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죠
- LIVE [우리 막내 오늘 졸업합니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라이브를 시작했다. 도착한 장소는 서울에 있는 유명 고깃집.
촬영하기 편하도록 따로 방이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했다. 그대로 주인공인 하람이를 가운에 앉혀놓은 채로 케이크도 불고 축하 노래도 다 같이 불렀다.
- 하람이 졸업 ㅊㅋㅊㅋㅊ
- 우리 애기 졸업했꾸나 (눈물)
- 우리 애들 이제 다 성인이야ㅠㅠ
- 교복 셀카 제발 셀카 올려주라
- 근데 하람이 목에 저건 뭐야? 뭔가 애기들이 돌잔치 때 하는 목걸이 같음ㅋㅋ
“이건 형들이 준 목걸이에요! 솔직히 엄청 맘에 들어요! 나중에 커넥트에도 올릴게요!”
하람이가 그렇게 방긋 웃는 카메라를 향해 목걸이를 열심히 자랑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사탕 하나씩 꺼내 먹고 있는데, 여기 제가 좋아하는 별 젤리도 들어있대요.”
“별 젤리 먹었어?”
“아뇨, 제일 나중에 먹으려고요! 원래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는 타입이거든요.”
그렇지. 하람이는 원래 맛있는 걸 가장 나중에 먹는 타입이었다.
“근데 별 젤리가 어딨는지를 모르겠네. 아마 파묻혀 있나 봐요.”
하람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파묻혀 있는 거겠지.
이후에 식사를 다 하고 나서는 다 같이 기념 셀카를 찍고, 그대로 카메라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기도 맛있게 먹었고, 라이브도 잘 마쳤으니 이제 다시 회사로 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회사에서 할 자컨 촬영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뭐야? 뭐야? 왜?”
그 순간, 뒷자리에서 나온 탄성에 그대로 나와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형들.”
“엉. 왜?”
“이거 실화에요?”
그리고 하람이가 갑작스레 진지하게 물었다. 잠깐만, 이거 설마···.
“왜? 뭔데?”
“별 젤리 안 넣은 거 진짜예요? 진짜? 진짜 현실? 별 젤리가 없어!”
적잖이 놀랐는지 그 순간 그대로 하람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 왠지 느낌이 없는 것 같다 싶더라니···.
“아, 없어? 까먹었나 보다. 난 당연히 넣은 줄 알았는데.”
“와, 나 진짜 순간 놀라서 혹시 내가 아까 먹었나? 싶었어요! 아니, 별 젤리도 안 넣은 형들에게 고기를 먹였다니!”
“어, 나는 진짜 넣은 줄 알았지. 지호가 넣지 않았나?”
“전 차선빈이 넣은 줄 알았죠.”
“아, 난 은찬이가 넣을 줄···.”
“하람아, 대신 이 젤리, 이건 있어.”
그렇게 재빨리 하람이에게 곰돌이 모양의 젤리를 보여주었다. 이건 하람이가 넘버투로 좋아하는 젤리였다.
그러자 흥분했던 하람이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이내 안에 있던 젤리를 꺼냈다.
“···흠. 얘 덕분인 줄 알아요. 아니었으면 내가 뒤집어엎었어!”
다행히 진정된 모양이었다.
곰돌이는 넣어서 다행이다···.
“근데 어째 넌 맨날 신 젤리냐.”
“별 젤리도 안 넣은 은찬이 형은 질문권이 없어요. 그리고 원래 신 게 맛있잖아요. 원래 그 맛에 먹는 건데.”
“난 신 것보다 단 게 좋던데.”
“선빈이는 주로 단 거긴 하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신 젤리냐, 단 젤리냐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벌써부터 토론을 하는 거냐.
“우세현, 넌 뭐야?”
“뭐가?”
“신 젤리, 단 젤리!”
“···단 젤리?”
“우세현도 단 젤리네!”
단 젤리라기보단 특정 젤리를 좋아하는 거지만. 어렸을 때 형이랑 자주 먹던 젤 리가 하나 있는데, 그걸 좋아했다. 그게 단맛 젤리라서.
“안 되겠다, 이것도 밸런스 게임 주제에 넣자고 하자.”
“신 젤리, 단 젤리? 그것도 괜찮긴 하다.”
“아이, 무조건 신 젤리지. 이 형들이 진짜 뭘 몰라!”
앞으로 우리가 찍을 자컨은 밸런스 게임 자컨이었다.
