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29화 (329/413)

329화. 손님은 오랜만이야

장소를 이동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장소는 바로 신도하의 자택.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이내 어색한 발걸음으로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위치가 작업실에서 가까웠다.

앞서 신도하가 했던 제안.

예상외의 그 제안에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신도하를 따라나섰다.

확실히 지금부터 할 대화는 보는 눈이나 듣는 귀가 없는 장소가 제격이니까. 개인의 집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사실 그대로 작업실에서 하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기에 그대로 제안을 받아들여 장소를 옮겼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돼. 편하게 있어.”

너무 어색한 티를 냈나.

그래도 역시 좀 뻘쭘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신도하가 안내하는 대로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보니 인테리어가 작업실이랑 꽤 비슷하다.

그러니까 분위기 같은 게.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가구도 적당히 필요한 정도만 있었는데, 와중에 넓었다.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 숙소보다 넓었다.

“이렇게 집에 손님이 오는 건 오랜만이라.”

“평소에 친구분들···은 안 오시나요?”

“내가 워낙 친구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집에 온 게 도현이인 것 같은데.”

어, 형도 왔었나.

그보다 다른 루트 멤버들은 안 오는 모양이군. 솔직히 친구 없는 거야 대충 예상했다. 왜냐면, 형도 친구가 없다.

“애초에 사적인 공간에 누가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해. 하지만, 뭐든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

동시에 신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충 알 것 같지만, 왠지 시선을 돌리고 싶어졌다.

대충 지금 상황이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거네. 확실히 예외적인 상황이긴 하다. 황당한 상황이기도 하고.

이어서 신도하 역시 소파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 사이다랑 주스 있는데.”

“전 괜찮습니다. 선배님 드세요.”

“이왕이면 같이 먹고 싶어서.”

“···그럼 한 잔만 주세요.”

이에 신도하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근데 왜 콜라가 아니라 사이다지.

그런 의미 없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사이다 한 잔이 내 앞으로 놓였다. 마찬가지로 신도하 역시 사이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매니저와 관련된 특별한 일은 딱히 없는 거죠?”

“특별한 일이라. 적어도 내 기억엔 없어. 애초에 말수가 굉장히 적었던 걸로 기억해. 로드 매니저였고, 거의 운전만 했으니까.”

“다른 선배님들한테 뭐 들으신 건 없고요?”

“해진이 형이나 박시겸도 딱히 짚이는 게 없어 보였어. 근데 도현이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순간 나온 형의 이름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형하고 잠시 연락이 안 됐다는 걸 기가 막히게도 아는군.

“도현이한테 묻는 게 아니라 나한테 물었으니까. 아마 도현이가 연락이 잠시 안 돼서 그런 거고. 지금은 됐어?”

“네. 됐어요.”

하지만 메시지를 그렇게 길게 주고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바쁜 것 같아서.

[형]

: 기사 신경 쓰지 마

형이 알아서 처리할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신경이 쓰였다.

“다른 선배님 쪽은요?”

“그쪽도 딱히 특별한 건 없을 거야.”

권해진, 박시겸이 아닌 또 다른 루트 멤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지만, 역시나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역시 매니저가 아닌 기자 쪽에 뭔가 있을 수도.’

매니저뿐만 아니라 기사를 낸 기자 쪽도 고려를 해봐야 했다. 그 안에서 접점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

“선배님, 혹시 이형준 기자 아시나요?”

“이형준 기자? 아, 기사 낸 기자. 아니, 이번에 처음 들어본 이름이야.”

일단 신도하는 모르고.

형한테도 한번 물어는 봐야···.

“그 기자를 캐보려고?”

“혹시 모르니 고려는 해보려고요.”

“세현이 넌 감이 좋으니까. 그쪽을 파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동시에 신도하가 앞에 있던 컵을 들었다.

그렇다면, 해당 기자와 어떻게 접촉하면 좋을지 그게 우선이었다.

“만나게 해줘?”

“예?”

“그 기자. 원한다면 만나게 해줄 수 있어.”

만나게 해준다고?

“···방금전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긴 한데, 뭐 기자 통해서 자리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세현이 니가 원한다면 만나게 해줄게.”

이럴 때 보면, 새삼 이 사람이 업계에 오래 있긴 했구나 느끼게 된다. 인맥 수준이 확실히 우리랑은 다르다.

“그렇다면, 한번 만나는 걸로···.”

“근데 직접 만나는 건 안 돼.”

“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직접 만나는 건 안 된다니?

“허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잖아. 그런 기자와 널 굳이 접촉 시킬 필요는 없지.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럼 방금전 만나게 해주신다고 한 건···.”

“어디까지나 그 자리에 동석시켜주겠다는 말이야. 나와 그 기자가 만나는 자리에.”

뭐?

그리고 예상 못한 그 말에 나는 그대로 잠시 벙찔 수밖에 없었다.

* * *

- [공식] RA 엔터테인먼트, “루트 관련 보도는 사실무근 사항.”

- RA 엔터, 루트 논란 관련해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 준비할 것.”

