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02화 (302/413)

302화. 기회를 놓치면 아깝잖아요.

“안녕, 세현 씨.”

그 목소리와 함께 머리 뒤로 무언가 겨누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총구였다. 그리고 그 총기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신윤우.

“이런 곳에서 딱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신윤우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윤우의 총구는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생각보다 대담하시네요.”

와중에 머리에 겨눈 게 어이없어하는 말이었다. 주변에 카메라가 몇 대인데.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신윤우는 여전히 그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사각지대라고 알아요?”

사각지대?

“지금 여기가 딱 그렇거든요. 굉장히 안타깝게도 카메라의 눈길이 닿지 않는 지점이죠.”

그 말이었군.

확실히 주변 카메라가 찍기 힘든 위치였다. 지금 있는 곳은.

아무래도 경로를 살짝 이탈하면서 카메라의 촬영 가능 범위 역시 조금 벗어난 모양이다.

“···평소에 영화를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해요. 취미가 영화 감상이거든요.”

“재밌는 영화 있으면 나중에 하나 알려주세요.”

“세현 씨라면 당연히 알려줘야죠.”

신윤우가 그대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총구는 여전히 머리를 향한 채였다. 이대로 방아쇠를 당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 치지지직.

그런데 그때였다.

가지고 있던 무전기 너머로 제작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 [마이크 쪽 이상 문제로 인해 잠깐 끊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마이크 끊었다가 갈게요.]

마이크 쪽 기기에 뭔가 결함이라도 생긴 건지 그대로 잠시 촬영을 끊고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뚝!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잠깐 마이크가 나갔다. 그렇지만 카메라 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촬영은 잠시 타임인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신윤우는 여전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나 역시도 멈춰 있었다.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면 아무래도 아까울 것 같아서요.”

신윤우가 말했다.

좋은 기회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어쨌건 결국 본인은 이대로 상황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말이었다.

확실히 마이크 점검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아마 어디까지나 임시 상황일 테고, 촬영은 다시 금방 재개될 거다.

“이거 페인트라고 해도 맞으면 꽤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안 맞아 봐서 모르지만.”

“그렇군요.”

“그런 의미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건 어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 순간 신윤우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늘 생각하지만 세현 씨는 눈치가 너무 빨라서 탈이에요.”

이어서 신윤우가 총구의 위치를 살짝 내렸다. 그렇게 총구는 이제 머리가 아닌 등을 향한 채였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주 귀찮다는 얘기였어요.”

신윤우가 그렇게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웃었다.

앞서 신윤우가 했던 행동이 단순한 위협용이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쏘지 않을 거란 걸 알고는 있었다만.

어지간히도 불만이 쌓인 모양이군, 나한테.

“그런데 세현 씨, 복주머니는 많이 모았나요?”

“아쉽게도 제가 뭘 찾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요.”

“그래요? 근데 난 왜 세현 씨가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지.”

동시에 신윤우가 총구를 내 등에 강하게 붙여왔다. 이제는 거의 찌르는 수준이었다.

가지고 있는 복주머니가 이놈보다 많은 건 맞았다. 예상대로 이런 전개로 가는 건가.

‘충분히 유리한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쏘지 않는 건 결국 딜을 위해서겠지.’

복주머니와 관련된 딜.

실제로 신윤우는 내가 가진 복주머니에 수가 어느 정도 될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니 성급하게 쏘진 않을 거란 얘기다.

내가 죽는 순간, 내 복주머니는 전부 이대로 A팀의 소유로 카운팅 되어버릴 테니까.

그건 결과적으로 B팀에게 큰 손실이다.

‘물론 수틀리면 그대로 그냥 쏠 기세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내가 이대로 복주머니를 모두 품은 채 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거다.

오는 길에 마주친 몇몇 제작진의 생각을 토대로 하면, 현재 복주머니를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은 아마도 나였다.

그 밖에는 전부 엇비슷했다.

“사실 이대로 세현 씨를 죽여도 크게 손해 볼 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신중한 편이 좋겠죠.”

동시에 총구가 등을 더욱 강하게 찔렀다. 이어서 밀려오는 불쾌감에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이 새X, 말하고 행동이 제대로 따로 논다.

그래도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역시나 거래를 하는 쪽에 의견이 기울어져 있었다.

“물론 이대로 쏘는 것도 굉장히 재밌긴 할 것 같지만······.”

그대로 신윤우가 총구를 이용해 내 등을 몇 번 더 툭툭 쳤다. 딱딱한 총구가 계속해서 등에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서 잠시 이를 멈추더니 곧 조금씩 거리를 두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래를 하죠, 세현 씨.”

와중에 재수 없는 미소는 여전했다.

* * *

신윤우와 나 사이, 거리가 생기자마자 나는 그대로 몸을 천천히 돌려 앞에 있던 신윤우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신윤우는 여전히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였다. 나와 신윤우의 위치는 아직까지 카메라의 사각지대 안이었다.

앞서 신윤우가 제안한 거래는 간단했다.

“여기서 한번 넘어가는 조건으로 복주머니 15개. 어때요?”

목숨값으로 복주머니 15개를 당당하게도 요구하고 있었다. 상당한 수였다.

