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18화 (318/413)

318화. 도둑이 제 발 저린다

“여기에 최초 유포자를 잡게 된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도 물 생각이고요.”

조금 전 정서준 이사와의 자리.

앞선 정서준 이사의 말과 함께 이어 들리는 이질적인 목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찾을 수 있을 리가···.”]

바로 하영수의 생각이었다.

이는 꽤 초조해 보이는 목소리였다.

[“아냐, 절대 들킬 일 없어.”]

[“유포자가 나란 건, 끝까지 모를 거야.”]

[“합당한 책임 같은 거 애새X들 납득시키려고 대충 하는 말이겠지.”]

그러한 초조함을 대변하듯 상당히 많은 생각들이 하영수의 머릿속에 스치고 있었다.

들킬 일 없다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그렇게 본인을 다독이고 있었다.

‘확실하군.’

그리고 그 덕에 최초 유포자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확실해졌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거였나.

작업실 사진도, 자체 컨텐츠 사진 유출도 범인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히려 너무 가까워서 문제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서준 이사의 말에 상당히 먹을 겁은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유출한 과정을 저렇게 상세하게, 줄줄 읊을 일 없을 테니까. 덕분에 그 과정은 알기 쉬웠다.

대충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알 것 같지만, 사실 다른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최초 유포자가 임시 매니저,

하영수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렇다면 결국,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유출 사진···이라고?”

“네. 유출범이라면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사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사진은 진작 삭제하거나 혹은 다른 곳에 옮겨두어야 하는 게 맞겠지만, 하영수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휴대폰 안에 잘 보관해두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사실 역시 조금 전 생각을 통해 알 수 있었고.

그리고 내가 여길 떠나는 순간, 그 사진을 바로 지워버릴 거라는 것 역시.

‘그러니 좀 무대포이긴 하지만.’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만 했다.

“하, 나 참 어이가 없네···. 그래서? 내가 지금 그 유출범이라 이거냐?”

하지만 하영수는 오히려 당당해졌다.

그렇지만 이건 결백해서가 아닌 그저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겁니다.”

“그 말이 그 말이지. 하, 고작 사진첩 하나 안 보여준다고 유출범 취급? 장난해? 이건 어디까지나 내 프라이버시야!”

그러자 하영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찔릴수록 더욱 크게 반응하는 타입인가.

이 정도면 온몸으로 뭔가 있다고 증명하는 꼴이었다.

“형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만한 다른 사진을 요구한 적 없습니다. 그저 모니터링 사진만 보여주시면 됐고요.”

“하, 이 새X가 끝까지···!”

─쾅!

그 순간, 하영수가 강하게 내 어깨를 밀쳤다. 그 탓에 순간 몸이 뒤로 밀려나 어깨 너머에 있던 책장에 강하게 부딪혔다.

‘아, 젠장···.’

동시에 꽂혀 있던 책이 와르르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히 모서리 부분은 피한 것 같았다. 몸에 충격이 조금 가해지긴 했으나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었다.

“이게 누굴 유출범 취급하고 X랄이야. 애새X주제에!”

“지금 이 반응이 더 의심할 만한 행동으로 보이는데요···.”

“X랄. 이 정도면 정당방위야!”

동시에 하영수가 내 어깨를 다시 한번 강하게 밀쳤다. 그 탓에 뒤에 있던 책장에 자꾸만 어깨가 부딪쳤다.

더럽게도 밀친다.

“너 이 새X 표정 봐라. 하, 참. 딱 봐도 유출범이라고 의심하고 있네. 야, 번지수 잘못 골라도 한참 골랐어!”

“···제가 보기엔 아주 잘 고른 것 같은데요. 지금 반응은 거의 긍정이나 마찬가지···.”

─쾅!

“아오 씨!”

이번엔 제대로 피했다.

그러자 손이 책장에 제대로 부딪힌 건지 하영수가 그대로 제 손을 마구 털어냈다.

···당연히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동시에 하영수가 아까보다 더 날카로운 눈으로 날 쏘아봤다.

“···이 자식 빠르네. 그래서? 그래서 내가 유출범이면 뭐 어쩔 건데? 또 위에 꼰지르기라도 하려고?”

“···굳이 그렇게 힘들일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뭐?”

끼이이익─

그리고 그때였다.

저편에 있던 컨퍼런스 룸의 문이 벌컥 열린 것은.

“그렇군요. 대화 아주 잘 들었습니다.”

그 문 앞에는 정서준 이사가 서 있었다.

* * *

눈앞에서 정서준 이사를 발견한 하영수는 그 즉시 몸을 굳혔다.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잔뜩 당황한 눈치였다.

