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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48화 (348/413)

348화. 2월의 마지막 날

오랜만에 형과 밥을 먹었다.

외식이 아닌 형 집에서.

사실 특별한 날인 만큼 오늘만큼은 좋은 곳에서 밥을 먹고 싶었는데, 형의 완고한 고집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2월 28일.

다름 아닌 형의 생일이었다.

원래 계획은 모처럼의 생일인 만큼 좋은 곳을 예약해서 크게 한턱 쏠 계획이었건만, 예상치 못한 형의 주장으로 인해 그 계획은 완벽하게 무산됐다.

“뭐?”

─ 너 요즘 제일 자신있는 요리 뭐냐고.

그게 생일을 맞아 뭐가 먹고 싶냐는 내 물음에 형이 말한 대답이었다. 요즘 제일 자신있는 요리가 뭐냐는 뜬금없는 물음.

‘요즘 많이 하는 게 뭐가 있더라.’

그렇게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그에 대한 답을 떠올렸다.

“스파게티.”

─ 오케이. 낙점.

그렇게 스파게티를 먹게 되었다.

하지만 밖에서 사 먹는 스파게티가 아니다. 그 스파게티를 만들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난 생일 당일날, 재료를 가지고 형의 집으로 와 직접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그렇게 지금 형과 내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림 파스타가 한 접시씩 놓여 있었다.

“내가 크게 쏘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거 뭐 있어. 자신 있다며.”

“그건 그렇지만, 전문가에는 못 미치는 게 당연하잖아.”

모처럼의 생일이니 형에게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다. 지금껏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 사실 이렇게 생일날 밥을 같이 먹는 일 자체가 흔치 않았다.

“전문가 필요 없어. 난 그냥 내 입맛에 맛있으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말한 형은 이윽고 내가 만든 파스타를 한입 먹었다.

“그래서, 맛은 어떤데.”

“맛있네. 진짜 요즘 자신 있는 요리인가 본데.”

당연하지.

형의 그 갑작스러운 주장 이후 나름 연습 좀 했다. 생일에 맛없는 걸 먹일 순 없으니까.

“생각보다 더 맛있어.”

“생각보다는 뭐야?”

“어째 요리가 볼 때마다 느는 것 같은데, 나한테도 좀 해주는 게 어때?”

“형 시간 되면.”

“그런 거라면 언제든 되지.”

그대로 형이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다시 파스타를 한입 먹었다. 반응을 보니 제대로 부려 먹을 생각인가 보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형의 시선이 문득 어딘가로 집중됐다. 뭘 그렇게 보나 해서 나 역시 그 시선을 따랐다.

그런 형의 시선은 내 손을 향해 있었다.

“그게 그거라고 했었나?”

“뭐가?”

“너 손에 낀 그거. 그룹 반지.”

아, 뭘 보나 했더니.

“응. 우정 반지.”

“디자인 심플한 걸로 잘 골랐네. 불편하진 않고? 원래 액세서리 안 했잖아.”

“이건 금방 익숙해지더라고.”

분명 착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 반지는 어느새 꽤 익숙해졌다. 빼면 조금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로.

“우정 반지, 보기 좋네.”

형이 그렇게 흘러가듯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다시 눈앞의 파스타에 집중했다. 정말로 입에 잘 맞는 모양이었다. 잘 먹는 거 보니 괜히 뿌듯했다.

“형, 근데 그거 진짜지?”

“뭐가?”

“갖고 싶은 거 없다고 했던 말.”

“응. 근데 그건 왜?”

“내가 맘대로 골라서. 선물.”

“뭐?”

그러자 형이 곧 놀란 반응을 보였다.

형은 선물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뭔가를 주고 싶었다.

일단 나도 이제 나름 돈을 버니까.

그런 의미에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난 그대로 준비한 선물을 형에게 건넸다. 그때까지 형은 여전히 이게 뭐냐는 표정이었다.

“뭔데, 이거?”

“향수.”

“향수?”

“형이 맨날 쓰는 그거. 전에 봤더니 얼마 안 남았길래.”

