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16화 (316/413)

316화. 굉장히 민폐입니다

“한 대 필래?”

하영수가 그대로 나와 차선빈을 향해 손에 낀 담배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담배를 권하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일단 여긴 실내다.

그런 상태에서 실내 흡연을 거리낌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권하고 있었다.

“담배 안 핍니다.”

“아, 그래? 그럼 넌? 너도 안 해?”

차선빈을 향해 하영수가 한 번 더 물었다. 징하게 군다. 그리고 그런 하영수를 향해 차선빈이 말했다.

“안 합니다.”

“의외네.”

하영수가 그대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하나는 할 줄 알았는데.”]

앞선 나와 차선빈의 대답에 흥미가 떨어진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사전에 확실히 못 박아둘 필요가 있었다.

“저희 멤버들 흡연 안 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이렇게 권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래, 알겠어. 난 또 계속 쳐다보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뿐이었어.”

[“거 되게, 날 서네.”]

[“아무튼 이 그룹 애들은 왜 이렇게 다 깐깐한지.”]

여전히 불만스러운 생각이 들려왔다.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멤버들에게 더 이상 흡연을 권하지 않는 것이었다.

애초에 권한다고 넘어갈 멤버들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권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다.

멤버 모두 성인이니 개인의 기호에 따라 흡연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흡연은 최대한 멀리하는 게 맞았다.

기본적으로 우린 아이돌이고, 가수였다.

목에 좋지 않은 거, 논란이 될 만한 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멤버들 역시 그걸 잘 알고 있고.

‘···아침부터 상당히 거슬리네.’

일단 오늘 처음 보는 상대다.

그러니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선 아직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지언정 여러 가지로 거슬리는 게 많았다.

출근 때와 같은 운전하며, 여기에 지금 보이는 언행 또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매한가지였다.

‘···앞으로 일주일.’

앞으로 저 임시 매니저가 우리와 일할 기간이다.

임시란 말이 붙지 않았다면 훨씬 더 골치가 아팠을 테지만, 결국 임시는 임시였다. 일주일 후면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얘기다.

그 사실 하나가 당장의 거슬림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고 있었다.

“가자, 선빈아.”

“응. 아, 근데 잠깐만.”

그때 차선빈이 걷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하영수를 향해 말했다.

“형, 굉장히 민폐인 것 같습니다.”

“···뭐?”

“흡연이요. 피우시는 건 상관없지만, 여기서 계속 피우실 생각이시라면 매니지먼트 실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

그러자 하영수가 한껏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동시에 이를 본 차선빈이 조용히 어딘가를 가리켰다.

[실내 흡연 금지]

실내 흡연을 금하는 문구였다.

그리고 그렇게 당황한 하영수를 향해 차선빈은 한 번 더 강조했다.

“그게 싫으시다면, 지금 바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겁니다.”

덤덤하면서도 변조 없는,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목소리였다.

* * *

“촬영장 근처에서 피는 거 싫어서.”

차선빈이 말했다.

조금 전, 하영수와 있던 대화에 관해서 물었을 때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엄연히 금지되어 있는 곳이고.”

“그렇지.”

그리고 앞선 차선빈의 말을 들은 하영수는 들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구긴 채 짜증스런 얼굴로 그곳을 떠났다.

그런 얘기까지 들은 이상, 적어도 한동안은 촬영장 근처에서 흡연을 할 일은 없을 듯했다.

“그리고 세현이 너 싫어하잖아.”

그 순간, 차선빈이 날 보며 말했다.

“뭘?”

“담배 연기.”

아, 그건 그렇지.

목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건 전부 꺼려졌다. 이로울 게 없다. 물론 간접흡연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리고 좀 마음에 안 들어서.”

“누구? 저 매니저 형?”

“응.”

차선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차선빈이 이렇게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별로라고 말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래서 이건 좀 놀랐다.

뭐, 대충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알 것 같지만. 일단 방금 건은 실장님께 말씀드려놔야겠군.

“애들 저기 있다.”

그렇게 차선빈과 함께 다시 촬영 장소로 돌아갔다. 촬영 장소로 돌아가자 기다렸단 듯이 멤버들이 우릴 향해 손짓했다.

“다음은 호떡이란다, 호떡.”

“호떡은 다 같이 만드는 거래요. 근데 좀 통통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것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나?”

“얘들아, 이쪽으로 앉아.”

그러자 이를 멤버들이 조금씩 자리를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더니 금방 차선빈과 내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날카로웠던 신경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대로 붕어빵 믹스는 호떡 믹스로 바뀌어져 있었고, 조리 기구 역시 호떡에 맞춰 변화된 상태였다.

이제는 호떡을 만들 차례였다.

꿀, 많이 넣어야겠다.

* * *

자체 컨텐츠 촬영이 끝난 이후, 오늘 예정된 스케줄은 모두 마쳤다. 이에 곧바로 짐을 챙겨 돌아갈 채비를 했다.

“어, 도운이 형. 회사에 더 있으려고요?”

“응. 오늘 마침 시간 있으니까 작업실에서 작업 좀 하다 가려고.”

“그래요. 그럼. 나중에 숙소에서 봐요.”

그렇게 작업실로 올라간 도운이 형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돌아가는 차에 올라탔다.

“올 때 그렇게 멀미를 많이 했어?”

그리고 가는 길엔 임시 매니저가 아닌 다른 매니저 형이 운전을 맡아줬다.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색이 안 좋은 하람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인지 가는 길은 스무스했다.

확실히 올 때보다 편했다.

하람이도 이번엔 멀미를 안 한 듯했고.

“근데 오늘 자컨 찍은 건 언제 나간다고 했지?”

