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42화 (342/413)

342화. 빡세게도 하네

머리가 여전히 어지러웠다.

여전히 골은 울렸고, 그 울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열이 오르나.’

자꾸만 몸이 으슬으슬한 걸 보면 아무래도 그사이 열이 조금 오른 듯했다.

“이쪽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대에 올라야만 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열이 오르다니.

‘일단 목은 괜찮다.’

물론 평소에 비하면 베스트 컨디션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목이 안 좋다는 게 크게 티 나지 않는 정도였다.

‘···실수 없이, 완벽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베스트는 아니다 보니 혹여 평소보다 무대 퀄이 떨어지게 되는 건 아닌가 그런 걱정이 밀려왔다.

‘3곡인가.’

무대 위에서 할 곡은 모두 3곡이었다.

위닝샷, 블루 트래블, 페이스오프.

특히나 위닝샷은 마지막 후렴에 정교한 고음이 필요했다. 그 부분에 좀 유의해야겠군.

“여기서 잠시 대기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스텝을 따라 무대 뒤편에 도착했다. 이제 앞 그룹의 무대가 끝나면, 그대로 무대 위에 오르면 됐다.

“우세현.”

그리고 스텝이 자리를 떠나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를 쳐다봤다.

앞서 있던 백은찬이 어느새 등을 돌려 나를 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백은찬의 손등이 이마 위로 올라왔다.

“아, 뜨겁잖아.”

백은찬이 곧바로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나는 순간 놀라 그런 백은찬을 그저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닿은 백은찬의 손이 얼음장 마냥 차가웠다.

“야, 너 아까부터 상태 안 좋았지?”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언제부터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너 올라갈 수 있겠어?”

백은찬이 여전히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걸 묻고 있었다. 당연히 올라갈 수 있었다, 난.

“왜? 뭔데, 무슨 일이야?”

“형, 세현이 열나요.”

“뭐라고?”

“세현이가 열이 난다고?”

아, 잠깐만···.

백은찬의 말에 멤버들이 순식간에 내게로 몰려들었다. 잔뜩 걱정하는 표정을 달고서.

그리고 그 순간, 차선빈이 다시 한번 내 이마에 손을 대었다.

“진짜네.”

그리고는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된다. 이에 그런 차선빈의 손을 급하게 다시 내려놓았다.

“괜찮아요, 저 열 별로 안 나요.”

“이마가 불덩이 수준인데, 아,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안색도 창백한데. 아무리 봐도 이대로 올라가는 건······.”

─꺄악!

그 순간, 앞 무대가 끝난 건지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어느새 우리가 올라가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나는 멤버들을 향해 한 번 더 말했다.

“괜찮아요. 올라갈 수 있어요.”

애초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설령 내 자리를 비워둔 채 한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동선 이동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지금은 정말로 무대에 오르기 직전인 상황이다. 빠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올라가고 싶었다.

무대에는 빠지고 싶지 않았다.

“윈썸, 이제 올라가시면 되세요!”

그리고 마치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듯 스텝이 외쳤다. 그와 동시에 백은찬이 짜증스럽게 이마를 짚었다.

“아아···.”

“···이번만큼은 절대 무리하지 마. 적당히. 적당히.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어요.”

적당히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일단 걱정하는 멤버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두었다.

도운이 형이 말하는 적당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었다.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라는 의미였겠지만 그래도 무대에 적당히는 없었다.

[WINSOME]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무대 위가 어두워졌다. 이어서 스텝들의 신호에 맞춰 멤버들과 함께 무대로 달려 나갔다.

─꺄악!

‘···여전히 울리긴 하는군.’

무대 앞 함성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미묘하게 머리를 울려댔다. 하지만 괜찮다. 집중하면 된다. 그저 무대에 집중하면.

그리고 그렇게 비치는 조명에, 흘러나오는 인트로에 나는 조용히 숨을 한번 깊게 내쉬었다.

그렇게 음악이 시작되었다.

* * *

─꺄아아아악!

음악이 시작되면서 더 큰 환호성이 무대 위를 덮쳤다. 가장 첫 곡은 ‘Winning shot’.

