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03화 (303/413)

303화. 게임이 종료됐습니다. (+삽화)

- 탕!

- 탕!

페인트 총알이 터지는 소리가 그렇게 연달아 고요한 숲속을 울렸다. 그것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안지호와 신도하가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은.

그리고 그렇게 쏘아진 페인트 총알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터졌다.

- ♪♫♬

[A팀, 도하 님이 탈락하셨습니다.]

[B팀, 지호 님이 탈락하셨습니다.]

동시 탈락이었다.

안지호와 신도하는 그렇게 아웃이 되었다.

“상당히 빠르던데요?”

신도하가 안지호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런 신도하를 안지호는 조용히 쳐다보았다.

탈락 이후, 두 사람은 사전에 이야기된 샛길을 통해 서바이벌 필드를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없었다.

중간 탈락자의 경우, 그대로 마이크를 끄고 정해진 샛길을 따라 밖으로 나오면 됐다.

“그 정도라면 지호 씨, 꽤 활약했을 것 같은데.”

“선배님이야말로 활약하셨을 텐데요. 오래도 살아남으셨으니까요.”

“단순히 운이 좋았죠.”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반면, 안지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역시 별로네.’

역시나 신도하는 찜찜했다.

하는 행동이나 말, 그리고 그 분위기까지. 하나 같이 친절함이 배어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안지호를 경계하게 만들었다.

겉보기엔 확실히 차분하고 다정한 모습이지만, 정작 그 안엔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느낌.

그리고 그 안엔 분명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하고 단단한 울타리가.

정확히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느낌이 안지호에겐 상당히 거슬렸다.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죽이고 가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그 점이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아쉬웠다.

방아쇠를 더 빠르게 당겼어야 했는데.

‘우세현은 왜 이런 자식이랑 친하게 지내는 거지.’

친해진 건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이 보기엔 둘 사이가 확실히 이전보다 가까워진 게 보였다.

그리고 이전부터 이상하게 우세현은 신도하에게 약했다. 정확히는 신도하의 ‘노래’에 약했다.

보기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TV에서 신도하의 무대가 나오거나 하면 곧바로 집중하기 일쑤고, 플레이리스트엔 루트 노래는 물론 신도하의 솔로곡 역시 종종 눈에 띄었다.

그게 종종 신경 쓰였다.

“그러고 보니 지호 씨는 세현이랑 친하죠?”

“···예?”

“세현이요. 우세현.”

갑작스럽게 나온 그 이름에 안지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신도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세현이랑 친한 것 같아서요. 아, 같은 멤버니까 친한 건 당연하겠지만.”

이에 알면 묻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안지호는 이내 조용히 그 대답을 삼켰다.

와중에 저와 다르게 친한 척 우세현에게 ‘-씨’를 붙이지 않는 것 또한 거슬렸다.

“우세현은 존칭이 안 붙네요.”

“아, 그건 당연하죠.”

···당연하다고?

그리고 그렇게 다시 한번 신도하에게 시선을 주자 이내 신도하는 그런 안지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세현이랑 나는 친하니까요.”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그 안에는 어떠한 강한 확신 같은 게 담겨 있었다. 그 묘한 말투에 안지호는 곧바로 미간을 좁혔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거 아닌가요.”

“글쎄요. 그렇게 일방적은 아니라고 나름 확신해서요.”

“이상한 자신감을 갖고 계시네요.”

“일단은 안지 꽤 오래되어서요. 아, 세현이 어렸을 때 엄청 귀여웠었는데.”

그런 건 물어본 적도 없다.

와중에 묻지도 않을 걸 혼자서 주절대며 말하고 있었다.

“아, 이런. 모르는 얘기를 내가 너무 신나서 했네.”

“아뇨. 저도 압니다.”

“아, 그런가요?”

“네. 사진 봤거든요.”

예전에 그 커피차 사진.

우도현이 보낸 커피차에서 본 적이 있었다. 엄청 애기 때 사진이긴 하지만.

‘···방금 말은 엄청 유치했다.’

막상 대답을 하고 나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방금 건 좀 많이 유치했다. 지기 싫어하는 애도 아니고, 뭔.

“이제 보니 확실히 지호 씨도 세현이랑 많이 친한가 보네요.”

“예?”

“그런 것 같아서요.”

그렇게 신도하는 다시금 웃어 보였다.

“윈썸은 참, 사이가 좋네요.”

그 말을 하던 신도하는 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제 알바는 아니었다.

