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타이밍 한번 거지같다
- [단독] 티어로브 신윤우♥배우 김유하와 핑크빛 열애중!
열애설이 났다.
갑작스러운 열애설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 ㅁㅊ 티어로브 윤우랑 김유하? 존나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네
- 뜬금없는 설 열애설ㅋㅋㅋㅋ둘이 나이차 좀 있지 않아?
- 티어로브도 이제 완전 내려막길이네ㅋㅋ둘기에 열애설에
- 둘이 잘 어울린다 행쇼하길
- 하 이 시점에서 뭔 열애설이야.....존나 눈치 없어
이와 같은 열애설에 신윤우는 현재,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신윤우뿐만이 아니었다.
소속사인 DR 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고, 상대 소속사 역시 상황은 동일했다.
“이 시점에서 뭔 뜬금없는 열애설이야!”
갑작스러운 열애설에 DR 엔터의 대표는 곧바로 당사자인 신윤우를 호출했다.
그리고 인해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홍보팀을 포함한 DR 엔터의 직원들은 모두 강제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잘 숨겼잖아. 근데 왜 이런 쓸데없는 덜미를 잡혀?”
“···이번에도 잘 숨겼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잠깐. 그보다도 일단 이거 사실이야?”
“당시엔 사실이긴 했지만···지금은 아니에요.”
“당시엔? 그럼 지금은? 지금은 아니라고?”
“과거형이에요.”
신윤우가 그렇게 깊은숨을 내쉬었다.
신윤우에게 있어 현재의 열애설은 사실이자 과거형이었다. 기사대로 배우 김유하와 사귀었던 건 맞지만, 불과 1주 전쯤에 헤어진 사이였다.
그렇기에 부정은 쉬웠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맞았고, 설령 사실이라도 해도 당연히 부정할 생각이었다.
이러한 열애설에서는 인정을 했을 때보다 부정을 했을 때 얻는 게 훨씬 많았다. 그러니 무조건 부정해야만 했다.
“그럼 사진을 찍히지 말았어야지!”
“······.”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사진이었다.
김유하와 단둘이 식사하면서 찍힌 사진. 여기에 둘이서 한강에 차를 댄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까지 찍혔다.
이렇게 사진까지 찍힌 이상, 부정은 쉽지 않았다. 설령 부정한다고 해도 그건 결국 명백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었다.
- 사진이 빼박이네 진짜 사귀는거 맞는 듯
- 사진까지 있으니 이 정도면 걍 인정할 것 같은데
- 이 정도면 걍 대놓고 연애한 거네 숨길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 사진 혹시 합성 같은 건 아니겠지?
└ 그건 너무 정신승리 아니냐ㅋㅋ
└ 합성한 사진으로 열애설 내면 고소 당하지ㅋㅋㅋ
어느새 열애설은 이미 오피셜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회사의 공식 입장을 기다려보겠다는 이들도 가끔씩 있긴 했지만, 역시나 사진이 주는 파급력은 컸다.
차라리 진짜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하지 헤어진 마당에 연인이라 낙인까지 찍혔으니 지금 이 상황이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찍힌 거지···.’
신윤우는 앞선 열애설의 기사 사진을 조용히 응시했다.
역시나 의문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진이 찍힌 건지.
이제껏 사진을 찍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신윤우는 모든 행동에 신중에 신중을 가하였다.
심지어 이번에 사진이 찍힌 이 식사 장소. 이 식사 장소는 프라이빗하게 운영되는 장소였다.
심지어 같은 멤버들은 물론, 가까운 지인조차 신윤우가 이곳에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도 사진이 찍혔다.
‘어떻게?’
하지만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이에 신윤우는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지끈거리는 두통이 그를 사납게 괴롭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기는 절대 열애설이 나면 안 되는 시기였다.
절대로.
아이돌에게 있어서 열애설은 언제든 치명타를 입히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티어로브에게는 더욱더 그랬다.
멤버 한 명이 팀을 이탈하고, 완전체가 아니게 된 티어로브는 더 이상의 구설수가 일어나서는 안 됐다.
오래 함께했던 멤버가 떠나면서 팬들은 나름대로의 결집을 다졌고, 더욱 견고히 뭉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열애설, 혹은 사회면 관련 구설수 등은 그런 팬들의 응집에 그야말로 찬물을 붓는 격이었다.
