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14화 (314/413)

314화. 왜 이렇게 귀여워?

영화는 꽤 괜찮았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연출, 분위기 등이 적절히 잘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레이싱 영화인만큼 스크린을 통해 보여 지는 그 속도감이 굉장히 좋았다. 특히 레이싱 경기 장면이 멋있었고.

엔딩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걸 제외하면 돈이 아깝지 않았다.

“사람 없어서 좋다.”

형이 팝콘통을 버리며 문득 말했다.

“이거 거의 내려갈 때쯤이라서 그런가 봐.”

“볼 사람은 다 봤다 이건가.”

“근데 이거 괜찮지 않았어? 엔딩은 별로였지만.”

“어. 그럭저럭 괜찮더라.”

심야 시간대라 그런지 영화관은 사람도 거의 없이 한산했다. 이 시간대가 영화 보러 오기 편하긴 하군.

“근데 형은 왜 카라멜 팝콘이야?”

“그건 무슨 질문이야?”

“원래 단 거 안 먹잖아.”

“그건 그냥 익숙해서. 어렸을 때부터 니가 카라멜만 먹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긴 했지.

뭐 먹고 싶냐는 물음에 그땐 항상 카라멜 팝콘이라고 말했었으니.

“예전엔 저런 세트로 많이 먹었었는데.”

형이 그대로 불 꺼진 매점의 메뉴판을 가리켰다. 캐릭터 팝콘 세트였다. 오리 캐릭터 모양에.

근데 저거 지난번에 차선빈이랑 왔을 때 먹었던 세트랑 비슷···아니다, 좀 다른가.

“이젠 치즈 해도 돼. 일반도 괜찮고.”

“일반으로 다 채워도 되는 거냐?”

“아니, 반반으로 하자는 소리였어. 그렇다고 해도 일반으로 다 채우는 건 너무 하지 않아?”

“귀찮으니까 그냥 카라멜로 채워. 먹을 때도 그게 편해.”

솔직히 내 입장에선 좋긴 했다.

그럼 군말 없이 앞으로 형이랑 올 땐 카라멜로 다 채워야지.

“그렇게 좋냐?”

“어, 좋지?”

“입꼬리가 엄청 올라갔네.”

형이 그대로 피식 웃었다.

이에 옆에 있던 거울을 한번 확인했다.

그렇게 올라갔나.

이후에는 다시 형의 차를 타고 곧장 본가로 향했다. 폰을 확인하니 어느새 벌써 새벽 1시를 넘어선 시각이었다.

도로는 차량 한 대 없이 한산했고, 주변은 그저 고요했다. 조용해서 좋았다.

“밤에 나오는 것도 괜찮은 거 같아.”

“한산해서 좋지. 근데 집에 떡국 남았나?”

“조금 남았을걸. 왜?”

“내일 아침에 먹고 가게.”

아, 내일 아침이면 형 가지.

그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거 말고 딴 거 먹어. 다 식었을 텐데.”

“왜?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근데 많이 먹지 않았어? 굳이 내일도 먹으려고?”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말하는 걸 보니 정말로 먹고 갈 모양이다. 그거 다 식어서 맛이 없는데. 아무래도 내일 좀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시트에 몸을 뉘었다.

이상하게 형 차만 타면 곧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 * *

다음 날 오전에 형은 정말로 떡국을 먹었다. 정말 어제 남은 걸로 떼 우려하길래 아예 떡국을 새로 해줬다.

아마 이만큼 떡국을 많이 먹은 설날도 없을 것 같았다.

“신도하는 더 이상 떡국 안 돼.”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야?”

“지난번 그 자식 표정을 보니 분명 양심 없이 다시 너한테 해달라고 할 것 같아서. 아니. 떡국 아니어도 안 돼.”

그 표정이 어떻게 다시 해달라고 할 것 같은 표정이지. 이럴 때 보면, 확실히 같은 멤버는 멤버인가.

“빵 한 조각도 안 돼.”

“···알겠다고.”

그렇게 형은 단단히도 일렀다.

솔직히 약간 찔리는 감이 있긴 했다.

지난번에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서 그런가.

“너도 갈 거지? 숙소.”

“응.”

“그럼 내 차 타고 가.”

어, 그럴까.

