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화. 혹시 재결합 가능하나?
- 드디어 전역한다 주건후
- (축) 우리 건후 전역 (축)
- 모야 주건후 드디어 전역해?
- 건후야 건후야 내가 ㅈㄴ 기다렸어
루트 멤버 중 한 사람, 주건후가 전역했다. 약 1년 9개월의 공익 복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 [HOT!] 마침내 전역한 주건후 별스타그램 [432]
그리고 그것을 알리듯 여기저기서 주건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넘치고 있었다. 주건후가 전역했다는 걸 모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권해진 때도 그랬지만.
‘벌써 그렇게 됐나.’
분명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처음 입대했을 당시에도 한동안 주건후의 이름이 커뮤니티에 쏟아졌던 터라 그때도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주건후는 권해진보다 한 살 연하의 루트의 둘째 멤버였다. 포지션은 리드 보컬. 신도하와 함께 주 보컬 포지션을 맡았다.
여기에 춤도 빠지지 않아 올라운더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고.
‘예전에 어땠었더라.’
어렸을 적, 주건후와도 당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방송적인 이미지는 다소 조용한 이미지의 멤버였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그래서 RA 엔터에서도 그 이미지를 계속해서 고수해갔던 걸로 기억한다.
평소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날아다니는 멤버. 반응이 없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실제 성격은···.’
그 순간, 주건후와 만났던 순간을 잠시 떠올렸다. 어렸을 적 마주쳤던 그 얼굴이 그대로 떠올랐다.
···얼굴은 확실히 형이 잘생기긴 했다.
결정적으로 주건후는 그 멤버이기도 했다.
형이 루트를 나간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멤버. 형이 팀은 나간 시점은 다름 아닌 주건후의 또 다른 사업 소식을 알게 된 시점과 일치했다.
일명 사업 멤버다.
그것도 쓸데없이 사업을 벌이는 멤버.
물론 형이 루트를 나가게 된 것에 그 이유가 전부라 할 순 없지만, 큰 계기가 됐던 건 맞았다.
그 이후로 루트는 5인조에서 4인조가 됐고, 지금은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까.
‘루트가···모이는 건가.’
주건후가 전역했으니 분명 지난번 권해진 때처럼 한 번쯤은 만날 거라 예상됐다.
만나는 건 상관없지만, 지난번처럼 쓸데없는 기사는 나지 않았으면 했다. 형이 엮이는.
‘···설마 뭉치려나.’
사실 주건후까지 전역을 한 지금, 그룹으로 뭉치기엔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모일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껏 만나본 멤버들을 생각해보면···.
사실 루트는 어디까지나 잠정적 해체였다. 다시 말해 모일 의지가 있다면, 멤버들이 그러고자 한다면 모이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루트의 연장 2년 계약이 끝난 이후, 마지막으로 권해진이 했던 말도 그거였으니까.
‘비록 소속사는 달라도 우리 루트는 해체가 아닌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그게 당시 권해진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한동안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 루트 그럼 혹시 재결합 가능하나?
아니나 다를까, 그 얘기도 당연히 나오고 있었다. 루트의 재결합은 심심찮게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 많이들 주목하고 있는 화제였다.
이전에 권해진이 제대했을 때도 마치 연례행사처럼 기사가 나왔으니.
여기에 그 재결합이 4인이냐 5인이냐는 재결합 인원에 대한 논쟁이 종종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래도 루트의 전성기는 5인 체제 시절이고, 기간으로만 따져봐도 4인 체제는 고작 2년에 불과했다.
‘그래도 역시 가능성 없지 않나.’
정작 멤버들은 생각이 없어 보이니.
원래 재결합이란 건,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멤버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의지라.’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문득 신도하가 떠올랐다. 루트를 소중하다고 말하던 신도하가.
그때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당시의 신도하의 표정, 생각.
그 모든 것에 거짓은 없었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건가.’
재결합을 바라는 멤버가 있었다.
함께 무대에 서기를 희망하는 멤버가.
그렇다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지는 않다는 거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옆 좌석의 백은찬이 물어왔다.
“내내 창밖만 보고 있네.”
“오늘 날씨가 좋아서.”
“날씨? 그렇네. 좋긴 하네.”
그대로 백은찬이 창밖을 힐긋 쳐다봤다. 그리고선 다시 게임에 집중한다.
그렇지만 앞선 문제는 내가 관여할 것도 굳이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형하고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형만 엮이지 않는다면,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 분명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문득 지난번 신도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씁쓸하게 웃던 그 얼굴이.
이어서 신호가 다시 바뀌며 멈춰 있던 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창밖의 풍경도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물에 붙어 있는 주건후의 전역 축하 광고는 그때까지도 크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광고가 시야에서 점차 멀어져갔다.
* * *
그리고 얼마 뒤, 해외 인터뷰 촬영을 위해 아침 일찍 촬영장으로 향했다.
오늘 있을 해외 인터뷰는 서울에 있는 어느 스튜디오 촬영장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윈썸. 윈썸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팬 분들이 많으신데 다음 앨범의 계획, 간략하게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앨범은 항상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매번 작업을 하고 있고, 항상 어떻게 하면 멜로우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 드릴지 멤버 모두 함께 고민하죠.)”
차선빈이 차분한 모습으로 답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곧일 수도 있고요.)”
?
어, 잠깐만.
이거 지금 스포 아닌가?
차선빈의 덤덤한 그 말에 잠깐이지만 조금 놀랐다. 물론 놀란 것을 들키지 않도록 표정 관리는 어느 정도 했다.
다음 앨범에 관한 질문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들어오는 고정 질문 중 하나였다.