- 헐 RA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정 기사 냈네

- 근데 증거가 너무 명확하지 않음? 아무리 봐도 매니저였던 건 맞잖아

└ 매니저였단 것만 추측 가능하지 갑질이나 폭언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뭐 나온 거 없잖아

- RA 발등에 불 떨어졌나봄ㅋㅋ이렇게 입장 빨리 내는 거 보니까 아무래도 사실 맞는 듯?ㅋㅋㅋ

- 루트 이미지가 이렇게 단체로 나락이 가는구나 근데 언젠가 이럴 줄 알았음 그동안 팬들이 너무 이미지 메이킹 했지

- 솔직히 루트 멤들 ㅈㄴ 성격 있어보였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없어서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 그르게 이제 보니 열심히 숨겼나봄

예정대로 RA 엔터의 공식 입장문이 올라오고, 이를 기반으로 뒤이어 관련 기사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역시나 반응이 좋지 않군.’

하지만 역시나 무시할 수 없는 증거가 있는 탓인지 이러한 부정 기사에도 논란은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멤버 한두 명도 아니고, 멤버 전체를 광역 저격하는 건이다.

이건 확실히 개인이 아닌 루트라는 그룹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고.

그러니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역시 이형준 기자를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신도하에게 만나게 해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어디까지나 동석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동석이란, 정말로 한 공간에 있는 것만을 말했다.

신도하가 이형준과 만나는 자리.

그곳에서 나는 모습을 숨긴 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기로 했다.

“선배님은 상관없으신 건가요?”

“뭐가?”

“그 기자를 만나는 거요.”

“나야 거리낄 게 없지. 오히려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궁금해지는데.”

그 말과 동시에 신도하의 입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이거 정말 만나게 둬도 되는 건가.

“내가 볼 땐 안경이랑 모자 말고도 더 가려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눈에 띄네.”

신도하가 그대로 나를 탐탁지 않은 눈으로 봤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린 것 같은데.

“목소리를 두르는 건 어때?”

“그건 오히려 너무 수상할 것 같은데요···.”

“세현이 넌 눈에 너무 띄니까. 아, 케이크 먹을래?”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케이크는 무슨 케이크.

자연스러움을 위해 커피 한 잔이면 충분했다.

기자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어느 카페였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 한 명 없이 휑했다. 여기에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악 소리가 상당히 컸다.

여긴 원래 이렇게 음악 소리를 크게 틀어놓는 건가.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겠군.

‘실제로 들을 건 따로 있지만.’

신도하와 이형준 기자의 대화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 이외에도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대화를 하면서 나오는 이형준 기자의 속내. 분명 자연스럽게 나올 거다.

어떤 의도로 그런 기사를 썼는가에 관해서. 그리고 사건을 어떻게 구성했는가에 관해서.

‘폭로자와 기자가 서로 짜고 쳤다는, 그런 확률도 배제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그대로 잠시 이형준 기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원치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눈앞에는 딸기 케이크 하나와 커피가 놓여 있었다.

신도하에게 주문을 맡긴 탓이었다.

그리고 그때, 카페 안을 울리던 음악이 바뀌었다. 바뀐 곡은 근래 컴백한 어느 남자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동시에 이형준 기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앉은 좌석은 신도하가 있는 테이블에선 굳이 둘러보지 않으면 쉽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도하 씨를 이렇게 이른 아침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와 동시에 이형준 기자가 신도하의 앞 좌석에 착석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도하 씨가 이렇게 먼저 만나자고 제안을 해올 줄은···.”

“기자님.”

“예?”

“전 어디까지나 편하게 대화를 나누러 온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방해가 될 만한 행동은 삼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이형준 기자의 표정이 순간 놀란 듯 멈칫했다. 그리고선 잠시 신도하를 응시하더니 이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뭐, 좋습니다. 지금 대화를 굳이 녹음할 필요는 없겠죠.”

동시에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와중에 녹음할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군.

[“눈치 한번 겁나 빠르네.”]

‘다른 녹음기는 없는 것 같고.’

생각을 보니 또 다른 녹음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녹음을 하지 못한다는 게 상당히 아쉬운 목소리였다.

“기자님께서 쓰신 기사 잘 봤습니다. 정성스럽게 사진까지 첨부한 허위 기사를 보는 건 오랜만이라 상당히 신선했네요.”

“허구라뇨. 그건 어디까지나 100% 진실인데요. 그 매니저, 기억 안 나십니까?”

“기억합니다. 얼굴까지도.”

그 말에 이형준 기자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아무래도 기억하지 못할 거란 걸 확신했던 모양이다.

[“아니, 거짓말이겠지···.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고작 3개월 일한 매니저를 신도하가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어.”]

매니저, 3개월.

역시 이 부분은 이미 파악하고 있군.

“그래서 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기자님을 뵙고자 한 이유는 그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쓴 의도를 알고 싶어서고요.”

“···별다른 의도 같은 거 없습니다. 전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했을 뿐이죠. 원래 때린 사람은 기억을 못 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

“기자님.”

“···예?”

“정말 제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자리에 나왔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순간, 신도하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조금 가라앉았다.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섬뜩함 같은 게 느껴졌다.

[“잠깐, 설마···.”]

그리고 그걸 느낀 건 이형준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형준 기자는 어느새 그런 신도하로부터 시선을 피한 채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매니저와 내가 서로 짜고 친 짜깁기라는 걸···신도하가 그새 파악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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