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화. Good Night
카일과의 곡이 나온 당일 오후 2시.
곧바로 자몽 차트를 확인했다.
[New] 9. Dreaming
- 윈썸 (WINSOME) & 카일
“9위다!”
백은찬이 큰 소리로 외쳤다.
9위!
무려 Top 차트 진입 9위를 했다.
1시에 발매된 곡으로 이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시작이 좋았다.
지난 앨범인 ‘Face off’의 경우 실시간 차트는 1위를 했지만, 메인 차트인 top 차트에서는 12위를 기록했었기에.
여기에 ‘Dreaming’은 스포티X이 글로벌 차트 순위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더불어 영국, 일본,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의 차트에도 올라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미국 스포티X이 차트 순위권에 올랐다는 사실이었다.
무려 45위였다.
이제껏 미국 스포티X이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미국 스포티X이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거였다.
실제로 이 차트에 차트인하는 국내 아이돌은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그 안에 이번에 우리가 들어간 거고.
- 윈썸 이번에 해외 성적 잘 나온다 미국 스포티X이에 차트인 했어 45위
└ ㄹㅇ? 45위 미쳤는데?
- 스포티X이에 50위권 위에 올라간 아이돌은 거의 2~3명 밖에 없지 않나? 윈썸 대박났네
- 이번 윈썸 곡 해외에서 유독 좋아하는 것 같음 카일 곡이라 그런가 근데 곡이 잘빠지긴 함ㅇㅇ
- 윈썸 해외 성적 괜찮은 거 걍 카일 때문 아냐? 윈썸 단독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했다매
그리고 이렇듯 생각보다 잘 나온 국내외 성적에 사실상 ‘카일’의 힘이 큰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물론 카일의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요즘 가장 잘나가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니까.
그러니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였다. 오히려 떨어지는 게 문제 아닌가. 그거야말로 머리 아파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일단 노래가 좋다.
좋은 노래인 만큼 순위가 높았고, 그로 인해 성적도 잘 나왔으니 머리 아픈 일 없이 잘된 일이었다.
“근데 우리 노래, 잘 때 듣는다는 사람이 많네. 약간 제목 따라 가나?”
“아, 그건 맞아요. 저녁에 듣기 좋더라고요. 특히 세현이 형 목소리가 딱이에요.”
“그건 인정.”
그런가.
하긴, 일단 제목부터 ‘Dreaming’이다.
잔잔한 멜로디인 만큼 낮보단 밤에 듣기 좋은 곡이고.
[Connect] [여름엔은차니]
드리밍은 진짜 자기 전에 들으면 극락
애들 목소리도 너무 좋고 맘이 편안해져서 들으면서 자면 잠이 잘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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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백은찬이 말한 대로 자기 전에 들으면 잠이 잘 온다는 말이 멜로우들 사이에서도 많았다.
다행이었다.
‘Dreaming’은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른 곡이기도 했다. 멜로우들이, 듣는 사람들이 좋은 꿈을 꾸길 바라면서.
└ [★Sehyun] : 오늘도 좋은 꿈 꾸세요.
└ 헐 세현이다
└ 세현아 애기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모해
└ 안 자고 있던 나 칭찬해 (눈물)
‘잠.’
···나도 오늘은 좀 잘 수 있었으면 싶네.
근래, 잠에 들기가 조금 힘들었으니까.
* * *
꿈을 꿨다.
모르는 사람이 나오는 꿈이었다.
꿈속에는 처음 보는 이의 얼굴이 있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필름과 같았다.
본 적 없는 장면이, 생소한 장면들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눈이 떠졌다.
‘···아, 젠장.’
잠이 확 깼다.
앞머리가 조금 축축했다. 그대로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호흡이 조금 가빴다.
악몽이었다.
‘···기억.’
이전에 봤던 사람들의 기억이었다.
이후에도 이따금씩 기억이 보이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 본 기억은 사라지지 않은 채 이렇게 꿈을 통해 다시 한번 보였다.
악몽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기억 따위,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머리가 아팠다. 욱신거리는 고통이 이따금씩 수반되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잠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나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스케줄을 하기 위해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잠이 필요했다. 그렇게 지난 밤들이 반복되었다.
이 X 같은 부작용은 그렇게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투어를 돌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간 했던 수많은 오프 때문인가.
그리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면증이 찾아왔다.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 누운 지는 한참인데,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자고 싶지 않을 걸지도 몰랐다.
옆을 보니 백은찬의 침대는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백은찬은 잘 잤으면 해서.
