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23화 (323/413)

323화. 잠입 성공했습니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간 연습실.

그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

그건 바로 한창 연습을 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도운이 형이랑 안지호, 그리고 차선빈.

하지만 여기서 뭔가가 좀 이상했다.

‘왜 같은 노래로 따로 춤을 추고 있는 건데···.’

연습도 연습이지만, 와중에 같은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닌 각자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로 전부 다 다른 춤.

여기선 군무가 나와야 할 타이밍 아니냐.

근데 또 와중에 잘 추긴 잘 췄다.

그러니까 뭔가 좀 이상한데 멋있다.

“아, 여기서 또 다른 멤버분들이 연습을 하고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그대로 도운이 형이 음악을 끄며, 인사했다. 이에 차선빈과 안지호 역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연습이 있으셨던 모양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역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네요.”

“네. 그렇습니다.”

발 연기는···아니었다.

그래, 그건 아니었다.

“아니, 근데 뭔가 되게 연출된 상황 같긴 한데, 그렇게 또 연출이 된 건 아니에요. 그쵸?”

“네. 그렇습니다.”

“저희 멤버들이 춤을 참 잘 추죠~”

백은찬이 웃으며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 역시 옆에서 열심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근데 이렇게 윈썸 분들이 춤을 추시는 걸 보니 군무를 안 볼 수가 없네요. 윈썸 분들의 군무, 그래도 봐야 하지 않겠어요?”

“아, 당연하죠. 군무! 당연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척하면 척이네요! 그럼 한번 볼까요?”

이번만큼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차피 이것도 준비가 되어 있던 거라 당황할 것 없이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빠르게 대형을 갖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꼭 나갔으면 좋겠군. 이것만큼 자연스러운 것도 없을 테니.

* * *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의 촬영이 끝났다. 단순히 사내를 돌아보는 것뿐인데도 촬영만 반나절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내 전부를 돌아본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공개할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기에.

“수고 많았어요, 윈썸. 오늘 아주 잘하던데요?”

최준성 PD가 흡족한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특히 연습실 부분!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다시 호쾌한 웃음을 보인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든 건지 모르겠지만···뭐, 마음에 들었다면 됐지.

촬영이 끝난 뒤로는 우리 역시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 몸을 실었다.

“와, 오늘 촬영 좀 정신없었다.”

“맞아요. 생각보다 정신이 없더라고요.”

백은찬과 신하람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문 채 말했다.

촬영으로 인해 저녁을 못 먹어 대충 아이스크림으로 하나씩 때우고 있던 참이었다.

확실히 스텝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촬영하는 내내 정신이 없긴 했다. 그 사이, 외부인 한 둘쯤 있어도 모를 정도로.

“근데 아까 연습실에서 그건 누가 짠 거냐?”

“아, 그건 군무를 할까 노래를 할까 하다가 결국 그렇게 나온 거야.”

“사전에 준비한 거 아니었어요?”

“준비했는데 갑자기 준비한 음악이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도운이 형이 틀었어.”

아, 나름 그런 사정이 있었군.

어쩐지 왜 다 다른 안무를 추고 있나 했다. 그래도 즉석에서 정한 것치곤 순발력이 좋았다.

“그래도 그런 것치곤 괜찮았는데.”

“괜찮았어?”

“응.”

그러자 차선빈이 이내 흡족한 얼굴을 보인다. 괜찮았지. 뭔가 좀 이상한가 싶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멋있었으니 됐다.

“어쨌건 피디님도 마음에 드셨다고 하니 알아서 예쁘게 편집해주시겠지. 아, 근데 숙소에 뭐 먹을 거 있나?”

“가서 뭐라도 만들어 줄게.”

“와! 세현이 형이 만들어 준대요!”

“아, 뭐 먹지?”

“간단하게 오므라이스나 먹을까?”

“김치찌개도 좋은데!”

김치찌개와 오므라이스라.

대충 재료는 맞을 것 같네.

* * *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의 촬영이 끝난 당일. RA 엔터테인먼트 건물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던 상태였다.

“그래,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다고?”

“예. 잠입은 성공했습니다. 다만···.”

“다만?”

그러자 이내 대답을 머뭇거리는 직원.

하지만 점차 나빠지는 라성훈 대표의 표정에 곧바로 다음 대답을 대놓았다.

“IN 엔터에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뭐? 다시 말해봐.”

“···죄송합니다. IN 엔터의 사옥 내부 촬영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 * *

앞선 보고를 듣던 라성훈 대표는 한순간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사옥 내부 촬영이 불가능했다고?

“불가능? 실패를 했다고?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해!”

“···죄송합니다.”

“아예 한 장도 건진 게 없어?”

“예···. 그게 한 장도···.”

“그게 지금 말이 돼!”

그대로 라성훈 대표가 언성을 높였다.

동시에 그의 미간은 그의 내면 속 화를 보여주듯 한없이 좁아진 상태였다.

“설마 우리 쪽 인물이 있었다는 걸 들킨 건가?”

“아,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예···. 촬영을 끝내고 다시 제작진들에 섞여 무사히 사옥을 나섰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사진은 왜 못 찍은 건데?”

“그게 듣기로는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제재가 있었다고 합니다···.”

“제재?”

그 말에 라성훈 대표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예. 근데 그게 또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막아섰다고 합니다···듣기로는 거의 전담 마크 수준이었다고···.”

