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화.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TNC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각 분야별 회사 사옥을 방문하고 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제껏 공개되지 않았던 회사 내부의 공간을 공개하고 소개하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해소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것에 그 의의를 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지금껏 공개했던 사옥 수만 해도 상당했다. 그리고 이번 회차의 사옥 공개의 테마는 바로 ‘엔터’였다.
다시 말해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엔터편.
“역시 IN 엔터가 좋겠지?”
“그렇죠. 요즘은 또 윈썸이잖아요.”
“그렇지. IN 엔터로 하면 당연히 가이드도 윈썸으로 붙여달라고 요구하면 되니까.”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의 PD와 작가를 포함한 제작진들은 그렇게 회의실에 모여 다음 편으로 진행할 엔터사에 관해 한창 물색 중이었다.
여기에 사옥 소개 시 해당 사옥을 직접 안내해줄 가이드, 즉 담당자가 필요했다.
엔터 편인 만큼 이는 당연히 해당 소속사의 연예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 근데 RA 엔터도 신사옥으로 이전한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거기도 사진으로 보면 엄청 삐까뻔쩍하던데요?”
“RA 엔터도···괜찮기야 하지.”
앞선 그 말에 담당 PD인 최준성은 그대로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RA 엔터면 체이스를 붙여달라고 하면 되겠고요. 아, 권해진 붙여달라고 해도 좋겠네요. 요즘 권해진 전역하고 나서 기세 괜찮던데.”
“권해진이야 뭐, 기세는 항상 괜찮지. 음, 그것도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제작진 입장에선 IN 엔터만큼이나 RA 엔터 또한 좋은 카드였다.
마침 신사옥으로 이전한 지 얼마 안 되어 내외부 모두 휘황찬란할 터고, 가이드가 될 소속 연예인 라인 또한 좋았다.
‘솔직히 순수 사옥만으로 보면 IN 엔터보다는 RA 엔터가 낫긴 한데.’
명성으로 따지면 IN 엔터나 RA 엔터나 크게 차이랄 게 없었다. 둘 다 명실상부한 대형 기획사였기에.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RA 엔터가 최근 신사옥으로 이사를 했다는 점이다.
사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윈썸이 좋지 않나?”
“그쵸. 윈썸이 좋죠.”
하지만 엔터 편인 만큼 사옥만큼이나 무시할 수 없는 게 바로 가이드의 존재였다.
데뷔 3년 차,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고, 또 이미 엄청난 기세를 타고 있는 이 그룹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열에 여덟은 모두 윈썸을 말할 테니까.
“좋아, 그럼 윈썸으로 가자.”
“네. 윈썸으로 가죠!”
사옥도 사옥이지만, 화제성 또한 무시하지 못했다. 윈썸이라면 분명, 주목도가 상당할 테니.
그리고 차오르는 기대감에 최준성 PD의 입꼬리가 벌써 부터 씰룩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엔터 편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IN 엔터테인먼트로.
반면,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내는 이가 있었으니.
“우사옥 엔터 편이 IN 엔터라고?”
“네, 대표님······.”
“이런, X!”
그건 바로 RA 엔터의 라성훈 대표였다.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우사옥의 엔터편이 IN 엔터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라성훈 대표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왜 그 양반들은 IN 으로 간대? 사옥은 우리만 한 곳이 없는데! 당연히 우리 쪽으로 섭외가 올 줄 알았는데, 뭐? IN?”
사실 라성훈 대표는 이전부터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를 눈독 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새로 올린 신사옥에 관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부심만큼이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리 사옥이 이렇게 크고 웅장하다고.
다른 기획사들 따위, 비비지 못할 만큼 크고 웅장한 이곳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만큼 좋은 기회가 없었다. 이제껏 숱한 기업들의 사옥을 방문한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촬영하여 공개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더 크고 화려하게 알리고자 했다.
