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38화 (338/413)

338화. 익숙해지지 않는 것

도운이 형과 백은찬, 차선빈이 너튜브 예능 촬영에 섭외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명 개그맨이 mc를 맡고 있는 프로로, 매회 게스트와 게임과 인터뷰 등을 진행하는 나름 인지도 좋은 예능이었다.

“재밌어 보여서 꼭 한번 나가고 싶었는데.”

백은찬이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른 아침 준비를 하면서도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잘하고 와.”

“엉. 근데 단체가 아닌 게 아쉽네.”

섭외 인원이 정확히 멤버 3명 제한으로 들어온 거라 단체로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멤버가 지정된 건 아니었지만, 회사와의 짧은 의논 끝에 앞선 세 명이 나가게 됐다.

“다음에 컴백하면 단체로 나가게 해달라고 해볼까?”

“같이 해. 단체 좋은 것 같다.”

“좋아쓰~”

동시에 백은찬이 다시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 어깨 위로 팔을 걸쳤다. 그리고는 신나게 팔을 흔든다.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백은찬이 좋아하는 걸 보고 그저 웃고 말았다. 이왕이면 재밌게 하고 왔으면 좋겠다.

아, 물론 그룹 홍보도 잊으면 안 되지만.

“실수하지 말고.”

“괜찮아, 실수 안 해. 아, 맞아. 들었어? 우리 곧 고소 작업 들어간다고.”

“들었어.”

근래 악플이 꽤 늘었다.

한창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인지 이곳저곳에서 악플이 꽤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는 이와 관련해 고소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근래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던 악플들에 대응하겠다는 모습이었다.

‘공지는 다음 주쯤 난다고 했지.’

이걸로 좀 줄었으면 좋겠건만.

하지만 그것도 공지가 뜬 뒤 잠깐에 불과할 것이다. 보통 패턴이 그렇다.

‘형도 고소했으면 좋겠는데.’

루트 때부터 있던 악플러들이 아직까지도 꽤 붙어 있으니까. 아무래도 다음에 관련해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럼 우리 촬영 다녀온다.”

“잘 다녀와요~”

“쓸데없이 오바하지 말고.”

“오바라니. 이젠 그런 실수는 안 한다고.”

“선빈이 형이랑 도운이 형이 잘 좀 봐줘요. 은찬이 형 오바하나 안 하나.”

이에 백은찬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촬영 멤버들이 숙소를 나섰다.

“넌 어디 가냐?”

“회사. 보컬 레슨 받으러 가려고.”

“형, 레슨받으러 가요?”

그리고 나는 오늘도 보컬 레슨을 받을 예정이었다. 모처럼 스케줄이 비었으니 이참에 레슨 좀 받고 올 생각이었다.

“야, 나도 가.”

“너도 가려고? 오늘은 쉬지. 어제부터 목 컨디션 별로였잖아.”

그러자 안지호가 잠시 입을 다문다.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얼굴이다.

“어제 헛기침 좀 있었잖아. 그래서 목 컨디션 안 좋은 거 같아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생각으로 인해서 안 것이었다. 어제 문득 안지호가 목 컨디션이 별로 같다는 생각을 해서.

“···아니, 그걸 알고 있었냐?”

“응.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쉬어라. 레슨도 좋지만, 관리도 중요하잖아.”

그러자 안지호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알겠다며 대답했다. 다행히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혹시 부리면 말리려고 했는데.

“그럼 나도 다녀올게.”

“너무 늦진 말아라. 6시까진 와.”

“알겠다.”

마치 무슨 단속을 하듯 단단히도 일러두는 안지호에 알겠다고 전해두었다. 대충 밥시간은 지키라는 의미 같았다.

그렇게 홀로 숙소를 나섰다.

‘오는 길에 유자차 같은 거라도 사 올까.’

목이 안 좋을 땐 따뜻한 걸 먹는 게 좋으니. 아무래도 검색을 좀 해봐야겠다.

* * *

레슨을 마치고 난 뒤, 돌아가는 길에 유자차를 비롯해 목에 좋은 걸 좀 사 가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이건 백은찬도 좋아하는 건데···.’

