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화. 이제 곧 머지 않았다
“숙취는?”
“조금 있었는데, 괜찮아.”
“앞으로 와인은 마시지 마.”
그런 형의 말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있던 숙취도 안지호의 콩나물국 덕인지 금방 가라앉았다.
“형은? 그날 많이 마셨어?”
“별로 그렇게 안 마셨어.”
“···자리는? 괜찮았고?”
신도하와 대화는 잘했냐는 걸 내포한 질문이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진 않았을 것 같아서.
“대충.”
정말로 대충 대답하는 모양새였다.
그렇다면, 역시 이야기가 나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 모양인데? 어쩌면 사이가 이전보다 나아진 걸지도 몰랐다.
“근데 그 자식은 안 돼.”
“뭐?”
“그 자식이랑 교류 안 된다고. 쓸모없어. 안 돼.”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뭐야, 사이가 좀 괜찮아진 거 아니었나. 왠지 이전보다 훨씬 더 정색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안 돼. 안 된다고. 안 된다고 했어.”
“···알겠어.”
와중에 세 번씩이나 말하고 있어 그냥 알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얘길 했길래 이래.
사이가 또 그렇게 마냥 좋아진 건 아닌가 보다.
그리고 조금 뒤, 나는 그대로 옆에 두었던 모자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응. 안무 연습.”
오늘은 안무 연습이 있었다.
잠깐 시간 내서 온 거고. 컴백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그렇게 모자를 쓰려는데, 그 순간 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형을 바라보자 이내 나를 향해 씨익 한번 웃는다.
“잘 어울린다. 머리색.”
어, 그런가?
그런 형의 칭찬에 나는 머리를 조금 매만졌다. 아직 염색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머리였다.
이번 컴백을 위한 머리.
그리고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계속 머리만 만져댔다.
* * *
점점 더 날이 풀리고 본격적인 봄이 다가오면서 점차 우리의 컴백일도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깜짝 라이브 하나가 잡혀 있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정말로 깜짝 라이브.
언제나처럼 안무 연습을 끝낸 뒤, 멤버들과 함께 라이브를 켰다. 멜로우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C-LIVE] : 몰래 왔어용 멜로우 (하트)
* * *
“라이브다!”
갑작스럽게 온 윈썸의 깜짝 라이브.
그 라이브 표시를 확인한 장수연은 빠르게 IN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팬클럽 어플인 ‘Connect’에 접속했다.
이번에 IN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새로운 어플 기능으로 라이브 기능을 추가했다.
그에 따라 이제는 G-LIVE가 아닌 팬클럽 공식 어플을 통해 라이브를 진행하게 됐다.
그렇게 장수연은 허겁지겁 라이브 앱에 접속했다. 단 1분도 놓치기 아까운 시간이었기에.
[안녕하세요, 멜로우!]
접속한 화면에 이윽고 멤버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컴백 직전이었기에 멤버들은 모두 저마다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와, 정말 머리색이 하나도 안 보여.”
정말로 숨길 것을 작정했다는 듯 저마다 머리들을 꽁꽁 감추고 있었다.
- 애들 머리 감춘 것 봐ㅠ 이렇게 보니 진짜 컴백 실감 난다
- 은찬이는 사알짝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 머리색 걍 똑같은 멤도 있는 것 같은데?
- 이번 앨범 스포 좀 해주라ㅠㅠ
[은찬 : 저희가 사실 오늘 여기 왜 왔죠?]
[하람 : 안무 연습을 위해서 왔죠. 안무 연습하다가 멜로우 생각나서 잠깐 들렸어요!]
[은찬 : 근데 왜들 그렇게 모자를 쓰고 계시죠?]
백은찬이 능청스러운 얼굴로 옆에 있던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물론 그런 백은찬도 모자를 쓰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은찬 : 근데 세현 씨. 후드가 너무 예쁜데요?]
[세현 : 너가 준 거잖아.]
[은찬 : 아니, 난 그냥 후드가 너무 예뻐서~]
- 세현이 애착 후드잖아 저거ㅋㅋㅋㅋ
- 오늘도 역시 언급하는 세현이의 후드
- 은찬이 은근 슬쩍 맨날 얘기하는 거 넘 귀여워 맨날 입고 다니는 세현이도 ㄱㅇㅇ
우세현은 오늘 파란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다. 재작년 생일, 백은찬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은찬 : 그래서 다시 머리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건 좀 스포인데 사실 이번에 세현이 머리색이 좀 예뻐요. 그래서 다들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선빈 : 맞아요. 예뻐요.]
