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27화 (327/413)

327화. 피처링 무대는 처음이라

한수정은 얼마 전 윈썸에게 입덕한 고등학생 팬이었다. 그런 한수정의 최애는 백은찬, 여기에 차애는 우세현이었다.

‘입덕 한달 만에 사녹을 보러 오다니!’

운도 좋지!

한수정이 입덕하게 된 건 고작 한 달여 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수정은 어마어마한 사녹 참여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왔다.

그건 모두 그녀의 빠른 손 덕분이었다.

이번 사녹 무대의 참가할 수 있는 멜로우의 인원은 평소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윈썸의 무대가 아닌 어디까지나 멤버의 피처링 무대였던 터라 그리 많은 인원을 배정받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게 멜로우들은 저마다 눈꽃봉을 든 채로 무대 한 켠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세현이다!”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동시에 한수정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무대 위에는 하늘색 점프 수트를 입은 채로, 약간의 펌을 넣은 흑발머리, 여기에 헤어 밴드를 한 우세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여워!’

그리고 그대로 무대 위에 모습을 나타낸 우세현을 보며, 한수정은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손에 있던 응원봉을 빠르게 흔들었다.

“미쳤다, 세현이 기럭지 봐!”

“점프 수트라니, 진짜 미친 거 아냐? 세현이 혹시 그 새 키가 더 컸나? 아씨, 존잘이야!”

이때껏 조용하던 멜로우들 역시 앞선 우세현의 등장에 그대로 소란스러워졌다. 깔끔한 점프수트가 큰 키에 잘 어울렸다.

‘세현이 실물이 진짜 냉이긴 하네.’

그리고 한수정은 처음 보는 실물에 그저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근데 머리는 또 왜 이렇게 귀엽지?

“머리 귀여워!”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도 역시 머리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건 고화질로 올라오면 무조건 저장부터 눌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세현이, 긴장했나?’

평소와 달리 표정이 살짝 굳은 듯한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차가운 인상이라 그런지 더더욱 분위기가 냉했다.

그런데 그때, 우세현이 갑작스럽게 무대 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우세현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곧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었다.

‘이쪽 봤다!’

우세현의 시선이 멈춘 곳은 바로 멜로우들이 모여있던 곳이었다.

“악! 세현아!”

“세현아, 여기야! 여기!”

그와 동시에 멜로우들은 가지고 있던 봉을 더욱 크게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우세현은 마치 이에 화답하듯 그런 멜로우들을 향해 여전히 밝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X친 거 아니냐고! 왜 저렇게 귀엽냐고~’

어느새 차가웠던 인상을 사르르 녹고, 웬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사실 한수정은 우세현 토끼파였으나 오늘부터 그냥 강아지파로 갈아타기로 했다. 은찬이랑 같이 강아지 두 마리로!

“자, 그럼 이제 스탠바이 가겠습니다.”

그렇게 우세현은 스탠 바이가 들어가기 직전까지 멜로우들을 향해 끝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 * *

거대한 게임판, 그 위로는 하트 모양의 작은 행성, 밝은 초승달, 파란 별과 같은 우주를 연상시키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행성들과 별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제빛을 내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무대는 경쾌한 기타 반주와 함께 시작되었다.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이어지며, 곧바로 김재현의 파트가 시작됐다.

- 이제 막 시작되는 스타팅 게임

- Chance를 잡는 단 한 번의 기회

- 조각난 게임판 위로 춤을 춰

김재현의 중저음이 돋보이는 파트였다.

그와 동시에 김재현은 마치 게임판 위에서 노는 듯한 모습으로 가볍게 안무를 했다.

인터니티에서 댄스 라인 중 하나를 맡고 있는 김재현이었기에 가볍게 추는 듯 보이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었다.

- 이대로 다음 장소로 빠르게 turn

- move it!

그와 동시에 카메라가 넘어가며, 우세현에게로 클로즈업되었다. 그런 우세현은 주사위 위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높아

- 원한다면 여길 탈환해도 좋아

- 만약 네가 할 수 있다면

단번에 귀를 집중시키는 음색이었다.

우세현의 주변으론 화려하고도 반짝이는 것이 많이 있었지만, 그 순간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우세현의 음색이었다.

그 안에 담긴 성량 또한 풍부했다.

