐잖아.”
“그걸 본 카메라 감독도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거의 일부러 못 찾게 거기 둔 건데. 어떻게 알았는지 쏙 찾아갔대요.”
이를 들은 김하욱 PD는 다시금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그렇게 잘 찾는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윈썸이 분량이 참 많겠어. 일부러 떨어뜨려 놓길 잘했네. 이럴 줄은 몰랐지만.”
“그러게요. 둘이 붙여놨으면 완전 한쪽 독식이었겠어요.”
사실 원래는 같은 그룹인 두 사람을 붙여놓을까도 했지만, 그럼 너무 재미없는 그림인 듯하여 일부러 떼놓은 거였다.
이럴 줄은 모르고.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선택은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김하욱 PD는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었다.
“지호가 세현도 잡으려나?”
“아, 그 그림도 재밌을 것 같은데!”
“근데 같은 팀 멤버인데 그렇게 할까.”
“요즘 애들은 달라요. 게다가 지금까지 하는 거 보면 오히려 인정사정없을 것 같은데.”
지금껏 안지호의 표정은 상대를 맞추면서도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되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동요 하나 없이.
그리고 김하욱 PD와 이유선 작가는 내심 앞서 말한 장면을 기대하기도 했다.
분명 둘 중 하나가 떨어지는 순간, 이 게임의 판도가 결정될 것 같았기에.
─탕!
“어이고, 하나 또 탈락했다네.”
그 순간, 중앙 본부로 또 한 명이 탈락했다는 무전이 왔다.
“이번엔 누구예요?”
“B팀 김준용. 이로써 3 : 3이네.”
이어서 바로 탈락자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갔다.
“오, 신도하가 죽였네요?”
“신도하도 꽤 잘해. 앞에서 탈락한 3명 중 2명을 신도하가 죽였으니까.”
앞에서 탈락한 B팀의 탈락자 중 2명은 신도하가 처리한 이들이었다. 여기에 신도하 역시 상당수의 복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획득한 복주머니의 개수를 따지면, 우세현 다음으로 2등에 이름을 올렸다.
“신도하도 못 하는 게 없네.”
“신도하는 예전에 아이돌 체육 대회에서도 날아다녔잖아요.”
“아, 맞다. 루트 거의 체육 그룹이었지.”
김하욱 PD가 그때를 회상하며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신도하가 섭외를 받아줄 줄은 몰랐는데.’
처음 섭외를 했을 때만 해도 신도하가 섭외 요청을 받아줄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애초에 기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공중파 명절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일단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점 때문에 거절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나 신도하 같은 거물급은 이런 특집 프로그램에 굳이 목매달 필요가 없었다.
이 프로가 아니더라도 신도하를 섭외하려는 편하고 좋은 프로가 한가득일 테니.
그래서 단순히 그냥 던져 본 것이었다. 당연히 수락 안 할 테니까.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신도하는 이 프로를 수락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지.’
김하욱 PD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기분이 업되곤 했다. 신도하를 기점으로 캐스팅이 더 줄줄 잘 되기도 했고.
‘근데 신도하는 왜 수락한 거지. 정말로 몸으로 뛰는 걸 좋아하는 건가?’
하지만 정작 그 이유에 관해선 아직까지 오리무중이었다. 괜히 이유를 물었다가 결정을 무르겠다고 할까 봐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정말로 이런 게임을 즐기는 건가 싶기도 했다. 민첩하고, 눈치 빠르고, 감 좋고, 체력 좋고. 그야말로 만능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윈썸 세현하고 친하다는 얘기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얼핏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도 같았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런 걸로 섭외를 수락할 만큼 친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고작 그런 이유로 신도하가 섭외를 수락한다고? 뭔가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었다.
─탕!
“PD님. 또 탈락이요.”
“어, 그래.”
이에 김하욱 PD는 그대로 생각하던 것을 멈춘 채, 방송을 위해 다시금 마이크를 들었다.
이유가 뭐든, 결국 섭외만 잘 되면 장땡이었다.
* * *
A팀, 그러니까 같은 팀의 팀원이 지금 막 또 한 명 탈락했다.
- [세현아, 괜찮아?]
그 순간, 신도하에게서 무전이 왔다.
“네, 괜찮습니다. 선배.”
누군가 탈락할 때마다 신도하로부터 이렇게 무전이 왔다. 무전의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대충 안위를 묻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한테만 묻는 것도 아니고, 다른 팀원들의 상태도 그때마다 한번씩 물었으니 어떻게 보면 팀장 같은 역할을 도맡고 있는 셈이었다.
‘신도하가 팀장감에 어울리긴 하지.’
상황 판단력도 빠르고, 실력도 좋고.
복주머니 찾기 능력도 좋았다.
‘여긴 없는 것 같네.’
복주머니를 찾기란 예상보다 꽤 수월했다. 다른 것보다 카메라 감독의 생각을 읽으면 편했다.
[“어, 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그것보다 왼쪽에 있는데, 보려나?”]
이렇듯 대략적으로 생각을 읽으면, 남들이 놓친 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선배님, 지금 위치가 어디 신가요?”
- [A-1 구역. 내가 갈까?]
“아뇨, 제가 가겠습니다.”
남은 인원이 얼마 없는 만큼 되도록 뭉치는 게 나은 상황인데, 어찌 된 건지 신도하와는 이상하게도 자꾸 길이 엇갈렸다.
‘아, 이쪽이 아니군.’
순간 잘못 든 길에 그대로 다시 몸을 돌려 다시 되돌아가려 하는데, 그 순간 헬멧 뒤로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철컥!
총구였다.
현재 내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총.
그것이 현재 내 머리 뒤로 조준되어 있었다.
···등 뒤에 누군가 있다.
“안녕, 세현 씨.”
신윤우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