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31화 (331/413)

331화.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이형준 기자가 떠난 이후, 나는 그대로 앉아 있던 의자에 몸을 기댔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잘 넘어갔다.

‘일단 알고 싶은 건 다 알았군.’

논란 기사를 낸 의도, 그렇게 된 계기,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 그러한 것들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단순 자격지심으로 시작된 일인가.

정작 급이라는 걸 나누고 있는 게 본인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어때? 세현아.”

이어서 신도하가 내가 있던 테이블로 건너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응을 보면 선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매니저 쪽과 커뮤니케이션이 있던 게 맞는 거 같아요.”

“역시 그렇지?”

“그런데 예측하고 계셨네요. 둘이 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세현이 니가 기자 쪽이 의심스럽다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십중팔구 둘이 짜고 치는 판으로 결론이 나지. 여기에 주도자는 아마도 저 기자겠고.”

그렇지. 돈까지 먹이면서 주도했지.

상황을 보니 정작 매니저 쪽은 루트에 관해 딱히 나쁜 감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일단 짜깁기의 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거군.’

분명 해당 기자는 ‘짜집기’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렇다는 건 분명 증거라고 내세운 것 어딘가에 짜깁기를 증명할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을 거다.

그러니 그걸 찾는 게 가장 급선무고.

“역시 매니저 쪽을 파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

“매니저 쪽 증거 말이야. 3개월짜리 매니저에게 그렇게 완벽한 증거를 쥐여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분명 뭔가 있겠지.”

신도하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앞서 매니저가 올린 글을 다시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세현아.”

“네.”

“왜 이거 안 먹었어?”

“네?”

그와 동시에 신도하가 케이크 옆에 있던 포크를 가져갔다. 아, 케이크. 완전히 잊고 있었다.

“꽤 맛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대로 케이크를 포크에 조금 덜더니 이내 나를 향해 팔을 뻗는다. ···이거 지금 먹으라는 거지?

“선배님 드시는 게···.”

“그럼 같이 먹자. 먼저 먹어.”

“저는 딸기 케이크를···.”

“지난번에 방송 보니까 딸기 케이크 잘 먹더라고. 그래서 한번 사줘야겠다 싶었어.”

그건 또 언제 본 거냐.

와중에 변명을 완벽하게 차단당했다.

‘···이거 전혀 물러설 기세가 아닌데.’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빨리 먹고 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절대 눈앞에 있는 딸기 케이크가 아쉬워서가 아니다.

“그럼 제가 먹겠습니다.”

“그래?”

결국 포크를 넘겨받았다.

그때까지도 신도하의 시선이 여전히 따라왔다. 굳이 그렇게 안 봐도 먹을 거긴 한데.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아니, 어쨌건 그렇게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맛있어?”

“예?”

“잘 먹네.”

신도하가 그렇게 작게 웃어 보였다.

맛없을 수가 있나. 케이크인데.

와중에 딸기 많은 쪽을 줬다.

“아, 그런데 혹시 몰라서 녹음했어.”

“예?”

“방금 기자랑 나눈 대화 말이야. 왠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

지금 뭐라고···?

“맛있어? 더 먹어.”

그렇게 신도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금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 * *

결국 케이크는 다 먹었다.

다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여기엔 먹는 내내 신도하가 쳐다보고 있던 탓도 있다.

설마 이거 자기도 먹고 싶다는 무언의 시그널인가 싶어 중간중간 먹겠냐고 권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많이 먹으라는 말뿐. 결국 거절이었다.

그리고 이럴 거면 그냥 빨리 먹고 마는 게 나을 것 같아 다 먹었다. 케이크 맛이 그럭저럭 괜찮은 덕에 먹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근데 그걸 녹음했을 줄이야.’

신도하가 앞서 말했던 기자와의 대화 녹음. 앉자마자 녹음에 관해 엄포를 놓던 신도하가 되려 녹음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신도하 말대로 쓸모가 있긴 하겠지.’

그걸 어떻게 쓸지도 생각을 해봐야겠다.

