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직접 보러 갑니다.
이번 의 마지막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투어는 도쿄를 비롯한 오사카, 후쿠오카 등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나고야 홀, 후쿠오카 아레나 등에서 공연을 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감사합니다!)”
“멜로우, 大好きです! (사랑해요!)”
일본 공연에서는 버전을 살짝 바꾸어 이전에 일본에서 발매했던 ‘Strayer (Japanese ver.)’을 부르기도 했다.
- 오늘 애들 일본 공연 완전 ㄹㅈㄷ 일본은 진짜 음향이 넘사다
- 애들 라이브 진짜 미쳤다 일본은 항상 음향 좋다는 말 많았는데 진짜 그렇네
└ 현장감은 더 해 장난 아니었음
- 근데 아레나는 작긴 작더라ㅠ 못 가는 멜로우들 한 트럭이야ㅠ
└ ㅇㅈ 이제 다음 투어는 무조건 돔으로 가야지 그룹 덩치가 이렇게 커졌는데
└ 내 생각엔 IN 도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몰랐던 것 같음 아니 근데 ㅆㅂ 그래도 니들은 예측을 해야지
- 일본은 정말로 아무 것도 안 올라와...? 진짜 프리뷰고 뭐고 아무 것도 없네
- 레전드였다는데 왜 사진이 없어 왜 영상이 없어 (울음)
그날, 공연이 끝나자마자 눈이 내렸다. 예쁜 함박눈이었다. 그리고 그 함박눈은 밤새도록 소복이 쌓였다.
다음 날 아침엔, 호텔 주변으로 엄청나게 쌓여 있었으니까.
“눈싸움하면 재밌었을 텐데.”
하람이가 그대로 살짝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상당히 추웠던 지라 목도리와 더불어 모자에 장갑까지 낀 채였다.
“눈싸움? 얼어 뒤진다.”
“지호 형은 어차피 안 할 거잖아요.”
“안지호는 옆에서 눈사람이나 만들라고 해야지.”
“눈사람? 만들다가 얼어 뒤진···.”
“이왕이면 크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차선빈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눈싸움이고 눈사람이고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다.
왜냐면, 지금 우리는 도쿄에 있는 한 돔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공연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카일 브라운의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카일의 일본 투어 일정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는데, 이를 기회로 다 같이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당연히 초청 그런 건 아니었다.
순전히, 단순히 우리끼리 하는 관람 차원이다. 한 번쯤은 카일의 라이브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으니까.
“세현아, 졸려?”
“어, 살짝.”
“어제 잠 못 잤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좀 뒤척인 탓이었다.
그러자 차선빈이 커피를 사다 줄까 하고 물었지만, 괜찮다고 했다.
“확실히 돔이 크긴 크네요.”
“그러게. 사진으로 보는 거랑은 느낌이 좀 다르긴 하네.”
얼마 안 되어 그대로 공연장 안으로 입장했다. 오랜만에 찾은 돔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왠지 더 커진 것 같기도 했다.
새삼 객석이 이렇게 많나 싶고, 이 객석이 다 차면 무대에선 어떻게 보일까 싶고. 무대 위에서 볼 풍경이 궁금했다.
한국에서도 돔 공연을 한 적 있었지만, 확실히 도쿄돔이 크기가 좀 더 있었다.
“자, 이거 챙겨왔어.”
“? 도운이 형. 응원봉도 가져왔어요?”
“매니저 형한테 부탁했어. 아무것도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서.”
그렇게 도운이 형으로부터 응원 스틱을 하나 건네받았다. 형의 말대로 뭐든 쥐니 이전보다 덜 허전했다.
“헐, 윈썸 아니야?”
“WINSOME?”
와중에 우리를 알아본 사람들도 있었다. 중간엔 맞는지 저편에서부터 한 번씩 얼굴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고.
단체로 와서 그런가. 그래서 더 눈에 띄지 않았나, 싶었다.
- 팟!
그리고 그 뒤로 얼마 안 가, 공연장 내 불이 꺼졌다. 그와 함께 여기저기서 응원봉이 밝게 빛을 발하며 켜졌다.
이제 곧 무대가 시작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들을 라이브에 기대감이 한껏 차올랐다.
* * *
공연은 굉장히 재밌었다.
일단 아는 곡이 많았을뿐더러 라이브가 장난 아니었다.
최근 가장 즐겨 듣던 곡이던 ‘The past’ 역시 세트리스트에 있었는데, 이걸 라이브로 듣는 순간 오로지 무대에만 집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라이브가 장난 아니었다.
“와, 진짜 너무 좋았다.”
“목소리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보는 내내 와, 이게 다 라이브? 했다니까요!”
“성량이 압도적이었어.”
인상이 깊었던 건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돌아가는 내내 앞서 본 무대 이야기를 했다. 역시 사람 귀는 다 똑같은 모양이다.
“근데 우세현은 완전 넋이 빠져 있던데?”
“뭐?”
“아아, 저도 봤어요. 세현이 형은 아주 그냥 무대에 빨려 들어가겠더라고요~?”
“···비슷한 정도긴 했어.”
생각해보면.
엄청 집중하긴 했다.
그리고 나서 공연장을 나가려는데, 갑작스레 스텝으로 보이는 인물 중 하나가 그런 우리의 앞길을 막고 나섰다.
“(잠시만요.)”
영어였다.
여긴 일본이긴 하지만.
우리를 붙잡은 이의 목에는 확실하게 ‘Staff’라 적힌 명찰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 함께 있던 매니저 형이 급하게 앞으로 나섰다.
“(무슨 일이시죠?)”
