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커피 한잔 할까?
지난 TNC <우리 사옥을 소개합니다!>의 촬영분이 방송됐다.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윈썸 멤버들의 모습!]
[아, 여기서 또 다른 멤버분들이 연습을 하고 계셨군요?]
- ㅋㅋㅋ아닠ㅋㅋㅋㅋㅋ왜 다 다른 춤이야?ㅋㅋㅋㅋㅋ
- 와중에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 ㄱㅇㅇㅠㅠㅠ
- 이거 혹시 사전 연출컷인가? 근데 멤버들 귀엽네ㅋㅋㅋㅋㅋ
- 오 마지막에 군무 쩐다 윈썸 다 춤 잘 추는구나
└ ㅋㅋ 다는 아닐텐데
└ 응 다 잘 춰 ^-^
반응은 괜찮은 편이었다.
앞선 연출 컷도 나름 괜찮게 편집됐고. 마지막에 다 함께 췄던 군무도 깔끔하게 잘 나왔다.
- 와 IN 엔터 사옥 부내나네
- 역시 대형 기획사는 규모가 다르다 연습실 개좋음
- 은찬이 식권 들 때 넘 귀욥ㅠ 근데 IN은 왜 식권이 금색이냐ㅋㅋㅋㅋㅈㄴ빛나
- RA 엔터가 사옥 넘사라고 들었는데 이제보니 IN 엔터도 괜찮은 편인듯
- 윈썸 민초 저거 먹어봤는데 꽤 맛있었음 민초단들에게 ㅊㅊ
처음 공개한 사옥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여기저기 핫 게시글로 올라간 걸 보니, 예상했던 대로 화제성은 좀 챙겼다.
근데 다시 봐도 멤버들이 춤을 잘 추긴 한다. 알고 있지만.
그리고 오늘은 회사에 들러 간만에 보컬 레슨을 받았다.
활동기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비활동기에는 매번 빠지지 않고 받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보컬 레슨을 받는 것은 항상 즐겁다.
그리고 노래는 언제 불러도 항상 부족하다.
지금도 단순히 횟수로만 따지면 많이 부르면 부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음 같아선 더 많이 부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역시 잘 불러야 하고.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그러기 위해선 많이 불러야 하고.
그저 잘해야 했다.
“어, 세현아!”
그러던 도중, 아는 얼굴을 만났다.
다름 아닌 인터니티의 김재현이었다.
이에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춘 채 그대로 재현이 형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형.”
“오랜만이다. 어디 가는 길?”
“아, 보컬 레슨 받고 오는 길이에요.”
“요즘 보컬 레슨 받아?”
“네. 비활동기라서요.”
그러자 김재현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인터니티 멤버와 만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같은 회사긴 해도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거나 한 게 아니었으니 방송 아니면 아무래도 만날 일이 드물다.
연차가 어느 정도 찬 인터니티는 이제는 거의 그룹 활동보다는 개인 활동 위주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사이 별다른 잡음도 없고, 그만큼 코어층도 아직까지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야?”
“네. 근데 다른 멤버들도 회사에 있긴 할 거예요.”
“그래?”
그러자 곧바로 김재현이 눈을 번뜩였다.
뭐지, 갑자기 왜 눈이···.
“세현아.”
“네?”
“잠깐 커피 한잔할까?”
갑자기 커피?
* * *
갑작스러운 김재현의 커피 요구에 그대로 김재현을 따라 아래층에 있던 회사 카페로 향했다.
“자, 카라멜 마끼야또.”
“감사합니다.”
그렇게 김재현으로부터 커피를 받아들였다.
“우리 회사 카페가 참 맛있긴 해. 아, 너희는 윈썸 민트초코지? 우리는 아메리카노야.”
“네. 봤어요. 인터니티 아메리카노.”
“그래서 난 맨날 아메리카노만 마시잖아.”
그렇게 말하던 김재현의 손엔 실제로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
“세현이 넌 반 민초파야?”
“아뇨. 민트초코 좋아하는데, 마시는 건 이게 좋아서요.”
그리고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든 채로 그대로 김재현을 따라 작업실로 향했다.
‘커피에 작업실.’
이런 걸 보면 뭔가 부탁을 하려는 것 같은데. 그것도 꽤 중요한 부탁. 굳이 보는 눈 없는 장소로 자리를 이동하는 것 보면.
“작업실에 오는 건 처음이지?”
“아, 네.”
“여기 소파에 앉으면 돼. 자, 커피 여기 있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김재현의 작업실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터니티는 개인 작업실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 작업실 인테리어는 김재현의 취향인가.
