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35화 (335/413)

335화. 그 졸업식의 날

아침 6시.

신하람은 언제나처럼 일찍 눈을 떴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밖이 그렇게 밝지 않았다. 옆을 보니 룸메이트인 윤도운은 여전히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신하람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준 뒤, 몸을 일으켰다. 늦지 않기 위해선 얼른 씻고 준비해야만 했다.

‘오늘이 마지막 교복.’

오늘은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이제 20살이 되었으니, 교복을 입는 것도 오늘로써 마지막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안 찍을 수가 없다!’

찰칵찰칵.

그대로 신하람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열심히 교복 셀카를 찍었다.

노란 머리와 교복은 서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었으나 카메라에는 나름 만족스럽게 잘 담겼다.

나중에 멜로우들 보여줘야지!

그렇게 셀카를 한참 찍다가 거실로 나가니 순간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집 안의 찬 공기와 섞여 그 향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신하람이 생각하기에 이 아침에 이렇게 좋은 냄새를 만들어낼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세현이 형, 일어났어요?”

“응. 잘 일어났네. 기다려. 곧 있으면 다 되니까.”

“크, 이거 소고기 무국이죠!”

“너 소고기 무국 좋아하잖아.”

그 말에 신하람이 곧 싱글벙글 웃었다.

어제 자기 전에 소고기 무국 생각이 났었는데, 마침 운 좋게 오늘 아침도 소고기 무국이었다.

“완전 대박이에요. 어제 딱 소고기 무국 생각났었거든요.”

“그래? 많이 먹어.”

우세현이 그렇게 작게 웃었다.

이렇듯 우세현은 뭔가 중요한 날이 되면,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챙겨줬다.

마치 힘을 내라는 듯.

응원해주는 듯이.

“형은 무슨 국 제일 좋아해요?”

“나? 난 국 안 가리는데.”

“그건 그래요. 형 진짜 국은 안 가리더라. 다음에 내가 한번 해줄게요! 부대찌개 어때요?”

“뭐든 좋지. 맛은?”

“말해 뭐해요. 당연히 맛있지!”

신하람의 당연하다는 듯한 그 말에 우세현이 그대로 피식 웃었다.

그렇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밥을 먹는 동안 마치 좀비마냥 다른 멤버들 역시 하나둘씩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사이 식탁이 북적북적해졌다.

“근데 이따가 졸업식 끝나고 바로라고 했었나? 라이브?”

“어. 바로라고 했어. 아마 식당에서 찍을 것 같던데.”

졸업식 이후에는 특별 라이브가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다 같이 모여 막내인 신하람의 졸업을 축하해준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거 하지 않았었나?”

“그건 컨텐츠였잖아요. 룰렛 돌려서 고기 먹고···뭐였더라, 무슨 후식도 먹었는데. 이렇게 푸딩 같이 생긴 거.”

“판다코다.”

“올, 안지호 기억력 좋은데? 맞아, 그거.”

떠오르는 푸딩에 백은찬이 그대로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이름이 기억나진 않았지만, 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시간을 확인한 신하람이 다 먹은 밥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룰렛 안 돌리고 그냥 제가 먹고 싶은 거 먹는데요.”

“한도는?”

“무제한!”

그 말에 이를 듣던 멤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선빈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신 집던 젓가락을 삐끗했다.

“그래서 뭐 먹을지 생각을 좀 해보려고요. 아, 근데 형들 의견은 반영 안 할 거예요. 오늘은 나의 날이니까!”

“그래,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아니, 야. 그래도 아주 조금은 아주 쬐끔은 반영을 해주면 안 되···.”

“저 이제 갈게요!”

그렇게 신하람은 밝은 미소로 제 형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벌써부터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이 되면서도 신이 났다.

* * *

사실 신하람에게 있어 졸업식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는 없었다. 더불어 졸업 자체에 아쉬움도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 학교란 존재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턴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는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사실 데뷔가 결정되고 나서부터는 자퇴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그래서 계속 진학했다.

‘남은 1년은 좀 심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전혀 없었다.

이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에 수능도 보고.

‘근데 그때 만약 자퇴한다고 했으면···.’

그때 그 말을 했으면, 과연 형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잠시 상상했다.

‘일단 지호 형이랑 선빈이 형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줬을 것 같고, 은찬이 형이랑 도운이 형은 그래도 다녀보라고 할 것 같고···세현이 형도 아마 다니자고 했을 것 같은데.’

대략적인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랬다.

아마도 대체로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줬겠지만, 반응을 생각하면 역시 이렇다.

그러던 도중, 작년 겨울.

우세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멤버들이 먼저 졸업을 하게 된 시점, 홀로 남은 신하람에 우세현은 이렇게 말했다.

‘내년 졸업식도 축하해주러 올게.’

‘내년 졸업식이요?’

‘응.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우세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에 신하람은 왠지 모르게 힘을 얻었다. 졸업식에 형들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찌 됐건 결국 형들은 자신이 끝까지 다니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하람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윈썸!”

“하람 씨, 여기 보고 한번 하트!”

“이쪽도 봐주세요!”

그 순간, 엄청난 양의 플래시가 신하람을 향해 터졌다. 오늘 있을 졸업식에서 크게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는 윈썸의 신하람이었다.

그렇게 꽤 오래 이어지는 플래시 세례.

이제는 그것에도 많이 익숙해져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소.

“저기 체이스의 민제 씨도 계시는데, 둘이서 한번 손하트 해주시죠~”

와중에 체이스의 막내 멤버 또한 같은 날 졸업식을 맞이했다. 여기에 도착하는 타이밍도 비슷했는지 어쩌다 보니 묶여서 포토월에 서게 됐다.