‘그깟 IN 사옥이 뭐 얼마나 좋다고···.’
이제는 하다 하다 이런 사소한 것에까지 밀리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기분은 좋지 못했다.
‘안 되겠군.’
이대로 열만 받은 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이제는 궁금할 지경이었다.
IN 엔터 사옥이 뭐가 그렇게 좋길래 제작진은 굳이 거길 가겠다고 선택한 건지.
자신이 직접 그걸 확인해야겠다.
“촬영이 2주 뒤라고 했었나? 그때 스텝들 사이에 적절하게 섞어.”
“네? 섞으라니요?”
“촬영 인원인 척하고 들어가란 말이야. 어차피 복잡한 현장이야. 잘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 힘들어.”
“···들어가고 나서는요?”
“이제 직접 봐야지. 그 대단한 사옥이 어떤지. 특별한 거 하라는 거 아니야. 그냥 사진만 좀 찍어오라고. 사진만.”
방송엔 공개하지 않을 그 외 다른 시설들. 라성훈 대표가 원하는 것이란 바로 그렇게 숨겨진 부분들이었다.
“어디 한번 보자고. 뭐가 있는지.”
그와 동시에 라성훈 대표의 입매가 작게 호선을 그렸다.
* * *
늦지 않은 오후.
앞으로 있을 촬영을 위해 백은찬과 신하람, 그리고 나는 앞으로 올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촬영 프로그램은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 그 프로그램의 엔터 편이었다.
이번에 우리 회사, IN 엔터테인먼트가 해당 테마로 선정된 덕이었다.
‘이거 왠지 RA 엔터에서 조금 아까워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간 RA 엔터의 행보를 보면 왠지 이번 엔터 편에 선정되지 못한 걸 꽤 배 아파하고 있을 듯했다.
신사옥을 올렸다는 내용의 동일 기사를 마치 자랑하듯이 한동안 질리도록 뿌려댔으니까.
자부심, 그런 게 상당해 보였다.
뭐, 전에 외관 정도는 오다가다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번쩍번쩍하긴 했다. 돈을 발랐다는 게 그런 건가 싶고.
‘물론 개인적으론 IN 엔터가 좋긴 하지만.’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우리 회사 같은 인테리어가 좋다.
그래도 있을 거 다 있고, 식당 밥도 맛있고. 연습실이나 작업실도 부족함이 없이 잘 꾸려져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공개한 적이 없네.’
이제껏 사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공개한다고 해도 연습실 정도가 다였으니까.
아마 공개가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화제성이 있긴 할 거다. 이제껏 공개한 적이 없었고, 일단 대형이니까.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좋다.
“갈 곳이 연습실, 식당, 카페···아, 연습실에는 애들 있지?”
“응. 약간의 연출 컷.”
“형들이 발 연기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중간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멤버들도 한 번 나올 예정이었다. 연습실에 들렀을 때.
약간의 연출 컷이긴 한데, 우리 멤버들 중엔 그래도 그렇게 연기가 어색한 사람은 없으니까. 많이 티가 나진 않을 거다.
“이야, 윈썸!”
“안녕하세요, PD님.”
그리고 얼마 안 가,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의 제작진들이 도착했다. 이에 멤버들과 함께 제작진들을 직접 만나 인사했다.
“다들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 키도 다들 크고.”
“감사합니다.”
“너무 잘생겼어, 진짜. 요즘 왜 그렇게 난리인지 알 것 같네요.”
그 말에 이를 듣던 백은찬과 신하람이 동시에 입가를 씰룩였다. 앞선 칭찬에 둘 다 내심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걸 보고 있으니 나도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멤버들 칭찬은 언제나 듣기 좋다.
“그럼 아래층부터 천천히 올라가도록 할까요? 가이드는 MC의 질문에 맞춰 자연스럽게 답변만 해주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당연히 프로그램 MC도 따로 있었다.
