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06화 (306/413)

306화. 그거 그냥 거짓썰이래.

카일과 콜라보 작업을 하게 되었다.

콜라보의 시작은 다름 아닌 카일 측의 제안이었다.

“진짜로 하자고 연락이 올 줄은······.”

“당연히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와, 근데 어떤 노래 나올까요? 아무래도 댄스보다는 발라드 쪽이겠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의 멤버들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와중에 하람이는 어떤 노래가 나올지 기대된다면서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해당 콜라보곡의 작업은 카일 측과 더불어 우리 쪽 프로듀싱 팀도 함께 붙었다. 그 과정에서 도운이 형이랑 차선빈도 합류하게 되었고.

특히나 차선빈은 이번엔 평소와 달리 랩이 아닌 싱잉랩 작업을 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차선빈의 랩도 좋아하지만, 싱잉랩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세현아, 이 부분은 어때?”

“좋아.”

“근데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그렇게도 좋아.”

“우세현, 너무 다 좋다는 거 아니냐?”

진짜로 다 좋은 걸 어떡하냐.

근데 정말 다 좋았다.

그러한 내 말에 차선빈은 그저 덤덤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도운이 형. 작업실은요?”

“아, 작업실?”

그리고 도운이 형은 작업실과 관련해 회사에 건의를 넣었다. 결과는 당연히 오케이였고.

“그거 거의 다 진행이 돼서 이제 너희만 들어오면 돼.”

“네?”

“들어와요? 어딜요?”

“작업실에.”

도운이 형은 마치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어, 거길 왜 들어가지.

“아, 놀러 오라고요?”

“아니? 정말로 들어오라는 말이었는데.”

“형 개인 작업실에요?”

“아니. 거기 우리 공동 작업실인데.”

···예?

“우리 공동 작업실로 건의한 거야. 거기.”

* * *

“언제? 언제부터 우리 공동이었는데요?”

“처음부터.”

“처음부터 공동이었다고요?”

“응.”

도운이 형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작업실이라길래 이제껏 당연히 도운이 형 개인 작업실인 줄 알았는데.

“올 초에 건의했어. 우리 그룹용으로 하나 작업실 만들고 싶다고. 새해 목표 때 세현이도 그렇고, 작업하고 싶어 했잖아.”

아, 그때.

기억났다.

새해 첫날, 떡국을 먹으며 했던 얘기가.

“그러니 이왕이면 다같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좋을 것 같아서. 생각보다 일찍 수용이 됐고.”

“혀엉······.”

옆에선 그런 도운이 형을 백은찬과 하람이가 반짝반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인데?”

“감동의 눈이죠. 그럼 이제 거기 작업할 때마다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 그러니까 너희도 두고 싶은 물건 있으면 가져와. 아, 대충 다음주쯤 오면 되겠네.”

“대박! 화분 가져갈까요?”

“잠깐. 화분은 빼자.”

도운이 형이 그것만은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 화분이면 안 봐도 이리저리 흙을 흘리고 다닐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 생긴 공동 작업실에 멤버들은 저마다 좋아했다.

물론 나도 좋았다.

작업실이란 게 생길 줄은 전혀 생각 못했으니까.

“형, 고마워요.”

“별 게 다.”

도운이 형이 그렇게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형도 내심 뿌듯해하는 게 보였다.

공동 작업실. 우리 작업실.

공동 작업실이라는 말이 원래 이렇게 설레는 단어였었나.

* * *

그리고 다음 날, 공동 작업실로 향했다.

도운이 형은 다음주쯤 오면 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 어, 세현아.

“형, 저 오늘 작업실 가도 돼요?”

─ 오늘?

“형 지금 작업실 맞죠?”

─ 어, 맞긴 한데······.

“저 지금 작업실 문 앞이거든요.”

─ 엇, 뭐?

그렇게 뒤이어 들려오는 도운이 형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문이 열렸다. 그 길로 나온 도운이 형은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갑자기 오늘 무슨 일이야?”

“왠지 형이 먼저 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역시나 예상한 대로였다.

앞서 다음주쯤 와도 된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운이 형이 혼자서 정리를 다 끝낸 이후를 말하는 거였다.

“같이 해요. 정리.”

“나 혼자서 해도 되는데.”

“둘이 하면 더 빠르잖아요.”

그러자 도운이 형이 살짝 웃었다.

어디 보자, 어디서부터 정리하면 좋을까.

“필요한 것만 대충 들여놔서 사실 그렇게 정리할 것도 많이 없어.”

“근데 생각보다 넓네요.”

“공동이잖아. 무조건 넓은 곳으로 해달라고 했어.”

“잘했어요.”

그리고 정리는 정말로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필요한 건 이미 사전에 다 미리 들어와 있어서.

대충 테이블 위치를 좀 옮기고, 바닥을 치우는 등 가벼운 것들만 했다.

