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공개의 시간
이어지는 다음 날 아침.
멤버들과 함께 숙소 앞 바닷가에 모였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상당한 입김과 함께 추웠다.
여기에 잠을 얼마 못 잔 탓인지 약간 비몽사몽한 감도 있었는데, 앞에 카메라가 있는 만큼 되도록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아침은 뭘 하지.’
와중에 아침 생각도 났다.
간단하게 계란 후라이랑 빵 좀 굽고······.
“자, 그럼 여러분. 일출을 보기 전에 먼저 마니또 발표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 그대로 정신이 들었다.
마니또를 발표한다는 그 말에.
먼저 제작진이 나눠준 종이에 각자 자신의 마니또라 예상되는 인물을 적은 뒤, 이를 발표하기로 했다.
“하, 내 마니또한테는 미리 사과를 전한다. 나 이미 다 눈치챘어.”
“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 은찬이 형 헛발질할 것 같아요.”
“차선빈. 고마웠다.”
와중에 안지호가 차선빈을 향해 인사했다. 적어도 저쪽은 헛발이 아닐 듯했다.
그리고 나 역시 생각나는 이름을 적었다. 백퍼센트라고는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예상가는 인물은 있어서.
“자, 그럼 결과 발표할게요.”
이어서 발표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도운 → 세현]
[지호 → 선빈]
[은찬 → 세현]
[선빈 → 도운]
[세현 → 하람]
[하람 → 은찬]
내가 적은 인물은 다름 아닌 하람이었다.
그밖에 다른 멤버들이 적은 내용에 의외로 내 이름이 좀 보였다. 의외였다.
그리고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놀랍게도 6명 중 4명이 정답을 맞혔습니다!”
6명 중 4명이나 정답을 맞혔다.
무려 절반 이상이나 맞혔다는 얘기였다.
“6명 중 4명이요? 야, 진짜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나머지 2명은 어떡해요?”
“2명은 안타깝게도···그냥 안타까운 거지.”
“내가 만약 2명이면 무조건 형들한테 붙을 거예요. 그렇게 알아둬요.”
“일단 빨리 발표부터 해주시죠.”
“그럼 일단 발표부터 할게요. 맞추신 분 4명은 바로···.”
그 순간, 제작진에게로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일단 내 마니또를 그럭저럭 확신하는 바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몰랐다.
“정답자는 바로 지호, 은찬, 선빈, 세현 씨입니다!”
“역시!”
백은찬이 환호했다.
그에 비해 아쉽게 정답을 맞히지 못한 도운이 형과 하람이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다행히 정답이었다.
“아, 세현이 형. 나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어제 밥 먹을 때 쌈을 5개나 싸줬잖아. 모를 수가 없지.”
그러자 하람이가 ‘히-’하는 얼굴로 살짝 웃었다. 어제 저녁때 하람이가 무려 쌈을 5개나 싸줬다. 그것도 재료를 다 바꿔서.
그래서 그때 알았다.
마니또구나, 하고.
“패러글라이딩 때는요? 알았어요?”
“패러글라이딩?”
“그때 진짜 내가 형 안심시키려고 막 엄청 열심히 다독였는데!”
어, 그랬었나.
그건 솔직히 몰랐다.
그땐 내가 하람이를 다독여야겠다는 생각만 해서.
“넌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백은찬에게도 물었다.
백은찬 역시 내가 본인의 마니또인 걸 눈치챘으니까.
“당연히 알지. 모를 리가 있겠냐?”
백은찬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의외로 대답이 간결했다. 역시 눈치 한번 빠르네. 그래도 그렇게 티가 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우세현이 애교를 그렇게 하는데, 모를 수가 있어?”
백은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제 점심시간 때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솔직히 그때 일부러 애교를 좀 부리긴 했는데, 너무 티가 났던 모양이다.
“평소에도 좀 그렇게 해보라고. 막 이렇게 하트도 날리고~”
“아닌데. 그때 너 말고 회한테 날린 건데.”
“와, 끝났다고 이렇게 말을 돌리네. 괜찮아. 아마 다 담겼을 거야.”
그리고선 얄밉게 웃는다.
하지만 그 말엔 더 이상 반박이 불가했다. 명백하게 주어를 붙인 걸 기억하고 있던 탓이었다.
하트만 준다고 할걸!
“자, 그럼 정답을 맞히신 네 분께는 소원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시는 소원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그렇게 얻게 된 소원권.
하지만 뭘 적어야 할지 정해준 건 아직 없었다. 나중에 현장으로 커피차 같은 거나 보내달라고 할까.
멤버들 다 먹을 수 있게.