얼마 전에 나온 신상이라며 그대로 좋아하던 게 떠올랐다. 신상이라 그런지 찾기 쉽지 않다며 말했는데, 마침 딱 있었다.

그 밖에도 멤버들이 좋아할 만한 게 하나씩 보여 그것들도 무의식적으로 하나씩 집었다.

‘···너무 많이 샀나.’

어느새 봉투가 가득해졌다.

그리고 그대로 빵빵해진 편의점 봉투를 가지고 나오는데,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인물에 잠시 시선이 멈칫했다.

낯이 익은 듯한 얼굴이었다.

“어?”

그리고 동시에 상대 역시 나를 발견한 건지 이내 조금 놀란 얼굴을 보였다.

처음엔 잠시 헷갈렸지만, 눈을 마주치고 나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강윤석이었다.

그러니까 그 밴드부 동창.

예기치 못한 우연한 만남에 그저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그건 강윤석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대로 잠시 멈칫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강윤석이 이내 먼저 내게로 다가왔다.

“야, 세현아. 우세현 맞지?”

“그래, 오랜만이다.”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나임을 확인한 강윤석이 곧이어 반갑다는 얼굴을 보였다.

“이게 얼마 만이냐, 졸업하고 나서···아니, 너 데뷔하고 난 뒤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렇지. 중간에 내가 전학을 갔으니까.”

“그래, 전학. 그거 갔을 때 얼마나 놀란 줄 아냐? 아, 물론 TV에서 니 얼굴 봤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강윤석이 그렇게 넉살 좋게 웃었다.

그리고 그런 강윤석을 보니 어색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당시와 변한 게 없었다.

“밴드부 애들이랑도 곧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나오지?”

“그땐 스케줄이 있어서.”

“아, 넌 안 나와?”

동시에 강윤석이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너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궁금했는데. 솔직히 너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데 왜 안 하나 항상 궁금했었어. 가끔씩 부르기도 했잖아.”

그랬었지. 이제는 거의 옛 추억이었다.

“맞아. 그것도 기억나냐? 밴드부 처음 들어가려고 했을 때, 내가 너한테 소세지빵이랑 음료수 걸면서 꼬드겼었잖아.”

“기억나. 그때 소세지빵이 워낙 유명했으니까.”

“그러니까. 그거 구하기 진짜 힘든 건데 내가 엄청 힘들게 구해서 준 거다. 무려 음료수까지. 그때 생각하면 아주~”

매점의 소세지빵이 워낙 유명했다, 그땐.

정말로 빠르게 뛰지 않으면 못 구할 정도로.

그렇지만 정말로 소세지빵 때문에 밴드부 오디션을 보러 간 건 아니었고, 단지 목적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정말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해서.

“그 빵 생각나네. 근데 모자랑 마스크까지 하고 있어서 못 알아볼 뻔했어. 여긴 웬일이냐?”

“아, 잠깐 편의점에. 넌?”

“나는 이 근처에 술 약속이 있어서. 야, 그래도 바빠도 연락은 가끔씩 하고 살자. 이렇게 얼굴 보니 좋네.”

이에 그러자고 답했다.

사실 형식적인 대답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얼굴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 야, 너 잘 되니까 진짜 좋다.”

그렇게 강윤석이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변한 게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강윤석을 향해 나 역시 웃어 보이려던 찰나,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이 새X는 지가 직접 나와서 뭘 사기도 하나 보네.”]

[“카메라물을 먹어서 그런가. 팔자 한번 제대로 폈구나. 존X 부러운 새X.”]

눈앞에 있는 강윤석의 생각이었다.

* * *

기억 속 강윤석이란 인물은 그저 평범한 인물이었다. 가끔씩 같이 매점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같이 연습하고.

- 야, 세현아. 넌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데 도대체 왜 안 하냐? 완전 아이돌감.

- 오늘 건반 진짜 좋았다. 하는 내내 기분 좋더라.

가끔씩 들리던 생각도 그저 일상과 관련된 평범한 생각들뿐이었다.