예전부터 형이 잘 쓰던 향수가 하나 있었는데, 그거였다. 브랜드도 알고, 향도 알고, 부족한 것도 아니 그야말로 선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넣었어.”

“그거?”

“손 편지.”

그러자 형이 아까보다 더욱 놀란 듯한 얼굴을 보였다. 어째 반응이 이쪽이 더 큰데?

“손 편지 어딨는데?”

“여기.”

이어서 앞서 말한 손 편지를 건넸다.

그리고 그걸 보는 형의 눈은 내심 정말로 기대감 같은 게 서려 있었다.

[형, 생일 축하해]

“···이게 다야?”

“뭘 더 원하는 건데?”

“난 또 무슨 장문의 편지를 쓴 줄 알았네.”

장문의 편지~?

장문의 편지는 무슨 장문의 편지.

그런 건 어렸을 때도 안 해줬던 거구만.

“꽤 귀여웠는데.”

“언제적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대체.”

“그래도 맘에 들어. 앞으로 이렇게 생일 때마다 손 편지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래봤자 내용은 거의 비슷할걸.”

형 생일 축하해, 범위.

그러자 형이 그대로 낮게 웃었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꽤, 많이.

···그걸 보니 그래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향수도 고맙고. 그리고 내가 준 것도 잘 사용하고 있는 것 같네.”

“응. 잘 사용하고 있어.”

예전에 형이 준 향수를 말하는 거였다. 이에 형이 다시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형은 내가 준 향수와 편지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좋아하는 걸 보고 있으려니 솔직히 좀 많이 뿌듯했다.

형이 많이 웃어서 좋다.

“근데 너 컴백 준비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어. 맞아. 근데 이제 완전 막 시작했어.”

이제 완전 초기 단계였다.

그야말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

하지만 이번 컴백은 상당히 중요하다.

올해 하는 첫 컴백이기도 하지만, 대상을 위한 한 걸음이기도 했으니까.

“날짜가 정확히 언제라고 했지?”

“대충 4월 말쯤.”

“4월···.”

형이 그대로 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던 도중, 찰나의 순간 형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3월.”]

그리고 그러한 형의 생각이 들린 것 역시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어서 형은 곧 아무렇지 않게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4월 말. 그때 동발 있나?”

“어, 일단 내가 알기로는 아직 없어.”

“근데 동발이 있어도 뭐, 윈썸이면 걱정 없을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고. 아무래도 1군 그룹 중에 동발이 있으면 좀 귀찮지.”

“형도 보태줄게.”

동시에 형이 살짝 웃어 보였다.

당연히 스밍은 해줘야지.

솔직히 아예 내가 직접 형 폰으로 돌릴 생각도 있긴 했다.

그 이후로도 식사는 계속되었다.

형은 여전히 기분 좋은 얼굴이었고, 내가 만들어 준 파스타를 남김없이 먹었다.

그리고 그런 형을 보며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생일날을 같이 보내는 건 언제 그렇듯 좋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방금 전 들었던 형의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형을 잠시 멈추게 한 그것.

그것은 바로 3월이라는 달에 원인이 있었다. 정확히는 3월 20일이었다.

3월 20일.

그날은 루트의 데뷔 기념일이었다.

* * *

형의 생일은 그렇게 잔잔하고도 평화롭게 흘러갔다. 물론 밥을 먹은 다음 케이크에 불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와중에 케이크는 가져가서 먹으라는 형의 말에 그래도 한 조각이라도 주고 왔다. 원래 형이 단건 잘 안 먹는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달지 않은 걸로 주문한 거고. 그리고 그렇게 케이크까지 한 입씩 먹은 뒤, 형의 집을 나섰다.

“혼자 간다고?”

“응.”

물론 집을 나설 때 형이 데려다주겠다며 몸을 일으켰지만, 이내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숙소 코앞인데, 뭐.”

“별로 석연치 않은데.”

“뭐가 석연치 않아? 도착하면 연락할게.”