“아, 저기 있네요.”

그리고 때맞춰 안지호와 신도하는 샛길의 출구에 이르렀다. 그 밖으로는 탈락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뒤이어 두 사람은 그렇게, 그곳을 향해 말없이 걸어갔다.

* * *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게임이 종료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된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게임장을 나와 사전에 전달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엔 탈락자들을 포함한 제작진들이 남은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세현아.”

그대로 신도하가 나를 반겼다.

와중에 손을 내밀길래 그대로 들고 있던 총을 신도하에게로 건네주었다.

“선배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멋있네. 끝까지 살아남고.”

신도하가 중간에 탈락했단 소식은 당연히 앞선 방송을 통해서 들었다. 그것도 안지호랑 같이.

그렇게 B팀이 있는 곳을 보자 곧바로 그곳에 있던 안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어, 계속 이쪽을 보고 있었나.

‘나중에 어떻게 탈락했는지 물어봐야겠군.’

정황상 신도하랑 붙었던 것 같으니.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승리팀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이 어느 정도 정돈되자 곧바로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가 어떤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승리 팀은─A팀입니다!”

“와하!”

그 즉시 팀원들이 환호했다.

옆에 있던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로 여유롭게 미소 짓는 게 보였다.

신도하도 이번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한 바였다. 개수로 따지면 모든 플레이어 통틀어 2번째로 복주머니가 많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선 같은 팀이라 다행이군.’

물론 나와 차이는 좀 있지만, 전체 2위를 적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동료로 만나는 게 나으니.

“자, 그럼 여기서 최종 복주머니의 개수와 개인 복주머니 획득 개수를 한번씩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 : 77개

- : 65개

- 1. A팀 우세현 : 27개

- 2. A팀 신도하 : 18개

˸

- 4. B팀 안지호 : 16개

- 5. B팀 신윤우 : 15개

‘안지호도 많이 모았는데.’

당연히 활약은 할 줄 알았지만, 복주머니 개수도 많았다. 안지호도 은근 못 하는 게 없다.

“와, 세현 씨 혼자 27개에요?”

“대박, 27개······.”

“어떻게 이렇게 많이 찾았어요?”

와중에 공개된 순위 탓인지 순간적으로 내게 이목이 쏠렸다. 그리고 그대로 쏟아지는 질문에 그냥 운이 좋았다 말했다.

근데 정말 운이 좋았던 건 맞다.

오래 살아남은 만큼 다른 사람보다 찾을 기회가 많았으니. 여기에 능력빨도 좀 있고.

“그렇다면 이제 그에 대한 보상을 공개해야겠죠? 자, 이쪽으로 주세요!”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이 공개되었다.

그건 바로 한우였다.

1등급 한우.

“이번 보상은 바로 1등급 한우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바라 놀라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한우는 옳다.

그리고 그렇게 상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순간 뭔가가 좀 이상했다.

“자, 그런데 말이죠. 프로그램은 이제 끝이 아닙니다.”

“네? 끝이 아니에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다음 코너, 히든 코너가 하나 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뭐? 히든 코너?

“그리고 그건 한우가 도착하면,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니나 다를까 한우가 도착했다.

* * *

그대로 끝일 줄 알았던 방송은 숨겨진 하나의 코너를 더 남겨 놓은 채였다.

일단 사전에 들은 건 서바이벌 게임까지인데. 주변 반응을 보니 다른 출연자들도 들은 게 없는 모양이었다.

그 탓인지 앞서 ‘히든 코너’란 말이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일 것 같아? 히든 코너.”

신도하가 나를 향해 물었다.

“선배님도 들으신 거 없으신 건가요?”

“응. 전혀. 그래서 나도 전혀 짚이는 게 없어.”

신도하마저도 모르는 건가.

짚이는 게 없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힘 빼는 것만 아니면 좋을 텐데.

그리고 조금 뒤, 그 히든 코너란 것의 정체가 마침내 제작진에 의해 밝혀졌다.

“바로, 떡국 만들기 입니다!”

“떡국 만들기요?”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각 팀마다 떡국을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떡국 만들기······.

그래도 설 특집이라 이거냐.

“근데 그럼 재료랑 이런 건요? 떡국이야 그렇다 쳐도 재료가 없는데요?”

“일단 필요한 도구들은 저희가 기본적으로 팀마다 다 제공을 해 드릴 겁니다. 단, 재료는 바로 제공이 아닙니다.”