동시에 모든 멤버들의 시선이 그대로 우세현에게로 향하자 이내 우세현이 살짝 민망하다는 듯 작게 미소 지었다.
“세현이 머리색이 예쁘다고?”
이에 장수연을 곧바로 화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가까이해도 보이는 건 없었다.
- 무슨 색이길래 ㅠㅠ 너무 궁금함
- 실수인 척 살짝 벗어주면 안 될까ㅠ
- 세현이가 한번도 안 했던 머리색인가? 궁금해 죽겠다ㅜ
[하람 :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앨범 스포 하나씩 어때요!]
[도운 : 갑자기?]
[은찬 : 이 형 너무 놀라는데? 아, 잠깐. 그 전에 그거 하나 짚고 가자!]
그런데 그때, 백은찬이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은찬 : 이번 앨범 곡들이 엄청 좋거든요? 정말 좋아요. 근데 녹음하다가 엄청난 일이 하나 있었어요. 자, 말씀해주시죠.]
[선빈 : 어, 내가?]
[은찬 : 이런 건 원래 당사자가 말하는 거지.]
그렇게 백은찬은 차선빈에게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넘겼다.
- 뭐지? 무슨 일?
- 녹음하다가 뭔 에피소드가 있었나?
- 은찬이 표정보니 재밌는 일이었나봄
그리고 그렇게 멜로우들이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한껏 집중을 하고 있는 도중, 이윽고 차선빈이 입을 열었다.
[선빈 : ···무슨 일이 있었지?]
- ㅋㅋㅋㅋ아니ㅋㅋㅋ선빈이는 기억 못하는 거냐고ㅋㅋㅋㅋㅋ
- 무슨 에피소드가 있긴 있었는데 선빈이는 잊고 있었나봐ㅋㅋㅋㅋㅋ
- 옆에서 은찬이 놀라는 표정 봐ㅋㅋㅋㅋ
[도운 : 왜,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거···.]
[은찬 : 이상한 소리. 그거 들렸던 거.]
그러자 차선빈이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빈 : 이상한 소리가 들렸거든요. 녹음하면서.]
[하람 : 아니에요. 그거 백프로 귀신 소리!]
[은찬 : 녹음하다가 귀신 만났대요!]
- 잠만 귀신이라고? ㄹㅇ?
- 어 뭐라고 진짜? 진짜 귀신? 그 귀신?
- 선빈이가 말하면...찐인데.....?
“오, 귀신?”
그리고 장수연은 앞서 나온 귀신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귀를 기울였다.
[은찬 : 세현이도 봤대요!]
[세현 : 본 건 아닌데, 그냥 좀 묘한 소리가 들리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하람 : 목격자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끼리 이거 진짜 대박 나는 거 아니냐고 막 그랬어요!]
그리고 그 에피소드에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신이 난 모습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윤도운은 혼자 조용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살짝 사색이 된 얼굴로.
- 도운이는 무서운가봐 ㄱㅇㅇ
- 도운이는 이런 거 무서워하잖아ㅋㅋㅋ
- 얘두라 맏형은 떨고 있어ㅋㅋㅋㅋㅋㅋ
“도운이 이런 거 무서워하지.”
이내 장수연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장수연의 시선이 우세현에게로 향했다.
‘세현이도 이런 거 은근 무서워하는데.’
덤덤해 보이지만, 평소 이런 이야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세현은 이전보다 다소 뻣뻣해진 움직임으로 앞에 있던 커피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귀여워!”
장수연은 다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우리 애들 진짜 대박 나려나?
- 귀신이라니ㅋㅋㅋㅋ근데 말한 사람이 선빈, 세현이라서 왠지 진짜인 것 같음
- 지금도 뒤에 있는 것 같은데?
[은찬 : 지금도 뒤에 있다고 하시는데?]
[하람 : 있다고요? 아, 근데 지금 있으면 안 되죠. 녹음실에 있어야 해요.]
[도운 : 어디든 있으면 안 돼···.]
[세현 : (여전히 커피 마시는 중)]
어느새 커피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람 : 아, 그것보다 스포요. 스포. 우리 스포 하나씩 하기로 했잖아요!]
[은찬 : 아, 스포. 그래, 하자. 누구부터 할까? 지호부터?]