예시로 나오는 두 선택지 중 선호하는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민초, 반민초. 이건 백퍼 나올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단골 질문이니까.
“탕수육 부먹, 찍먹!”
“부먹!”
“찍먹!”
“탕수육을 왜 부어 먹는데?”
“부어 먹어야 제맛인 거 몰라요?”
“눅눅해지는데···.”
벌써부터 난리인 게 아무래도 이번 자컨은 꽤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근데 탕수육은 찍먹이다.
* * *
자체 컨텐츠의 촬영 장소는 지난번 겨울 간식 만들기 컨텐츠의 장소와 동일한 장소였다.
그땐 테이블 위로 여러 재료들과 조리 기구들로 가득했는데, 이번엔 심플하게 테이블과 의자뿐이었다.
앞에 보이는 프롬프트를 통해 선택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기호에 따른 하나를 골라 그대로 이야기를 나누면 됐다.
“그럼 첫 질문 주시죠!”
그리고 등장한 첫 질문.
첫 질문이니 이제 가볍게···.
[팥붕 vs 슈붕]
···가볍지가 않네.
“이거 너무 쉽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는 거겠죠?”
“사실 전 민초, 반민초부터 나올 줄 알았어요. 그게 원래 가장 보편적이잖아요.”
“헐, 저도 도운이 형이랑 똑같은 생각 했는데.”
“그러면서 정작 선택은 도운이 형이랑 다른데?”
여기서 도운이 형, 백은찬, 안지호는 팥 붕어빵이었다. 그리고 나랑 차선빈, 하람이는 슈크림 붕어빵.
지난번 붕어빵 만들기 때와 완벽하게 같은 밸런스 구조였다.
“생각을 해보십쇼. 뭐든 오리지날이 가장 클래식한 법입니다. 클래식 이즈 베스트! 모르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팥 붕어빵에서 진화한 맛이 슈크림 붕어빵이라고 생각합니다!”
“팥이 어떻게 슈크림으로 진화를 합니까!”
“근데 솔직히 슈크림이 더 맛있어.”
“어디 슈크림을 팥에 비교해.”
말이 끊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목소리들이 상당히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결론은 다소 평화주의적으로 슈크림과 팥을 적절히 잘 섞어 먹도록 하자로 나왔다.
[노래방에서 마이크 안 놓는 지호 vs 노래방에서 책자를 안 놓는 은찬]
“아, 이거 현실을 반영한 건가요?”
“뭔소리야. 내가 언제 마이크를 안 놨어?”
“은찬이 형만 실제 반영한 거라고 치죠.”
“아냐. 은찬이는 책자라기보단 예약 아니야?”
다음으로 나온 건 ‘노래방에서~’ 질문이었다. 조금 고민되는 감이 있긴 했으나,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쉬웠다.
“난 책자 안 놓는 은찬.”
“헉, 세현이 형 은찬이 형?”
“세현이는 그럴 것 같았어.”
“···왜 백은찬인데?”
안지호가 그대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는데?
“은찬이는 책을 안 놔도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사실 책은 누가 가지고 있어도 별로 상관없어요.”
그냥 번호만 찾아달라고 해서 노래를 부르면 되니 별로 상관없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마이크도 기본 2개일 텐데, 그럼 마이크 안 놓는 지호도 나쁘지 않을지도.
“전 마이크 안 놓는 지호요! 나머지 하나를 재빨리 잡아서 지호 형이랑 같이 노래 부르면 되니까요!”
“잠깐만, 그럼 우리가 5명이서 1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는 거잖아!”
“오케이, 덤벼요.”
그대로 하람이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멤버들을 향해 손짓했다. 귀여우니까 난 져주기로 했다.
“지호는?”
“전 책자 안 놓는 은찬이요.”
“뭐야, 너 나야? 오, 무슨 일~?”
“마이크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힘들다.”
그러고 보니 정작 안지호는 계속 마이크를 잡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책을 더 많이 보는 편이긴 하지.
의외로 이것 또한 정직하게 3 : 3, 절반으로 갈렸다.
“마이크든 책이든 우리 돌아가면서 봅시다, 돌아가면서. 아니면 가위바위보를···.”
“내가 볼 땐 이래 놓고 저 형이 제일 먼저 달려간다.”
이를 들은 도운이 형이 이내 부정할 생각은 없던 건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자, 그럼 바로 다음 주시죠!”