원래는 그냥 택시 타고 갈까 했는데.

“형, 회사로 가?”

“응. 가는 길에 숙소에 내려줄게.”

그럼 나야 편하지.

그렇게 형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올랐다.

‘···따라오는 차량이 있네.’

와중에 그런 형의 차를 따라붙는 차량이 있었다. 당연히 사생이겠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택시 타고 갈 걸 그랬나.’

형을 따라가는 차도 있겠지만, 개중에는 분명 나를 쫓는 차량도 있을 게 분명했다. 괜히 나 때문에 운전만 더 힘들어졌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일부러 너 태운 거니까.”

“어?”

“사생. 괜히 택시 타고 갔다가 혹시 일이라도 날까 봐.”

“난 이게 더 걱정되는데. 나야 내리면 그만이지만, 그 뒤로 형한테 계속 따라붙을 수도 있잖아.”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고.”

동시에 형이 입꼬리를 올렸다.

“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렇게 형이 다시 액셀을 천천히 밟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 할 수가 있나. 형은 안 따라가게 할 방법 같은 거 없을까.

하지만 그런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목적지인 숙소에 도착했다. 와중에 형의 운전 실력을 다시금 체감했다. 잘하긴 잘한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내려 주고 출발하려는 형에게 잊지 않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운전 조심해.”

“알고 있어.”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도착하면 꼭 연락하라는 말도 해두었다.

그런 내 말에 형은 귀찮은 듯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그러겠다며 답했다.

“꼭 해. 잊지 말고.”

“알겠어.”

그렇게 형의 차가 빠져나갈 때까지 한동안 지켜보았다. 그래도 회사가 멀지 않아 다행이다.

형을 배웅하고 난 뒤, 나 역시도 숙소로 향했다. 분명 본가에 짧게 있었는데도 어째서인지 상당히 간만인 기분이었다.

“제가 올해도 곶감을 가지고 왔습니다.”

“곶감!”

하람이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런 하람이의 모습에 백은찬이 환호했다.

“근데 명절 때마다 이렇게 많이 주셔도 돼?”

“괜찮아요, 괜찮아. 본가엔 이미 한 트럭 있거든요.”

“뭔가 올해는 크기가 더 큰데?”

“작년보다 좀 더 크대요!”

정말로 그래 보였다.

근데 이 정도면 정말 하람이 어머니께 따로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거 아닌지.

지이이잉─

그리고 그때쯤, 기다렸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형]

: 도착함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였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메시지를 보니 한시름 놓였다.

“아, 맞다. 우세현.”

그때, 저 뒤에 소파에 누워 있던 안지호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나를 불렀다.

“찍어 왔다.”

“뭘?”

“마루.”

“헉! 형, 마루 찍어 왔어요?!”

마루?

마루 사진을 찍어왔다고?

“드디어 찍어 온 거냐? 맨날 사진 없다고 그러더니.”

“형, 형. 옆으로 좀 가봐요.”

“많이 찍어왔어?”

다른 멤버들 역시 마루의 사진이 궁금했는지 곧바로 안지호 근처로 모여들었다. 나도 많이 궁금했다.

드디어, 드디어 마루를 볼 수 있는 건가.

멋있는 마루의 모습을···.

“와, 엄청 귀엽다.”

“헐, 종이 뭐라고 했었죠?”

“말티즈.”

“귀엽다. 털 좀 자른 거야?”

“잘랐다가 좀 길었어요.”

···분명 눈앞에 있는 사진 속 강아지는 하얗고 작았다. 그러니까, 얘가 마루···?

“안지호···.”

“? 왜?”

“···왜 이렇게 귀여워?”

“···뭐?”

그러자 안지호가 한껏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아니, 왜 이렇게 귀엽냐고! 마루는 분명! 이렇-게 큰···!

“그래, 우세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안지호가 귀여울 수도 있지. 많이 말이 안 되긴 하는데···.”

“아니. 마루가 왜 이렇게 귀엽냐고.”

“아, 마루 이야기였냐.”

뭔 소리를 하는 거냐.

“? 마루는 귀여우니까 귀엽겠죠?”

“도베르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 도베르만? 언제 도베르만이라고 한 적 있냐?”

“···그런 적 없는데.”

어, 한 적은 없나···?