“아마 편집하고 그러면 좀 있어야 할걸요.”

“아, 오늘 찍은 붕어빵들 사진 빨리 올리고 싶네. 이거 봐. 엄청 맛있게 보이지 않냐?”

“응. 맛있어 보여.”

백은찬이 촬영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정말로 사진이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실제로도 맛있긴 했지만.

근데 이거 팥인지 슈크림인지를 모르겠네.

* * *

- 애들 이번에 새로 작업실 생겼다던데

└ ㄹㅇ? 애들이 작업실이 생겼다고?

└ ㅇㅇ 회사에서 만들어 줬나봐

└ 모야 이거 왜 난 첨 듣지

└ 나도 첨 들어 애들이 얘기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생겼다고 확신하는 거야?

- 작업실 새로 생긴 거 맞아 슨스에 보면 사진 돌아댕김

└ 사진이 돌아다닌다고?

└ 그럼 이거 걍 유출 아님? 멤버들이 직접 올린 게 아니잖아

└ 사진 뭔데 나도 알려줘

└ 공식적으로 나온 거 아니면 좀 거르자 그리고 그 사진이 진짠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어느 순간,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작업실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었다.

개중에는 이를 확신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물론 반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의문인 것은 멤버들과 나는 작업실 관련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올린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작업실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서, 아직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물론 조만간 라이브 등을 통해서 언급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이 같은 사실은 SNS 등지에 퍼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돌아다닌다는 사진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우리 작업실의 외관 사진이 맞았다.

[윈썸 작업실]

아직 이름이 없었기에, 문 앞에 윈썸 작업실이라고 백은찬이 써놓은 문패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어떻게 퍼진 거지.’

정확히는 해당 사진이 나오게 된 경위다.

회사에겐 새 작업실의 존재는 이후 공개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달라고 말해뒀다.

우리가 팬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때까지.

그러니 이건 명백한 유출이었다.

사진이 있다는 건 누군가 작업실을 몰래 찍었다는 이야기고 결국 그건 회사 내부 사람에 의한 거란 말이었다.

애초에 회사 외부 방문자가 찍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우리 작업실 위치는.

“사진 봤냐? 이게 어떻게 올라갔지?”

“그 사이 누가 선수 쳐서 올렸나 봐요.”

“아, 작업실 이름을 괜히 써놨네. 이거 아니었으면 솔직히 아니라고 잡아떼도 몰랐을 것 같은데.”

백은찬이 그렇게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굳이 올린 사람이 문제인 거지, 네 잘못 같은 거 아니니까.”

“그래도 아쉬워서. 새로 생긴 작업실은 직접 공개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백은찬이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백은찬의 말 대로였다. 그 점이 많이 아쉽긴 했다.

우리만의 작업실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었던 상대는 다름 아닌 멜로우였다.

그래서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거였고.

멤버들과 작업실 이름을 정하고 나면,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점이 좀 많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식으로 유출되면, 결국 어영부영 공개하는 꼴이 되니까.

이와 관련해서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결론만 놓고 보자면 결국 누가 올린 건지 찾기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근처에 있던 CCTV에도 특별히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찍히지 않았다.

여기에 내부인이라고 해도 몇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만큼 유출범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유출 비슷한 게 있었지.’

이전에 연말 시상식 커버 공연 무대를 준비했을 당시. 그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긴 했었다.

유출이 된 건 아쉽지만, 그때처럼 중요 무대의 곡이나 앨범과 관련된 작업물이 아닌 게 한 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이없게도.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컸다.

‘그렇지만, 이렇게 유출이 일어난다면 결국 곡이 유출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거 아닌가.’

한번 시작된 유출은 분명 반복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유출이 일어났다.

- 애들 최근에 자컨 찍은 듯함

└ 자컨? 무슨 자컨?

└ 뭐 만드는 자컨

최근에 찍은 자체 컨텐츠 관련이 또다시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 * *

새롭게 유출된 사진은 얼마 전 촬영했던 ‘겨울 간식 만들기’ 컨텐츠였다.

해당 사진은 테이블 앞에 앉아 멤버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다소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었다.

- 찐으로 뭐 찍었나보네

- 아니 ㅆㅂ 이런 유출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IN 관리 안 하고 뭐해

- 이거 출처가 어떻게 됨? 설마 직원인가

- 이거 딱 봐도 유출본 같은데 소비하지마 끌고 오지도 말고

그리고 이와 같은 유출 사진에 회사 역시 비상이 걸렸다. 그렇게 공개된 사진을 내리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한번 퍼진 사진을 다 잡는 건 역시나 힘에 부친 일이었다.

“요즘 참, 유출이 빈번하네요.”

정서준 이사가 말했다.

언제나와 같이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 부분에 관해서 회사도 손을 써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출범에 관해서도 찾아보고 있고요.”

회사도 이와 같은 연속된 유출로 인해 상당히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듯했다.

지난번도 그랬지만, 이번 자체 컨텐츠에 참여한 내부, 외부 직원 합쳐 그 수가 꽤나 상당했다.

여기에 사진이 올라간 정확한 경로를 찾는 것도 힘들었고.

“어쨌건 다시는 이런 일이 나지 않도록 앞으론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할 생각입니다. 여기에 최초 유포자를 잡게 된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책임도 물 생각이고요.”

정서준 이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합당한 책임.’

책임은 반드시 져야 했다.

앞서 정서준 이사가 말한 대로 합당한 책임을.

삽시간에 일어난 연속된 유출 사건.

의도가 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책임을 물게 될 사람은 상당히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찾을 수 있을 리가···.”]

조금 긴장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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