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70화 (370/413)

370화. 진짜 장난 아니다

이제 활동 3주차를 맞이하는 체이스와 1위 후보로 또다시 맞붙게 되었다.

사실 체이스 역시 금요일 컴백을 했으니 시간상으로 따지면 엄연히 2주차 음악방송인 셈이다.

어쨌든 그런 체이스와 맞붙게 된 시점. 현실적으로 보자면, 1위를 하기엔 우리 쪽 여건이 좀 더 안 좋았다.

일단 저쪽은 월요일부터 지난주 성적이 차트에 풀 반영되었다. 그에 비해 우리 성적은 오로지 3일 치만 반영.

그러니 체이스의 입장에선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1위 수상을.

그리고 만약 오늘 수상을 하게 된다면 체이스는 이번 앨범 기준으로 2주차 음악방송을 먹는 거고.

첫 주엔 마찬가지로 3일 치 반영 성적으로 1위를 하지 못했고, 지난주가 첫 수상의 시작이었다.

그리니 당연하게도 이번 주 1위 역시 노리고 있을 테고.

3주 차라고 하나 음원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편이었고, 음반의 경우 2주차에 발매된 새로운 버전으로 인해 화력이 어느 정도 유지됐다.

“와, 문자 투표 앞섰어!”

하지만 그 길이 마냥 그렇게 순탄치는 않을 듯했다. 일단 방금 나온 문자 투표의 결과 때문에 꽤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실시간 문자 투표 현황에서 우리가 체이스를 이기고 있었다. 그것도 적지 않은 차이로.

- 유카운트다운 문자 투표 윈썸 대 체이스인데 윈썸이 앞섬

- 윈썸 팬들 화력 장난 아니구나 체이스를 걍 넘네

- 투표 격전일 줄 알았는데 윈썸이 가볍게 넘는다 둘이 국내팬 비율 비슷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

└ ㅇㅇ 국내는 윈썸이 더 높아

└ 뭔소리야 현실은 둘이 비슷한데ㅋ

└ 아직 투표 초반이야 체이스팬들 이제 제대로 달릴 듯

- 그래도 오늘 1등은 체이스겠지?

└ 체이스일 확률 높음 그래도 여긴 풀반영이잖아 윈썸은 3일치고

└ 근데 음원이 윈썸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까알임 그것 때문에 팬들이 투표 더 달릴지도

어느 정도 비등비등한 상황일 때, 투표 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체이스 입장에선 반드시 잡고 가야 하는 것이기도 했고.

‘1위, 하고 싶다.’

오늘 1위.

한다면 분명 체이스의 기세를 단번에 꺾을 수 있을 거다. 그에 따른 여파가 어떨지도 알 것 같고.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 짜란다 짜란다 조금 더 격차 벌리자!

오늘 1위를 하면 분명 멜로우가 많이 기뻐할 테니까. 언제나 우리의 일등을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는 멜로우였다.

나는 항상 그 순간이 좋았다.

멤버들과, 그리고 멜로우와 같이 1위를 맞이하는 그 순간이.

멜로우는 늘 나와 멤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였다.

멜로우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 오늘도 1위를 해서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윈썸의 이름으로 받는 1위지만, 분명 우리만의 1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 * *

현재 진행하는 U-Countdown의 본방송.

그 본방송을 지금, 장수연은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언니, 문투 했어?”

“진작 했지. 아까 같이했잖아?”

“아, 오늘 애들 꼭 1위 시켜주고 싶단 말이야.”

“지호, 오늘 머리 겁나 예쁘다.”

1위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머리 얘기? 하지만 장수연 역시 그 말엔 격한 공감을 느꼈다.

컴백을 기념해 앞서 잠깐 나왔던 컴백 인터뷰. 아니나 다를까 헤메코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핑크 머리 진짜 X나 개 이뻐!

‘근데 애들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방송은 후반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타이밍상 이제 슬슬 윈썸의 무대가 나올 차례였다.

[자, 그럼 이제 놀랄 만한 무대들이 남아 있는데요. 바로 오늘 새로 컴백하신 분들의 무대죠~]

그리고 그 순간, 윈썸의 등장을 알리는 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장수연은 하던 것을 멈춘 채 곧바로 화면에 집중했다.

