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화. 나중에 같이 부르자
“난 이 노래도 좋은 것 같은데.”
안지호가 뜬금없이 노래를 추천하고 나섰다. 어느 솔로 가수의 노래였다. 여기에 같은 아이돌 그룹 노래도 있었고.
물론 나 역시 다 아는 노래들이었다.
개중엔 좋아하는 곡도 있었다.
“아, 이것도 알아. 좋지.”
“···그럼 Always be with you.”
“그 노래 알아? 그 노래 엄청 좋지? 루트 노래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랜데, 특히 거기 1절에서 형이···.”
“반응 차이가 너무 있는 거 아니냐?”
어? 반응 차이? 그랬나?
동시에 안지호가 안 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Always be with you. 이거 좋긴 하지.”
“아, 그렇지?”
“신도하 파트가 X나 많긴 하지만.”
그랬나?
근데 메인 보컬이니까 그건 당연했다.
사실 루트 노래 어딜 가도 신도하는 파트가 많았다. 솔직히 목소리 좋으니까.
그리고 생각난 김에 앞서 얘기했던 곡을 한번 들어보았다. 옆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지호도 같은 걸 듣고 있었다.
이 노래, 확실히 명곡이긴 하다.
“안지호.”
“왜.”
“나중에 같이 부를래?”
“뭐?”
그러자 조금 놀란 얼굴로 안지호가 끼고 있던 무선 이어폰을 곧장 빼 들었다. 너무 놀란 얼굴인데?
사실 못 들을 줄 알고 두세 번 말 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노래?”
“이거. 지금 듣고 있는 거.”
“뭐. Always be with you?”
“응.”
그러자 안지호가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불러.”
“응. 같이 부르면 좋을 것 같다.”
“근데 이거 5명 노래잖아. 둘이서 어떻게 나눠야 할지 생각을···.”
“그럼 그냥 다 같이 부를까? 다른 애들이랑.”
“···그러던지.”
어, 뭐지.
지금 잠깐 아주 찰나의 순간 뭔가 실망한 기색이 보였는데.
“어, 그냥 둘이 부르는 게 낫나?”
“···그래도 되고.”
그러자 다시금 돌렸던 시선을 맞춰 온다.
그 안에 찰나의 기대감 같은 게 보였다.
‘혹시 둘이서 불렀으면 하는 건가.’
반응이 꽤나 투명해서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아니, 웃으면 안 되지.
어쨌건 이건 기대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역시 안지호랑 둘이 부르는 게···.
“어, 뭔데? 뭐 듣는데?”
그때 백은찬이 물어왔다.
그리고는 플레이리스트를 본 건지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어, 이 노래! 나도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해?”
“엉. 이거 노래 엄청 좋잖아. 나 특히 1절에 형님 부분 좋아하는데.”
백은찬이 역시 뭘 좀 아는구나!
“여기서 형님 목소리 좋지 않냐? 근데 이건 왜?”
“다 같이 부르면 어떨까 하고 있다던데. 우세현이.”
“우세현이?”
안지호의 그 말에 백은찬이 곧바로 다시 나를 쳐다봤다. 어, 다시 둘이서 부르는 쪽으로 생각을 하던 참인데.
“다 같이 불러. 다 같이 부르는 것도 괜찮으니까.”
“어, 그럴까?”
“다 같이 부르는 거 좋지~”
“파트도 대충 잘 나눠질 것 같은데. 아, 그럼 니가 신도하···아니, 후렴 부분은 나눠 불러.”
어느새 파트 분배까지 하고 있었다.
근데 신도하 부분에선 왜 주춤한 거지. 후렴이야 나눠 부르는 게 당연하니까, 뭐.
“좋아, 좋아. 커버 영상도 괜찮고 아니면 팬미팅 이런 곳에서 해도 좋겠다!”
백은찬이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바로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를 전달했다.
“어? 그 노래요? 그거 저도 아는데. 그거 엄청 좋잖아요.”
“하람이 너도 알아?”
“당연히 알죠. 그거 우리 누나가 엄청 들었거든요. 그 곡 연간도 들지 않았어요?”
“나도 좋아.”
“다 같이 하면 재밌겠다.”
다행히 다른 멤버들 역시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 노래, 예전부터 멤버들이랑 한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안지호랑은···.’