강렬한 인트로 속에서 시작되는 곡에 안무 역시 절도 있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백은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우세현에게로 향했다.

무대 위에서 한눈을 팔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를 절대 티 내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동선을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순간 그저 자연스럽게 얼굴을 확인할 뿐이다.

하지만 무대 위 우세현은 정말로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언제나와 같이 힘을 빡준 안무에 여전히 감탄할 만큼의 가창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빡세게도 하네.’

당연히 그럴 줄은 알았지만, 오늘따라 더욱 힘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이 탓이 아닌 것 같았다.

‘근데 땀이···.’

그렇지만 그 여파인지 땀은 평소보다 배로 흘리는 듯했다. 평소에 우세현은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유독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컨디션이 안 좋은 탓인지 안색 또한 더욱 창백해 보였다. 가뜩이나 하얀 피부가 조명을 받아 더욱 하얗게 보였다.

그렇게 어느새 마지막 곡인 ‘Face off’에 들어섰다. 여전히 우세현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느 때와 같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노래만큼은 더 좋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깔끔한 고음 처리에 풍부한 성량은 물론이고 목소리 또한 편안했다.

컨디션은 좋아 보이지 않지만, 마치 그것이 노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우세현과 함께 마지막 고음 파트를 맡은 안지호가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이 자식···.’

하지만 목 컨디션과 컨디션이 별개일 리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지 않게끔 죽을힘을 다해 노래하고 있다는 걸 안지호는 알고 있었다.

동시에 안지호는 앞에 있던 우세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우세현은 안지호를 바라본 채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멀쩡하다 이거냐.’

하지만 그런 우세현의 의도와 다르게 오히려 안지호의 신경은 더욱 곤두세워졌다. 앞선 그 미소마저도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에.

그럼에도 그 미소가 어떤 의미인 줄 아는 안지호로서는 그저 지금 자신이 맡은 안무를 온 힘을 다해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 * *

준비된 3곡의 무대는 그대로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대를 내려왔다.

‘노래, 잘했나.’

가장 먼저 그 생각부터 들었다.

제대로 무대를 했나 싶어서.

오늘따라 평소보다 무대에서 정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음이 흔들리거나 막히는 일이 없도록 더욱 집중했다. 무대를 망치는 일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몸이 축 쳐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대로 내려오자마자 반응을 확인했다. 한켠에선 여전히 무대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 와 오늘 우세현 무대 뭐야? 고음하는데 진짜로 공연장 찢는 줄 성량 ㅎㄷㄷ해

- 세현이 무대 오늘 장난 아니네 진짜 근데 왜 이렇게 평소보다 땀을 흘리는지ㅠ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 윈썸 세현 오늘 레전드네 근데 혹시 어디 아파? 뭔가 좀 안색이 안 좋아보임

- 세현이 혼자 뭔가 창백하게 질려있다ㅠ원래도 하얗긴 한데 뭔가 창백함ㅠㅠ

- 오늘 세현이 컨디션 안 좋아보이는 거 나만 느낀 거 아니구나ㅠ 노래는 완벽한데 이상하게 좀 아파보였어

‘아, 젠장.’

무대에서 제대로 티가 났던 모양이다.

그 생각에 아팠던 머리가 더욱 지끈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두통이고 뭐고 그저 한숨만 터져 나왔다.

좀 더 표정에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후회로 밀려왔다.

“우세현. 바로 병원 가자.”

“병원?”

그러한 와중에 백은찬이 뜬금없이 병원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스케줄도 끝이니까 이대로 바로 가면 될 것 같다. 건희 형한테 미리 말도 해놔서···.”

“안 가도 돼. 병원.”

“뭐?”

백은찬이 그대로 미간을 좁혔다.

“병원 갈 정도 아니야. 그냥 이대로 약 먹고 자면 충분해.”

“너 지금 거울은 보고 하는 소리냐? 무조건 병원 가. 가서 수액 좀 맞으면서 휴식을···.”

“괜찮아. 그럴 것 없이 그냥 숙소 가서 자면 돼.”

분명 아까보다 열은 내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약 먹고 자면 금방 다시 회복할 거였다.

