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모두 네 덕이지
- 요즘 난리인 루트 논란이 거짓이라는 증거.jpg (긴글 주의)
원글러 글 초반에 분명 본인은 ‘202X년’에 재직했다고 밝힘 그리고 밝힌 사건들 중에서 <월드 와이드 퓨처 콘서트 당시> 폭언과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202X. 퓨처 콘서트 출연자 명단.jpg
202X년 출연 그룹 목록에 루트는 존재하지 않음 워낙 예전 일이라 나도 가물가물했는데 찾아보니 기사도 한 줄 없음
그리고 루트는 그 해 거기 안 나온게 맞았음 왜 안 나왔나 했더니 투어 중이었다고 함
루트 일본 투어 기간 홍보 기사.jpg
이 투어 기간과 퓨처 콘서트의 일자가 정확하게 일치함 혹시 몰라 당시 스케줄표도 확인해봤는데 없음
>>다시 말해 해당 사건은 허구<<
>>원글러의 망상이라는 결론<<
└ 헐 루트가 그때 거기 안 나갔다고?
└ ㄹㅇ이네 명단에 루트 이름이 없네
└ 나 당시 덬이었는데 내 기억으론 루트 저 행사 거의 매년 나갔던 것 같은데
└└ 딱 저 연도엔 안 나감 그리고 연차 차고도 안 나갔고
└ 뭐야 ㅆㅂ 그럼 찐으로 그게 다 원글러의 망상이었단 거임?
└ 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다 가마니 하길 잘했네 솔직히 5명 다 그랬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음
앞서 올랐던 루트 논란글 관련 반박글이 올라왔다. 당연하게도 논란글은 거짓이라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글쓴이는 자신의 주장을 눈에 보이는 증거와 함께 첨부하여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밝혀나갔다.
이형준으로서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와 동업자가 쓴 글에 이러한 허점이 있었다는 걸 그 역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출연하지···않았다고?’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이형준은 손이 떨렸다. 분명 허점은 없다고 생각했다. 잘 준비했고, 간파당할 만한 건 없었다고 확신했다.
‘젠장! 멍청한 자식!’
하지만 지금 이걸 보면 제 동업자의 기억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작은 허점의 여파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났다. 실시간으로 여론이 완벽하게 뒤집히고 있었다.
- 그럼 그렇지 루트가 그랬을 리가 없지
- 근데 저거 팬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거야? 저 때 안 나갔으면 다들 알았을 텐데
└ 매년 나가던 행사라 다들 연도까지는 의심할 생각을 못했나봄 요즘도 RA 돌들 저 행사 꾸준히 나가잖아
- 와 그 많던 까들 다 사라진 거 실화냐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면서 인성 어쩌고 하면서 온갖 조롱을 다 하더니ㅋㅋ
- 하긴 그 당시에 그랬으면 몰랐을 리가 없지 그땐 지금보다 더 눈에 불을 켜고 까들이 검열해댔는데
-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멕이려는 거 보면 루트가 여전히 화제성 쩔긴 한가봄 당장 고소부터 때려라
그에 따라 이형준의 전화 역시 부리나케 울려대기 시작했다. TO 뉴스로부터 온 전화였다.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으니 기사를 낸 장본인 이형준에게 이를 확인해보려는 전화였다.
하지만 이형준은 이내 [거절] 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회사 전화 따위를 받을 때가 아니다.
‘일단 전화, 다시 연락을 해봐야···!’
아무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렇기에 일단 다시금 동업자와 연락하여 지금 상황을 무마시킬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야만 했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에라이, X발!”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불안함과 초조함이 엄습해왔다. 뭔가가,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한 초조함 속에 이형준은 본능적으로 다시금 인터넷을 살펴봤다. 동시에 이형준의 눈을 사로잡는 헤드라인 하나.
- [공식] RA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다시금 이형준의 손이 떨려왔다.
* * *
오늘 오전, RA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이 새롭게 올라왔다.