앞서 말한 대로 앨범 준비는 항상 하고 있는 거니 그렇게 말했지만, 본격적으로 날짜를 잡았다는 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러니 차선빈의 방금 전 대답은 앨범이 정말 곧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스포하는 셈이었다.
“(오, 이제 곧이 될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인터뷰어는 이러한 말을 놓치지 않았다.
“맞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빨리 만나보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백은찬이 덩달아 맞장구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아이컨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시기가 좀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아직 녹음도 들어가기 전인데.
하지만 간만에 나오는 앨범이라 그런지 컴백 일정이 잡혔다는 것만으로도 멤버들이 상당히 신이 나 있는 듯했다.
아마도 앨범 발매가 코앞이었더라면, 정말로 스포가 될만한 뭔가를 터뜨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텐션이 좋았다.
물론 그러한 멤버들의 돌발 행동에 잔뜩 당황한 멤버도 있었다. 우리 리더였다.
“빨리 찾아가겠습니다!”
“저희는 언제나 빨리 가고 있죠. 하하.”
“진짜로 곧 찾아가요!”
“그렇죠. 곧. 언젠가 곧! 하하.”
도운이 형이 열심히 미소를 지어가며 변론했다. 앞에 있던 매니저 형 역시 마찬가지로 한껏 당황한 얼굴이었다.
“(이건 정말 희소식이네요. 정말로 곧 만날 수 있다, 이거죠?)”
그와 동시에 인터뷰어와 시선이 마주했다.
그리고 난 그대로 웃으며 대답했다.
“네. 기대해주세요.”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멤버들의 반응이 즉각 따라왔다. 내가 말을 얹을 거라곤 예상 못 했는지 놀라면서도 히죽거리기 바빴다.
사실 스포같은 건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긴 한데, 지금은 그냥 나도 말을 얹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향해 그대로 뻔뻔하게 미소 지었다.
“저희가 금방 찾아가겠습니다.”
* * *
인터뷰가 끝나자 그대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렇지만 이 뒤로는 곧바로 앨범 준비를 위해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만 했다.
“야, 아까 진짜 놀랐다.”
“뭐가?”
“앨범 관련 이야기했던 거.”
“아, 그거.”
좀 충동적이긴 했는데.
그렇게 놀랄 일인가.
“넌 당연히 말릴 줄 알았는데. 결국 말리는 건 도운이 형밖에 없었지. 질문 듣는 순간 입이 간질간질했는데, 차선빈이 그렇게 스타트를 끊을 줄이야!”
“안지호도 있었잖아.”
“안지호는 표정으로 이미 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랬었나.
뒤에 있던 터라 표정까진 못 봤다.
아무튼 멤버들은 상당히, 굉장히, 아주 신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직 큰 그림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나서 스포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뭐 별거 없었으니까.
회사에서도 뭐라고 하진 않을 터였다.
“어이고!”
그런데 그때, 옆을 지나던 스텝이 잠시 몸을 휘청했다. 동시에 들고 있던 소품 중 일부가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춤췄다.
그리고 나는 눈앞에서 춤추는 소품을 빠르게 손으로 잡아 진정시켰다.
다행히 늦지 않았던 건지 스텝의 품에 있던 소품들은 바닥에 추락하는 일 없이 얌전히 제 자리를 지켰다.
“괜찮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세현 씨. 밑에 턱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갔네요.”
그대로 스텝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이에 나 역시 스텝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 우세현. 순발력~ 턱이 좀 높긴 높다.”
“안 떨어져서 다행이지.”
“반사 신경이 엄청나던데. 너 은근 운동 신경 있다니까.”
그렇게까진 아니고.
이번 건 그냥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었다.
“어, 근데 너 손이 까맣다?”
“뭐?”
곧바로 백은찬이 내 오른손을 가리켰다.
그리고 손을 펼치니 정말로 손바닥이 조금 까맣다. 방금 전 소품을 잡는 과정에서 손에 뭐가 묻은 것 같았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래. 얼른 가서 씻고 와. 보니까 밖에 있는 것 같더라.”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건물 화장실은 스튜디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근데 이거 먼지인가.’
어째 까만 게 털어도 잘 지워 지지가 않았다. 의상에 묻지 않은 게 다행이군.
그리고 그렇게 화장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순간적으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와 마주쳤다.
그리고 마주쳤다. 시선이.
‘아.’
그렇게 마주친 얼굴에 순간 걷던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정말로 익숙한 얼굴.
동시에 상대 역시 나를 알아본 건지 이내 걸음을 멈췄다.
주건후였다.
* * *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는 다름 아닌 주건후였다. 당황스러웠다.
활동을 하면서 한 번쯤 마주치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렇게 빠르게 만나게 될 줄은 예상 못 했다.
‘주건후가 여긴 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하지만 굳이 당황한 티는 내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조용히 주건후를 응시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주건후 역시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한 채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제껏 루트 멤버들을 숱하게 만나왔지만, 그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건 여전했다.
혹여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은···아니, 당연히 없겠지. 걸음을 멈춘 걸 보면.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주건후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어떠한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일단···고개를 숙여야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렇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어디까지나 얼굴을 아는 연예계 선배에게 하는 인사. 다시 생각해보면 이대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건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안녕. 많이 컸네.”
방송 이미지와 같은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어조였다. 그렇게 주건후는 나를 보며 인사했다.
“이렇게 컸을 줄은 몰랐는데. 어렸을 때랑 별로 변한 게 없어.”
동시에 주건후가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상당히 노골적인 시선이었다.
“그래. 잘 있지?”
그리고 그때, 주건후가 뜬금없이 나를 향해 물었다. 동시에 그런 주건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네 그 재수 없는 형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