아니, 그때 정확히 뭐라고 그랬었지.

“그래. 멋있다고 했잖아.”

“오, 마루 멋있구나.”

“얜 의외로 성격 있어서 자기보다 한참 큰 개한테도 겁먹은 적이 없어.”

···그런 말이었냐.

외형이 아니라 성격적인 면을 말하는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당연히 대형견이겠거니 했다.

“이제껏 혼자 뭘 착각했던 거냐?”

“난 당연히 도베르만인 줄 알았어. 우리 마루.”

“그래서 볼 거야, 말 거야? 하도 사진 타령하길래 찍어왔더니.”

“당연히 봐야지. 이리 줘봐.”

그러자 안지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더니 그대로 폰을 건네주었다.

사진 속 마루는 정말로 귀여웠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진도 있었고, 산책을 하는 사진도 있었다. 엄청 귀엽다.

“실제로 보고 싶다.”

“···이제는 실물이냐?”

“아, 나도 그 생각했어요! 마루 실제로 보면 더 귀여울 것 같아요!”

“이것도 봤냐? 귀엽게 옷도 입고 있어.”

귀여워.

심하게 귀여워서 멜로우들한테도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나 중간에 신나게 산책하는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이건 진짜 반드시 올려야 할 정도였다.

“이거! 이건 올려줘.”

“···알겠다.”

귀여운 건 다 같이 봐야지.

분명 멜로우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이제 보니 이 사진도 꽤 귀엽네.

* * *

[Artist] 지호

산책 나간 마루

저희 집 강아지입니다.

(마루 사진.jpg)

└ 마루? 마루? 얘가 그 마루?

└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얘가 그 말로만 듣던 마루구나ㅠㅠㅠㅠㅠ

└ 말티쥬ㅠㅠㅠㅠ애기 산책 나가서 좋았나봐 너무 귀엽다 진짜

└ 사진 더 줘 (뻔뻔)

“한 세 장 더 올리지.”

“이게 제일 귀엽다며.”

“그렇긴 한데 다른 사진도 귀여워.”

“애초에 니가 너무 사진을 적게 찍어온 거 아니냐?”

“그러게요. 형, 한 100장은 찍어왔어야죠.”

그러자 이를 듣던 안지호가 소파 위에서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날, 안지호가 올린 마루 사진은 반응이 상당했다.

그간 안지호가 이름 정도는 한두 번 언급 한 적 있지만, 마루의 모습은 따로 공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멜로우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 하람이 말대로 정말로 100장은 찍어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지호. 다음에 정말 보여줘. 마루.”

“마음대로 해.”

산책 갈 때 한번 따라가야겠다.

더불어 안지호네 본가는 여기서 별로 멀지 않았다. 잠실 쪽이었으니까.

“근데 세현아. 설엔 뭐 했어?”

차선빈이 궁금한 듯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그거였다.

“떡국 만들었어.”

“떡국? 우세현 떡국 만들었냐?”

“어. 형이 먹고 싶다고 해서.”

“형님은 떡국 못 먹어보셨나?”

“응.”

“아이고.”

백은찬이 그대로 탄식했다.

왜 탄식하는 건데?

“아, 도운이 형.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임시 매니저 형 온다고 했었죠?”

“어. 맞아. 건희 형 대신에.”

우리 매니저를 맡아주던 건희 형이 약 일주일간 잠시 일을 쉬게 되었다. 다리를 다친 탓이었다.

설날을 맞아 건희 형 역시 마찬가지로 본가에 내려갔는데, 조카랑 놀아주다가 다리를 그만 접질러 일주일간 반깁스를 하게 돼버렸다.

“건희 형이 빨리 나아야 할 텐데.”

“그래도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지. 푹 쉬고 오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부턴 건희 형 대신 새로운 임시 매니저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원래 블랙엘 쪽에 있던 매니저인데, 친분 같은 건 전혀 없는 사이였다.

건희 형이 없는 일주일 정도.

임시 매니저가 스케줄에 동행하기로 했다.

“어, 형들.”

“왜?”

“엠버서더 됐대요.”

와중에 하람이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하람이의 시선은 여전히 폰 화면을 향해 있었다.

“엠버서더? 갑자기 웬 엠버서더?”

“체이스요. 엠버서더 됐다는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