[지호 : 진짜로 하는 거야?]
[은찬 : 그럼. 진짜로 하는 거지.]
[도운 : 그럼 한 명씩 말고 지호가 대표해서 큰 거 하나 날리자.]
[은찬 : 진짜 그래도 돼요? 형?]
[도운 :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동시에 멤버들이 마치 미어캣 마냥 앞에 있는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 결과, 최종 스포는 앞서 말한 대로 안지호의 몫으로 돌아갔다.
[도운 : 그, 너무 큰 건 좀 그렇고···.]
[은찬 : 큰 거! 큰 거!]
그리고 그런 주변의 성화에 안지호는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주저 없이 말했다.
[지호 : 지금 날씨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말에 멤버들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놀란 얼굴을 보였다.
- 지금 날씨? 지금 날씨에 어울리는 게 뭐지? 혹시 봄봄한 곡인가?
- 그럼 청량 쪽인가? 밝은 쪽 같은데?
- 뭐든 좋아ㅠㅠ 뭐든 나와만 주라ㅠㅠ
- 내심 까리한 걸 원했던 나ㅎ
“청량 쪽인가······.”
지금 날씨에 잘 어울린다면, 아무래도 청량 쪽일 확률이 높았다. 청량, 청량도 좋지. 우리 애들이 또 청량이 주특기니까.
그리고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댓글에도 역시 ‘청량’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보였다.
[은찬 : 과연 정말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멜로우가 직접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이와 같은 반응들이 멤버들은 그저 실실 웃는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이어지는 라이브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중간엔 멤버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우정 반지만 10분 넘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날 라이브는 30분이 조금 넘어 끝이 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본격적인 앨범 프로모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컨셉 포토가 공개되는 순간, 장수연은 가히 그대로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 * *
컴백을 위한 준비는 여전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것과 별개로 또 다른 행보가 눈에 띄었다.
그건 바로 체이스의 컴백이었다.
- [공식] 체이스 미니 앨범 ‘The speed’, 일주일 초동 175만장 판매!···부동의 음반 강자 면모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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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이스는 새 미니 앨범으로 컴백을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다양한 기록 행진 중이었다.
초동 175만장이라는 기록과 더불어 빌보드 200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음원 순위도 지난 앨범에 비해 더욱 상승했다.
- 초동 175만장 ㄷㄷ 체이스 지난 초동이 몇이었어?
└ 105만장
└ 반년만에 한번에 뛰었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그동안 해외 팬들 엄청 끌어 모았나봄 해외 차트 대부분 상승했더라
- 체이스 음원은 어느 정도해? 일간 들지?
└ ㅇㅇ 일간은 든지 꽤 됐고 월간 노리고 있는데 왠지 이번에 될 듯?
└ 아직 몰라 음원 나온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는데
└ 자몽 차트 찾아보니까 지금 54위던데 이 정도면 그래도 될 것 같은데
- 체이스 해외에서 인기 많은 건 알겠는데 국내에서도 체이스가 탑이야?
└ ㅇㅇ 국내도 탑이지
└└ 뭔소리야 국내 탑은 따로 있는데
└ 일단 탑은 아님
└ 체이스도 탑이 맞긴 하지 일단 음원 순위를 봐 이번 노래 솔직히 이지리스닝도 아닌데 저 음원 순위면 ㅋㅋ..
└ 국내 탑은 윈썸임
체이스의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다소 컨셉츄얼한 곡이었다. 이지리스닝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체이스의 눈에 띄는 성적 상승은 보는 이들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체이스의 성장은 내 눈에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였다.
‘일단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런 체이스의 성장세에 밀리지 않으려면 우리 역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야만 했다.
물론 목표는 체이스가 아니다.
체이스의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 더 위를 목표로 해야 한다.
현재는 4월 중순.
우리의 컴백일은 예정대로 4월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체이스와는 대략 2주 정도 차이가 난다.
‘초동 175만장이라.’
이렇게 직접적인 수치를 보니 새삼 이게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체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게 RA 엔터의 최고 기록은 아니었다.
RA 엔터의 음반 판매량 기록은 아직까지 루트가 가지고 있었다. 대충 200만장 이상인 건 확실하다.
그에 비해 IN 엔터의 기록은 현재 우리가 갱신 중이었다.
- 윈썸은 언제 컴백이야?
└ 4월 말 이제 얼마 안 남음
그리고 이제 정말 컴백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