“그러고 보니 윈썸도 작업실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얼마 전에 생겼어요.”
“나중에 한번 놀러 가야겠네. 아, 너희도 한번 놀러 오고. 아무 때나 와도 상관없으니까.”
“네. 그럴게요.”
그대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김재현을 바라본 채 다음에 올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이다음 말이 본론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김재현이 볼을 살짝 긁적인 채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음, 실은 내가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거든.”
“네. 말씀하세요.”
“놀라지 않네?”
“아까부터 뭔가 하시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은 해서요.”
“눈치 한번 빠르네.”
김재현이 꽤나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에 앨범이 하나 나오거든.”
“아, 알고 있어요. 형 솔로 앨범이잖아요.”
“알고 있었구나.”
“당연하죠.”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최근 김재현은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듣기론 그 작업이 한창이라고 알고 있고.
“그래서 말인데, 네가 해줬으면 하는 게 하나 있어.”
“뭔데요?”
“피처링.”
“형 곡이요?”
“응. 내 곡.”
아, 피처링 이야기였군.
다시 말해 김재현은 이번에 나올 자신의 수록곡 피처링을 내게 부탁하고자 하는 거였다.
“어때? 괜찮아?”
“저야 형이 괜찮으면 당연히 괜찮죠.”
“정말?”
김재현이 한껏 기쁜 듯한 얼굴을 했다. 당연히 안 될 이유가 없었다.
일단 같은 소속사 선배고, 피처링은 오히려 내게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껏 피처링에는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노래와 관련된 작업이라면, 그게 뭐든 좋았다.
“아, 근데 회사에도 허락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이미 얘기는 어느 정도 해뒀으니까.”
벌써?
이거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인가. 당사자인 난 전혀 몰랐지만.
“내가 이 피처링 부분은 꼭 너였으면 좋겠다고 내내 강조했거든. 이 곡은 무조건 좋은 보컬이 있었으면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밖에 안 떠오르더라고.”
그 말에 좀 놀랐다.
내 보컬이 김재현에게 꽤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나 말고도 좋은 보컬은 많았다.
당장 같은 그룹의 한지한 역시 좋은 보컬이었고.
분명 회사에서도 폭넓게 추천을 해줬을 텐데 그럼에도 나를 추천했다는 점이···역시 좀 놀라웠다.
“형이 그렇게 말하니 감사하네요.”
“어? 그래? 그만큼 니 보컬이 좋다고. 전에 지원이 형은 너랑 한번 무대 해보고 싶다하기도 하더라.”
앞서 말한 박지원은 인터니티의 메인 래퍼였다. 듣고 보니 그것도 재밌을 것 같긴 했다.
박지원은 우리 팀 래퍼들이랑 또 다른 톤을 가지고 있던 터라.
“어쨌든 한결 마음이 가볍다. 든든해!”
마치 숙원을 풀었다는 듯 기뻐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와 더불어 궁금해졌다. 내가 참여하게 될 곡이 어떤 곡인지.
“아, 지금 파일 있어. 마침 작업실이네.”
동시에 김재현이 등을 돌렸다.
이제는 그 뒷모습마저 신이 나 보였다.
이어서 경쾌한 리듬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청량한 느낌의 하이틴 팝이었다. 잠깐 일부를 들은 것뿐인데도 꽤 귀에 감겼다.
“어때?”
“좋은데요.”
“그래?”
이를 들은 김재현이 다시금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그럼 일단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부터 해봐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나 지난번에 드디어 봤다.”
“? 뭘요?”
“드디어 만나 뵈었다고. 그분을.”
그분?
그분이 누구지.
뜬금없는 그분 타령에 알기 어려웠다.
“우도현 선배님!”
“아.”
“지난번에 너희 콘서트 갔을 때 만났어.”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인터니티 형들도 왔었지. 아마 첫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나 그때 진짜 고민 많이 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뭔가 이대로 인사만 드리기 너무 아쉬운 거야. 그래서 고민을 했지, 이걸 말해야 하나···.”
이 형이 원래 이렇게 말이 빨랐었나.
루트를 어느 정도 좋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좋아한 모양이다.
“그리고 난 그날 한 번 더 놀랐어.”
“왜요?”
“옆에 신도하 선배님도 계셔서.”
“아.”
신도하도 왔었지. 그때.
자리가 어떻게 됐었더라.
“순간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고. 근데 그래서 더 사진을 못 찍었어. 뭔가 말이 더 안 나오더라.”
