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그게 진짜였다고?
우리와 카일 브라운이 진행하고 있는 콜라보 작업. 이 작업은 공식 기사가 날 때까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 분명 철저하게 지켜져야 했다만.
- 제목 : 윈썸 카일이랑 콜라보한다는 얘기 있던데 찐일까?
어느새 이야기가 흘러나간 뒤였다. 어디선가 말이 샌 모양이다. 뭐, 애초에 완벽하게 비밀이 지켜질 거라 기대하지 않긴 했다.
정보가 ‘썰’이라는 이름으로 바깥에 유출되는 경우는 항상 빈번하니까. 일단 이 프로젝트에 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만큼 오가는 입들이 많았다.
- 웬 카일? 대놓고 짭썰 같은데
와중에 안 믿는 글이 상당하군.
어떤 면에서 보면 다행인가.
“우리 언제쯤 기사 나간다고 했지?”
“어떤 거?”
“콜라보.”
그런 내 물음에 백은찬이 잠시 폰을 확인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답했다.
“약 일주일 뒤?”
“얼마 안 남았네.”
“그렇지. 얼마 안 남았어.”
앞으로 약 일주일 후면, 공식 기사가 나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나오는 말도 적당히 가라앉겠지.
‘그럼 약 2주 뒤인가.’
공식 기사가 나가고 다시 일주일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주일 후면, 카일과 함께 작업한 신곡이 공개적으로 발표가 될 예정이었다.
* * *
장수연은 오늘, 언제나처럼 느긋한 모습으로 TV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방학 시즌인 만큼 요즘은 하루하루가 여유로웠다.
‘볼 게 없네.’
그렇게 멍하니 채널을 돌리던 장수연은 이내, 폰을 다시금 습관처럼 들어 올렸다. 애들 소식이나 올라온 거 있나 봐야지.
그리고 평소와 같이 SNS를 확인해보려던 참에, 버릇처럼 자신도 모르게 커뮤니티 사이트에 먼저 들어갔다.
“응?”
그때 눈에 들어온 심상치 않은 글들.
- 윈썸 카일 찐이라고?
- 헐 카일 콜라보가 진짜일 줄이야
- ㄷ ㅐ박 그럼 윈썸 카일 협업곡이라니 존나 기대된다!!!!!!!!!!!
- 그렇게 아니라고 염불하는 애들 한트럭이었는데ㅋㅋㅋㅋㅋ
“······?”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했다.
그와 동시에 장수연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야, 그거 진짜였나본데? 윈썸 콜라보!”
그 순간, 방에 있던 언니 장지연도 장수연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 장수연은 그때 비로소 다시 한번 확신했다.
“X친, X친···!”
- [단독] 윈썸 (WINSOME) X 카일 브라운 깜짝 콜라보 공개한다
- 윈썸, 카일과 콜라보 음원 발표 예정!···감미로운 R&B 팝 발라드 선물 예정 [공식]
윈썸과 카일이 콜라보썰이 진짜였다는 것을, 장수연은 마침내 확신했다.
* * *
윈썸과 카일의 콜라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와 같은 소식에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는 단번에 달아올랐다.
- 윈썸이랑 카일 콜라보 진짜 찐이었네ㅋㅋㅋㅋ까랑 악개들 어떻게든 아니라고 소리치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조용한 거 보소
- 계자인 척 아니라고 열심히 초 치고 다니더니 이제 와서 입 다무는 것 봐ㅋㅋ
- 우와 윈썸 카일 콜라보해? 둘 다 좋아하는데 존좋
- 그럼 혹시 카일 한국 오나? 아니면 화상으로 작업했으려나
- 뭐라고 윈썸이랑 카일이 곡을 낸다고?
이를 보던 장수연은 얼굴에 내내 함박웃음을 지은 채였다.
그렇지, 역시 맞았어!
우리 애들 콜라보한다!
우리 애들 곡 나온다!
앞선 공식 기사에 아니나 다를까, 이전에 초를 치던 댓글들은 어느새 쏙 들어간 채 모습을 감췄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와중에 여전히 분탕을 치는 몇몇 댓글들이 있긴 했지만, 그깟 분탕 따위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알 게 뭐냐! 우리 애들 곡 나오는데!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카일 브라운과 인기 그룹 윈썸이 협업한다. 오늘 오전, 윈썸의 공식 SNS에서 카일과의 콜라보곡인 ‘Dreaming’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드리밍! 다음주 금요일, 오후 1시!’
제목은 ‘Dreaming’.
윈썸과 카일의 협업곡인 그 Dreaming은 일주일 뒤인 금요일, 오후 1시에 공개될 예정이라 적혀 있었다.
이에 장수연은 또다시 가슴이 뛰었다.
어떤 곡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 탓이었다.