“전담 마크?”

그리고 다시 한번 구겨지는 미간.

“어떤 자식을 보냈길래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바로 들키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확신할 수 있어?”

“예?”

“RA 엔터라고 들키지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냐고.”

그러자 앞서 있던 직원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촬영에 실패했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들키지 않았을 확률은 매우 희박했기에.

‘하아······.’

이에 라성훈 대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에 있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성공할 거라 의심치 않았다.

설령 완벽한 성공이 아닐지언정 그래도 사진 한두 장 정도는 건져오는 것에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다. 아무것도. 그의 손에는 그저 허무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좀 더 제대로 된 자식을 보냈어야 했는데.’

그게 못내 아쉬웠다.

이렇게 된 건 결국 잠입한 직원의 칠칠치 못한 행동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라성훈 대표는 앞서 나눴던 대화들을 곱씹어보았다.

‘···일단 나오기는 잘 나왔다고 하니 그대로 들킨 건 아니겠지.’

만약 들켰다면, 그대로 사옥을 잘 나왔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탈 없이 철수를 했다는 건 적어도 스텝이라는 것에 의심은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다음엔 좀 더 신중해야겠군.’

그렇게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라성훈 대표는 한껏 찌푸린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 * *

“세현아.”

숙소에 도착 후, 그대로 벤에서 내리려던 찰나 매니저인 건희 형이 나를 불러세웠다.

“아까 말한 그거 말인데, 마지막까지 확인해본 결과 특별히 찍히거나 한 건 없었어.”

“아, 그래요?”

“응.”

그렇다면, 뭔가 새어나갈 일은 없다는 거군. 조금 안심이 됐다.

건희 형이 조금 전 말한 그것, 그것이란 바로 내가 특별히 마크해주길 부탁한 스텝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가 시작되기 직전, 한창 정신없던 도중에 우연히 한 스텝과 시선이 마주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느 타이밍에 슬쩍 빠져야 하나.”]

[“카메라는 최대한 잘 숨겨야겠군.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당 스텝은.

‘···촬영 스텝은 맞는 것 같은데.’

목에는 출입증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다른 스텝들과 같은 입구로 함께 들어왔었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틈을 따 무리를 이탈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러한 행동의 이유도 꽤 명확해 보였다. 무언가를 찍을 생각인가.

“건희 형.”

“응?”

그리고 곧바로 건희 형에게 해당 스텝을 계속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다. 혹시라도 무리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잘 챙겨달라고.

“근데 실제로 중간중간 슬쩍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라고.”

- 화장실이요. 화장실 가려는 거였어요.

- 아, 이쪽이 아니었네. 나도 모르게 착각했나 보네요.

아니나 다를까, 확실히 수상한 낌새를 보였고 이에 건희 형은 정말로 눈에 불을 켠 채로 해당 스텝을 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다행히도 뭔가를 찍히거나 한 건 없었다.

혹시 몰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확인을 거듭했으니.

그러니 의도는 나름 잘 저지했지만,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굳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사옥을 몰래 촬영한다는 행위.

이 행동은 그 의도를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특히나 프로그램 스텝이었기에 더욱더 이해가 안 됐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옥을 촬영하는 프로그램에 있어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뭘 믿고 사옥을 공개하겠어.

혹여 사옥 내부를 몰래 찍는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아무도 이 프로그램을 하려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확실히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긴 했다.

‘···무단 침입.’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사실상 그쪽 방면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긴 했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역시 목에 있던 출입증이 걸렸다.

‘그렇다면 역시 단순 골칫덩어리 스텝인가.’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었다. 가능성은 꽤 다양했다. 역시 생각을 좀 더 세세하게 읽어볼 걸 그랬나.

아무래도 촬영하는 도중이라 일일이 신경 써가며 읽기가 힘들었다.

“어쨌건 이제 얼른 가서 쉬어. 촬영하느라 밥도 못 먹었잖아.”

“네. 형도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이에 건희 형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마 오늘 있었던 일은 형이 회사에 전달할 듯했다.

여기에 혹시 모르니 한동안 사옥 출입에 관해 더더욱 경비를 철저히 해줄 것을 부탁했다.

‘일단 이쪽은 빠져나간 게 없으니.’

그럭저럭 잘 넘어간 셈이다.

“뭐야, 우세현. 왜 이렇게 늦게 와?”

“근처 편의점에 간장이 없더라고. 그래서 조금 더 걸어가서 사 왔어. 아, 간 김에 다른 것도 좀 사 왔는데.”

“악! 이것도 사 왔어요? 이 과자 엄청 맛있는데!”

“세현아, 내가 불 올리려고 했는데.”

차선빈이 그대로 후라이팬을 든 채로 말했다. 아니야, 선빈아. 내가 올릴게. 넌 그냥 앉아 있어 줘.

그대로 차선빈에게 앉아 있으라고 과자를 하나 쥐여 줬다. 아, 근데 지금 먹으면 안 된다.

“오므라이스는 내가 한다!”

“오, 은찬이 형.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

“우세현. 내가 재료 대충 꺼내왔어.”

“응. 고마워.”

어느새 안지호가 재료를 가지런히 정돈해놨다. 이에 곧바로 팔을 걷었다.

다른 것보다 빨리 애들 밥이나 먹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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