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61화 (361/413)

361화. 느낌이 쎄한데.

이윽고 차선빈의 녹음이 끝났다.

그동안에 녹음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었다.

“선빈 씨, 아주 좋았어요.”

“완전 잘했어. 역시 선빈이네.”

그런 도운이 형의 말에 차선빈이 그대로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땐, 녹음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닌 듯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차선빈은 여전히 문득 생각에 잠긴 표정을 보이곤 했으니까.

그리고 녹음을 끝낸 차선빈이 곧바로 나와 안지호에게로 다가왔다.

“세현아, 다음 차례지?”

“응. 그보다 무슨 일인데?”

“어?”

그러자 차선빈이 놀란 얼굴을 보였다. 마치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반응이다. 반응을 보니 역시 뭐가 있긴 했던 모양이다.

“혹시 어디 불편했어? 아프다던가.”

“아니, 그런 건 아니었어.”

그렇다면 일단 다행이었다.

혹시 어디가 안 좋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됐었는데. 차선빈은 어디가 안 좋아도 티를 내지 않으려 하니까.

“그럼 뭐 다른 게 있었어?”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이 그대로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가 들렸어.”

“소리?”

“듣고 있던 헤드셋으로 뭔가 소리가 이상한 노이즈 같은 게 섞였거든.”

이상한 노이즈?

이상한 노이즈라니, 그게 무슨···.

“귀신 소리 같은 거?”

그 순간, 안지호가 불쑥 말했다.

“···뭐?”

“귀신. 보통 그렇지 않나?”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귀신이라니?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한 안지호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런 엄청난 말을 던져놓고!

“걱정하지 마, 세현아. 귀신은 아닐 거야.”

“···아, 응. 그렇겠지?”

“응.”

“정황상 딱 귀신인데.”

“······.”

와중에 안지호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자, 우리.

“농담이다. 귀신은 무슨 귀신이냐? 뭘 그런 걸 믿어.”

“···아까는 귀신이라며.”

“그냥 하는 말이지. 단순히 기기 오류 같은 거겠지. 아니면 그냥 노이즈가 일시적으로 크게 섞인 것뿐일 수도 있고.”

그리고 나는 그런 안지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차선빈을 바라봤다.

“응. 맞아. 그런 것 같아.”

그렇게 차선빈이 곧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겠지?

내가 절대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혹시나 해서 그런 것뿐이다. 혹시나 해서.

그동안 본 게 좀 많았어야지.

“세현아, 다음 차례.”

동시에 도운이 형이 나를 불렀다.

이제 내가 녹음을 할 차례였다.

그리고 곧바로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 부스로 향했다. 묘하게 찜찜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별거 아닐 거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에요. 일은요.”

그런 도운이 형의 물음에 그대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길로 녹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간 녹음 부스는 그저 한산했다.

근데 또 묘하게 오늘따라 그 한산함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그저 심리적인 걸 거다.

괜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걸려 있던 헤드셋을 착용한 뒤, 그렇게 잠깐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녹음 부스 너머로는 도운이 형과 프로듀서님, 엔지니어 분, 그리고 그 뒤로 앉아 있는 안지호와 차선빈이 보였다.

“자, 그럼 세현아. 곧바로 시작할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녹음이 시작됐다.

녹음이 시작되자 그대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잡생각들이 전부 사라졌다.

그저 노래에만 집중했다.

‘역시 멜로디 좋아.’

지금 녹음하는 수록곡은 ‘마인드맵 (Mind map)’이라는 곡이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으로, 너를 중심으로 생각이 마치 그림처럼 뻗어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마인드맵’은 내가 수록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데, 예쁜 곡인 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 기대가 됐다.

“좋다, 세현아!”

도운이 형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는 그대로 살짝 웃어 보였다.

녹음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리고 예정된 녹음을 절반 정도 지났을 때, 잠시 쓰고 있던 헤드셋을 고쳐 썼다.