그렇게 올라온 공식 입장에는 지난 논란과 관련해 더욱 구체적인 내용과 더불어 후속 처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매니저는 본사에서 202X. 02~202X.05 까지 약 3개월간 루트를 담당한 사원이며, 당시 루트는 ‘월드 와이드 퓨처 콘서트’에 출연한 적이 없던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에 글에 나와 있던 폭언과 갑질에 관한 행위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당사는 이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더불어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전부 허위 사실에 불과하니 이와 관련해서는 해당 인물을 찾아내어 고소 절차를 밟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해당 인물은 이미 찾았다.
이 글을 작성한 시점, RA 엔터는 신도하를 통해 기자나 매니저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커뮤니티나 SNS상에서도 해당 매니저의 신상이 돌기 시작했다.
- 그 구씹 매니저 이 매니저 아님? 성이 일단 똑같은데
분노의 찬 팬들이 해당 매니저의 신상을 정확하게 알아낸 것이다.
- 루트 그 매니저 루트 일하고 나서 다음으로 LIE 여기로 옮겼나 본데 당시 비하인드에 찍힘
└ 와 이런 걸 어떻게 앎?
└ 성이 특이해서 바로 알아봤음
└ 근데 쨌든 일반인인데 이렇게 거론해도 되는 거야?
└ 어차피 모자이크 다 했네ㅋㅋ
‘역시 빠르네.’
비록 성뿐이긴 하지만 일단 ‘구’씨라는 흔하지 않은 성씨였고, 여기에 매니저 활동 연도 또한 친절하게 명시해주었으니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 ㅈㄴ 구씹 생성한 놈들은 전부 잡아다가 쳐 넣어야해
- 처음부터 걍 루트 이름 이용해 먹으려고 관종이 꼼수 쓴 거네
- TO 뉴스 이형준 기자인가 그 기레기도 같이 고소미 먹어야 하는데 어후 ㅆㅂ
- 도대체 루트 이름 이용해 먹는 ㅅㄲ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우리 애들 좀 제발 냅뒀으면 좋겠다
‘확실히 빨라.’
RA 엔터테인먼트.
앞서 공식 입장에 나왔던 반박 증거들, 그건 모두 신도하에게 부탁해 RA 엔터에게 전해달라 요청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신도하는 내 요청대로 앞선 사실들을 그대로 RA 엔터에 전달해준 거고.
‘처음 그 반박글도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잘 낸 것 같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루트 논란의 첫 반박글. 그것 역시 RA 엔터 쪽에서 작업한 것이었다.
이것도 신도하를 통해 부탁한 것 중 하나였다.
먼저 익명을 통해 공개 게시판에 글을 올려 시선을 집중시킨 뒤, 이를 뒷받침 하는 공식 입장을 빠르게 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는 효과적으로 먹혔다.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으니.
여기에 한 가지 더.
타이밍 좋게 그간 루트와 함께 일했던 타 스텝들의 반박글 역시 그 시점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텝들에게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고 촬영하는 내내 배려를 보여줬던 루트. 말도 안 되는 논란은 빨리 가라앉길]
[루트는 그때도 지금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루트 멤버들에게 악질 루머라니. 내가 다 화가 나는 밤]
- 와 루트 스텝들 옹호글 엄청 올라온다
- 역시 그럴 줄 알았어ㅠ 정황상 그럴 것 같았는데 악질 까들이 ㅈㄴ 여론 선동해댐
- 근데 루트멤들이 평소에 스텝들한테 진짜 잘하긴 했나보네
└ ㅇㅇ 늘 스텝들 칭찬 달고 다님
해당 논란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나온 것과 동시에 스텝들의 글까지 이어져 논란은 이제 거의 잠식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세현이 네 덕이지.”
신도하가 말했다.
기분이 좋은 건지 평소보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다.
“RA 엔터에서도 꽤 놀란 반응이었어. 하긴 당사자인 나도 해당 연도에 거기 출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보니 기억하고 있던 거라서요.”
“단순히 기억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비하인드 영상까지 찾아냈잖아? 그거만큼 확실하게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없지.”
그땐 워낙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어서. 다행히 어렵지 않게 잘 찾았고.
“역시 똑똑해.”
신도하가 그렇게 다시 기분 좋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 논란이 해결돼서 그런가, 오늘따라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굳이 이런 칭찬까지 하는 걸 보면.