떡국 만들기의 필요한 재료.

그 재료는 각 팀마다 차등 지급이었다.

그리고 재료가 지급되는 기준은 바로, 앞서 각 팀이 획득한 복주머니에 있었다.

“복주머니와 재료를 교환하는 겁니다. 단, 재료마다 필요한 복주머니의 개수는 다릅니다. 이를테면, 달걀 하나엔 복주머니 5개가 필요한 식이죠.”

결국 복주머니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는 거였다. 와중에 기본이 되는 떡은 가장 많은 복주머니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완성한 떡국을 먹으면서 그대로 촬영은 클로징. 그야말로 설 특집 방송이었다.

“그럼 바로 떡국 만들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재료는 여기에 전부 있으니 원하시는 게 있다면, 복주머니를 가져와 주세요.”

그렇게 히든 코너인 팀별 떡국 만들기가 시작됐다. 예상 못한 떡국 만들기에 촬영장은 또 한번 웅성거렸다.

“혹시 떡국 만들 줄 아는 분 있어요?”

“전 요리는 완전 아니라서······.”

“옆에서 도운 적은 있는데, 그것도 한 번뿐이라······.”

어째 다들 쉽게 나설 기세가 아니라 내키지 않지만 그냥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팀원 모두 함께 떡국을 만드는 건 맞지만, 그 중에서도 중심에 서 요리를 할 사람이 필요했다.

맛은 보장 못하지만, 그래도 이대로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단 나아서.

그리고 그렇게 준비를 시작할까 하고 있는데, 그런 내 옆으로 신도하가 다가왔다.

“원래 내가 할까했는데.”

“떡국 만들어보셨어요?”

“이전에 방송으로 가끔. 근데 궁금해서. 세현이 니가 만든 떡국.”

그리고는 언제 가져온 건지 눈앞으로 앞치마 하나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앞치마 하는 걸 잊었다.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죠.”

“이미 한껏 기대 중인데.”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로 한껏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잠시 괜히 나섰나 싶기도 했다.

근데 설령 맛없더라도 표정 관리는 해주겠지. 방송인데.

그래도 넉넉하게 획득한 복주머니 덕분에 재료는 부족한 것 없이 풍족했다. 결국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떡국을 완성했다.

이어서 사람 수에 맞게 떡국을 담았다. 옆에선 신도하가 내가 전해준 그릇을 옮기고 있었다.

“와, 이거 장난 아닌데요?”

“미쳤다···.”

“세현 씨, 완전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만든 떡국이 사람들의 입맛에 그럭저럭 맞는 모양이었다.

우리 멤버들이야 뭘 해도 매일 맛있다고 해주지만, 그건 멤버들이니까 그런 걸 테니.

“정말 맛있어.”

신도하가 말했다.

와중에 목소리가 진지했다.

굳이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필요까진 없는데 그러니 괜히 좀 민망했다.

너무 띄워주는 것 같아서.

맛있다면 다행이지만.

“A팀 떡국 괜찮아요?”

“왜요? B팀은 아니에요?”

“저희는 재료가 부족해서인지 약간 좀 맛이 애매하네요.”

요리의 중심에 서 있던 B팀 멤버가 말했다. B팀은 우리보다 전체적으로 재료가 부족했는데, 그 탓인지 약간 맛이 미묘한 듯 보였다.

그래도 일단 분위기 좋게 다 같이 떡국을 먹는 그림으로 촬영은 마쳤다.

“A팀 떡국이 그렇게 맛있다고?”

“진짜 그렇게 맛있어요?”

이어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B팀 출연자들이 우리 팀 테이블로 와 떡국을 한 번씩 맛봤다. 정말로 궁금했던 모양이다.

“장난 아닌데? 이거 누가 만들었었죠?”

“와, 진짜 맛있다.”

“세현이가 만들었어요.”

와중에 신도하가 친절하게 덧붙여주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이것도 좀 민망한데.

먼저 온 출연자들의 반응이 괜찮자 다들 스텝들도 하나둘씩 오고 있었다.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닌가 보네.’

근데 일단 한우가 들어갔으니 그럴 만했다. 최종 상품으로 받은 한우도 역시나 떡국의 재료였다.

그리고 난 사전에 따로 담아둔 떡국을 가지고 잠시 자리를 이동했다. 아, 저기 있군.

“안지호.”

“왜?”

이에 나는 그대로 안지호에게 떡국을 건넸다.

“떡국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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