그 순간 안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뭐?’하는 표정으로 날 본다.
안지호랑 할 곡도 따로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 * *
- [공식] 인터니티 김재현 첫 솔로 앨범, 윈썸 세현 피처링 한다
- 윈썸 세현, 인터니티 김재현 솔로 앨범 수록곡 피처링 맡아
└ 헐 세현이가 선배 그룹 피처링한다고?
└ ㅁㅊ 너무 좋다 벌써 설렘
└ 으악 우리 세현이 피처링ㅠㅠㅠㅠㅠㅠ
└ 와 김재현이랑 우세현이라니 생각도 안 해본 조합이다
└ IN에서 연결해준 건가? 둘이 친해?
└└ 그래도 꽤 친할걸 이전에 김재현이 플온스 엠씨도 맡았었잖아
└ 엄청 뜬금없는 조합이네
피처링과 관련된 기사가 났다.
사실 원래는 곡 트랙리스트가 뜬 다음에 공개하려던 거였는데, 곡이 잘 나왔으니 회사에서 일단 띄우고 보자며 기사를 냈다.
그리고 나온 곡은 김재현 역시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곡이 진짜 좋아. 완전 내 최애곡이야. 니가 피처링을 정말 잘했어.”
“전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아냐. 확실히 곡이 확 살아. 우리 멤버들도 들어봤는데, 다들 좋다고 난리야.”
김재현이 만족스럽게 방긋방긋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무대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네. 탑 가요에서였죠?”
“응. 탑 가요.”
여기에 컴백주 특별 무대로 SBC <탑 가요!>에서 김재현과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타이틀 아닌 수록곡 무대이긴 하지만, 해당 무대를 완곡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안무 연습에 나섰다. 타이틀이 아닌 만큼 격하거나 어려운 안무는 없었지만, 그래도 동선 이동이 좀 있었다.
이에 한동안 재현이 형과 연습실에 남아 안무를 맞춰 보며 무대 준비를 했다.
[은차닝]
: 오늘도 안무 연습?
[우세현]
: ㅇㅇ
[은차닝]
: 끝나면 연락해 맛있는 거 사놓음
맛있는 거라.
어제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말하는 걸 보니 새로 뭔갈 사둔 모양이다.
‘오늘도 안 자고 기다리려나.’
숙소에 가면 백은찬이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몇 시건. 그래서 요즘은 백은찬이 사다 놓은 간단한 야식을 같이 먹고 있었다.
다음엔 내가 야식을 사 갈까.
물론 칼로리 높은 건 안 되지만.
“그날 우리 본방 사수하기로 했잖아.”
“언제?”
“너 탑 가요 나오는 날.”
백은찬이 푸딩을 먹으면서 말했다.
오늘의 야식은 과일 푸딩이었다.
“틀어 놓고 대기 타기로 했어.”
“굳이 대기까지? 나중에 너튜브에 다 올라올 텐데.”
“뭔 소리야. 당연히 생방으로 봐야지. 무대도 그날 하루만 한다며.”
백은찬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반대로 생각하면, 멤버들이 그렇게 특별 무대를 한다고 하면 나 역시 당연히 모니터링을 했을 것 같긴 하다.
생방으로도 보고 너튜브로도 보고 직캠도 보고.
“마음 같아선 놀러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그건 좀 그러니까. 혹시 심심하면 톡해라.”
“응.”
“너무 심심하면 영통도 가능.”
“영통까지는 안 갈 것 같은데.”
“야, 영통 좀 해라. 서운해!”
백은찬이 한껏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대로 남아 있는 푸딩을 한입에 먹어 치웠다. 아니, 서운할 것까진 없잖아.
“···상황 봐서. 될 수 있으면.”
“진짜지? 오예. 우세현 영통 얻어냈네.”
“정말 아무 때나 할 거니까 받기나 해.”
“아무 때나 해. 다 받아줄 테니까.”
그렇게 백은찬이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로 다 받아줄 것 같은 기세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왠지 좀 든든하네.
‘멤버들 없는 무대가 얼마 만이지.’
그동안은 연습하느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이 심심할 것 같다.
* * *
며칠 뒤, 재현이 형의 솔로 앨범이 발매되었다. 다행히 타이틀곡은 쉽게 자몽 Top 차트에 차트인을 했다.