강윤석과는 마저 인사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그때까지도 강윤석은 여전히 나를 향해 반갑다는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상일 뿐.

실제 생각은 너무나도 달랐다.

[“돈은 얼마나 벌었을까.”]

[“다른 여자 연예인 누구 아는지 궁금하다.”]

[“그때 밴드부 관두지 말고 계속할 걸, 아까워죽겠다. 그럼 나도 아이돌이나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뒤로도 강윤석은 나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 안에 긍정적인 생각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반가움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생각이 다였다.

‘안부 따위가 궁금한 게 아니었네.’

정작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실 그 당시 기억은 내게 의미가 좀 남달랐다.

밴드부에 들어가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하고. 오래전 기억이었지만, 내게는 여전히 생생했다.

잠깐을 노래하면서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그래서 더 반가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지.’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때의 기억 속 강윤석과 지금의 강윤석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사전에 알 수 있어서.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있어서.

그런 사람을 쉽게 거를 수 있다는 건 지금의 내 입장에선 굉장히 이로운 일이었다.

‘그래, 분명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씁쓸한 감정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분명 그만큼의 신뢰도, 친분도 없는 사이였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변한 생각과 마주하는 건 늘 그렇듯 씁쓸했다.

익숙해지려 해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해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시간을 보니 벌써 6시가 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더 이상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있을 시간은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여전히 공허한 감각이 들게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저 앞을 보며 걸었다.

* * *

“왜 이렇게 늦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대로 안지호의 얼굴이 보였다.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8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미안, 이거 사 오느라 늦었어.”

“뭔데? 이거.”

“너 목에 좋은 거.”

그러자 안지호가 그게 뭔 소리냐는 양 다시 한번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는 그대로 봉투를 확인했다.

“이걸 다 사 왔냐?”

“뭐든 많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일단 그거 내놔.”

이에 곧바로 봉투를 넘겼다.

아, 그런데 그거 좀 무거울 텐데.

하지만 안지호는 의외로 이를 거뜬히 들었다. 다행히 별로 화는 나 보이지 않았다.

“근데 너 코는 왜 이렇게 빨개?”

“밖에 많이 춥더라. 하람이는?”

“형! 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하람이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애들 밥은 먹었나 모르겠다.

예상했던 대로 안지호나 하람이나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상태였고, 이후에 다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안지호가 곧바로 일어나 내게 물었다.

“유자차, 마실 거지?”

“너 마시게?”

“어. 3잔 탄다.”

“와! 유자차!”

그렇게 오랜만에 유자차를 마셨다.

유자차가 따뜻한 덕분인지 쌀쌀했던 몸도 많이 따뜻해졌다. 유자차도 잘 탄다, 안지호.

그리고 얼마 안 가 예능에 갔던 멤버들도 돌아왔다.

“와, 우세현이 이걸 다 사 왔어?”

“그리고 형이 이것도 사 왔어요. 유자차!”

“오, 유자차? 오랜만에 한잔할까?”

“안 돼.”

안지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별로 없다.”

“별로 없다고?”

“양이 얼마 없다고. 내 몫밖에 없어.”

“아니, 크기가 어떻길래?”

“아무튼 없다.”

여전히 단호했다.

어, 좀 작은 걸 사 왔나?

나름 중간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백은찬은 앞선 유자차는 금방 잊은 채, 신상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차선빈은 아예 내 옆에서 먹고 있었고.

“다음엔 좀 더 큰 걸로 사 올까?”

“뭘?”

“유자차.”

“아니, 저 정도가 딱 좋다.”

그렇게 안지호는 다시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작으면 더 큰 거 사 오려고 했는데. 만족한 거면 다행이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 악플 고소 건에 대한 연락이었다.

“이번에 고소할 악플러들 명단입니다. 법적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도 명단을 한 번씩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전달받은 명단.

예상보다 인원이 좀 됐다.

많은 줄을 알았지만, 생각보다···.

‘아.’

그리고 그 순간, 들어오는 어느 이름.

익숙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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