“애들인가 보다!”

“알아!”

그렇게 언니인 장지연 역시 화면에 집중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윈썸의 소개 화면. 이에 빠르게 볼륨을 더 키웠다.

[Darkest / WINSOME]

동시에 보이는 거대한 체스판 하나.

흑과 백으로 이루어져 있는 체스판 뒤로 거대한 흑색의 체스피스들이 양옆으로 줄을 잇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센터에 위치한 흑색의 ‘킹’의 모습. 동시에 그 앞으로 차선빈의 모습이 비춰졌다.

[Darkest]

그 순간, 차선빈과 시선이 마주함과 동시에 인트로가 시작됐다.

“미쳤다, 선빈이 완깐!”

흑발의 차선빈은 그대로 이마를 전부 드러낸 채 앞머리를 깠고, 여기에 화려한 자수가 들어간 블랙 수트를 입고 그 위엔 하네스를 걸쳤다.

- 애들 의상 단체 하네스임 미침

- 하네스라고????????

- (말을 잃음)ㅠㅠㅠㅠㅠㅠㅠㅠ

- 선빈이 완깐 선빈이 완깐

그리고 그렇게 멜로우들이 의상에 열광하고 있을 때쯤, 그런 차선빈을 중심으로 곡이 시작되었다.

첫 파트를 맡은 건 이번에도 역시 우세현.

역시나 분홍색 머리가 단번에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모습에 장수연은 더욱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벚꽃과 같은 채도 높은 핑크 머리에 살짝 들어간 웨이브펌. 거기에 블랙 셔츠에 하네스.

여기에 자연스럽게 셔츠의 단추가 몇 개 풀려 있는 채였다. 그대로 눈이 돌아갈 뻔했다.

- 셔츠에 하네스 미친 조합이다 이건

- 머리색 ㅈㄴ 화려한데도 세현이 얼굴이 걍 다 이기네

- 청순해ㅠ 분명 청순한데 섹시함ㅠ

정말로 눈을 못 뗄 정도의 화려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우세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흘러가던 시간은]

[어느새 검은 밤을 맞이해]

[내가 있는 이곳은]

[언제나 검은 밤]

동시에 장수연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

역시 세현이.

도입부 파트를 제대로 잡아준다. 괜히 도입부 장인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감미로운. 그런 부드러운 음색과 함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안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백은찬이 훅하고 치고 나왔다. 그 순간 금발의 머리가 찰랑거리며 백은찬이 카메라를 향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대로 내 눈을 맞춰줘]

그것은 평소와 같은 미소가 아닌 아련하면서도 슬픔을 곁들인 미소였다.

[너의 곁에 있기 위해]

[나 이대로 눈을 감아]

너의 곁에 있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가사와 맞는, 그런 애처로움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백은찬의 몸은 언제나처럼 가벼웠다. 그리고 이내 차선빈과 함께 뛰어오르며 가사를 주고받았다.

[내 눈이 어둠에 잠겨버리기 전에]

[한 번만 나를 바라봐줘]

그리고 그대로 동작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해내었다. 마냥 강하지만도 않게, 마냥 여리게도 아닌 그저 흘러가듯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 이번 안무 은근 현대 무용 같다

- 와중에 강약 주는 게 레전드 역시 우리 댄스 라인

- 너무 완벽해서 할말을 잃음ㅎ;

그러나 후렴 부분에서는 앞선 부드러움과 다르게 조금 더 파워풀한 동작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Darkest, Darkest]

[Stay in the dark]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군무였다.

그와 함께 울려 퍼지는 단단한 목소리.

우세현의 목소리였다.

보기만 해도 힘이 느껴지는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에는 흔들림은 없었다.

- 라이브 진짜 개 안정적이다

- 이거 찐라이브 맞지?

- 역시 윈썸 메보 우세현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목소리를 안지호의 독특한 음색이 그 위를 감싸듯 덮쳤다.

