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화. 엔딩 미쳤네
그렇게 윈썸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SNS 또한 무대와 관련된 글들로 들썩였다.
- 방금 우세현 엔딩 장면 미침
- 힘들어서 숨 몰아쉬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청순하냐ㅠ 숨멎ㅠ
- 아니 분명 다 가렸는데 그냥 섹시해 눈은 또 왜 그렇게 뜨는 거야 와중에 머리는 왜 저렇게 젖었어ㅠ
└ ㅇㅈ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ㅋㅋㅋ
└ 청순하면서도 섹시하다는 말이 딱임
└ 와중에 소년미도 느껴짐ㅋㅋㅋㅋ
- 오늘 U-Countdown 세현 엔딩짤.gif
└ ㅁㅊ 짤이 벌써 만들어졌넼ㅋㅋㅋㅋㅋ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다시 봐도 세현이 너무 예뻐 (우는짤)
그리고 앞서 만들어진 우세현의 짤은 그대로 파도를 타듯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 타팬인데도 오늘 세현 엔딩샷 짤 예뻐서 저장함ㅎ 핑크 머리 잘 어울리더라
- 세현이 진짜 잘생기긴 개 잘생긴 듯 원래도 잘생겼는데 성인되고 난 뒤에 더 잘생겨진 것 같오
└ ㅇㅈ 그리고 약간 분위기도 우도현이랑 닮아가는 느낌 있음
└ 둘이 무대 서면 재밌을 듯ㅋㅋㅋㅋ
그리고 장수연 역시 이처럼 올라온 우세현의 짤을 저장하기에 급급했다.
같은 짤이지만, 매번 보정이 다르게 올라오는 만큼 전부 저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X친, 어떻게 이렇게 하나 같이 다 예쁘지?
- 제목 : 이번 윈썸 컨셉 진짜 멋있는 듯
뭔가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도 드는데 여기에 라이브도 쌩 라이브 느낌이라 놀람 원래 이렇게 다들 춤을 잘 췄었어? 딱딱 맞는게 보는 내내 쾌감 지림
└ ㅇㅇ 윈썸 원래 다 춤 잘 춤
└ 맞아ㅠ 이번 컨셉 진짜 좋은 듯 노래도 좋아ㅠ
└└ [글쓴이] : 아 원래 잘 췄구나 근데 마지막에 엔딩샷 멋있더라 핑크 머리
└ 핑크 머리는 세현이임! 울 세현이가 좀 귀엽징 (흐뭇)
└ 이번 노래 걍 그렇던데
무대에 관한 호평과 더불어 라이브에 대한 호평 또한 이어졌다.
- 윈썸은 진짜 쌩 라이브 느낌 많이 나서 좋은 것 같음 일단 무대 보는 맛이 나
└ ㅇㅈ 요즘은 다 라이브 AR로 부르니까 무대 보는 맛이 떨어짐ㅠ 라이브가 이젠 귀해
그만큼 댄스 라이브가 완벽했다.
분명 댄스 라이브를 잘한다는 얘기는 데뷔 때부터 들어왔지만, 지금 또 그때보다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었다.
“야, 윈썸 라이브 대박.”
“우리 애들 라이브야 원래 완벽했지.”
그와 동시에 장수연과 장지연의 입꼬리가 조용히 상승했다. 한번 올라갈 입꼬리는 그대로 내려올 생각을 못 했다.
원래라면 라이브 AR, 립씽이냐 등을 두고 이와 관련된 글이 줄줄 올라왔을 패턴이었음에도 이러한 의구심을 표현하는 글은 드물었다.
하지만 드물 뿐,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윈썸 찐 라이브 맞음? 라이브 AR인 거 아니고?
