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왜 자꾸 스포를 물어.
설 특집, <복주머니를 찾아라!>.
오늘은 그 프로그램이 하는 날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형은 어떻게 알았어?”
“뭘?”
“이거 지금 하는 거.”
“전에 예고 나온 거 봤어.”
아, 예고.
공중파라 그런지 예고를 많이 때리긴 했다. 일단 아이돌들이 우르르 나오는 프로다 보니.
반면, MBS에는 웬 퀴즈쇼 같은 걸 했는데 그곳엔 체이스 멤버인 명우진과 손태하가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바로 돌렸다.
“너 혼자 나갔었나?”
“아니. 안지호도 같이. 예고 봤다며.”
“다른 사람은 대충 봐서 몰라.”
형이 화면에 시선을 응시한 채로 말했다.
다른 사람은 대충 봤다라.
그렇다면 혹시 신도하 나오는 것도 모를 확률이···.
“신도하랑은? 같은 팀이야?”
···아는구나. 신도하 나오는 건.
“엄연히 스포인데. 말해도 돼?”
“말해. 상관없어.”
“어. 일단은 같은 팀.”
“그래.”
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다.
그사이, 화면에선 방송 타이틀과 함께 다양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형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냉장고. 맥주 좀 가지러.”
갑자기 맥주?
“너도 뭐 먹을래? 과자?”
“나도 맥주 줘. 안주도 주고.”
“안주 아니고 과자. 이거나 먹어.”
그리고는 봉지 하나를 던진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이긴 했는데, 나도 맥주 달라고.
“내가 두 캔 다 마시려고 했는데.”
“뭘 두 캔을 마셔. 하나만 마셔. 형, 내일 가는 거 아니야?”
“모레야. 내일 아니고.”
결국 그렇게 형은 캔 2개를 가져왔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긴 했지만, 그냥 무시한 채로 그대로 신나게 캔을 땄다.
“술 자주 마시지 마라.”
“나 별로 안 마셔. 그냥 어쩌다가 한두 캔 정도지.”
“혹시 많이 마실 일 생기면 형 부르고.”
“괜찮아. 매니저 형도 있는데.”
바쁜 형을 부르기는 좀 그렇지.
아무래도 연예계엔 술과 관련된 여러 이슈가 많다 보니 형이 걱정이 많은 가보다.
“그래서 너 죽인 놈은 누군데?”
“죽···아. 방송?”
“응.”
“형은 왜 보기도 전에 이렇게 스포를 물어봐.”
“그래서 죽인 놈 누군데.”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스포인데.
“형.”
“응.”
“난 안 죽어.”
그러자 형이 그게 뭔 황당한 소리냐는 양 나를 쳐다봤다. 진짜로 안 죽는데.
“어, 시작한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시작된 <복주머니를 찾아라!>.
형은 그렇게 여전히 뭐냐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그대로 앞에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편집이 잘 됐어야 할 텐데.
* * *
설 특집, <복주머니를 찾아라!>.
이 프로의 방송 시간이 되자 이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멜로우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았다.
- 지호랑 세현이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제발 ㅠㅠ
- 생각해보니 둘 다 양궁 잘하잖아 그러니까 총도 잘 쏘지 않을까?
- 우리 애들 분량 많을 것 같아?
└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대는 안하는 게 좋을 듯
└ 그래도 오래 살아남았으면 뭐라도 주겠지 흑흑
└ 난 걍 나중에 편집본을 볼까 생각중
이렇듯 멜로우들은 이를 기다리면서도 혹여 분량이 적진 않을까 걱정을 하던 참이었다. 사전에 전해진 스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여러 출처를 알 수 없는 내용 스포가 여기저기 난무하고 있었다.
- 신윤우가 엄청 활약했다던데
- 와 여기 프로 신도하도 나오네? 신도하 사격 개 잘하는데 기대된다
- 근데 여긴 아이돌 왤케 많이 나옴 진짜 오래 남는 사람이 승자일 듯
- 윈썸은 초반 탈락이라는 말 많던데 사실이야?
└ 시작도 안했는데 어떻게 앎
└ ㅇㅇ 나도 그거 썰 들음
그렇게 상당히 많은 이들의 이목을 한껏 받은 채 <복주머니를 찾아라!>를 마침내 시작되었다.