[내 손을 잡아줘]

[이렇게 너와 손을 겹쳐]

동시에 그 가사에 맞게 우세현이 안지호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내 안지호가 이 손을 잡으며 우세현을 제 앞으로 끌었다.

눈을 아슬아슬하게 덮는 블루블랙 헤어에 검은색 가죽 자켓.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한쪽 귀에는 뮤직비디오에도 나왔던 은색의 십자가 모양 드롭 이어링이 반짝였다.

그렇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강한 힘에 우세현은 자연스럽게 안지호에게로 그대로 이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변하는 세트의 조명. 어두운 조명이 대부분이었던 세트 위로 갑작스럽게 환한 빛이 비쳤다.

그리고 그 빛은 이내 안지호를 비췄고, 그 순간 안지호는 붙잡고 있던 우세현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어지는 카메라를 향한 시선.

[이렇게 붙잡은 네 손을]

[시간이 갈수록 더욱 꽉 움켜쥐어]

[네가 빠져나갈 수 없도록]

그렇게 안지호는 서늘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가사 그대로 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

그와 동시에 그런 안지호의 맞은편에 있던 우세현의 엇갈리는 시선 또한 화면에 스치듯 비쳤다.

“와.”

그리고 장지연은 화면을 바라본 채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오차 없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안무, 두 사람의 비주얼, 그리고 목소리까지. 어우러지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 그 이거 이래도 돼? 너무 섹시한데

-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감탄사 밖에 없는 거 웃김ㅋㅋㅋㅋㅋ 반응 투명

- ㅆㅂ 이거 내 최애 장면 등극이다 방금 세현 지호 얼굴합 지렸어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조명이 바뀌며 무대 위에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동시에 나머지 멤버들이 그런 윤도운을 둘러싼 채로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내게 닿을게]

[이대로 널 놓지 않을게]

빨간 머리에 살짝 파인 검은색 티에 하네스를 입은 윤도운이 그렇게 부드럽고도 느리게 천천히 노래했다.

- 홀리하다

- 왜 빨머를 해도 도운이는 청순할까

- 홀리한데 아슬아슬한 느낌 존나 좋다는 뜻임

그리고 윤도운의 그런 청아한 음색이 울려 퍼진 뒤, 곧바로 바통 터치를 하듯 차선빈이 다시 그의 등 뒤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대로 차선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뒤이어 이어지는 화면 클로즈업.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엔]

[넌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어]

말 그대로 얼빡샷이었다.

한 자 한 자 내뱉는 그 목소리가 섹시했다. 가히 킬링파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강렬한 느낌의 안무를 선보인 차선빈의 뒤로 이윽고 신하람이 여유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찰랑이는 갈색 머리, 그리고 블랙셔츠에 넥타이를 하고 있는 신하람. 동시에 카메라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 하람이 진짜 개 유연해ㅠ

- 하람이 너무 이뿌다 갈머 진짜 오랜만

- 애기한테 설레도 되는 거지?

- 언제나 느끼지만 선빈이는 진짜 몸이 부숴져라 추는 것 같음

- 이 부분 앞뒤 안무가 상반돼서 그런지 쾌감 쩔어

[Darkest, Darkest]

[Stay in the dark]

그리고 곡은 어느새 후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었고, 그에 따라 또다시 빡센 군무 파트가 이어졌다.

[너만 곁에 있다면]

[난 이대로 Resign]

그리고 마지막, 우세현의 마지막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 뒤 무대 위로는 그대로 끝을 알리는 꽃가루가 흩날렸다.

아련하면서도 침묵의 감정이 뒤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 무대가 끝나버렸다.

“···아, 엔딩샷!”

그리고 곧 카메라는 그대로 무대 위에 있던 멤버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잡기 시작했다.

무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엔딩컷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장수연은 다시 한번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화면에 우세현이 잡히는 그 순간.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지만, 힘에 부친 듯 조용히 숨을 몰아쉬는 그 모습이 장수연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앞머리가 땀에 젖은 채, 작게 숨을 몰아쉬는 그 모습이. 그리고 살짝 미소 짓는 그 모습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우세현의 엔딩에서의 그 모습은 무대가 끝나자마자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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