굳이 번거롭게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가뜩이나 무대에서도 안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혹여 병원 이야기까지 돌면 팬들이 더 걱정할 거다.

“야···!”

─삑!

그런데 그때, 백은찬이 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쯤 옆에서 갑작스럽게 기계음이 들렸다.

그대로 시선을 살짝 돌리니 어느새 체온계를 가지고 온 도운이 형이 열을 재고 있었다.

“···38.7도.”

“야, 일어나.”

동시에 안지호가 그대로 내 팔을 잡아당겼다. 그 탓에 순간 놀라 다리를 휘청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잖아.”

“야, 이건 내 탓 아니야···.”

그냥, 놀라서 힘이 좀 풀렸을 뿐이었다.

그러자 안지호가 잠시 표정을 구기더니 이내 옆에 앉아 좀 더 편한 자세로 내 팔을 고쳐 잡았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안지호의 어깨에 기댄 채 팔짱을 낀 모습이 되어 버렸다.

분명 불편해야 하는 자세임에도, 머리가 무거운 탓인지 이상하게 편했다.

“형, 얼굴이 빨개요. 괜찮아요?”

“응. 괜찮아.”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하람이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얼굴에 열이 좀 올랐을 뿐이지 정말로 괜찮은데.

“건희 형, 병원 별로 안 멀죠?”

“응. 이대로 바로 가면 되겠다.”

이에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갈 필요 없는데.

“야, 가자.”

그리고 안지호가 나를 보며 다시 한 마디 순간, 대기실에 있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나는 여전히 안지호의 팔을 잡은 채로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이후 열을 내리기 위해 병원에서 간단한 수액을 맞은 뒤, 약을 받아왔다. 역시나 가벼운 감기였다.

“그래도 열은 좀 내렸다.”

“몇 도에요?”

“37.8도.”

“아직 더 내려야겠는데요.”

그리고 그런 내 침대 주변을 멤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닌데, 어째 여전히 심각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나 이제 완전 괜찮은데.”

“아직 열 덜 내렸어. 약은 바로 먹었냐?”

“아니, 아직.”

“일단 약부터 먹여야겠네. 죽이라도 해줘?”

“죽 할 줄 알아?”

“하면 하지. 못할 게 뭐 있냐? 쌀죽 정도야 바로 하지.”

곧바로 백은찬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나중에. 별로 생각이 없어.”

“죽, 그냥 지금 내가 한다.”

“오케이. 안지호가 하는 걸로.”

“야, 그냥 시켜도 돼.”

“그냥 간단하게 쌀죽으로 한다.”

그리고는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팔을 걷더니 이내 방을 나가버렸다.

“어쩌다가 감기에 걸려선. 그나마 독감이 아니라 다행이다.”

“내일 스케줄 있나? 형, 내일 스케줄 있어요?”

“세현아, 춥진 않아?”

“응. 괜찮아.”

이에 차선빈이 내 앞에 있던 이불을 좀 더 끌어와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말없이 한참을 옆에 있었다.

이후에도 주변에서 멤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춥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으슬으슬한 감각은 남아 있었다.

분명 이불을 꽁꽁 덮고 있는데도.

이후엔 안지호가 만든 죽을 먹었다. 그대로 숟가락을 놓자 곧바로 당황한 차선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그만 먹으려고?”

“응. 이 정도면 돼.”

“반도 안 먹었는데······.”

이에 다시 숟가락을 들려는 차선빈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이만하면 충분했다.

이어서 곧바로 약을 먹었다.

그리고 약 기운이 도는 건지 곧바로 잠이 쏟아졌다. 조금 피곤하긴 했다.

그리고 내가 약을 먹는 것을 확인한 멤버들은 이내 쉬라면서 조용히 방을 나섰다. 멤버들이 나가자 다시금 방이 고요해졌다.

‘···멍하군.’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멍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다른 것보다 목이 좀 불편해서 그게 가장 신경 쓰였다.

그대로 점점 무거워지는 감각에 나는 이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 잠이 들었을까, 이어서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런 내 눈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보였다.

전혀 생각도 못 한 인물이었기에 놀랐지만, 한편으론 지금 이 순간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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