- 안 그래도 연차차서 유출 많은 시기인데 열애설까지 나면 어떡하냐 진짜 속상해
- 남은 멤버들, 그룹 지키겠다고 팬들은 으쌰으쌰하고 있는데 정작 뒤에서 연애질이나 하고 있었다니....ㅎ
- ㅎ ㅏ 유늑 얘는 그동안 열애설 안 난게 이상하긴 했음 결국 꼬리 잡혔네 ㅆㅂ
- 보니까 모자도 같은 거던데 존나 이건 기만 아님? 어딜 커플 모자를 쳐 쓰고 와
‘타이밍 한번 거지같다.’
그렇게 신윤우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헤집었다.
“사실 여부가 어떻든 사실무근으로 갈 거야. 그쪽이랑도 그렇게 가기로 말 이미 맞췄어.”
“네. 알겠어요.”
사실이고 자시고 무조건 그렇게 해야 했다.
저쪽 소속사와도 ‘사실무근’으로 이미 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공식 입장 또한 그렇게 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찍힌 낙인은 쉽사리 지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벌써부터 신윤우의 이름 옆엔 벌써부터 다음과 같은 연관 검색어들이 줄줄이 떴다.
- 윤우 열애
- 윤우 유하
- 윤우 결혼
‘아, X발!’
그 순간, 신윤우는 그대로 폰을 던질 뻔한 걸 겨우 참아내었다. 그렇게 화를 억누른 신윤우는 이내 힘없이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런 그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다.
“···근데요, 대표님.”
“왜.”
“그 기자 이름이 뭐라고 했죠?”
“기자? 열애설 낸 기자?”
“네.”
“NG NEWS 김한이 기자.”
김한이 기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름 같기도 한데. 그렇지만 분명 제 전화번호 목록에는 이름이 없는 기자였다.
신윤우가 그대로 제 관자놀이를 한번 꾹꾹 눌렀다. 여전한 두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쩌다 기자 놈한테 덜미가 잡혀선···.’
그렇게 신윤우가 다시 제 이마를 짚었다.
모든 게 귀찮고, 짜증 났다.
자신이 직접 이렇게 가십거리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그림이었다.
* * *
- [공식] DR 엔터테인먼트, 신윤우♥김유하 열애설 적극 부인···“단순한 친구 사이다.”
열애설이 난 지 얼마 안 된 시각, DR 엔터테인먼트는 마치 기다렸단 듯이 앞선 기사에 대한 부인 기사를 냈다.
“와, 이걸 부인하네?”
그리고 해당 열애설 기사를 낸 장본인, 김한이 기자는 이와 같은 부인 기사를 상당히 어이가 없단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룹 티어로브의 멤버 신윤우와 배우 김유하가 열애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앞서 ONK 뉴스에 따르면, 신윤우의 소속사인 DR 엔터테인먼트와 김유하의 소속사인 JOO 엔터테인먼트 측은 두 사람의 열애설에 대해 “단순 친구 사이”임을 강조했다.]
‘이걸 부인할 줄이야?’
제가 낸 기사는 단순히 말로만 내는, 썰에 가까운 열애설이 아닌 직접적인 증거와 함께 제시한 기사였다.
그러니 당연히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줄 알았건만. 예상과 다르게 두 소속사는 철저하게 부인 기사를 냈다.
“일단 막고 보자는 심산인가?”
“뭐. 신윤우랑 김유하?”
“예. 당연히 인정할 줄 알았더니 이렇게 부인하네요.”
“티어로브가 요즘 한창 좀 어수선하잖아. DR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구설수 만들고 싶지 않겠지.”
대충 어떤 것인지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제대로 건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직접적인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김한이로서는 상당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뭐, 실제로는 이미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태인 것 같지만.’
앞선 부정 기사에도 사실 커뮤니티나 SNS에선 이미 두 사람의 열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 사진도 있는데 노인정은 눈 가리고 아웅 아님?
- 아니라고? 그게 단순히 친구 사이라고?