“형들, 해 떠요!”
그리고 그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침 날이 좋아 해가 뜨는 것도 제대로 보였다. 화면에 잘 나오겠다.
‘예쁘네.’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과 바닷가 앞에 서 해가 뜨는 것을 감상했다.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전보다 춥지 않았다.
그대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아, 이거 딱 입수 타이밍인데.”
“은찬이 형이 입수해요, 그럼.”
“이런 건 원래 공정하게 가위바위보인 거 모르냐?”
“많이 차갑겠지?”
그대로 진지하게 묻는 차선빈의 말에 멤버들은 모두 그런 차선빈을 쳐다봤다. 아무튼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 * *
붉게 올라오는 해, 그 주변으로 넓게 일렁이는 오렌지빛 물결은 아침이 밝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일렁이는 파도. 그 바닷가 주변으로 모여 있는 수많은 촬영 인파.
그리고 수많은 인물이 모여 있는 그곳을 근처에서 바라보는 이가 한 명 있었으니.
“재밌어 보이네.”
사자(使者)였다.
404호실의 안주하는 사자.
여느 때와 같은 검은색 중절모와 함께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자는 그렇게 홀로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 *
- 애들 강원도에서 목격담 계속 올라오는데 이거 백퍼 자컨 같지?
└ ㅇㅇ 사진 올라온 거랑 스텝들 많은 거 보니까 빼박 자컨이야
└ 듣기로는 2박 3일 촬영이라고 하던데
└ 2박 3일이면 여행 자컨인가 ㄷㄱㄷㄱ
- WIN썸 강원도 카페랑 목격함 스텝들 많아서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는데 얼핏봐도 하나 같이 다 존잘이라 놀람 특히 키가 다 크더라
└ 멤들 다 봄? 다 있었어?
└ [글쓴이] : ㅇㅇ 다 있던 것 같음 중간에 앉지랑 세혅은 좀 가까이서 봄 둘이서 주문하더라
└ 헐 존부ㅠ 어때? 와꾸 진심 존잘?
└ [글쓴이] : ㅇㅇ 개빛남 세혅은 걍 멀리서봐도 눈에 띄고 앉지는 진짜 말을 못 걸겠음
- 이번에 찍는 자컨 티비 자컨이라는 말도 있음 제발 맞았으면 좋겠다 ㅅㅊㅅㅊ
└ 그렇지ㅠ 이제 3년차인데 뭐 하나 단독으로 내줄 때도 됐잖아 INㅠ
└ 애들 걍 꽁냥꽁냥 얘기하는 것만 봐도 재밌는데 뭐든 하나만 내주라 (맡겨놈)
- ㅋㅋ하람이 양 인형 들고 가는 것 봐 존귀야ㅋㅋ
└ 귀엽다ㅠ 근데 옆에 도운이 있는 것도 웃김ㅋㅋㅋㅋㅋ
└ 자랑하는 거 같은디?ㅋㅋㅋㅋㄱㅇㅇ
강원도에 다녀온 이후, 당시에 찍힌 사진들이 꽤 돌아다녔다. 촬영하면서 어느 정도 제재를 했다고 하나 역시나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추측은 리얼리티로 많이들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여기에 또 하나.
이것과는 별개로 떠돌고 있는 추측이 하나 더 있었다.
- 근데 슨빉이 요즘 손에 반지 차고 다니던데 이거 뭔지 앎?
└ 아 ㅁㅈ 요즘 반지 끼고 다니더라 ㅈㄴ무섭게
└ 심지어 약지야ㅜ 오른손이긴 한데 생각없이 커플링 끼고 댕기는 건 아니겠지?
└└ 근데 얘가 또 생각 없이 그럴 애는 아니긴 함ㅇㅇ 연생 오래해서 그런지 아이도루 자아가 강해서
- 슩빈이 끼고 다니는 반지 커플링 아님 비슷한 디자인 새혅이도 끼고 다니는 것 같던데 (+jpg)
└ 어 ㄹㅇ이네 디자인 비슷해 보여
└ ㄴㄴ 같은 거 아니야
└└ 같은 게 아니라고? 내 눈에만 같은 걸로 보이나?
└ 근데 왜 세현이는 묘하게 반지를 자랑하는 것 같냐
- 근데 디자인이 좀 커플링 같지 않음? 존나 커플링하기 무난해보이는 디자인임
└ ㅇㅇ 그건 마따
└ 커플링 에바야
- 적어도 커플링은 아닌 듯 이거 보면 은찬이도 손에 비슷한 거 끼고 있음ㅇㅇ
└ 이 사진은 진짜 비슷하다 완전 걍 똑같은 거 같은데?
