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19화 (319/413)

319화. 유출범 잡았다며

- IN 엔터 지난번 유출범 잡았다는 얘기 돌던데 사실인가

└ ㅇㅇ 건너건너 아는 계자 있어서 물었는데 사실이라고 함

└ 헐 그거 사실이었나보네 징계는? 설마 흐지부지?

└└ 걍 짤렸다던데 듣기로는

- IN 엔터에서 유출범 찾아서 징계 크게 먹였대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이 부분 확실히 잡고 가려는 듯

└ 헐 찾을 줄은 몰랐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갈 줄 알았는데

└ IN이 웬일이냐 근데 짤렸다고 하니 다행이네 싹을 잘라버려야 함 ㅡㅡ

지난 유출범을 찾아 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인터넷에 퍼진 상태였다. 역시 소문 한번 빨랐다.

그에 비해 폭행 건의 경우, 다행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 부분은 회사에서 입단속을 철저히 한 모양이다.

“건희 형! 어서 와요!”

“웰컴! 건희 형!”

“아니, 너희 갑자기 왜 이래?”

그리고 예상대로 건희 형의 무사 복귀.

멤버들의 격한 환영 속에 건희 형은 무사히 복귀했다.

이러한 환대에 건희 형도 처음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같이 웃었다.

그렇게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형.”

“왔어?”

그리고 오랜만에 형과 한강 산책에 나섰다. 근래는 추워서 잘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좀 괜찮았다.

“엄청 무장을 하고 왔는데?”

“추우니까.”

“잘했다.”

형이 그대로 내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양손으로 꽉 잡아당겼다. 누가 보면 목 조르는 줄 알겠다.

“이거 그거지? 너희 멤버 선물.”

“응. 기억하네.”

“디자인이 특이해서 기억해.”

이상한 데서 기억력이 좋다.

그러면서 내 목도리를 그대로 잠시 응시했다. 역시 디자인이 맘에 들었나.

그리고 곧바로 익숙한 코스를 돌기 시작했다. 겨울밤이라 그런지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형, 촬영은? 잘하고 있어?”

“당연하지. 못할 리가 있나.”

“이제 막 시작한 거지?”

“응.”

형의 차기작 영화가 얼마 전 크랭크인을 마쳤다. 그러니 개봉하기까지 앞으로 몇 개월 걸릴 텐데, 벌써 궁금했다.

이번에도 주연이고, 들어보니 내용도 꽤 재밌을 것 같아서. 분명 힐링물이라고 했었지.

개봉하고 나면 멤버들이랑 다 같이 보러 갈까. 영화 값은 내가 쏘는 걸로.

“그보다 잡았다며.”

그리고 그때,

옆에서 걷던 형이 나를 보며 말했다.

“뭘?”

“유출범.”

아.

* * *

갑작스럽게 나온 유출범 이야기에 순간이지만 잠시 뜨끔했다. 어떻게 알았는가를 생각하니···이미 말이 많이 돌았지.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니 그리 놀랄 것도 없었다.

“응. 잡았어. 회사에서 잘 해결했고.”

“그래서?”

“뭐가?”

“다른 일은 없었냐고. 매니저였다며.”

형이 걱정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구체적으로 매니저란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알고 있었다.

“그런 거 없어. 잠깐 있던 임시 매니저였거든. 일주일 정도 짧게.”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유출 건과 관련해서는 솔직하되, 다른 것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 생각이었다.

이대로 형이 안다면,

길길이 화를 낼 게 분명하니까.

‘게다가 새 작품 들어갔으니 한창 예민할 테고.’

그러니 괜한 걱정이나 스트레스 줄 필요 없었다. 어차피 난 멀쩡하니 이대로 팔이나 어깨 쪽만 안 들키게 조심하면 된다.

“그런데 해고 처리던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정확한 징계 사항에 관해서도 공개된 게 없는데.

“이 바닥 좁아. 평소에 사고 좀 쳤었어?”

“글쎄. 원래 잘 모르는 매니저라. 일단 회사 측에선 이번 기회에 유출을 제대로 관리할 생각인가 봐. 계약서에 유출 조항도 더 강화한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형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폭언, 폭행, 절도 그런 게 있었던 건···.”

“아니. 없어. 일단 우리한텐 없었어.”

“아, 그래.”

[“있었으면 X 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무섭게 입꼬리를 올린다.

“고소는?”

“그건 아마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거야.”

그러자 형이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역시 자세한 일은 입 다무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불길했다. 그리고 이럴 땐 역시 화제 전환이다.

“근데 형, 오늘도 촬영하고 오는 길이야?”

“어. 오전에.”

“형 역할이 그거였지, 운동선수?”

“응. 국가대표.”