[막내 세현 vs 맏형 선빈]
···아니, 잠깐만.
“막내 세현 대 맏형 선빈? 나는 일단 막내 세현!”
“전 지금도 선빈이 형이 형이기 때문에 막내 세현이요! 세현이 형이 동생 되는 거잖아요. 아, 얼마나 좋아!”
“나도 막내 세현.”
“오오오오!”
와중에 차선빈까지 막내···아니, 어쨌건 나를 선택했다. 왜 너까지 그거야!
“그래도 맏형이 되는 게 더 좋지 않아?”
“딱히 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막내 세현이 더 좋은 것 같아. 응. 막내 세현이 좋아.”
와중에 두 번씩이나 강조하고 있었다.
막내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다.
“우세현 막내 되면 사탕이나 먹여야겠네.”
“오, 지호 형이 사탕 사준대요!”
“사탕만 주냐, 인형도 줘야지. 곰돌이 인형 같은 거.”
“토끼 인형이 더 낫지 않아?”
얘들은 선택지가 무슨 7살 세현인 줄 안다. 어디까지나 막내라는 말 밖에 안 나왔건만 무슨 사탕이고 곰인형이냐.
“그럼 세현이는?”
“전 당연히 형 선빈이요.”
“어, 나야?”
그러자 차선빈이 상당히 놀랍다는 얼굴로 물었다. 이제껏 나온 것 중에 가장 놀란 얼굴이다. 그렇게 놀랄 것까지야.
“선빈이가 형이면 듬직할 것 같아서요. 고민 상담 같은 거 잘해줄 것 같아요.”
그렇게 차선빈을 보니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선택을 받은 게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걸 보니 선택이 꽤 만족스러웠다.
“야, 나도 고민 상담 잘해줘.”
“형도 솔직히 잘해줄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고민 하나씩 말해볼까?”
아무 말 대잔치가 되려던 걸 간신히 넘겼다. 결과적으로 형 선빈은 나와 안지호만 골랐다.
그 밖에도 많은 질문이 오갔다.
[1년 내내 여름 vs 1년 내내 겨울]이라던가, [24시간 동안 잠 안 자기 vs 24시간 동안 공복 상태로 있기]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오, 이런 질문도 있었네. 10년 전으로 돌아가기 대 10년 후 미래로 가기.”
촬영이 끝난 뒤, 돌아가는 차 안.
백은찬이 촬영 때는 나오지 못했던 질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보통은 10년 전으로 돌아가기 아니에요?”
“하긴 이 기억 그대로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일단 로또도 할 수 있고.”
“기억이 그대로라는 전제는 없는데요?”
“그래도 10년 전이 낫죠. 10년 전이면 10살이니까 그때부터 이제 연습생을···.”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거네.”
그러자 하람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연습생 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게 암담한 모양이었다.
‘10년 전이라, 10년 전이면 11살이군.’
TV를 통해 한창 루트를 봤던 때이기도 했다. 그땐 뭐만 틀면 형이 나왔었는데.
“난 무조건 10년 전. 일단 다시 어려지잖아. 어려지는 거 싫어하는 사람 있나?”
“사람은 원래 과거를 그리워하기 마련이지.”
“그러는 우세현, 넌 뭔데? 너도 10년 전?”
“난 10년 후.”
“억, 세현이 형 10년 후에요?”
나는 일단 10년 후다.
10년 전은 한창 능력으로 인해 노래를 하기 힘들었을 때다. 그에 비하면 10년 후엔 여전히 노래할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그땐 그룹이 없잖아.”
동시에 멤버들이 나를 쳐다봤다.
뭐야, 왜 그렇게 보는데?
“지금 엄청 감동적인 발언을 들은 것 같은데. 우리 다 같은 거 들은 거 맞냐?”
“나도, 10년 후가 좋아.”
“차선빈, 벌써 넘어갔네.”
그렇게 말하는 도운이 형 역시 입꼬리를 올리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10년 전엔 무대도 그룹도 없었다.
하지만 10년 후엔 있다.
그러니 당연히 10년 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거니까.
‘물론 10년 후라는 전제니 지금으로선 뭐든 확신할 수 없지만.’
그만큼 10년은 긴 시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으니.
그래도 내가 바라는 10년 후엔, 그룹도 무대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이대로, 지금처럼.
[현재 상태 : ON]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상태창의 글자가 더욱 진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