어두운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깨우지 않고자 되도록 숨을 죽였다.
‘내일도 아메리카노, 마실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영향으로 아메리카노를 먹는 일도 조금씩 늘었다. 먹다 보니 아메리카노도 나쁘지 않았다.
형이 평소에 왜 그렇게 자주 먹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막연히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이 패턴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우세현.”
그런데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놀라 그대로 옆을 돌아보니 그대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백은찬이 보였다.
“안 잤어?”
“너야말로 왜 안 자?”
“낮에 아메리카노 마셔서 그런가봐. 잠이 잘 안 온다.”
대충 그렇게 둘러댔다.
그렇게 말하면, 다시 자러 갈 것 같아서.
백은찬의 수면 시간까지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자.”
“넌?”
“나도 자야지.”
그렇지만 백은찬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어두워서 그런지 표정이 잘 안 보였다.
“야, 다시 안 자고 뭐···.”
“불면증이야?”
“뭐?”
“요즘 잠 못 자잖아.”
순간 대답을 못 했다.
정곡을 찌르는 그 말에.
···분명 알아차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응. 아니야.”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이쯤에선 말할 만도 하지 않나.”
“···뭐?”
“안 해도 될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때 기울어진 달로 인해 조금의 빛이 방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그 순간 백은찬은 그렇게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너 제대로 못 잔 지 오래됐잖아.”
* * *
백은찬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 안엔 그저 고요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그저 당황스러워서.
백은찬이 그걸 어떻게···아니, 그것보다 언제부터 안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당황한 탓에 앞선 말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백은찬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성큼성큼 가더니 뭔가를 찾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여전히 당황스러웠다.
“···뭐해?”
“기다려봐.”
그리고 곧바로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처음엔 어두워서 그게 뭔지 구분이 잘 안 갔는데, 점차 눈에 익기 시작하자 뭔지 알게 되었다.
“수면에 좋은 캔들.”
백은찬이 덧붙였다.
캔들?
그리고선 추가적인 설명 없이 그 자리에서 캔들을 켰다. 그 순간, 캔들의 불꽃이 환하게 일렁였다.
“향은 너 잘 쓰는 향수랑 비슷한 걸로 할까 하다가, 그냥 최대한 강하지 않은 걸로 했어.”
백은찬의 말 대로 정말로 은은한 향이었다. 딱 수면용으로 쓰기 좋을 것 같은 향.
“···향 좋다.”
“그리고 음악도 좋다더라.”
“음악? 갑자기 웬 음악?”
“검색 좀 해봤어. 잘 때 들으면 좋은 노래 모음 같은 거.”
이어서 백은찬이 이어폰을 건넸다.
“검색을 했다고?”
“플레이리스트는 순전히 내 임의대로 구성하긴 했는데, 너도 아는 곡 꽤 많을 거야.”
살펴보니 정말 눈에 익은 곡들이 꽤 됐다. 대체로 잔잔한 곡 위주였다.
향초, 노래.
모든 것에서 노력이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 잘 보이는 그 노력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곡이 별로야?”
“아니. 너무 좋은데.”
“근데 표정은 왜 그래?”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서. 좀 미안해서.”
그런데 그 순간 백은찬이 플레이리스트의 곡을 바꿨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댄스곡에 그대로 흠칫 놀랐다.
“뭐야?”
“잠깐 정신 차리는 타임. 아, 자야 하니까 정신 차리면 안 되는데.”
백은찬이 그제서야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그 모습에 괜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혹시 화났냐?”
평소와 비슷한 어투였지만, 그러면서도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더 딱딱한 느낌. 마치 화가 난 것처럼.
그 말에 백은찬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동시에 백은찬이 시선을 살짝 돌렸다.
여전히 말투가 딱딱했다.
“걱정 좀 끼치면 어때. 애초에 난 니 룸메인데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룸메니까.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
“그럼 이 기회에 생각 전환해. 룸메니까 끼쳐도 된다는 방향으로.”
그 말에서 느껴졌다.
날 걱정하고 있다는 게.
“걱정 끼쳐. 맘 편히. 난 니가 좀 그랬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뭐라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해주고 있었으니까. 그게···고마웠다.
“고마워.”
“그래. 그럼 이제 자자. 개인적으로 난 이 요즘 이 곡 들으면 잠이 잘 오더라.”
그리고는 다시 한번 플레이리스트를 조작했다. 그제서야 평상시의 백은찬의 얼굴이다. 익숙한 목소리. 왠지 안심이 됐다.