[MC 성환 : 네, 202X년 설 특집, 복주머니를 찾아라! 그 막이 지금 올랐는데요!]
[MC 성환 : 사전에 A팀, B팀으로 팀을 나누었습니다. A팀이 빨간색 팔찌! B팀은 파란색 팔찌를 착용하고 있죠!]
오프닝은 출연자들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게임의 팀 구성과 룰 등에 관해 설명했다.
- 왜 왜 세현이랑 지호랑 다른 팀이죠?
- 우래기들 왜 떨어졌어 (울음)
- 둘이 꼭 붙어다니길 바랬는데......
- 나중에 애들끼리 마주치는 거 아님?ㅋㅋ
└ 오우 그런 상황 오면 살떨릴 듯
└ 그러면 서로 한번씩 봐주자
[B팀 규민 : 세현, 세현.]
[시작하자마자 A팀 세현을 발견한 규민!]
[B팀 규민 : 준용 씨 어디에요? 여기 세현 씨 있는데.]
[B팀 준용 : 그럼 기다려요. 내가 갈게요.]
[2 : 1 로 기습을 하려는 작전!]
게임이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타겟이 된 건 다름 아닌 우세현이었다.
[시작하자마자 타겟이 된 세현!]
반면, 이러한 상황에서 불구하고 화면 속 우세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상대 팀 플레이어인 규민을 등지고 있었다.
- 안돼 안돼 안돼 벌써 탈락 안돼
- 아니 왜 초반부터 이런 전개야
- 뒤를 돌아봐라 세현아ㅠㅠ
- 우리애 살려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그 순간.
[B팀 규민 : 앗!]
[갑작스럽게 사라진 세현!?]
[탕탕!]
[B팀 규민 : 악!]
되려 탈락한 건 B팀 규민이었다.
규민은 아차! 하는 사이, 페인트 탄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리고 그 다음 화면, 해당 화면 속 우세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총을 거두었다.
- ㅁㅊ 우세현 존멋
- 뭐야 개 멋있어
- 다행이다ㅠㅠ 탈락 아니구나ㅠㅠ
- 규민 아깝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움직임에 온에어 반응엔 대부분이 놀랍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마찬가지로 앞선 현장을 보고 있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니.
[B팀 준용 : 쉿, 쉿. 그냥 돌아가야겠어요.]
바로 B팀 김준용이었다.
김준용은 앞서 탈락한 규민을 만나고자 약속한 장소로 빠르게 달려왔으나, 규민이 탈락하는 걸 보는 순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웠다.
[B팀 준용 : 어우, 세현 씨 무서워. 근데 잘 생겼어. 근데 무서워.]
- 아니 김준용 지금 뭐라고 하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
- 김준용 많이 당황했나본데ㅋㅋㅋㅋㅋ
- 와중에 김준용 존나 빠름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김준용은 마침내 그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가는데 성공했다.
이어서 또 한 사람.
시작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었다.
[탕!]
[또 한 번 플레이어를 명중시킨 지호!]
바로 안지호였다.
안지호는 상대를 파악해가며, 빠르고 정확한 속도로 타겟을 맞추고 있었다.
[탕!]
[또다시 플레이어를 명중시킨 지호!]
[엄청난 정확성과 속도!]
- 와 안지호 사격 잘하는구나
- 지호 뭐야? 엄청 잘하는데? 자세부터 일단 엄청 안정적이야
- 안지호 혹시 무슨 운동했었어? 몸이 엄청 빠르고 가볍다
- 장애물 훅훅 넘는데 왜 이렇게 설레지
[A팀 영준 : 잠깐, 잠깐! 싸우지 말고 복주머니 거래해요.]
[지호 :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입니까?]
[A팀 영준 : 일단 총 내려놓고···.]
[탕! 탕!]
그 순간, 영준이 안지호를 향해 기습 공격을 날렸다. 그렇지만, 그런 영준의 공격을 안지호는 가볍게 받아쳤다.
공격 하나하나, 움직임 하나하나 그야말로 능수능란했다.
- 와 방금 엄청 가차 없었다ㅋㅋㅋㅋㅋ
- 영준 사기치려다 되려 당했네
- 앞서 초반 탈락을 걱정한 내가 우래기들을 잘 몰랐구나
- 멋있네 지호
그리고 게임이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중간 자막을 통해 현재 각 팀의 복주머니 상황이 공개되었다.