신도하에게도 생각이 있어 보이긴 했는데, 나중에 한번 의견을 물어봐야겠군.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엔 앞선 논란글의 내용을 다시 천천히 확인해봤다.

‘월드 와이드 퓨처 케이팝 콘서트 당시, 권해진과 우도현이 자신을 따로 불러 대기 시간에 대한 불평과 함께 폭언을 퍼부었다.’

월드 와이드 퓨처 케이팝 콘서트.

이 콘서트는 헤븐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오랜 역사의 케이팝 행사였다.

상당히 꽤 큰 행사 중 하나였기에 내 기억으론 루트도 신인 때부터 매년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이 매니저의 재직 기간이 202X년이라고 하지 않았나?’

신도하가 알려준 재직 연도나, 올라와 있던 글에 언급했던 해당 매니저의 재직 연도는 분명 202X년이었다.

202X이라, 202X···.

그 당시에 분명···.

‘···아.’

그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돌이켜보니 루트는 분명, 그 해 그 행사에 출연하지 않았다.

202X년, 해당 연도에 딱 한 번.

루트는 월드 와이드 퓨처 콘서트에 출연하지 않았다. 아마도 투어 스케줄과 겹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그 당시 형에게 출연 여부에 관해 물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형, 이번에 퓨처 콘서트 나가?

- 올해는 아마 일본 투어 때문에 못 나갈 것 같은데. 왜?

- 나 콜라 사 먹었는데 당첨이 돼서. 혹시 형 나가면 가볼까 생각을···.

- 콜라? 형이 이 썩으니까 콜라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 우유 마셔. 우유.

매년 나가서 그 해도 당연히 나갈 거라 생각해서 당첨된 김에 직접 가볼까도 했었다.

일단 인생에서 뭔가에 당첨됐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 터라 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그건 안 갔다.

형도 안 나오는데, 뭐 하러.

‘어쨌건 이 부분에 모순이 있다.’

매니저의 재직 기간과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 장소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이 경우 아무 스케줄이나 되는대로 썼다거나 혹은 스케줄을 혼동했을 경우. 둘 중 하나일 거다.

하지만 되는 대로 썼다기엔 행사 이름이 너무 구체적이었다. 그러니 분명 이 매니저가 이 행사에 가본 적이 있던 건 맞을 터였다.

‘분명 루트에 있다가 금방 다른 팀으로 옮겨갔다고 했었지.’

워낙 오래전 일이다.

그러니 그 다른 팀의 스케줄과 기억이 혼동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중요한 모순이 될 테고.

이에 나는 곧바로 익숙한 번호로 다시 연락을 넣었다.

─ 응. 세현아.

신도하에게로.

신호음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도 금방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 응, 말해봐.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

* * *

그리고 얼마 안 돼, 신도하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부탁한 건을 가지고서.

‘LIE. 남자 아이돌 그룹인가.’

앞서 신도하에게 부탁했던 건, 그 매니저가 옮겨갔다던 다른 팀에 관한 정보였다.

LIE. 해당 매니저가 옮겨 갔다는 RA 엔터의 다른 그룹. 당시 루트보다 윗 연차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 해당 매니저의 사진이었다. 얼굴이 나와 있는 사진.

─ 근데 이건 왜?

“잘 활용하면 중요한 반박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그래? 목소리가 꽤 믿음직하네.

신도하가 그대로 낮게 웃었다.

─ 하지만 이왕이면 혼자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예?”

─ 우린 지금 한 팀 아닌가. 난 나름 그렇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 정보를 공유해달라 이거군.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정보만 받고 빠지기도 그래서.

“원하시면 당연히 선배님께도 공유할 생각입니다. 한 팀···이라고 말하긴 뭐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선배님의 도움은 필요하니까요.”

─ 그래.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모든 도와줄 테니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이건 신도하 본인 일이기도 하니.

그렇지만 호의적인 것과는 별개로 신도하는 내 의견을 쉽게 수용해주고 있었다. 분명 의문이 들 수 있는 상황일 텐데도. 그 점이 좀 의아하긴 했다.

─ 근데 굳이 도현이한테 부탁하지 않는 건, 역시 요즘 도현이가 바쁘기 때문인가.