└ 아 그럼 무대용인가? 그러기엔 선빈이랑 세현이가 넘 자주 끼는 것 같지만
└ 그럼 혹시 우정 반지?
우정 반지에 관한 이야기가 점차 돌기 시작했다.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이와 관련해서 말이 돌고 있었다.
‘하긴, 멤버들이 그렇게 끼고 다니는데.’
물론 나도.
잘 때도 빼지 않고 있는 참이었다.
특히나 약지에 반지를 낀 차선빈 이야기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왔다.
하지만 어이가 없게도 분명 내가 바로 옆에서 같은 반지를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디자인은 절대 아니라는, 그런 억지 주장이 꽤 있었다.
사실 나만이 아니고 다른 멤버들도 다 같은 거긴 한데.
어쨌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해는 빠르게 잠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 사진 찍자.”
“사진?”
“응. 반지가 아주 잘 보이도록.”
이참에 제대로 반지 자랑 좀 해야겠다.
* * *
[Artist] 세현
윈썸만의 소중한 우정 반지
제가 가장 아끼는 거예요.
멜로우에게만 공유할게요 (웃는 이모티콘)
(다같이 반지 자랑 사진.jpg)
- 헐 애기들 우정 반지 맞춤
- 그럴 줄 알았다 역시 우정반지 추측이 맞았네 우정 반지 밖에 없긴 하지
- 와 악개들이 그렇게 같은 거 아니라고 호통 쳤었는데ㅋㅋㅋㅋ 어우 속시원
└ 악개들이 아니라고 우겼어?
└ ㅇㅇ 같은 거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김
- 누가 봐도 같은 디자인이었는데 솔직히 우정 반지 같았어
- 근데 이제 보니 멤버 전체 다 같이 끼고 있는 사진도 있던데 왜 그런 말이 나온 거야?
└ 뭐겠어 여친이랑 커플링이라고 날조하려고 그랬겠지
└ 애초에 멤들 반지 끼고 있는 사진은 가져오지도 않고 걍 대뜸 손에 반지 수상하다고 올리고 다님
- 우정반지를 약지에 끼고 다니다니 선빈이는 진짜 그룹을 너무 사랑함
└ ㅋㅋ그러니까 근데 선빈이는 멤버들 좋아하는 거 평소에도 엄청 티나ㅋㅋㅋ
‘이제 좀 말이 들어가는군.’
이상한 말이 나오는 게 영 거슬렸는데.
이렇게 된 거 라이브도 바로 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반지가 얼마나 소중한 반지인지, 멜로우들도 알았으면 했으니까. 그걸 말로 다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멜로우들은 알아줄 거다.
“우세현, 뭘 보길래 그렇게 웃냐?”
“웃었나?”
“응. 웃었다.”
백은찬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좀 올라가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너 지금 보컬 연습한다고?”
“응. 연습 좀 하다 가려고.”
“그래. 그럼 끝나고 연락해라. 나도 연습실에 좀 있다가 가려고.”
백은찬이 그렇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지는 백은찬을 보며 나 역시 곧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오랜만에 보컬룸에 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연습을 위한 건 아니었다. 잠깐의 만남을 위해서다.
조금 별난 만남.
그렇게 난 언제나처럼 회사 보컬룸 404호실 앞에 섰다. 사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요즘엔 잘 잠들고 있고?”
“요즘엔 그래도 많이 나은 편이에요.”
사자와는 그대로 어느 정도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부작용 때문에.
혹시나 새로운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면 알려달라는 사자의 말도 있었고, 나름대로 완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사자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 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기대를 안 한다는 게 맞았다.
그렇게 쉽게 사라질 부작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웬 반지야?”
사자가 문득 손에 있던 반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멤버들하고 맞춘 반지에요.”
“아, 난 또 무슨 반지인가 했네. 너 액세서리 같은 건 원래 전혀 안 했잖아? 예전에 내가 매개체를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도 극구 사양했으니까.”
그랬었지.
근데 이건 다르니까.
“꽤 예쁜데?”
“알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음, 그래서 이야기를 다시 돌아가 보자면 이제 곧 다시 컴백 준비에 들어간다고?”
“네.”
그리고 이제 슬슬 컴백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바빠지기 시작할 것 같고, 무엇보다 컴백을 하면 무대에 오를 일이 많아진다.
그에 따라 부작용도 따라올 테고.
뭐,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많이 익숙해졌다고 해도 혹여 다른 부작용이 생기면 알려줘. 그래도 정보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해결 방안에 더 근접할 수 있을 테니까.”
“알겠어요.”
그리고 그런 내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사자가 이내 살짝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