“어, 이사님···여긴 어떻게···.”

“세현 씨랑 할 얘기가 있어서 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딱 마주치게 됐네요.”

동시에 정서준 이사가 하영수를 똑바로 응시한 채 말했다.

“최초 유포자와.”

그 순간, 하영수의 표정이 무너졌다.

정서준 이사를 이곳에 부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하영수가 여기 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정서준 이사에게도 따로 연락 넣어 대화를 요청했으니까.

이런저런 방법이 있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현장에서 잡는 게 제일이다.

[“이 새X가···!”]

그 순간, 하영수가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 그래봤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미 다 들킨 판국에.

“세현아!”

그런데 와중에 예상치 못한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도운이 형의 등장이었다.

“어, 형이 여긴 어떻게···.”

“괜찮아?”

하지만 그런 내 물음에도 도운이 형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내 앞을 막아섰다.

“세현이한테 폭력 쓰신 거 사과하시죠.”

“···뭐?”

“이미 다 목격했으니 시치미 떼실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전 이 일에 관해 반드시 징계를 요청할 겁니다.”

아니, 형···.

그리고 도운이 형의 그 말에 하영수는 이건 또 뭔가 하는 표정으로 나와 형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도운이 형의 표정을 보니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습이었다.

형이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모습이 낯설어 나도 모르게 멍하니 그런 도운이 형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런 도운이 형을 진정시킨 것은 정서준 이사였다.

“자자, 도운 씨.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말아요. 사태는 이미 다 파악했으니 이 건에 관해서는 이제부터 회사가 나서죠.”

“아뇨. 사과는 꼭 받아야겠습니다!”

“사과라니 무슨 사과? 내가 무슨 폭력을 행사했다고···!”

“제가 이미 두 눈으로 다 봤습니다! 저기 계신 이사님도 같이요.”

그러자 이를 들은 하영수가 당황한 눈빛으로 정서준 이사를 쳐다봤다.

이에 정서준 이사는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그런 하영수를 조용히 응시했다.

“사과할 때까진 못 나갑니다.”

도운이 형이 다시금 못을 박고 나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앞에 굳건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되도록 멤버들은 엮이는 일 없이 혼자 해결하고 싶었는데.

“좋아요. 일단 사과 가시죠.”

“예? 사과요?”

“예. 사과요.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관해 사과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원래는 더 공개적으로 시킬 생각이었는데, 한 번 더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두 번 사과시키겠다는 말이었다.

얼마나 더 공개적인 사과를 시키려고 했던 거지. 솔직히 말해서 사과는 필요 없었다.

사과보다는 그저 유출에 관해 제대로 책임지는 걸 원했다.

“···미안, 미안하다.”

그리고 하영수는 결국 내게 사과했다. 말로만은 원치 않는다는 도운이 형의 덧붙임에 직접 고개까지 숙였다.

“내 생각엔 고개가 아니라 허리를 숙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미안하다.”

이에 하영수는 그 즉시 허리를 숙였다.

하영수는 결국 그렇게 3번을 사과했다.

“이사님, 그보다도 이번 유출 건에 관해···.”

“아, 그거라면 걱정말아요. 적당히 처리할 생각이니까요.”

“적당히요?”

“네. 아주 적당히요.”

적당히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 * *

하영수가 지난 유출의 최초 유포자라는 사실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사내에 빠르게 퍼졌다.

“다른 유출 건들도 그 사람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한두 번만 했겠어?”

“이번에 보니 윗선에서 아주 칼을 갈았던데.”

“그냥 안 넘어가겠다는 말 많잖아. 제대로 중징계 줄 것 같던데.”

그리고 회사의 처분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바로 이루어졌다.

[하영수 : 징계해고]

최종 처분은 징계해고이었다.

결국 회사를 나가게 됐다는 의미다.

“유출 건도 유출 건이지만, 아티스트 폭행은 단순 징계로 넘어갈 수 있는 사항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징계해고 처분으로 바로 결정지었어요.”

분명 지난번엔 적당히···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실 그래서 중징계 정도라 생각했었는데.

“적당한 처분이죠. 해고가. 그런 의미에서 이직 또한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바닥은 워낙 소문에 민감하고, 또 그만큼 좁으니까요.”

이 바닥에서 비밀 유지와 보완은 필수다. 그런 만큼 유출 전적이 있는 직원을 거둬갈 엔터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예?”

“병원이요.”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회사에선 혹시 모르니 병원을 가보는 게 어떠냐고 권해왔지만, 나는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어디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것보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건은 새어 나가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그런 것보다도 폭행에 관한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다.