“저 이거 사 왔는데. 커피.”

“최고다. 일단 화분이 아니라 안심이다.”

그렇게 도운이 형에게 가져온 커피 중 하나를 건넸다. 아래층 회사 카페에서 사 온 아메리카노였다.

“근데 너도 아메리카노야?”

“네. 오늘은 이게 땡겨서요. 그보다 작업은 잘 되고 있어요?”

“그럭저럭.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중이야.”

그 대답과 함께 도운이 형이 다시금 커피를 한 입 마셨다.

‘불안한 건가.’

앞서 그렇게 말하던 도운이 형의 생각엔 군데군데 걱정이 섞여 있었다.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번, 작업은 잘 되어 가냐는 백은찬의 물음에 대답을 하던 도운이 형의 표정이 꽤 걸렸다.

그리고 도운이 형의 이러한 걱정은 자신의 짧은 작곡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여기에 다른 아티스트와 콜라보 작업이기도 하니 평소보다 부담이 배로 다가오는 듯했고.

“형. 멜로디가 참 좋아요.”

“뭐?”

그러자 도운이 형은 잠깐 놀란 얼굴을 보였다. 도운이 형이 작업하고 있는 그 곡. 정말로 멜로디가 좋았다.

“멜로디도 그렇고 가사도 형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저 듣는 귀 좋은 거 알잖아요.”

“···좋은 거야 알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한번 믿어 봐요. 확실할걸요?”

도운이 형의 곡은 늘 감성이 풍부해서 좋았다. 형만의 감성이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 형도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운이 형이 이내 한번 웃었다.

이전보다 조금 가볍게.

이어서 조금 낯간지러웠던 건지 그대로 시선을 살짝 돌렸다.

“니 말은 항상 신뢰성이 너무 높아.”

“그렇게 봐준다니 고마운데요.”

“그래도 너무 비행기 태우지···.”

─띵동!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작업실의 벨이 울렸다.

방문자가 왔다는 알림이었다.

“올 사람이 없는데.”

그리고 문을 열자 보이는 건 한껏 신이 난 얼굴을 하고 있는 백은찬과 신하람이었다.

“왠지 오늘 와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우세현도 있었네?”

그렇게 말하던 두 사람의 손에는 뭔가가 잔뜩 들려있었다. 디저트였다.

“왠지 정리 같은 거 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왔는데, 아, 이건 하면서 먹으려고 샀어요.”

“역시 화분보단 먹는 게 남는 거잖아요.”

“그렇지, 화분보단 먹는 게 좋지.”

역시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 듯했다. 말은 안 했지만, 다들 정리 걱정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근데 왜 아메리카노가 두 잔이야?”

“아, 내 거.”

“너 왜 아메리카노야.”

백은찬이 물었다.

“그냥 오늘은 이게 땡겨서.”

“으흥.”

이내 백은찬이 내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들어 올리며 응시했다.

정리는 이미 어느 정도 끝난 터라 그대로 두 사람이 가져온 디저트를 함께 먹었다.

“회사 근처에 새로 카페가 생겼더라고요. 근데 캐릭터 마카롱이 있길래 하나씩 다 샀어요.”

“초코맛이랑 딸기맛은 남겨두자. 안지호랑 차선빈 먹게.”

“세현이 형은 꼭 이 맛 먹어야 해요. 이거 토끼.”

와중에 하람이가 핑크색 토끼 모양의 마카롱을 내게 건넸다. 사실 저쪽에 있는 하얀 마카롱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도 정해야 하는데.”

“그거여?”

하람이가 에그타르트를 그대로 입에 넣은 채 우물거렸다. 이에 도운이 형 역시 에그타르트를 하나 집었다.

“작업실 이름. 회사에서 하나 만들라고 하더라.”

“아, 작업실 이름!”

그 순간, 백은찬이 무릎을 쳤다.

“Secret Office. 이런 거 어떠냐?”

“왜 시크릿 오피스인데?”

“그냥 있어 보여서요.”

“요즘 뭐 첩보 영화라도 봤어?”

“오, 우세현 역시 눈치 빠르네.”

백은찬이 그대로 씨익 웃었다.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

“안 돼요. 밋밋해.”

“밋밋하긴 뭐가 밋밋해.”

“이건 좀 더 멋있는 걸로 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백은찬의 의견은 하람이의 거센 반발에 기각. 이어서 한동안 작업실 이름에 관해 고민했다.

물론 에그타르트를 다 먹을 때까지도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지만.

* * *

카일과의 콜라보 작업은 직접 대면이 아닌 회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졌다.

그리고 곡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였을 때쯤, 화상 통화를 통해 멤버들과 함께 카일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Hello, WINSOME.”

영상 너머로 만난 카일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밝은 표정이었다.

“(곡 들어 봤어요? 너무 좋지 않나요?)”

“(네. 굉장히 멋졌습니다.)”