이어서 다시 나오는 음악.

- 지지지지지직!

···어?

“왜 그래?”

“어, 아뇨. 죄송해요.”

“괜찮아, 다시 한번 갈게.”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음악.

동시에 같은 부분에서 다시 들려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 지지지지지직!

노이즈.

이상한 노이즈였다.

기분이 나쁘면서도 이상한···노이즈.

- 지지지지지직!

순간 그대로 섬뜩해졌다.

* * *

이상한 노이즈가 들렸다.

일반적인 노이즈와는 확연히 달랐다.

정말로···뭔가 이상했다.

‘설마 이거 진짜로···.’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생각의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갔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그런데, 그러니까 그거.

초자연적 현상.

사실 이건 흔히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녹음실에서 귀신을 봤다거나 소리를 들었거나 한 일.

건너 건너 이따금 들었던 이야기였다. 심지어 어렸을 때 형이 이야기해준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땐 절대 안 믿었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지금은 조금 믿을지도 모르겠다.

- 지지지지직!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다시 한번 들려왔다. 그 기묘한 소리가. 한 치도 오차도 없이 똑같이, 선명하게.

“···아.”

이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멈췄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녹음 부스의 전등이 깜빡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운이 형 역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동시에 느낌이 왔다. 이거, 그냥 깜빡이는 게 아니구나 싶은 거.

그리고 그게 맞았는지 한번 깜빡이기 시작한 전등은 쉽게 그 깜빡임을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불이 왜 이러지?”

“형, 이거 일단 나오게 하죠.”

뒤에 있던 안지호가 말했다.

깜빡거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은 게 이대로 멈추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대로 꺼져버릴 것 같은 깜빡임이었다.

“그러는 게 낫겠다. 세현아, 나올래?”

이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깜빡거림이 지속되는 탓에 아무래도 잠시 녹음을 멈춰야 할 것 같았다.

‘···느낌이 어째 쎄한데.’

이거 정말로 뭐라도 있는 느낌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싸함이 어째서인지 낯설지 않았다.

‘근데 녹음실에서 이런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면, 지금껏 녹음하면서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보컬룸이고 연습실에서건 마주한 적은 있었지만.

‘···흔히 이러면 대박 난다고 하지 않나.’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통 녹음실에서 뭘 보면 대박이 난다던데.

그게 진짜라면 귀신이건 뭐건 상관없었다. 일단 우리가 노래가 대박이 나는 게 중요하지.

그리고 그렇게 밖으로 나가려 녹음 부스의 문고리를 잡았는데, 그 순간 느껴지는 무언가에 나는 그대로 잡은 손을 멈췄다.

‘···아.’

문이 열리지 않았다.

* * *

- 철컥! 철컥!

이내 그대로 조금 더 힘을 주어 문고리를 돌려봤으나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꾹 닫혀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한숨을 한번 내쉰 뒤, 밖에 있는 도운이 형을 향해 말했다.

“···형, 이거 안 열리는데요.”

“뭐?”

그러자 도운이 형이 놀란 얼굴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마찬가지로 녹음 부스의 손잡이를 밖에서 여러 번 당겼다.

- 철컥! 철컥!

“···정말로 안 열려. 이거 사람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와중에 갇힌 꼴이 됐다.

일이 귀찮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앞서 한 우려가 합리적인 의심이 되는 거···.

“형, 잠깐 비켜주세요.”

그런데 그때, 뒤에 앉아 있던 차선빈이 녹음 부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선 그대로 문고리를 잡더니 이내 강하게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

- 덜컹!

엄청난 소리였다.

소리만 들어도 지금 어마어마한 힘으로 문을 당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거 이러다가 문이 부서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차선빈이 한 번 더 강하게 문을 당기는 순간,

- 덜컹! 끼익!

“열렸다!”

그 순간, 정말로 문이 열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로 활짝.

“세현아.”