이에 형은 내가 집을 나설 때까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홀로 집을 나섰다.

형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바람이 차가웠다.

내일이면 3월인데도 아직까지 한 겨울마냥 쌀쌀했다.

‘루트의 데뷔일이라.’

루트의 데뷔일인 3월 20일.

이날은 나에게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지난 7년간 이날만 되면 마치 내 데뷔일인 마냥 기분이 좋았었으니까.

형이 데뷔한 날짜이자 루트가 데뷔한 날짜. 그만큼 이 날짜는 나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특별한 것이었다.

3월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물론 형이 루트를 나간 이후로는 이날을 굳이 의식하거나 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예전만큼 큰 의미가 있지 않은 날이라 여겼으니까.

‘그러고 보니 형이 한국에 온 뒤로 처음 맞는 데뷔일인 셈인가.’

어쩌면 그래서 생각이 많아졌을지도 몰랐다. 형도.

‘아, 있다. 광고판.’

그러던 도중,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내가 혼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이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바로 버스 정류장이었다. 정확히는 정류장 근처 광고판.

그곳엔 형의 생일 광고가 하나 걸려 있었다. 2월 28일, 오늘을 축하하는 광고가.

그러한 광고판에는 축하 문구, 날짜와 함께 최근 형의 사진이 커다랗게 담겨 있었다.

[0228 Happy Birthday, Dohyun!]

[도현아, 생일 축하해!]

‘잘 나왔네, 사진.’

보정을 아주 예쁘게 해주신 것 같았다.

형의 생일 때마다 이렇게 형의 생일 광고판을 찾는 게 어렸을 적 내가 했던 나름의 축하 방식이었다.

만나지 못하는 날이 훨씬 많으니 이렇게 광고판을 찾아 축하를 전했다. 광고 사진을 찍어 형에게 보내곤 하며.

매년 형 생일마다, 항상.

형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은 매년 수없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에 나는 그대로 카메라를 들었다. 사실 이건 이미 봤을지도 모르지만.

찰칵!

그렇게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광고판의 사진을 찍어 그대로 형에게 보냈다.

다시금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형의 생일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형이 항상 많은 축하를 받았으면 했다.

형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생일을 보내길 바랐기 때문에.

그리고 난 그 광고판을 흐뭇한 마음으로 조금 더 지켜보다가 이내 다시 발을 옮겼다.

* * *

그렇게 3월을 맞이했다.

본격적인 컴백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앨범은 미니 4집.

여기에 도운이 형은 앨범에 실릴 곡 작업을 위해 작업실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도운이 형은 오늘도 작업실이지?”

“응. 바로 회의 참여한대.”

마찬가지로 차선빈 역시 작사에 힘을 주고 있었고. 그리고 앞으로 있을 윈썸 팀의 앨범 기획에도 참여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도의 스케줄도 존재했다.

이를테면 얼마 뒤에 있을 해외 인터뷰.

너튜브 채널을 통한 인터뷰인데, 영어로 진행되는 간단한 그룹 인터뷰였다.

그리고 오늘은 앨범 관련 회의를 위해 회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꽤 좋았다.

하지만 정작 밖으로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양 추운 한파가 불어올 터였다. 그래도 햇빛이 좋으니 기분은 좋았다.

이어서 신호에 걸린 벤이 그대로 부드럽게 정차했다. 동시에 시선이 창밖에 보이는 건물로 향했다.

창밖 너머론 유독 혼자 높게 솟은 건물이 눈에 띄게 위치하고 있었다.

‘어, 뭐야.’

그런데 그때, 우연히 그 건물에 붙어 있던 광고판 하나가 시야에 걸렸다. 무언가를 축하하는 듯 요란한 광고판 하나가.

그리고 해당 광고판의 주인공은 내게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었다. 동시에 나는 눈을 조금 더 가늘게 떴다.

애초에 낯설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건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봐왔던 인물 중 하나니까.

[주건후의 전역을 축하합니다!]

그건 바로 루트 멤버 중 한 명인 주건후의 전역을 축하하는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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