이어서 낯익은 멜로디의 곡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백은찬이 내 침대 구석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 이 노래 진짜 좋지.”
“그렇지?”
이번에 나온 우리 곡 ‘Dreaming’이었다.
“같이 들어.”
“일단 너 들어.”
이어폰 두 개 다 내 귀에 있던 터라.
그래도 한 짝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었건만 백은찬은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그 길로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기분 좋게 흘러나오는 그 멜로디에 저절로 눈꺼풀이 감겼다.
[The moment you close your eyes,]
(니가 눈을 감는 순간,)
[We'll meet.]
(우리는 만나게 될 거야.)
‘좋네.’
그렇게 익숙한 목소리들에 잠겨 있다 보니 정말로 그대로 잠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멜로우들 말이 사실이었네.
새삼 다시 느꼈다.
“···백은찬.”
“왜?”
“너도 얼른 자···.”
“응.”
그리고 그런 백은찬의 대답을 겨우 들은 채 이윽고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 * *
은찬이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정확히 우세현의 불면증에 관해 알게 된 것은.
그것은 아주 우연한 발견으로 인해 알게 된 것이었다.
평소 은찬은 자려고 들면 뒤척이는 것 없이 곧잘 잠이 드는 편이었다. 그래서 쉽게 잠이 들곤 했지만, 그에 비해 잠귀는 밝았다.
가장 처음에 인식하게 된 건, 우세현이 한밤중에 물을 마시러 갔을 때였다.
그때도 백은찬은 역시나 잠에서 깬 채였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불면증에 관해 의심하지 않았다.
정말로 우세현은 물을 마시러 갔을 뿐이었고, 그 뒤로는 잘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뒤척임 하나 없이 조용히.
의구심을 가진 건 그 이후부터였다.
‘아메리카노.’
어느 날부턴가 우세현은 이따금씩 아메리카노를 먹기 시작했다. 이전이라면 전혀 입에도 대지 않았을 아메리카노였다.
“세현이, 오늘도 아메리카노야?”
“네. 먹다 보니 괜찮더라고요.”
오늘도 아메리카노냐는 멤버들의 물음에 우세현은 항상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선 항상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한껏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선.
그때부터 은찬 역시 잠들지 않았다.
생전 불면증과는 거리가 먼 은찬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이네.’
그렇게 뒤척이는 세현을 보며 은찬은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깊은숨을 내뱉었다.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다른 멤버들과 달리 자신은 룸메이트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와 같은 상황을 더 빨리 알아주지 못한 게 화가 났다.
와중에 우세현은 내내 자신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은찬은 다시금 이마를 짚었다.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은찬은 곧 차분하게 생각했다.
‘불면증에 좋은 게 뭐가 있더라.’
그렇게 여러 가지를 찾아봤다.
수면용 캔들부터 시작해서 안대, 수면에 좋은 곡 등.
그리고 오늘도 역시 우세현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중간에 잠들긴 했으나 얼마 안 가 다시 깨고 말았다.
“불면증이야?”
“뭐?”
“요즘 잠 못 자잖아.”
“아니야. 그런 거.”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예상대로의 것이었다.
‘역시 그냥 말할 리 없나.’
그간 그렇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걸 봤으니 당연히 쉽게 인정할 거라 예상은 했던 바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인정을 하건 안 하건 별로 상관없었다. 그냥 우세현이 잠을 잘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혹시 화났냐?”
그 물음엔 잠시 대답을 주저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화가 났다.
정말 많이.
아니, 화가 난 것도 난 거지만, 무엇보다 서운한 감정이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여기에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한 자신에게도 여전히 화가 났다.
그때쯤, 방금 전 켠 캔들의 향이 방 안으로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은찬 역시 우세현의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느새 눈이 어둠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백은찬.”
“왜?”
“너도 얼른 자···.”
“응.”
방 안이 워낙 조용해서일까.
그렇게 ‘Dreaming’의 멜로디가 이어폰 밖으로까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분명 같이 듣고 있지 않음에도 같이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쯤 솔직해지려나.’
우세현은 항상 그랬다.
늘상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것이 본인의 기준에 사소한 것이라 여겨지면 더더욱.
기대는 법이 없었다.
분명 가장 기대기 쉬운 사람은 자신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리고 얼마 안 가, 우세현은 곧 잠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더불어 오늘은, 자신 또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달빛의 반사된 푸른빛이 다시 한번 그들의 방안을 조용히 비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