그와 동시에 해당 스텝이 매니저 형에게 다가가 조용히 무언가를 일렀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다.
그리고 이내 대화를 마친 매니저 형이 곧바로 우리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아무래도 조금 더 있다가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매니저 형의 표정은 어쩐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 * *
조금 더 있다가 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매니저 형의 말. 그 말의 의미는 지금 당장은 나가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아티스트 대기실. 다시 말해, 카일의 대기실이었다.
“oh, WINSOME!”
이어서 대기실에 도착한 순간, 카일이 그런 나와 멤버들을 반겼다. 굉장히 반갑다는 표정으로.
이게 어떻게 된······.
“(윈썸, 잘 왔어요. 오늘 내 라이브를 보러 왔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일단 알아듣기는 다 알아들었다.
듣기는 됐다, 듣기는.
살짝 흥분한 건지 조금 빠르기는 했지만.
“(저희야말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카일.)”
동시에 차선빈이 조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차분한 모습으로 앞과 같은 말을 전했다. 목소리 역시 조금 저음이 됐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멤버들의 머릿속도 이미 혼란인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카일이 우리를 왜! 어떻게 아는 거야.”]
[“카일이 왜······.”]
[“말이 너무 빨라!”]
[“······.”]
저마다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긴 했지만, 결국 비슷한 의문이긴 했다. 이 상황은 전혀 예상에도 없던 전개였다.
카일 공연 보러 와서 카일이랑 직접 만난다는 상황.
“(윈썸의 노래, 종종 듣거든요. 그 노래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듣기로는 우리 노래를 들어본 적 있다는 것 같다. 생각지 못한 방향이었다. 저쪽에서도 우리 노래를 들어본 적 있다는 건.
“(라이브를 보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스텝에게 바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런 김에 같이 사진은 어때요?)”
“(당연히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차선빈이 멤버들을 바라봤다.
“사진? Take a picture?”
“응. 사진.”
멤버 모두 사진 찍자는 말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사실 투어를 돌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니.
“그럼 찍을게요, Three, Two, One-”
그렇게 카일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잠시 정신이 없긴 했다. 전혀 상상도 안 한 그림이라.
“(오늘 와줘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어요. 윈썸의 노래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카일이 그대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작업 이야기는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어쨌건 우리 노래를 들어봐 주었단 건 기뻤다.
“(다음에 기회가 됐으면 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맞나 싶은 문법이긴 했지만, 일단은 내뱉고 봤다. 적어도 앞선 말은 하고 싶어서.
그러자 카일은 그대로 나를 잠시 응시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그리고 곧 손을 내밀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는 당신들의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세현.)”
어, 이름을 아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앞에 보이는 카일의 손을 잡아 악수했다. 여전히 놀라웠지만, 꽤나 색다른 만남이었다.
* * *
그렇게 일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난 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시점에서 투어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전에 우리가 카일의 콘서트에 갔던 일은 이미 커뮤니티 상에 퍼지고 난 이후였다. 당시의 사진과 함께.
- 제목 : 윈썸 카일 콘서트 갔다고 함
얼마 전에 일본에서 했던 콘
멤버 다같이 간 듯
[사진.jpg]
└ 헐 콘 끝나고 다같이 간건가?
└ ㄱㅇㅇ 다같이 쪼르르 간거 넘 귀엽
└ 카일 초대로 간 건 아니겠지?
└└ 설마 초대로 갔을까 그냥 다같이 관람하러 간 거겠지
└ 세현이 집중하고 있는 거 ㄱㅇㅇ
응원봉을 든 채 열렬하게 응원하는 사진이었다. 워낙 집중을 해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사진이 꽤 많이 찍혀있었다.
“우세현, 진짜 집중하고 있네.”
사진을 보던 안지호가 그대로 입꼬리를 올린 채 나를 봤다. 아니, 나만 집중하고 있는 거 아니라고. 다 같이 집중하고 있는데.
그, 내가 다른 멤버들보다 살짝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긴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일을 실제로 볼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그때 건희 형이 지금 못 나간다고 했을 때, 전 뭔일 난 줄 알았잖아요.”
“스펙타클하긴 했지.”
“카일한테 언젠가 작업 같이해보자는 소리도 들어보고.”
“아, 그랬었죠.”
무슨 말을 많이 한 것 같긴 한데, 워낙 정신도 없고 해서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근데 작업 얘기는 그냥 한번 해본 소리 아니에요? 그래도 기분은 좋지만.”
“애초에 윈썸을 안다는 자체가 놀랍던데.”
“그렇죠. 알아서 놀랐죠.”
하람이가 그대로 히죽 웃었다.
당시 얘기를 하는 멤버들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물론 나도 좋았다. 아마 한동안은 계속 이야기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지 얼마 안 됐을 시점, 우리는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다.
“콜라보요?”
“예. 카일 측으로부터 윈썸에게 콜라보 제안이 들어왔어요.”
···아니, 잠깐. 그게 진짜였다고?
그리고 그건 바로 카일 측으로부터의 정식 콜라보 제안이었다.
* * *
- WIN썸 카일이랑 콜라보 한다는 얘기 있던데 찐일까?
└ 윈썸이 카일이랑 콜라보를 한다고;?
└ ㄴㄴ 그냥 구씹임
└ 무슨 카일이랑 콜라보야ㅋㅋㅋㅋ그거 걍 까들이 만들어낸 루머임
└ 윈썸이 무슨 카일?ㅋㅋㅋㅋ구씹도 좀 말이 되게 만들어야짘ㅋㅋㅋㅋ
└ 이거 절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