그 이후 마침내 다가온 콜라보 음원 정식 발매일. 음원 공개와 더불어 뮤직비디오도 함께 업로드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공개 시각인 1시 정각.
마침내 화면 속 카운트다운도 끝이 났다.
‘한다! 한다!’
동시에 암전되는 화면.
이어서 다시 밝아진 화면 속에서는 푸른빛을 띤 밤하늘과 그 하늘 속 커다랗게 뜬 보름달이 비춰졌다.
그와 함께 비춰지는 하나의 기차역.
이윽고 [Night Station]이라 표시된 간판이 조용히 홀로 빛났다.
그리고 그 순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기타 선율이.
아득한 목소리가.
* * *
기타 선율이 시작되자 동시에 열차 플랫폼 내부에 누군가 나타났다. 차선빈이었다.
회색 니트에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던 차선빈은 그대로 플랫폼 안에 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런 차선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첫 파트가 시작됐다.
[White snow is piled up.]
(하얀 눈이 쌓여있어.)
[This place is so beautiful.]
(이곳은 정말 아름답지.)
[Is it because it's not real?]
(현실이 아니기 때문일까?)
- 와 선빈이 노래 부른다
- 선빈이 목소리 존좋
- 역시 차선빈은 은발이 진리 얼굴 진짜 뭐야
이어서 장면 전환과 함께 플랫폼 계단을 오르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했다.
윤도운이었다.
하얀색 야구 잠바에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던 윤도운의 손에는 열차 티켓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The moment you close your eyes,]
(니가 눈을 감는 순간,)
[We'll meet.]
(우리는 만나게 될 거야.)
윤도운이 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화면이 잠깐 흔들리며 동시에 그의 검은색 머리칼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렸다.
- 윤도운 존나 아련해
- 도운이 미성 진짜 너무 좋아 분위기도 좋음ㅠㅠ
- 도운이도 영어 발음 좋다 일단 목소리가 예쁨
그리고 나타난 이번 콜라보의 주인공, 카일. 어깨에 기타를 멘 카일은 그렇게 화면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카일은 앞서 차선빈과 윤도운이 기다리던 열차의 기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윽고 신호와 함께 도착한 열차.
보라색 컬러의 이국적인 디자인의 열차가 그렇게 작게 소리 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열차 안에 탑승해 있던 한 사람. 그 한 사람은 바로 백은찬이었다.
짙은 남색의 자켓을 걸친 백은찬은 창밖을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분명 행복한 꿈이야.]
[그 행복한 꿈속에서]
[나는 너의 손을 꼭 쥘게.]
[넌 그 행복 속에 있으면 돼.]
차가운 눈빛 속에서도 따뜻한 음색이었다.
- 뭐야 백은찬 눈빛 존나 좋아ㅠㅠㅠㅠㅠ
- 은찬이 이런 느낌 좋음 평소 온인데 가끔씩 이렇게 냉 모먼트 나오는 거
- 우리 은찬이 노래 더 늘었다ㅠ
그 순간, 백은찬의 손에 있던 티켓 한 장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그 티켓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Dreamer 전용 열차]
[Platform Zero Six]
- 드리머? 드리머만 타는 열차인가?
- 아 애들만 타는 열차인가보네 애들이 그 드리머고
- 그래서 열차에 아무도 없었나ㅋㅋㅋㅋ
- 와중에 제로 식스ㅋㅋㅋㅋIN 6 광공ㅋㅋㅋㅋ
그때, 꽃과 나무가 울창한 푸른 숲속의 장소가 나타났다. 앞의 장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이전 장소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아련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장소는 밝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 해냈다.
그리고 그 숲 한 가운데 놓여 있는 투명한 유리 상자. 그 유리 상자 안에 누군가 자리하고 있었다.
- 세현이다
- 헐 세현아아아아
드넓은 잔디밭 한 가운데 우세현은 투명한 유리 상자에 기댄 채로 홀로 앉아 있었다.
사이즈가 살짝 큰, 단추가 몇 개 풀린 하얀 셔츠를 입은 우세현은 그 중심에서 자신의 곁에 있던 하트 모양의 볼을 조용히 들어 올렸다.
[In a happy dream]
[이 꿈이 실재하게 해줄게]
[Dreaming, Dreaming]
- 와 표정 봐 존나 몽환
- 목소리 미친 거 아님? 세현아 사랑해
- 하트볼 뭐야 우세현이랑 개 잘어울리네
- 단추 하나만 더 채우...아니 더 풀....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반대편에는 마찬가지로 유리 상자 하나가 더 놓여 있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안지호.
우세현과 마찬가지로 상자 안에 갇힌 채로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지호의 주변에는 앞서 있던 빨간 하트가 아닌 검은색 하트볼이 가득했다.