배윤수라는 코미디언이었는데, 센스 있고 재밌는 진행으로 꽤 유명했다.
카메라에 음향에 그 밖의 스텝, 출연자들까지. 꽤 많은 촬영 인원에 사내가 벌써부터 북적였다.
‘역시 인원이 좀 되네.’
사내 촬영이라 그런지 직원들 역시 지나가다가 한 번씩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기도 했다. 정신이 좀 없긴 했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은 자연스럽게 1층 로비서부터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로비를 소개하고, 중간에 직원 회의실이나 식당 등을 가는 순서였다.
“그런데 회의실이 정말 많네요.”
“네. 아무래도 각 전담팀별로 나누어져 있어서요. 전담팀별로 회의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윈썸만의 전담팀도 있겠네요?”
“그렇죠. 저희 전담팀도 있습니다.”
“여기는 트로피를 전시해두는 공간인가요? 트로피들이 엄청 많네요!”
“네. 선배님들부터 시작해서 받은 상들을 전부 여기에 전시해두고 있습니다.”
그대로 전시된 트로피들을 향해 카메라가 줌인. 화려한 트로피들이 줄을 이은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은찬 씨가 생각하기에 우리 회사에서 여기만큼은 꼭 소개해야 한다, 이런 곳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아니, 혹시 여기가 바로 그곳인가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곳입니다!”
백은찬이 그대로 힘차게 손을 올렸다.
그건 바로 구내식당이었다.
밥이 맛있는 우리 회사 구내식당.
“IN 엔터 밥이 그렇게 호화롭고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밥이 정말 맛있어요. 메뉴도 다양하고요.”
“그렇다면 또 안 먹어볼 수가 없겠네요. 어떻게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그럼요. 당연히 대접해드려야죠.”
동시에 백은찬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메뉴의 식권을 뽑았다.
“와, 이건 마치 식권이 빛나는 듯한 모습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근데 실제로 빛이 나고 있었다.
식권이 금색이라.
“아, 정말 밥이 환상이네요. 솔직히 말해서 밥 먹으러 다니고 싶을 정도예요. 그럼 하람 씨, 하람 씨가 생각하기에 여기는 꼭 가봐야 한다, 있나요?”
“네! 당연히 있죠!”
“아니, 여기가 혹시 그곳인가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곳입니다!”
그건 바로 회사 내 카페였다.
분홍색과 민트색이 어우러진 인테리어에 귀엽게 생긴 회사 대표 캐릭터가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 여기 윈썸 이름 메뉴도 있네요.”
“드셔 보시겠어요?”
“근데 안타깝게도 제가 반 민초파라서요. 윈썸 민트초코라니, 상당히 아쉽네요.”
배윤수가 상당히 아쉽다는 얼굴을 보였다. 같은 반 민초파인 백은찬과 신하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난 좋은데.
“음료도 정말 맛있네요. 그럼 세현 씨가 생각하는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 이런 곳 있나요?”
“네. 있습니다.”
“앗, 혹시 그곳 아닙니까?”
“통하셨나요?”
“통했죠, 통했죠. 여러분들만의 주요한 공간 아닙니까?”
그랬다.
이번에 갈 곳은 바 상당히 주요한 공간이었다. 바로 연습실이었다. 엔터인 만큼 연습실 소개만큼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번에 새로 공사를 마친 연습실이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공개하기 좋았다.
그리고 그곳엔 다른 멤버들이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말했던 연출 컷.
사실 이 연출 컷의 경우 회사에서 요구하건 아니었다. 제작진이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을 한 거라.
“어, 연습실에 누가 있는 모양인데요?”
“그런 것 같네요.”
그렇게 앞선 배윤수의 말에 자연스럽게 장단을 맞췄다. 근데 멤버들은 안에서 뭘 하고 있겠다고 했었지.
“한번 들어가 보죠.”
이윽고 열리는 연습실의 문.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곧바로 그곳에 있던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