“(나는 벌써 그것을 흥얼거리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로 카일은 그 즉시 곡의 한 소절을 흥얼거렸다. 굉장히 맘에 든 모양이다.

“(윤, 그리고 차의 가사를 특히 좋아합니다. 곡에 아주 잘 어우러졌어요.)”

그리고는 또 그 부분을 흥얼거린다.

이 사람, 은근 흥이 넘친다.

동시에 이를 들은 도운이 형이 그대로 안도의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도운이 형과 시선이 마주해 그대로 살짝 웃었다.

이후 곡의 녹음까지 전부 마친 뒤,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의 카일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이었다.

“It's crazy. Voice.”

그리고 그대로 곡이 끝날 때까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이내 곡이 끝나자 한숨을 한번 깊게 내쉬었다.

이어서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다음 작업도 또 같이 어때요?)”

* * *

- 제목 : 윈썸 카일 콜라보 썰 있던데

곧 둘이 작업한 곡 나온다고

└ ㄴㄴ 피셜 난 거 전혀 없어 걍 구씹

└ 팬인데 첨 듣는 소린데 어디서 들음

└ 무슨 카일이랑 콜라보야 팬들이 걍 소취하는 거 가지고 온 거 아님?ㅋㅋㅋㅋ

└ 윈썸이랑 카일이라니ㅋㅋㅋ너무 급 차이 나는 거 아니냐ㅋㅋㅋㅋㅋ

장수연은 지금, 우연히 보게 된 커뮤니티 글 하나에 그대로 시선을 집중했다.

“애들이랑 카일?”

해당 글의 내용은 윈썸과 카일이 콜라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처음 보는 썰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관련 썰을 조금 뒤져봤다. 찾아보니 이러한 썰은 은근 SNS를 포함해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는 것들이었다.

‘뭔가 있긴 있는 건가?’

하지만 이와 같은 것들은 아직까지 그저 썰에 불과했다. 오피셜 입장도 없을뿐더러 어디까지나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장수연은 일단 IN 엔터의 오피셜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근데 진짜가 맞으면 완전 좋은데? 그보다도 그럼 알앤비로 나오는 건가? 애들 새 곡?’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본업 떡밥만큼 좋은 떡밥도 없었으니. 아, 진짜 제발 맞아라!

‘근데 애들이 진짜 언제 이렇게 커서 카일이랑 콜라보를···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근데 그럼 혹시 뮤비도 나오는, 아니 이게 확실한 건 아닌······.’

그렇게 장수연은 한동안 생각의 굴레에 갇혔다. 그리고 혹시 다른 이야기는 더 없는지 좀 더 살펴봤다.

이와 같은 썰에 관심이 많은 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콜라보에 관련된 글들만 올라오면 항상 댓글이 만선이었다.

- 윈썸 카일 콜라보 찐이야? [21]

공식 오피셜이 없기에 대부분이 아직 모른다는 식의 말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이를 극심하게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 @sdfgdssd_

WIN썸이랑 카일 썰 있던데 그거 그냥 순덕을 희망 아님? 카일이 뭐가 아쉬워서 걔네랑 콜라보를 하냐

- @gggggga

윈이랑 카일이 콜라보를 한다고? 그럼 얘네 실력 다 털리는 거 아님?ㅋㅋㅋ성량부터 차이날텐데 그나마 비빌 만한게 우센인가 근데 얘도 성량만 큼

개웃김 @yyyutu

카일이라니 갖다 붙이기가 심하네ㅋ

명품 엠버서더 됐다고 팬덤 콧대가 하늘을 찌르더니 이제는 아무거나 막 갖다붙이기ㅋ

아직까지 제대로 나온 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아니길 바라는 이들이 한 트럭이었다.

- 내 생각엔 윈썸이 카일콘 가서 이런 썰이 나온 것 같음 실제론 뭐 없을 것 같아

└ 난 오히려 뭐 나올 것 같은데

└ 카일 요즘 바쁘지 않나 그리고 카일이 굳이 콜라보를 할 이유가 없잖아

└ 나 들은 거 있는데 괜한 기대인 거 맞음

└└ 뭐야 너 계자야?

└└ 찐 계자 등장이냐?

└ 역시 짭썰인가보네

- 타 사이트에서 봤는데 윈썸 그거 짭썰이래 계자 직접 등장했다고 함

└ 아 ㄹㅇ? 기대했는데 아니었나보네ㅠ

└ 솔직히 좀 웃기긴 했음ㅋ

“아니라고?”

여기에 분위기는 어째 점점 아닌 듯한 흐름으로 나아갔다. 심지어 관계자라 보이는 이까지 나타났다.

당연히 진짜 관계자일 리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미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아, 느낌은 분명 맞는데!

느낌은 분명 맞았지만, 여전히 진위 여부는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제발 맞았으면 좋겠다고 장수연은 그렇게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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