일단 하영수의 징계해고 사유는 대외적으로 사내 정보 유출 건만 발표가 된 상황이었다.

아티스트 폭행 건에 관해서는 발표하지 말아 줄 것을 정서준 이사에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돌아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괜히 얘기가 돌아봤자 주변 사람들만 걱정시킬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난 공개 사과는 꼭 시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괜찮습니다. 사과는 이미 충분히 받았으니까요.”

그것보다 오히려 유출 건이 잘 해결된 것 같아 그게 더 안심이었다.

“아무래도 세현 씨는 본인보다 남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괜한 얘기가 도는게 싫을 뿐이에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당사자인 세현 씨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렇게 따라야죠. 위에도 앞서 말 한대로 이야기해둘게요.”

“감사합니다, 이사님.”

이에 정서준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표정은 여전히 탐탁지 못한 얼굴이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이러한 내 결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앞선 폭행 건에 관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테니.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도 이 건은 공개하고 싶지 않을 터였다.

그만큼 유출 건과 하영수에 관해서 더욱 책임지고 일을 해결해 주려 하겠고.

그런 의미에서 정서준 이사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회사의 이미지, 입장 등에 대한 고려보다 아티스트 상황을 더욱 우선순위로 하였으니까.

전담팀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지만, 그 안에서 정서준 이사는 매번 아티스트의 의견을 우선으로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대신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지먼트 부서에 관한 교육 및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겁니다. 아주 철저히.”

그리고 정서준 이사는 그런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는 것인지 앞으로 매니저와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엄선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지금까지 같이 해온 매니저 형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생각까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었다.

어쨌건 이번 매니저 관련 사건은 잘 해결이 되는 듯했다. 이제 얼마 뒤면 원 매니저였던 건희 형도 돌아온다.

그래,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는데.

“고소를 했어야 했는데.”

“콩밥을 먹였어야 해요.”

“아니, 애초에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했어야 해. 애를 때려? 우세현 넌 왜 바로 말 안 했어?”

멤버들에게 혼이 났다.

앞선 하영수 건으로.

“갑작스러운 일이었어. 나도 하영수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고···.”

“사전에 짐작은 하고 있던 거지? 그 매니저가 유출범일지도 모른다는 건.”

차선빈이 말했다.

어, 그건 그렇긴 한데 원래는 당연히 몰랐다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확신을 갖고 말하는 차선빈을 보니 아무래도 여기서 몰랐다라는 애매한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단순히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심 단계에 불과했어. 확신은 전혀 없었고.”

“야, 그렇게 생각했으면 당연히 같이···!”

“워워, 안지호. 진정해라.”

백은찬이 그대로 안지호를 붙잡아 진정시켰다.

사전에 말하지 않은 건 애초에 유출범을 알게 된 과정을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혼자 조용히 처리하고자 해서였다.

여기에 멤버들을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고.

그래서 그대로 조금 압박을 주고, 징계를 더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협상하려고 했다.

당연히 덜어줄 생각은 없었지만.

“미리 말 안 한 건 미안해. 그리고 그렇게 세게 맞은 것도···.”

“애를 아주 퍽퍽 치더라. 보는데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달려가서 막았어.”

아니, 도운이 형.

여기서 그렇게 말을 하면···.

“우세현, 어디서 거짓말이야.”

목소리가 한없이 깔린 안지호가 그렇게 살벌한 얼굴로 말했다. 어, 근데 그건 거의 반동에 의한···.

“역시 고소를 했어야 했어.”

“악! 신경질 나! 역시 콩밥을 먹였어야 했어요!”

“그것보다 괜찮아? 팔은 어때?”

“팔 괜찮아.”

“그것도 거짓말 아니냐?”

아니, 진짜라니까···.

이건 진짜였다.

멍이 좀 들긴 했는데, 별거 아니었다.

건들지 않으면 전혀 아프지 않았다.

“못 믿겠다, 팔 내놔.”

“잠깐! 괜찮다니까!”

“에휴.”

“좋아, 백은찬. 차선빈 넌 반대 잡아.”

“응.”

그리고 그날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실토하고 병원에 가겠다고 말하고서야 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멤버들은 한동안 내가 어딜 갈 때마다 내게 목적지를 물었다. 앞서 미리 말을 안 했던 게 많이 그랬던 건지.

하지만 그래봤자 내가 멤버들 없이 혼자 갈 곳이 어딨겠는가. 화장실 말고는 없지.

“우세현, 어디가.”

“···화장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렇게 화장실을 열심히 외쳐야만 했다. ···이 정도면 다음엔 정말로 멤버들에게 꼭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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