“죄송하게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어, 15개 없어요? 세현 씨라면 15개 정도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신윤우가 의외라는 얼굴을 보였다.

있어도 줄 생각이 없다, 나는.

내가 가진 복주머니의 총개수를 정확히 모르는 이상, 구체적인 개수가 공개되지 않도록 유지해야만 했다.

“복주머니가 15개 없는 건 좀 예상 밖인데~ 너무 못 모은 거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찾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서요.”

“음, 그래요. 그렇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신윤우가 이윽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도 15개 줘요.”

“···예?”

“15개요. 아무리 생각해도 세현 씨가 15개가 없을 리가 없을 것 같아서. 아니면 따로 구해서 주는 것도 환영이고요.”

곧 죽어도 15개를 먹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현재 신윤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복주머니의 개수는 15개.

그러니 이대로 만약 복주머니를 뺏기게 된다면, 그만큼 타격이 상당했다.

“어때요? 15개면 그래도 목숨값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15개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아, 그럼 이건 어때요. 10개로 줄여줄게요. 아무리 그래도 10개도 없다고 하진 않겠죠?”

이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신윤우가 다시금 얼굴에 재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

“감사 인사요.”

“···인사요?”

“네. 그냥 감사합니다, 선배님 한마디만 해요. 아주 간단하죠. 그러면 깔끔하게 10개로 줄여줄게요.”

그리고 그대로 나를 바라본 채 웃는다.

마치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애초에 말로 하는 인사는 전혀 받을 생각이 없군.’

앞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로 하는 인사는 애초에 전혀 받을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본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라는 거다.

그 놈의 감사합니다, 선배님을 하며.

‘인사 한번 X나 좋아하는군.’

15개든 10개든 X 같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난 뺏기고 고개 숙이는 그림이다.

“어때요, 간단하죠? 내가 또 세현 씨를 특별히 아끼니까. 대신 잘해야 해요.”

그렇게 신윤우는 들고 있던 총을 다시금 나를 향해 똑바로 조준했다.

“···확실히 감사한 제안이네요.”

“그렇죠? 그러니 어서···”

“근데 말이죠, 선배님. 그건 선배님만 가지고 계신 게 아니라서요.”

“예?”

“그거요.”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대로 신윤우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신윤우가 가지고 있던 총을.

그러자 신윤우는 곧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총을 바라보았다. 말 한번, 잘 들었다.

그리고 난 곧바로 그런 신윤우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다.

─탕!

“억!”

갑작스러운 내 공격에 신윤우는 놀란 건지 그대로 몸을 움찔하며 살짝 뒷걸음질 쳤다.

‘좋아.’

앞서 내가 날린 페인트 총알은 그대로 빠르게 근처에 있던 나무에서 터졌다.

이전 발은 어디까지나 허점을 만들기 위한 연막이었다. 진짜는 이다음부터였다. 신윤우가 한눈을 판 바로 지금.

그대로 나는 신윤우가 한눈을 판 사이, 가지고 있던 총을 이용해 신윤우가 가지고 있던 총을 강하게 쳤다.

“윽!”

그리고 예상한 대로 신윤우의 총이 그대로 힘없이 바닥으로 밀려났다. 이어서 빠르게 신윤우의 복부를 향해 총을 겨냥했다.

“무척 감사한 제안이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진짜 이 X끼···.”

그런 내 말에 신윤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했다. 궁지로 몰리니 비속어도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군.

마이크가 안 나오는 걸 감사하게 여겨라.

“···세현 씨, 생각보다 힘이 있네요. 전혀 안 그렇게 생겼는데.”

“제가 원래 팔 힘은 좀 있거든요.”

“근데 지금 건 그냥 좀 얍삽했어요. 말을 들을 것 마냥 대답하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네요.”

“지금 저희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거지 거래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지금 본인의 상황을 좀 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것과 동시에 신윤우가 한쪽에 치워진 자신의 총을 한번 힐끗 쳐다보았다. 말끔하게 무방비 상태다. 제대로 상황이 역전됐다.

“잘 생각해봐요, 세현 씨. 지금 이 상황에서 세현 씨가 아무리 활약을 해도 카메라에 전혀 잡히지가 않는다고요.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아쉽지만, 저도 이런 소중한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런 내 대답에 신윤우가 그대로 표정을 구겼다. 당연하게도 이 새X를 상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잘 생각하는 게 좋을걸요.”

“뭘 말이죠?”

“나 꽤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복주머니. 그러니 이대로 내가 탈락한다면, 그쪽 팀에 상당한 손해일 거예요.”

신윤우는 그렇게 확신하듯 말했다.

확실히 신윤우가 가진 복주머니의 수는 꽤 되었다. 그러니 이대로 죽이기는 솔직히 아깝긴 했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하, 상관이 없다고?”

“네.”

─철컥!

그와 동시에 나는 신윤우를 향해 다시금 총을 조준했다. 반면, 신윤우는 이전보다 더욱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가 좀 가진 복주머니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니 건 굳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이 X끼야.

─탕!

* * *

같은 시각, 서바이벌 게임의 또 다른 장소.

- [기기 결함 차질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이크는 이제 나올 겁니다. 계속 진행해주세요.]

“마이크, 이제 잘 나온다고 하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장소에는 안지호와 신도하,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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