[A팀 : 68개, B팀 : 41개]
A팀이 단연코 우세했다.
그렇지만, 팀 종합 개수만 공개될 뿐.
개인이 획득한 복주머니 개수에 관해서는 일일이 공개되지 않았다.
- 아니 A팀은 어떻게 저렇게 많은 거임?
- 저 정도면 누가 독식하고 있는 거 아님?
- 개인은 왜 발표 안 해주냐 1등만이라도 공개해주지 존나 궁금한데
[B팀 주석 : 내 예상으론 A팀에서 세현 씨가 좀 있을 것 같아요.]
[B팀 민혁 : 확실한 거예요?]
[B팀 주석 : 사실 잘 모르겠는데, 세현 씨가 근처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단 세현 씨를···.]
[탕!]
[B팀 주석 : 으악!]
그리고 B팀이 모여 모의를 하고 있던 그곳에 빨간색 팔찌를 하고 있는 누군가 나타났다.
[도하 : 안녕하세요.]
신도하였다.
B팀 플레이어 몇 명이 모여 있던 그곳에, 신도하는 거침없이 난입했다.
[B팀 주석 님이 탈락하셨습니다.]
분명 수 적으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도하에 B팀이 더욱 당황한 모습이었다.
- 미쳤다 신도하ㅋㅋㅋㅋㅋ저길 혼자서 난입하네ㅋㅋㅋㅋㅋ
- 신도하가 의외로 돌입하는 스탈인가? 당연히 침착하게 상황 파악하는 스탈인 줄 알았는데
└ ㅇㅇ 원래 침착한 스탈이긴 해
└ 근데 과감한 면도 있음
- 와 저 와중에 안 꿀리고 킬하고 다니네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러한 신도하에 의해 조금 전까지 모여 있던 B팀 플레이어들은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뒤이어 신도하가 앞서 있던 장애물들을 가볍게 가로지르며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도하 : (-삑) 세현아, 괜찮아?]
[세현 : 네. 괜찮습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 도하!]
상황이 정리되자 신도하는 곧바로 자신의 팀원들에게 한 번씩 생사 확인 무전을 돌렸다.
- 신도하에게서 선배미가 느껴진다
- 도하 완전 리더네ㅠㅠㅠㅠㅠㅠ
- 신도하가 거의 리더격인데? 팀원들 다 챙겨
- 신도하 멋있다
[도하 : A-1? 알겠어.]
이어서 신도하는 우세현을 만나기 위해 약속된 장소인 [A-1]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조금 빨라 보이기도, 혹은 급해 보이기도 했다.
[탕!]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약속 지점인 [A-1]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 갑작스럽게 날아든 총알에 신도하는 그대로 미간을 좁혔다.
안지호였다.
이어서 상대를 확인한 신도하는 곧바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도하 : 아, 이런.]
신도하와 안지호가 마주한 순간이었다.
* * *
신도하와 안지호.
그렇게 두 사람은 [A-1] 지점으로 가기 직전, 중간 부근에서 마주했다.
[탕!]
[재빠르게 이를 피하는 도하!]
또다시 날아온 총알에 신도하는 옆에 있던 장애물 뒤로 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 뒤에 생긴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은 채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가볍게 피하며 빠르게 도하에게로 다가가는 지호!]
하지만 안지호는 공격을 피하면서도 과감하게 신도하를 향해 돌진했다.
- 와 ㄹㅇ 장면이 영화 같다
- 뭔가 숨 참아야할 것 같은 분위기
- 긴장감 쩌네ㅋㅋㅋㅋ누가 이길지 ㅈㄴ궁금함
[도하 : 복주머니 5개 어때요?]
[지호 : 거절하겠습니다.]
[도하 : OK.]
순간 있었던 협상은 그런 것이 있었냐는 듯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실상 두 사람은 모두 협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협상보다는 서로를 아웃시키는데 그저 여념이 없었다.
- 아니 이 정도면 애초에 협상할 생각이 없던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 근데 10개씩 제시했으면 의외로 쉽게 협상했을지도 5개는 너무 작아
- 협상보단 걍 서바이벌하는 게 재밌긴 함 쉽게 가면 재미 없어
그리고 잠시 대치.
긴박한 분위기 속 안지호와 신도하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다시금 총구를 들어 올렸다.
[탕!]
그 뒤로 다시 한번 총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