그렇게 통통 튀는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맞춰 우세현은 카메라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

여유가 가득했다.

그러한 우세현의 눈을 떼지 못할 미소에 곧바로 큰 함성이 따라왔다.

우세현의 목소리는 곡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줬다.

이윽고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지자 무대 위로 반짝이는 종이꽃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게임판이 더욱 밝게 빛을 내었다. 게임은 어느새 엔딩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춤을 추던 김재현과 우세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했다. 그러자 이내 웃어 보이는 김재현.

뒤이어 우세현 역시 이러한 김재현을 따라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더더욱 커지는 환호성.

- 엔딩에 다다른 순간

- 그대로 다시 Game Start

그렇게 후렴구에서 김재현과 우세현의 목소리는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어내며 무대 위를 울렸다.

* * *

- 김재현 세현이랑 방금 엔딩 뭐냐ㄷㄷㄷ 둘이 나란히 웃는데 심장 떨려

- 김재현 우세현 대박 얘네 무대 봤어? 수록곡인데 퀄리티 장난 아님

- 재현 수록곡 더 게임 이거 노래 개좋다

- 세현이 오늘 진짜 헤메코 완벽하다 특히 너무 펌한 거 너무 귀여워 아기 강쥐 같아ㅠ

- 더 게임 이거 무대 좋은데 이게 타이틀 아니지? 설마 이번 한번만 하는 거임?

└ ㅇㅇㅠ 이번 한번만 하는 거임 스페셜

└└ [글쓴이] : 아악 어쩐지ㅠ 이거 그냥 계속해주면 안되나 너무 좋은데ㅠ

“세현아, 무대 진짜 좋았어. 잘했어, 잘했어.”

생방 무대까지 끝내자마자 내려오는 무대에서 김재현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내 앞선 무대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엄지를 세운 채로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역시 세현이, 성량이 장난 아니야. 같이 무대 하니까 더 확 알겠더라.”

“감사합니다.”

“음향 뚫고 나오는데 난 순간 옆에서 MR 제거 듣는 줄 알았다. 아, 이대로 무대 하나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워~”

김재현이 한껏 아쉽다는 얼굴을 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아쉬웠다.

올라가기 전엔 어느 정도 부담이랄까 그런 게 좀 있었는데, 막상 올라가고 나니 그런 것도 잊어 버렸다.

무대에 한 번만 서는 건 아쉽다.

역시 음악방송은 일주일 풀로 뛰어야 한다.

그사이 확인해 보니 멤버들에게도 톡이 많이 와 있었다.

[은차닝]

: 무대짤1.gif

무대짤2.gif

무대짤3.gif

[하람]

: 세현이 형 라이브 대박 (놀란 다람쥐 이모티콘)

[하람]

: 음향 뚫는데 소름

[도운이 형]

: 세현아 수고 많았어 (웃는 이모티콘)

[선빈이]

: 언제 와?

[은차닝]

: 진짜 맛있는 거 사놓고 기다림 진짜 완전 최고 맛있는 거

[하람]

: 다같이 먹어요 (춤추는 다람쥐)

맛있는 거라.

백은찬이 말하니 괜히 신뢰감이 생긴다.

메뉴가 뭐든 맛있겠지.

근데 라이브 얘기만 있고 어째 무대 얘기는 없다. 혹시 춤이 좀 부족했나.

“형, 저 오늘 춤은 어땠어요?”

“춤? 좋았는데? 멋있었어. 아, 잊기 전에 사진 하나 남기자.”

그리고 그대로 김재현과 기념사진을 몇 장 남겼다. 일단 재현이 형은 괜찮다고 했지만···돌아가면 멤버들한테도 한번 물어봐야겠군.

* * *

그대로 숙소에 도착하자 눈앞으로 정말 한 상 가득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로 믿을 만한 메뉴였다.

고기였다. 그것도 소고기.

“한우야, 한우. 오늘 우세현 고생했으니까 한우 먹여야지.”

“굽기는 이 정도면 되냐?”

“엉. 딱 적당. 야, 안지호. 그만 굽고 너도 와서 먹어라.”

“형, 여기 상추요!”

“고마워.”

그리고 그날은 고기 파티를 했다.

여기에 백은찬이 양념장을 기가 막히게 만들 줄 안다면서 자랑을 했는데, 실제로 맛있어서 좀 놀랐다.