“와! 우세현 곡도 차트인! 10위!”
“세현이 형 곡 10위요? 악!”
차트를 보던 백은찬과 신하람이 그렇게 크게 환호했다.
[New] 10. The Game
- 재현 (Feat. 세현 of WINSOME)
그리고 내가 참여한 곡 역시 무사히 차트인했다. 무려 10위로! 타이틀곡도 아닌데 이 정도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 미쳤다 우세현 목소리 완전 극락
- 재현 더 게임 진짜 미친 거 아님? 뒤에 세현 목소리 나오는데 귀가 녹을 것 같아
- 몰랐는데 세현 음색 개좋네
- 김재현이랑 우세현이랑 의외로 목소리가 잘 어울리네 이거 롱런하겠다
- 얘들아 제발 더 게임 들어줘 이거 진짜 개띵곡이야
‘···반응도 일단 나쁘진 않군.’
그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몰랐는데, 피처링은 조금 다른 의미로 긴장됐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도 들고.
‘이제 다음은 무대인가.’
그런 의미에서 남은 무대도 잘 마쳐야 했다. 무대가 좋으면 마찬가지로 노래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탑 가요 생방날. 무대 준비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준비에 나섰는데,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받았다.
[신도하 선배님]
: 오늘 무대 기대하고 있을게
[신도하 선배님]
: 마음 같아선 직접 보러 가고 싶은데
신도하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내가 오늘 탑 가요에 출연한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근데 시간이···.
새벽에 스케줄이라도 있었나.
[신도하 선배님]
: 역시 내 취향이더라고
···일단 감사하다고 보냈다.
근데 신도하가 이런 스타일의 곡을 좋아했었나. 마음에 든 만큼 많이나 들어 줬음 좋겠군.
“오, 세현이. 오늘 잘해보자.”
대기실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있는 김재현이 보였다. 오늘은 재현이 형과 함께 대기실을 쓸 예정이었다.
“안 피곤해? 난 이번 주 내내 새벽 사녹을 했더니 영 정신이 없다.”
“커피 드실래요?”
“괜찮아. 아, 그리고 조금 이따 우리 멤버들이 온다 하더라고. 지한이랑 지원이 형.”
아무래도 응원차 다른 인터니티 멤버들도 방문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김재현이 작게 하품했다. 연달아 이어진 사녹으로 인해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다.
‘역시 커피는 사둘까.’
재현이 형은 괜찮다고 했지만, 역시 카페인 섭취가 필요할 것 같았다. 지난번에 분명 아메리카노를 먹었었지. 나중에 중간 외출 시간에 사 와야겠군.
“얘들아, 중간에 인터뷰 하나 있는 거 알지? 그거 지금 바로 진행할 거야.”
그리고 중간엔 간단한 인터뷰가 하나 예정되어 있었다.
사실 인터뷰의 주역은 솔로 앨범을 발매한 김재현이지만, 오늘은 나 역시 같이 무대에 오르다 보니 같이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다.
근데 어차피 앨범에 관련된 인터뷰인 만큼 내게는 질문이 거의 날아 오지 않을 터였다.
질문이라고 해봤자 대충 피처링을 맡게 된 계기나 소감 같은 것 정도. 그 정도겠지.
그러니 김재현 옆에서 열심히 리액션할 준비나 하고 있으면 될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SL 뉴스의 이형준 기자입니다.”
그리고 인터뷰 시간에 맞춰 기자 한 명이 대기실을 방문했다. 그렇게 준비된 환경 속에 인터뷰가 시작했다.
인터뷰는 예상대로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기본 베이스로 무겁지 않게 진행되었다. 질문 또한 예상 가능한 범위였고.
“세현 씨가 피처링을 하게 된 계기는요?”
“일단 제가 제안했습니다. 세현이가 알다시피 실력이 너무 좋고, 또 이 노래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요.”
“아, 네. 그렇군요.”
그렇게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도 이제 질문이 올 타이밍인 것 같아 그대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순간 이형준 기자가 입을 열었다.
“세현 씨가 노래를 잘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피처링도 하는군요. 의외로 노래에 욕심이 있는 편인가 봐요.”
갑자기 이건 무슨 소리지.
의외로 노래에 욕심이 있는 편?
“그런데 세현 씨.”
그리고 그때,
기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세현 씨, 연기는 언제 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