└ 라이브 맞아 숨소리 대놓고 들리는데
└ 근데 조금 깔긴 한 것 같드라
└└ 깔긴 뭘 깔아 거의 쌩이었구만
- 누가 봐도 윈썸 라이브 찐인데 AR 타령하는 애들은 도대체 뭐냐ㅋ
└ 걍 잘하니까 열폭하는 거지 뭐
└ 원래 첫주엔 AR로 하지 않나 그래서 나오는 말 같은데
└ 그런 애들 특 무대 안봄
이에 장수연은 그저 어이가 없어 웃을 뿐이었다. 응. 라이브야.
그렇게 오늘 무대와 관련된 글들을 정신없이 보고 있던 도중, 문득 U-Countdown MC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방송, U-Countdown! 이제는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 말에 이제껏 폰에만 집중되어 있던 장수연의 시선이 곧바로 다시 TV로 향했다. 그건 장지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면 속에는 이미 오늘의 1위 후보인 윈썸과 체이스가 무대의 가장 앞으로 나와 대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 오늘의 1위,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1위 발표가 시작되었다.
* * *
1위 발표를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가던 도중, 그대로 통과하는 복도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낯익은 얼굴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다름 아닌 체이스였다.
시선이 마주한 건 대열의 가장 맨 앞에 있던 명우진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줄줄이 체이스 멤버들과 한 번씩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1위 후보네요.”
명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1위를 목전에 앞둔 것 치곤 상당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1위 하면, 대표님이 크게 좋아하실 것 같은데.”]
물론 실제론 꽤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저쪽이 확률 높은 건 맞으니까.’
문자 투표는 이쪽이 앞질렀지만, 그 밖의 요소들은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 없었다.
특히나 방송 점수 같은 경우 3일 치인 우리보다 체이스가 훨씬 높은 점수를 기록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세현 씨는 핑크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명우진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형식적으로 하는 말에 불과했다.
“감사합니다.”
“지호, 너도 흑발은 오랜만인 것 같다.”
그 말에 안지호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윽고 ‘네.’라며 한마디를 뱉었다.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았다.
그렇게 체이스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문자 투표 현황에서 체이스는 뒤처진 부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그래서 더욱 확신이 붙은 거겠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자 투표 부분에서 우리가 체이스를 앞질렀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물론 염려를 보이는 멤버도 있었다.
[“혹여 수상을 못 하게 되면 곤란한데.”]
특히나 명우진은.
그리고 다시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대로 능력을 오프했다.
‘이럴 때는 굳이 끄고 싶지 않지만.’
무대를 하는 것 이외에도 단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평소엔 늘 오프를 하곤 했었다. 괜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은 무대를 하지 않을 때면, 굳이 끄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조용하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을 끌 때면 평소보다 좀 더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곤 했다.
“세현아. 이쪽으로 와.”
그대로 차선빈이 뒤돌아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리고 그런 차선빈을 따라 그대로 무대 위로 천천히 이동했다.
키가 큰 덕인지 그대로 차선빈을 따라가니 어렵지 않게 무대 한 켠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역시 우리 팀 최장신.
평소라면 무대 한쪽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겠지만, 오늘은 1위 후보였던 지라 자연스럽게 앞으로 갔다.
“생방송, U-Countdown! 이제는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그럼 오늘의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순간.
그대로 앞에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음원 점수.
음반 점수.
소셜미디어 점수.
그 외의 점수들이 차례차례로 띄워졌다.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 점수···마지막으로 Y-NET 방송 점수를 포함한 최종 1위는─!]
동시에 점수가 빠르게 합산되었다.
그중 음원 점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체이스를 크게 앞질러서.
빠르게 움직이던 숫자는 마침내 그렇게 고정되었고, 이내 오늘의 1위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몸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 나타난 모습이 꽤나, 상당히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윈썸! 축하드립니다!”
1위를 했다.
* * *
우리였다.
우리가 1위를 수상했다.
그대로 눈앞으로 떨어지는 꽃가루.
“여기 트로피 받으시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멍하니 있을 새도 없이 옆에선 도운이 형이 MC로부터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정말로 1위를 했다.’