안지호는 마찬가지로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와중에 안지호의 빨간색 머리가 살짝 젖어 있는 채였다.
[This is not a lie]
[거짓이 아니야]
[한 번도 거짓인 적이 없었어]
[너와 꿈을 꾸는 이 순간은]
- 와 눈빛 ㅈㄴ 서늘해
- 지호 너무 섹시ㅠㅠㅠㅠㅠㅠ
- 지호는 진짜 음색이 보물이야
- 미쳤다 젖은 머리 순간 숨이 막혔어
그리고 다시 한번 전환된 화면 속에는 열차를 이끄는 카일의 모습이 잡히고.
멈춰 선 열차 안에는 들어선 멤버들은 저마다 창밖을 응시한 채였다.
이어서 마침내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는 그렇게 둥근 달이 떠 있는 하늘을 횡단했다.
달의 주변으로는 은하수 마냥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하늘은 이전보다 더욱 짙은 남색빛을 띠었다.
마치 꿈과 같은 풍경이었다.
“뮤비가 완전 제목이랑 찰떡이네.”
화면을 응시하던 장수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Dreaming’이란 타이틀 제목에 맞게 정말로 한 편의 꿈과 같은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장면이 전환되며, 이전에 푸른 숲의 풍경이 등장했다.
울창한 숲속, 그리고 그곳에 있는 또 다른 플랫폼 마크. [Dream Station]이었다.
그리고 그 플랫폼 벤치에는 신하람이 노란색 하트볼을 든 채로 홀로 앉아 있었다.
복슬복슬해 보이는 노란색 니트를 입은 신하람은 그렇게 조용한 듯 잔잔하게 하늘을 응시했다.
[여기서 그저 바라볼게]
[니가 현실에서 깨어날 수 있을 때까지]
[In a happy dream]
그리고 잔잔하게 스치는 바람과 함께 신하람은 다시금 화면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런 신하람의 뒤로는 환한 햇살이 빛났다.
- 으아 귀여워 뵹아리 같아ㅠㅠㅠ
- 마지막에 씨익 미소 짓는 거 뭐임 fox가 따로 없다
- 근데 하람이 진짜 보컬 많이 늘었다 울 애기 장하다ㅠㅠㅠㅠ
그렇게 멤버들이 탄 열차는 여전히 쉼 없이 고요한 밤하늘 속을 횡단하고 있었다. 마치 꿈을 횡단하듯이.
* * *
- 윈썸이랑 카일 노래 좋다
- 미쳤다 이번 윈썸 콜라보 곡 대박이야 이거 무조건 롱런각
- 윈썸은 확실히 보컬이 좋음 랩 멤버들도 기본적으로 다 음색이 쩔어
- 이거 카일곡이야? 아니면 IN?
└ 합작이래 크레딧에 도운이랑 선빈이 이름 있음
└ 헐 당연히 카일곡 인 줄 알았는데 윈썸멤도 이름 넣었구나
- 윈썸 노래 좋다는 얘기 많아서 들어봤는데 걍 무난하기만 함
- 윈썸 카일 Dreaming 많관부♥
카일과 작업한 음원,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많은 반응들이 이어졌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의 내용을 추론한 글들도 상당했다.
- 처음 나이트 플랫폼에 있는 멤버들 = 이제 꿈 속으로 가는 멤들, 풀숲에 있는 멤버들 = 이미 꿈 속 <- 이거 아님?
- 열차가 꿈속으로 가는 매개체로 이제 그 풀숲이 도착지인 꿈 이 해석이 맞는 듯
- 근데 하트볼은 뭘까? 그것도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해석의 달인이신 분들이 상당했다.
다들 눈치가 빠르시네.
“야야야, 이것 봐. 카일도 올랐다.”
“뭘?”
“SNS!”
그리고 공개 직후, 카일 역시 본인의 SNS 계정에 홍보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추가로 한 장의 사진을 더 올렸는데, 그건 바로 지난 일본에서 우리와 찍었던 사진이었다.
- with. WINSOME (빨간 하트)
└ 와 카일이 하트 이모티콘을? 카일이 하트 이모티콘 쓰는 거 첨 봄
└ 작업이 어지간히도 좋았나보네 사진도 완전 함박 웃음이야ㅋㅋㅋ
└ ㅁㅊ 하트라니
그 가운데, 카일이 그룹 이름 뒤에 붙인 하트 이모티콘이 상당히 화제가 됐다. 평소에 하트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인가.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기 무색하게, 카일은 윈썸 관련된 또 다른 게시글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로 하트를 붙이곤 했다.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습관인 마냥.
“이제 1분 남았죠?”
“응. 1분.”
그리고 그로부터 1시간 뒤, 오후 2시.
우리는 음원 사이트인 자몽을 새로 고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 나와야 할 텐데.
간만에 떨리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