- 스킨쉽 사진은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빼박 연인의 그것이었는디
- DR 원래 열애설 인정 안 함 그리고 원래 안 하는게 나음 그래야 행회라도 돌리지
- 누가 봐도 찐커플인데 앞으로 ㅈㄴ 엮일 텐데 팬들만 불쌍하다
“아무튼 티어로브라니, 완전 한건 했네. 특히 신윤우는 그간 다들 캐기 어렵다고 난리였는데. 어떻게 한 거야?”
“그건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죠. 제 나름의 영업 비밀이거든요.”
“허, 참. 영업 비밀?”
“넵. 큼.”
선배 기자는 앞선 김한이의 대답에 그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인터넷은 여전히 티어로브의 열애설로 뜨거운 상태였다.
이 열기의 기한은 아마도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그럼에도 김한이는 꽤 만족스러웠다.
제 오랜 숙원과 더불어 정말로 한건 해냈다는 기분이었기에.
그리고 이 기쁨의 일부를 제 비밀 조력자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이에 김한이는 폰을 들어 그 조력자에게 곧바로 통화를 걸었다. 그렇게 수신음은 얼마 안 가 끊어졌고, 이내 상대가 응답했다.
“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도하 씨 덕분에 좋은 거 하나 뽑았네요.”
* * *
앞서 김한이가 전화를 건 인물.
그 인물은 바로 신도하였다.
“새해 복 많으세요. 기자님.”
─ 도하 씨도 새해 복 많으세요. 그것보다 이번에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신도하 씨가 준 정보.
폰 너머 김한이의 목소리는 어느새 살짝 흥분해 있었다.
이번 열애설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던 그 사진. 김한이가 그 사진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신도하의 도움 덕이었다.
그 당시에 김한이는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김한이에게 신도하는 아주 작고도 사소한 소스를 하나 건넸다.
- 파르테라는 강남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 아시나요?
- 네. 알기야 하죠.
- 그쪽 테라스룸이 그렇게 뷰가 좋다 하더군요.
- 에? 뷰?
- 네. 뷰가 참 좋다네요.
그 순간 김한이의 기자로서의 감이 발휘되었다. 그리고 김한이는 그 길로 앞서 이야기했던 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내 신도하가 알려준 그곳에서 그는 신윤우와 그의 연인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열애설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신도하는 금색 머그잔을 조용히 들어 올렸다. 그 과정에서 신도하의 입꼬리는 이미 작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든 머그컵 안에서는 하얀색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 하하. 그렇다면 됐습니다! 오랜 숙원을 푼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흥분했나 보네요.
김한이는 오래전, 신윤우의 열애설을 한번 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당시에도 분명 명확한 소스를 얻어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한 채 허탕만 쳤다.
‘그러니 당연히 구미가 당겼겠고.’
당연히 이를 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신도하가 원하는 그림이기도 했다.
─ 새해부터 상당히 기분 좋네요. 그런 의미에서 도하 씨도 잘 보내세요. 아, 이번 건은 언제 한번 갚죠.
“글쎄요. 여전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김 기자님도 좋은 설 보내세요.”
끝으로 신도하가 낮게 웃었다.
그렇게 김한이와의 통화가 끝이 났다.
‘이제야 좀 낫군.’
이제껏 상당히 거슬렸던 터였다.
신윤우가.
처음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 건, 지난 설 특집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찍었던 당시.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 세현 씨가 눈치는 빠른 줄 알고 있었는데, 몸도 빠를 줄이야. 귀중한 정보 얻었어요.
- 다음에도 또 방송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역시 거슬려.’
그때 그 대화를 다시금 회상하던 신도하의 입가엔 다시금 차갑게 미소가 걸렸다. 다시 생각해도 참, 거슬렸다.
신윤우가 후배들의 가십거리를 즐긴다는 소문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바였다. 그러니 쉽게 알 수 있었다.
신윤우가 관심을 보이는 게 뭔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번 열애설이 신윤우, 그리고 티어로브에게 주는 타격은 일반적인 열애설 그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신도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부인 기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여기에 하나둘 씩 나오기 시작하는 커플 증거까지.
동시에 신도하는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 앞에 있던 금색 머그잔을 다시금 조용히 들어 올렸다.
거슬리는 건 눈앞에서 되도록 빨리 치우는 게 좋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