“그냥 찍으시지 그랬어요. 찍어줬을 텐데.”
“흔쾌히 찍어주셨을까?”
“그럴걸요.”
“으윽!”
그 순간, 김재현이 통한의 소리를 냈다.
내가 너무 가슴 아픈 얘길 했나.
형이든 신도하든 찍어줬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잘생기셨더라고. 두 분이 같이 있는 거 보니 괜히 옛날 생각나더라. 나도 모르게 다른 멤버는 없나 봤···잖아.”
김재현이 순간적으로 눈치를 보며 말을 주춤했다. 아마 루트 멤버들 얘기 때문이겠지.
[“어, 근데 생각해보니 신도하 선배님이랑 같이 계시지 않았나? 그럼 거리 낄 게 없는 거 아닌···?”]
“다른 선배님들은 아무래도 바쁘시니까요.”
“아, 그래? 그렇지. 루트 선배님들이야 언제나 바쁘시니까.”
“그렇죠. 오셨으면 좋았겠지만요.”
그렇게 앞에 있던 커피의 한 입 마셨다. 아직까지 사이가 별로라는 걸 굳이 소문낼 필요는 없으니까.
“아무튼 세현이 니가 이렇게 해주겠다고 하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어. 그러고 보니 피처링은 처음인가?”
“네. 맞아요.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김재현이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름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도 예전에 신도하랑 유닛 같은 거 했었는데.’
앨범 수록곡 형식으로.
그냥 피처링 하니, 문득 떠올랐다.
* * *
“그래서, 재현이 형 피처링을 하게 됐다고?”
“응. 정확히는 수록곡.”
“형이 직접 부탁하신 거야?”
“네. 커피까지 얻어 마셨어요.”
“와, 그 형이 진짜 너랑 꼭 하고 싶었나 보네.”
김재현의 솔로곡 피처링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날 곧장 멤버들에게 알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꽤 놀란 얼굴들이다.
“그 잠깐 사이 피처링을 덥석 물어올 줄이야.”
“나도 갑자기 제안받았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런 것치곤 꽤 침착한데?”
“일단 노래하는 거니까.”
문득 떠오른 오랜 곡에 스트리밍 어플에 그 곡을 검색해 들어보았다.
이제 보니 형이랑 신도하랑 유닛곡이 아니라 박시겸까지 셋이서 같이 한 곡이었다. 왜 박시겸은 기억 속에 없었지.
곡 제목은 ‘Horizon’.
서정적인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 곡이었는데, 특히나 시작과 마지막에 반복되는 바닷가 파도의 잔잔한 울림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이 곡 형 보컬곡이었지.’
루트 데뷔 초엔 형은 보컬보다는 주로 랩 파트를 많이 맡는 편이었는데, 보컬을 맡은 적도 있긴 있었다.
여기에 연차가 늘면서부터는 보컬도 많이 늘어 그 수가 점점 더 많아졌고. 그리고 난 그 곡들을 좋아했다.
- Risen, Risen, Risen
- 저 너머에 있는 손을 잡아
- 그대로 심연에 몸을 뉘어
‘역시 좋네.’
오랜만에 들어본 곡은 역시나 좋았다.
이 곡을 그동안 왜 잊고 있었지.
오늘부터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야겠다.
“뭐 듣냐?”
안지호가 물었다.
이에 대답 대신 보던 화면을 보여주었다.
“···호라이즌?”
“응. 루트 노래.”
“아아.”
그리고는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안지호는 이 노래 아나. 이거 꽤 오래전에 나온 노랜데.
“또 신도하 노래냐.”
“뭐?”
“그거. 신도하가 부른 노래잖아.”
어, 알고 있네.
근데 그냥 신도하 노래라기엔···우리 형도 불렀는데.
“이거 형도 불렀는데.”
“알아.”
“여기서 형 음색 좋아. 특히 여기 2절 벌스 부분에서···.”
“그래. ‘그 바다의 물결 너머로-’ 이 부분. 지금 노래 홍보하냐?”
홍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긴 했다.
혹시 모르면 좋다고 추천하려 했는데, 이미 알고 있네.
- 끝없이 가라앉는 이 심연 속에
- 그저 니가 있어 나는 올라
- 푸른 바다가 아닌 붉은 바다로
그리고 타이밍에 맞춰 노래가 그대로 후렴 부분에 진입했다. 신도하의 파트였다.
그대로 이어지는 화음.
- Horizon, Horizon, Horizon
마치 깊은 심해에 있듯 울리는 세 명의 화음이 듣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