겨우 3일 치 수치로.
믿어지지가 않았다.
물론 수상 욕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받게 되니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점수가 구체적으로 복기 되는 건 아니었지만, 내 기억으론 음원 점수에서의 차이가 컸다. 음반 점수는 엇비슷했고···.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 도운이 형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떠오르는 이름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
그리고 나는 빠르게 옆에 있던 도운이 형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도운이 형에게 속삭였다.
동시에 이를 들은 도운이 형이 다시금 손에 있던 마이크를 고쳐잡았다.
“우리 멜로우!”
그러자 곧 무대 앞에서부터 큰 함성이 일었다. 가장 먼저 부르고 싶었던 이름. 가장 먼저 부를 수 있어서 기뻤다.
오늘은 멜로우도 많이 와주셨다.
동시에 크게 흔들리는 응원봉을 향해 나는 그대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멤버들 역시 신이 난 건지 도운이 형이 수상 소감을 하는 동안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중간에 하람이는 귀엽게 그 자리에서 콩콩 뛰기도 했다. 백은찬도 같이 뛰긴 했다. 콩콩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선빈이도 한 마디를 전한다고 합니다.”
“멜로우,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차선빈이 그대로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기뻐 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멜로우에게 항상 자랑이 되고 싶었는데, 자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상, 너무 감사드립니다.”
대기실에서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더니. 바로 이 말이었나 보다. 너무나도 진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다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차선빈의 소감이 이어진 뒤, 시간 관계상 그대로 다시 마이크를 MC에게 넘겼다.
그리고 MC들의 마지막 인사가 진행되는 동안 스텝에게 마이크를 전달받아 빠르게 앵콜 무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잠깐의 사이, 멜로우들을 향해 열심히 팔을 흔들었다. 되도록 크게. 끝까지 다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멜로우들과 내려가는 타 아티스트들에게도 고개를 숙일 찰나, 그 순간 누군가 내 옆으로 훅 다가온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어깨 위로 갑작스럽게 손 하나가 올라왔다.
“축하해요.”
명우진이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인사였다.
마치 누가 보면 둘이 친분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이미지 관리네, 이거.’
안 그래도 체이스와는 데뷔 초부터 라이벌 구도로 잡히는 통에 두 그룹의 사이에 관해 아직까지 말이 많았다.
그만큼 오늘은 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 체이스와 우리가 동시에 출연해 동시에 1위 후보에 올랐고, 한쪽이 승리했으니.
[윈썸의 1위 당시 체이스 멤버들의 표정 변화]와 같은 논란을 피하고 싶은 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명우진을 향해 나 역시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쪽도 함께 엮이는 논란 같은 건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니까.
더불어 카메라 앞에서 굳이 날 세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 부분이 카메라에 잡혔다면, 친분을 묻는 글이 대부분···.’
그런데 그때, 내 어깨 위에 있던 명우진의 손 위로 다른 손 하나가 올라왔다. 그대로 시선을 돌리니 안지호의 얼굴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안지호가 앞에 있던 명우진을 향해 한껏 친절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요, 형.”
쉽게 볼 수 없는, 대놓고 보이는 미소였다. 그러니까 이건···기분이 상당히 별로라는 의미다. 안지호가 저렇게 웃을 때는.
명우진이 먼저 저렇게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게 꽤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당연히 이해가 갔다.
그와 동시에 내 어깨 위에 있던 명우진의 손을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치웠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긴 했지만, 와중에 꽤 힘이 실려있었다는 게 대충 느껴졌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왜 여전히 힘은 주는데.
“그래, 축하해. 지호야.”
그러자 명우진 또한 그런 안지호를 향해 웃으며 화답했다.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조금 전과 다름없는 여유로운 미소였다.
‘흔들림이 없군.’
하지만 본심을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굳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잘 알 수 있었다.
명우진의 서늘한 시선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