이에 신하람과 체이스의 하민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이 섰다.

물론 그러면서도 서로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포토] 윈썸 하람-체이스 민제 ‘저희 오늘 졸업해요~’

- [포토] 윈썸 하람-체이스 민제 ‘사랑의 손하트를 쏩니다!’

- [포토] 윈썸 하람과 체이스 민제 ‘완벽한 하트를 구사’

‘좋았어!’

윈썸 하람이 앞에 있다!

어느 하나 체이스 멤버의 이름이 앞으로 가는 기사는 없었다.

그저 이 작은 사실 하나가 신하람을 신나게 만들었다. 체이스보다는 뭐든 앞서고 싶었기에.

포토월이 끝난 이후에는 그대로 강당에 모여 졸업식 준비를 해야만 했다.

여기에 신하람은 오늘, 작년에 멤버들이 수상했던 것과 동일한 공로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신하람은 그 공로상의 가장 선두에 섰다. 동시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있다.’

신하람은 곧 강당 뒤편에서 멤버들을 발견했다. 동시에 신하람을 발견한 멤버들이 그대로 신하람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우세현과 차선빈은 차분한 듯 차분하지 않게 손을 흔들고 있었고, 백은찬은 아주 폴짝폴짝 뛸 기세로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와중에 안지호는 사진을 찍고 있었고, 윤도운은 그런 안지호가 찍은 사진을 함께 확인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신하람은 그대로 웃음이 터질 뻔했다. 왠지 모르게 학부모 같은 모습이었다.

‘아무튼 형들은 저럴 때 보면 애라니까.’

그러면서도 신하람의 입꼬리는 여전히 씰룩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부터 공로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신하람은 서둘러 표정 관리를 했다. 최대한 진지하게! 진지하게!

그렇게 신하람은 침착하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강당 위로 올라섰다.

형들에게 멋있고 든든한 막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 *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꽤 많은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여기에 공로상 시상이 시작되자 한층 더 많은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신하람 나온다!”

옆에 있던 백은찬이 그렇게 외쳤다.

백은찬의 말대로 하람이는 지금, 공로상 수상을 위해 단상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제일 앞에 있는데?”

“그러게. 우리 하람이가 제일 앞에 있네.”

그 모습을 본 도운이 형이 흐뭇하게 웃었다. 나 역시 그게 괜히 흐뭇했다. 아직도 17살 같은데 언제 저렇게 컸지.

그래도 여전히 귀여웠다.

분명 그때보다 키는 컸는데, 그것 말고는 달리 달라진 게 없었다.

“야, 안지호. 잘 찍고 있지?”

“어. 잘 보여서 찍기 좋네.”

“와, 근데 지호 진짜 잘 찍었어. 이것 봐. 이거 진짜 괜찮지 않아?”

이에 그런 도운이 형의 말에 따라 곧바로 안지호가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봤다. 정말로 느낌 있게 잘 찍었다.

“많이 찍어야 해. 이런 건 원래 사진밖에 안 남는다.”

“아까는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지 않았냐?”

“뭐든 남는 게 좋은 거지.”

그리고는 또 열심히 박수를 친다.

어느새 공로상 시상이 끝나고, 하람이가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여전히 씩씩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그저 귀엽지만.

“형들, 나 이제 다 끝났어요.”

그 뒤로 얼마 안 되어 하람이가 왔다. 이에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준비해뒀던 꽃다발을 그대로 안겨주었다.

“자, 그리고 이것도.”

“아니, 이거 뭐예요? 사탕 목걸이?”

“야, 그래. 이 형님들이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란 말이야.”

여기에 또 하나 비밀스럽게 준비한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사탕 목걸이였다.

동그란 다람쥐 모양의 장식볼 안에 사탕을 잔뜩 넣어 만든 사탕 목걸이였다.

“요즘은 이렇게도 팔아요?”

“그렇더라고. 나 어렸을 땐 그냥 사탕 주렁주렁 달아줬던 것 같은데.”

“보통 거의 그러지 않나?”

“아무튼 잘 먹을게요! 별 젤리는 꼭 들어있을 거라 믿습니다!”

별 젤리는 하람이가 제일 좋아하는 젤리였다. 어, 근데 별 젤리를 넣었나? 일단 난 넣은 기억이 없다.

···넣었겠지? 누구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조금 당황스러워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하람이가 싱글벙글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현이 형, 나 졸업했어요.”

“그래, 축하해.”

그러자 조금 전보다 더 밝게 웃는다.

좀 더 뿌듯한 얼굴로.

그걸 보니 나 역시도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어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좋아요! 형들! 형들이 이렇게 별 젤리까지 넣은 목걸이를 선물해줬는데, 내가 또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말해요! 뭐가 먹고 싶은지!”

“이야, 역시 신하람! 멋있다! 짱이다!”

“와, 하람이 멋있네!”

“형들이 이렇게 센스 있는 선물을 줬는데~ 근데 어디까지나 후보에요. 결정은 내가 할 거니까.”

“와~ 멋있다~ 진짜 짱이다~”

그렇게 백은찬이 열심히 호응했다.

진짜 멋있긴 한데, 아니, 잠깐만. 별 젤리 진짜 넣은 거 맞겠지?

“세현이 형부터! 뭐 먹고 싶어요!”

“어? 어, 그럼 고기?”

“좋아요! 고기! 자, 다음!”

“스테이크요~ 한우 스테이크가 좋습니다!”

“좋아요! 다음!”

그리고 그렇게 본격적인 메뉴 고르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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