“근데 오늘 안 심심했냐?”

“심심했지.”

“그렇지? 허전했지? 딱 그래 보였어! 어쩐지 아까 영통하는 데 아주 받자마자 얼굴이 환해지더라.”

···그랬었나?

그땐 워낙 놀란 기억밖에 없어서.

영통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딱 연락이 온 터라.

“아이고, 우리 세현이 형, 오늘 많이 쓸쓸했네! 자, 먹어요. 먹어요. 더 먹어요.”

“같이 갈 걸 그랬어.”

차선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묻고 싶었던 게 떠올랐다.

“무대는 어땠어?”

“무대? 좋았는데?”

“전체적으로.”

“전체적으로 좋았는데요? 재현이 형이랑 둘이 연습 많이 한 티 났어요. 딱딱 맞더라고요.”

“라이브도 깔끔하더라.”

안지호가 그대로 새로 구운 고기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무대 난리 난 거 모르냐? SNS에만 움짤 엄청 올라오던데.”

“보긴 했는데, 그래도 궁금해서.”

“형, 직캠도 벌써 조회수 100만 넘었던데요? 반응 완전 터졌는데?”

“터질 만했어. 세현이 노래 완전 장난 아니더라. 재현이 형도 멋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내가 특제 쌈을 만들었다!”

그리고 백은찬이 특제 쌈이라면서 상당한 크기의 쌈을 건넸다. 크기를 보니 뭔가를 많이 넣은 것 같긴 한데, 일단 한 입 먹어봤다.

어, 의외로 맛있다.

“내가 너 맛 없는 거 먹일 것 같아?”

그래 놓고 다음 쌈엔 마늘을 잔뜩 넣었다.

앞에 건 페이크였다!

아무래도 쌈에 넣을 재료를 탐색해봐야 할 것 같다.

* * *

그 뒤로도 재현이 형의 활동은 계속됐다. 도중에 음방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같이 피처링해 준 우리 세현이에게도 정말 너무 고맙고요······.]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내 이름이 나와 놀랐다. 그런 재현이 형의 눈앞으론 여전히 반짝반짝한 꽃가루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1위 축하한다고 문자 한번 남겨야겠군.

여기에 지난번 피처링으로 섰던 무대가 아직까지도 너튜브 인기 동영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새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다.

- [Best] 세현아 역시 잘한다

- [Best] 김재현 완전 멋있고 귀엽고 혼자 다하네 윈썸 세현도 존귀

- 윈썸 세현 진짜 확신의 메보구나 얜 진짜 성량이 다르네

- 피처링 하는 거 보니까 솔로로도 보고 싶다ㅠ 무대 장인이 따로 없다ㅠ

- 세현이 완전 아이도루다 점프 수트 너무 좋아ㅠ 특히 머리가 귀여움

- 김재현은 진짜 올라운더인 듯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음 제스처 하나하나 존멋

그리고 또 하나.

지난번, 김재현과 함께했던 대기실 인터뷰 역시 인터넷에 공개됐다.

- [인터뷰] 첫 솔로 앨범, ‘Trip’으로 돌아온 인터니티의 김재현

내용은 지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모든 게 그대로였던 건 아니었다.

와중에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당시 내게 했던 연기 관련 질문이 빠졌다는 거였다.

‘원하는 대로 안 나왔으니 그냥 빼겠다는 건가.’

어차피 흐름상 맞지 않는 질문이다.

여기에 어그로 끌 만한 답변이 나온 것도 아니니 그냥 빼고 만 듯했다.

그게 아니면 어쩌면 그냥 현장에서 충동적으로 던지고 본 질문일 지도.

‘상관없긴 하지만.’

어차피 내 입장에서도 그다지 달가운 질문이 아니었고,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이형준 기자, 라고 했었나.’

그때 그 기자의 이름.

어쩐지 좀 신경이 쓰였다.

얼굴도 초면이고 이름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긴 한데, 왠지 좀 걸렸다.

그때 생각을 들은 탓인가.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향한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들.

‘검색을 좀 해볼까.’

괜히 걸리는 마음에 해당 기자가 쓴 다른 기사들을 조금 확인해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그저 흔한 연예 관련 기사뿐.

‘그래도 역시 좀 걸리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찜찜한 느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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