“덕분에 압박하는 데도 도움이 됐어.”
“압박이요?”
“응.”
신도하가 그대로 살짝 웃으며 말했다.
···혹시 그걸 사용한 건가?
“혹시 지난번 녹음본, 쓰신 건가요?”
“응. 맞아. 바로 아네?”
당연히 모를 수가 있나.
‘압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알았다.
압박하는 데는 녹음본을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니까.
“뭐라고 하셨는데요?”
“그냥 이런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불지 않으면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정도?”
상당히 겁을 준 모양인데···.
왠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정확히는 기자와 매니저 사이의 신뢰를 뭉개놓은 거겠지.
그때 이형준은 분명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발뺌했었으니까.
‘하지만 적절하게 통한 모양이군.’
바로 몇 시간 전, 논란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하고 그 뒤로 해명글과 더불어 사과문까지 올렸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형준 기자가 자신을 회유했다는 폭로. 갑자기 왜 그런 글이 올라왔나 했더니.
‘단순히 고소에 겁을 먹었다기엔 너무 술술 부는 모양새였지. 신도하가 한층 더 압박을 넣은 모양이군.’
그리고 그 덕에 매니저뿐만 아니라 이형준 기자 역시 법적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고소 건에 관해서는 RA 엔터가 직접 담당한다고 했어. 아마 원글 작성자와 더불어 기자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인 듯해.”
“다행이네요.”
돈까지 오갔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생각보다 일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건 RA 엔터가 알아서 할 일이고, 루트에게 씌워졌던 오해는 해소됐으니 그거면 됐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선배님. 이번 건은 형한테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도현이가 걱정할까 봐?”
“네. 직접적이진 않지만, 제가 관여했다는 걸 알면 아무래도 형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일부러 좀 사린 것도 있다.
물론 애초에 끼어들 명분 같은 건 없었지만, 그저 가만히 손 놓고 있고 싶지 않았다.
형과 관련해 말이 나오는 건 여전히 싫다. 루트에 관해서 나는 것도 싫고.
형이 더 이상 다른 사람들 입에 무의미하게 오르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이에 신도하는 잠시 말없이 날 응시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가 알면 좀 난감해지긴 하겠지. 혹시 그렇게 된다면, 난 한 대 맞을지도 모르겠는걸.”
신도하가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건 너무 간 추측이고.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을 향해서 주먹을 휘두르진 않는다. 사자를 향해서면 몇 번 날릴 것 같진 하지만.
뭐, 그건 신도하도 잘 알고 있을 거다.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그래. 세현이 니가 말하는 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보다도 이번엔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는데.”
“뭘요?”
“이번 일 해결 해준 거.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니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쉽게 해결하지 못했을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조금 머쓱해졌다.
그 정도로 한 건 없는데.
“전 별로 한 것도 없습니다. 애초에 그 기자와 만난 것도 선배님이시고, RA 엔터와 접촉해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신 것도 선배님이시니까요.”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것에 불과하잖아. 난 그저 니가 한 말을 따랐을 뿐이니까.”
그 점은 좀 의외긴 했다.
정말로 신도하는 이번 일을 처리하는 내내 별다른 의심 없이 내가 하는 말을 순순히 따라주었으니까.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필요 없어. 나 역시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움직인 거니까. 그리고 난 상당히 신뢰하고 있거든.”
신뢰?
“같은 팀인데 믿어야 하지 않겠어?”
이내 신도하가 넉살 좋게 말했다.
그놈의 같은 팀.
같은 팀 아니라니까 그러네.
“어쨌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세현이 너도 고생 많았어. 아마 꽤 마음 졸였을 것 같은데.”
솔직히 아니라고는 못 했다.
형에 대한 거나, 루트에 관한 거나 안 좋은 이야기를 보는 건 좀···힘들었으니까. 그래서 더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아, 근데 혹시 지금부터 시간 비어?”
“저녁에 스케줄이 있지는 않습니다만···뭐 남은 게 더 있나요?”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원래 답례는 확실히 하는 성격이라.”
답례?
그렇게 잠시 의아해하고 있자, 곧바로 신도하가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밥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