그리고 그렇게 문이 열리면서 곧장 눈앞으로 차선빈의 얼굴이 보였다. 예기치 못한 그 상황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진짜로 열릴 줄이야.

“세현아, 이리로 와.”

“어, 아. 그래.”

그리고 난 그런 차선빈을 따라 곧장 녹음 부스 밖으로 나갔다. 정말이지 힘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이어서 도운이 형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에 사람을 불러오겠다며 나갔고, 그렇게 잠시 녹음을 중단했다.

여기에 아까까지만 해도 깜빡이던 전등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정황상 찜찜함을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는 차선빈을 따라 녹음실 뒤에 있던 대기 의자에 앉았다. 그런 내 옆에는 차선빈과 안지호가 앉아 있었다.

“고마워, 선빈아.”

“응. 다행이야.”

그렇게 차선빈이 살짝 미소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굳어있던 표정도 이제는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넌 어떻게 그걸 힘으로 열었냐.”

“그냥 있는 힘껏 당겨봤어. 세현이 거기 혼자 둘 순 없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놀랄 일이긴 했다.

근데 이게 정말 심령 현상과 관련된 일이라면, 이거 진짜로 엄청난 일 아닌가.

“그래선 안 되지만, 혹시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도 내가 열어줄게.”

“응. 고마워.”

그래도 그 말은 꽤 든든했다.

꽤 많이.

“아니면 같이 들어가도 돼.”

같이 들어가기엔 니가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앞으로 남은 녹음이 한참인데. 여기에 앉아서 대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어쨌건 이게 정말 심령 현상과 관련된 거라면 그때는 내가 먼저 잡아서 내리쳐야겠다. 혹여 멤버들이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그래도 몇 번 부딪혀 본 적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다.

그리고 이내 도운이 형이 사람을 불러왔다. 하지만 확인 결과, 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멀쩡한데요?”

열고 닫는 것은 물론, 잠금과 해제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작동했다. 여기에 전등 또한 마찬가지로 멀쩡했다.

그리고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이후, 그대로 다시 녹음을 재개할 준비를 했다. 당연하게 녹음에 들어갈 건 나였다.

아직 녹음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었으니.

그래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그 순간 옆에 있던 안지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먼저 할게요. 녹음.”

뭐?

그 말에 나는 그대로 빠르게 옆에 있던 안지호를 쳐다봤다.

“왜 니가 먼저 해?”

“순서 딱히 중요하진 않잖아.”

“그건 그런데, 굳이 먼저 안 해도···.”

“빨리하고 빨리 가려고 그러는데. 형, 저 먼저 해도 상관없죠?”

“그래, 그럼 지호 먼저 해.”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더니 이윽고 안지호가 먼저 녹음에 들어가게 됐다.

‘안지호, 보내기 불안한데···.’

혹시 또다시 그런 현상이 반복될까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찜찜한 감이 있어서.

그럴 바엔 그냥 내가 들어가는 게 낫고.

“왜?”

“그냥 내가 먼저 들어갈게. 원래 내 순서잖아.”

“이미 오케이 났다. 순서 바뀌어서 넌 발언권 없어.”

그러더니 그대로 녹음 부스를 향해 가버린다. 하지만 여전히 보내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안지호가 잠깐 걸음을 멈춰서더니 이내 나를 향해 말했다.

“걱정마라. 나 기쎄다.”

“뭐?”

그리고는 그대로 피식 한번 웃는다.

“뭣 하면 나 하는 거 열심히 봐주던가.”

그리고 안지호는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그대로 부스 안으로 향했다. 열심히 봐주는 거야 당연한 건데···.

그렇게 안지호가 녹음하는 모습을 한동안 차선빈과 함께 지켜봤다.

여전히 조마조마했지만, 정말로 그사이 아까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 지호는 녹음 끝!”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다행히 끝날 때까지 아무런 탈 없이 녹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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