눈치 한번 빠르긴.

솔직히 그 말대로였다.

형은 요즘 한창 촬영으로 바쁘다.

그렇기에 이런 걸로 일일이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형은 내가 이 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면, 불같이 화를 낼 게 뻔했다. 그러니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나았다.

‘물론 신도하도 바쁘겠지만···.’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로 꽤 바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형 방해하느니 그냥 신도하한테 하는 게 낫지.

그리고 나는 그대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바로 탐색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해당연도에 ‘LIE’는 퓨처 콘서트 참여 그룹 명단에 이름이 있었다.

‘꽤 큰 행사인 만큼 어지간하면 비하인드 영상 같은 게 있을 텐데.’

이어서 곧바로 비하인드 영상을 찾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당연하게도 있다. 퓨처 콘서트의 비하인드 영상 자컨.

비하인드 영상 자컨의 경우, 무대보다는 대기실 뒤편의 모습이 많이 나오니까. 어쩌면 당시 그 매니저의 모습이 일부라도 찍혔을지도 모른다.

- 아, 이건 진짜 다른 사람 말도 들어 봐야 한다!

- 매니저 형! 형!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다행히 빙고였다.

보고 있던 영상 속, 그 영상 속에는 앞서 신도하가 보내 준 사진과 일치하는 남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뒷받침할 증거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 건 이를 공개적으로 까는 일뿐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 * *

이형준 기자는 지금, 한껏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였다. 지난번 신도하와의 만남 이후, 그는 줄곧 이러한 상태였다.

‘신도하가 알았다.’

이건 그에게 있어 그 어떠한 사실보다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 자리에선 어떻게서든 발뺌했지만, 사실 그는 꽤 겁을 먹었다.

‘설마 알아내는 건 아니겠지···.’

자신과 그 폭로자가 짜고 쳤다는 사실을 이렇게나 단시간에 알아낸 걸 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분명 폭로자의 입은 사전에 미리 다물도록 해둔 상태였다.

분명 이건 폭로자와 자신의 둘만의 일.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신도하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설마, 신도하한테 뭐 받은 거 아니죠?”

─ 예? 아니, 제가 받긴 뭘 받습니까?

“신도하한테 뭐 말한 게 없다고요?”

─ 당연히 아니죠! 게다가 신도하는 당사자 아닙니까. 그런 사람한테 주절거릴 리가 있나요? 이건 내 목도 걸려 있는 일인데.

‘이 자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들려오는 억울한 목소리에 이형준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아니야. 설령 눈치챘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즉흥적으로 저지른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준비가 없던 건 아니었다.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움직였다.

그러니 신도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 솔까 권해진 우도현은 성격 나빠보이긴 했어 예전에 권해진은 갑질 논란 또 뭐 있지 않았나?

- 혹시 이 일로 신도하는 프로그램 하차하려나?

- 박시겸 심부름 건은 진짜 뭐냐ㅋ 손이 없어 발이 없어

- 걍 원래 저런 놈들이었던 거지 하루 아침에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놈들

루트는 향한 비난은 여전히 계속됐다.

그렇게 이형준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모든 게 원하던 대로였다.

- 갑질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나온 거 하나 없는데 왜 이렇게 다들 확신하고 땅땅하는 거임?

- 하여간 루트 악질까들 여전하네 이때싶 루트 이미지 망치고 싶어서 신나 하는 거 다 보인다

└ ㅇㅈ 까들 신나하는 거 투명함

- 일단 가마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루트멤들 예전부터 스텝들한테 잘한다고 얘기 많았음ㅇㅇ

└ 저 매니저는 예외였나보지

하지만 그 와중에 해당 논란을 반박하는 의견도 종종 올라왔다. 이를 본 이형준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하여간 빠순이들이 여전하네.’

그렇지만 루트가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으로 언급이 된다는 사실만은 여전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통쾌했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그 순간, 그러한 이형준의 눈에 어떠한 글 하나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이형준의 얼굴의 미소가 사라졌다.

- 요즘 난리인 루트 논란이 거짓이라는 증거.jpg (긴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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