형은 이번에 국가 대표 역할을 맡았다. 아마 정확히는 펜싱 국가대표 역이었다.

그렇지만 직접 펜싱을 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국가대표이긴 국가대표였으나 어디까지나 전(前) 국가대표였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전 국가대표 역할.

“나중에 개봉하면 멤버들이랑도 보러 갈게.”

“그 전에 나랑 봐야지.”

“아, 시사회? 뭐, 어차피 많이 볼수록 좋잖아.”

그러자 형이 피식 한번 웃었다.

스크린으로 형을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마 형도 오랜만이겠지.

애초에 형의 작품 중엔 영화가 많지 않았다. 드라마가 많았고, 연기 데뷔작도 드라마였다.

그런 의미에서 꽤 기대가 됐다.

“근데 형, 혹시 피곤해?”

“아니? 전혀.”

형이 태연하게 답했다.

그런가. 근데 왠지 좀 피곤해 보이는 것도 같아서. 혹시 오랜만의 영화 촬영이라 긴장이라도 했나.

“뭐 다른 일은 없고?”

“그런 거 없어. 아, 뭐하면 생각 읽어도 돼.”

“그렇게 말하면 더 읽기 싫어지는 거 알지?”

“그만큼 결백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단순 스케줄로 인한 거라면 다행이겠지만.

‘생각은···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고.’

이를 증명하듯 정말로 지금 형의 생각은 그저 ‘출출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단 지금은 배고픈 모양이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발견했다.

“형. 붕어빵 먹자.”

“붕어빵?”

바로 붕어빵 아저씨였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붕어빵 아저씨를 만나다니, 상당히 운이 좋았다.

“그래. 먹어.”

“형 근데 현금 있어?”

“내가 너 붕어빵 먹일 돈도 없을···아.”

지갑을 확인한 형이 그대로 말을 멈칫했다. 딱 봐도 카드밖에 없네.

“···호빵 먹을래? 편의점은 긁히는데.”

“붕어빵은 지나치는 거 아니랬어. 됐어, 그냥 내가 살게.”

이럴 때를 대비해 지갑 안에 천 원짜리를 몇 장 넣어뒀다. 요즘 붕어빵값이 비싸졌다고 하니 조금 두둑이.

와중에 백은찬은 나보다 더 넣어 놨다.

“생각보다 많이 넣어뒀는데?”

“내가 오늘 형 배 터지게 붕어빵 먹여준다.”

“오.”

한 마디로 붕어빵 플렉스다.

슈크림이든 팥이든 상관없다.

“아유, 근데 우리 젊은이들은 연예인이야? 둘 다 키도 크고 인물이 훤칠하네.”

“감사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 잘생겨서 몇 개 더 넣었어. 맛있게들 먹어.”

붕어빵 아저씨가 인자한 웃음과 함께 내게 붕어가 가득한 봉투를 건네주셨다. 이에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무려 서비스까지 주셨다.

슈크림 양도 굉장히 많던데, 앞으로 종종 와야겠다. 멤버들한테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고.

“형이 들어?”

“아니. 내가 들게. 형, 팥이지?”

“응.”

큼지막한 봉투 속에서 그렇게 따뜻한 붕어빵 하나를 꺼내 형에게 건넸다.

이렇게 같이 붕어빵을 나눠 먹는 건 어릴 때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형, 나눠 먹자.”

“지금 팥도 먹고 싶다, 이거지?”

그렇지. 잘 알아들었네.

그 말과 동시에 형이 내게 팥이 든 붕어빵 반쪽을 건넸다.

사실 어렸을 땐, 팥이 든 붕어빵을 거의 안 먹었었다. 그땐 무조건 슈크림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때라.

그렇지만 형이 팥을 좋아해서 따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팥도 괜찮아졌다.

“살다 보니 니가 붕어빵 플렉스 하는 것도 보네.”

“맛있잖아.”

“아예 기계를 사줘? 만드는 거 어렵지 않다던데.”

“만들어봤는데, 사 먹는 게 편하겠더라고.”

과정이 어렵진 않았는데, 반죽하고 하는 게 좀 귀찮긴 했다. 기계도 매번 세척 해야 하고.

“진짜 잘 먹네.”

형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에 봉투 안에서 붕어빵을 두 개 더 꺼내 형에게 건넸다. 출출하니 많이 먹으라고.

그리고 붕어빵을 받아든 형은 여느 때처럼 웃었다.

“근데 이거 다 팥 맞냐?”

“몰라. 형, 편식하지 마.”

“너나 하지 마라.”

그렇게 형은 붕어빵을 한입 문 채 입꼬리를 올렸다.

봉투 안엔 여전히 붕어빵이 가득했다. 여기 있는 붕어빵만큼 형의 피로가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 * *

얼마 전에 새롭게 크랭크인한 영화, <가족>. 해당 영화는 김정현 감독이 맡은 기대작 중 하나였다.

작품의 감독을 맡은 김정현은 , <편지> 등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유명 감독 반열에 올랐으나, 지난 몇 년간은 이렇다 할 흥행 성적을 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 <가족>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마지막 흥행작이 무려 5년 전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시나리오도 잘 나왔고.’

여기에 이번 시나리오는 서남은 작가와 함께한 공동 집필작이었다. 서남은 작가와는 이전에도 몇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예상보다 더 재밌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에 김정현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가족 힐링 영화였다.

정통 있는 법조계 집안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것을 주요 스토리로 하고 있었다.

캐스팅 과정은 당연히 수월했다.

최근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김정현의 이름값이 있었다.

그렇게 김정현이 원했던 배우는 스케줄이 맞는 한 대부분 캐스팅할 수 있었고, 막힘없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딱 하나.

아직까지 캐스팅하지 못한 배역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문은후’ 役.

‘문은후’는 집안에서 유일한 비(非)법조계 인물로 가족들과는 정반대의 직업인 운동선수를 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문은후가 하고있는 운동은 펜싱. 그는 전(前) 펜싱 국가 대표였다.

“은후 역은 무조건 잘생긴 애로 해야 해. 잘생겼는데 그냥 잘생겨선 안 되고 분위기도 좀 있어야 해, 아, 운동선수니까 당연히 키도 있어야지.”

“생각하신 배우는 있고요?”

“지민우, 곽해영, 이하준···떠오른 애들이 그럭저럭 있긴 한데, 뭔가 좀 이미지가 딱 맞지를 않네.”

“신인 쪽도 볼까요?”

“신인은 안 돼. 연기력 검증도 안 된 애들 써서 뭐 하겠어.”

아무리 날고 기게 잘생겼다고 하더라도 신인은 안 됐다.

이제껏 김정현 감독이 신인을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배역과의 싱크로율 만큼이나 중요한 게 연기력이다. 설령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하더라도 신인은 안 됐다.

“그럼 우도현은 어때요?”

“뭐? 우도현?”

그때 서남은 작가가 ‘문은후’ 역으로 제안한 것이 바로 우도현이었다.

“잘생기고 키 크고, 연기력도 보장이 되어 있잖아요. 게다가 느낌도 딱인 것 같아요. 요즘 한창 인기 좋으니 괜찮지 않아요?”

“우도현···.”

확실히 그랬다.

김정현 감독이 생각하기에도 우도현은 ‘문은후’ 역에 제격이었다.

훤칠한 외모의 큰 키, 거기에 분위기 있는 마스크까지. 우도현은 김정현 감독이 원했던 그 ‘문은후’와 거의 일치했다.

그래, 분명 그렇긴 한데.

“근데 그 친구, 아이돌 출신이잖아.”

“네?”

“루트. 예전에 그거 하다 넘어왔잖아.”

그 하나가 탐탁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그 출신.

“어, 그렇긴 한데 연기는 잘하잖아요?”

“연기야 잘하기는 한데, 그래봤자 아이돌이잖아. 아이돌은 좀 그런데.”

아이돌 출신은 영 미덥지 않았다.

아이돌 꼬리표를 단 배우들은 모두 한결같이 연기가 맥이 없었다. 어딘가 밍숭맹숭.

한번은 그래도 연기를 잘한다길래 캐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역시 김정현 감독의 성에는 차지 못했다.

결국 잘해봤자 아이돌이었다.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 연기하는 아이돌.

“그래도 우도현은 나름 연기경력도 되는데,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떠시겠어요?”

“연기 경력이 된다 해도 그 친구, 그렇게 다작은 아니지 않아? 중간에 군대 가고 그랬었잖아.”

“그렇긴 한데 복귀작은 또 반응이 좋아서요. 일단 이제껏 나온 후보 중에 배역에 가장 맞는 것 같은데, 한번 보시기라도 하시죠.”

이내 김정현 감독은 여전히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은 서남은 작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도현만큼 배역에 잘 맞는 이가 없었기에. 아이돌 출신이라는 걸 빼면, 자신이 생각한 ‘문은후’와 아주 닮았다.

그렇게 우도현은 <가족>에 캐스팅되었고, 출연을 확정 지었다. 역시나 시나리오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본 리딩.

캐스팅이 확정되고 난 뒤, 제작진을 포함한 배역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안녕하세요. 문은후 역의 우도현입니다.”

이어지는 박수소리.

이에 김정현 감독 역시 그런 우도현을 보며 천천히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런 우도현을 보는 김정현 감독의 눈길은 여전히 탐탁지 않았다.

‘그래봤자 아이돌.’

얼굴은 여기 앉은 사람 중에서 단연코 가장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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