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72화 (372/413)

372화. 평정심을 유지하자

“자, 한 명씩 하는 거다. 한 명씩?”

“지호 형부터요, 지호 형!”

동시에 멤버들의 신호를 받은 안지호가 그대로 가볍게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1위를 할 줄 예상 못했지만, 그럼에도 사전에 있던 인터뷰에서 공약을 걸긴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건 공약이 바로 ‘단체로 깨물 하트 하기.’ 하지만 동시가 아닌 한 명씩 릴레이 형식으로 하는 방식이었다.

어쩌다 보니 대형에서 안지호가 가장 첫 번째가 되었고, 그런 안지호의 옆이 나였다. 그리고 나는 안지호의 옆에서 곧바로 깨물 하트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상 시간이 꽤 촉박했다.

방송 카메라가 끊어지기 전에 6명 단체 깨물 하트를 선보여야 했으니까.

“시작해, 지호야!”

그렇게 백은찬의 신호와 함께 시작한 깨물 하트, 이내 안지호가 카메라를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그리고 작게 한번 깨물.

그러더니 곧 민망한 듯 그대로 빠르게 등을 돌렸다. 귀가 빨개진 게 보였다. 그래도 카메라엔 제대로 담겼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하트에 이어 화면에 곧바로 내 얼굴이 잡혔다. 나는 그대로 미리 준비해둔 하트를 작게 깨물어 보였다.

그대로 깨물 하트.

“귀엽다.”

옆을 보니 어느새 차선빈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백은찬이 그런 차선빈의 옆구리를 빠르게 쳤다.

“릴레이, 릴레이!”

그렇게 차선빈도 카메라를 향해 깨물 하트. 역시 잘생긴 애가 하니까 더 멋있다. 와중에 백은찬은 다소 애교 섞인 깨물 하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트!”

“에이, 형. 하트!”

“하트~”

백은찬에게서 시작된 깨물 하트는 이내 하람이와 도운이 형에게까지 전염이 된 건지 연속으로 애교 섞인 깨물 하트를 보여주었다.

역시 하람이. 귀엽다.

중간에 도운이 형은 결국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지만, 백은찬과 하람이는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카메라를 향해 더욱더 애교를 보이고 나섰다.

“야, 세현아. 하트, 하트!”

중간에 백은찬이 같이 하트를 만들자고 하길래 그에 맞춰 손으로 하트 한쪽을 만들었다.

근데 막상 그렇게 만들고 나니 뭔가 좀 이상했다.

“형들 왜 같은 쪽을 만들고 있어요?”

“같은 쪽을 만들면 어떡하냐~”

둘 다 오른쪽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이상하게 이럴 때만 또 맞는다.

“얘랑 나랑 너무 잘 통해서 그래.”

그리고 히죽거리며 웃는 백은찬을 뒤로한 채 그대로 다시 제대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이번엔 제대로 된 하트다.

동시에 눈앞에 있는 멜로우봉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잘 보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내 파트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앞선 모습을 보니 노래를 부르면서도 문득문득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무대 위에 있는 이 순간이, 지금이 가장 즐겁고 벅찼다.

* * *

앵콜 무대가 끝나자 우리의 1위 수상 소식과 함께 그에 관한 글이 여기저기에 올라오고 있었다.

- 애들 깨물하트 너무 귀여웡 쪼르르 서서 하는 거 완전 유치원생들 같음ㅋㅋㅋㅋ

- 지호랑 은찬이 온도 차 나는 것도 웃겼음ㅋㅋㅋㅋㅋ분명 둘다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극과 극이야ㅋㅋㅋ

- 세현이 깨물하트 하는데 선빈이가 귀엽다고 하는 거 들었어? 나름 작게 말한 거 같은데 다 들어감ㅋㅋㅋ

└ 헐 어디? 몇 분이야?

└ 세현이 깨물하트하고 나서 바로! 앵콜 영상 2:24~ 이 부분 부터임!

└ 나도 이거 들음ㅋ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애들 라이브 쩐다 저렇게 방방 뛰는데도 존나 안정감이 느껴짐

- 다음 공약은 뭘까 다음 공약도 얼른 봤으면 좋겠다ㅠ

일단 오늘 한 공약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 공약이라.’

다음 공약에 관해서도 생각해두긴 해야 했다. 멜로우가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우리 다음 공약은 뭐로 할까?”

“이번 컨셉이 체스니까, 뭐 관련해서 할 거 없나?”

“사과 머리는 어때요? 사과 머리.”

“갑자기 웬 사과 머리?”

“그냥 다 같이 하면 귀여울 것 같아서요.”

사과 머리라.

사과 머리도 괜찮지.

근데 좋아해···주시겠지?

“얼굴에 스티커 붙이기 같은 건?”

“아, 반짝이 스티커?”

“아니면 파트 바꾸기도 재밌을 것 같은데. 세현이가 랩하고 선빈이가 노래하고.”

도운이 형이 말했다.

자신 있는 건 아닌데,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멜로우도 좋아할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 비슷한 얘기 차선빈이랑 했던 것 같은데. 랩이라면 언제든 과감하게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차선빈 말에 의하면, 그래도 나는 딕션이 괜찮다고 했으니 일단 그것만 믿고 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딕션만 좋아서 문제긴 하지만···.

그리고 얼마 안 돼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당연히 윈썸의 1위였다.

- 윈썸, 컴백 하자마자 음악방송 1위 석권!···“멜로우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 윈썸과 체이스의 대형 대결!, 트로피의 승자는 ‘윈썸’이었다

- 명백하게 갈린 승패···윈썸의 무서운 저력에 허망하게 밀린 체이스

1위 소식을 알리는 기사 자체도 많았지만, 체이스와 직간접적으로 비교하는 식의 기사도 꽤 눈에 띄었다.

‘이제는 RA가 아닌 IN.’

그런 말들도 종종 보였다.

마음에 든다. 타이틀.

‘꽤 실망했겠지, 체이스 쪽에서는.’

공개된 장소라 전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올라가기 직전 기대하고 있던 걸 생각하면 안 봐도 뻔했다.

커리어하이 성적에서 3일 치 성적인 우리에게 질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그때의 체이스 멤버들의 생각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 반동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이미 잘 아는 바였다. 그렇다고 해도 알 바 아니지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위 발표 후 명우진과 잠시 대화를 나눴던 일이 짤로 형성되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우진이랑 세현 친해? 둘이 인사하네?

└ 또래니까 친할 것 같긴 한데

└ 공개적으로 알려진 건 없음 근데 나이도 비슷하고 데뷔도 비슷하니 친해도 이상할 건 없지

└ 근데 명우진 표정 보면 되게 친해보이는데 엄청 스윗하게 바라보면서 웃음

└└ ㅇㅈ 눈에서 꿀 떨어지겠음 둘이 엄청 친한 거 아님?

└└└ 우진이가 원래 스윗하긴 해 특별한 건 아님

명우진의 의도대로 친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당연히 분위기도 화기애애한 쪽이라고 여겨지고 있었고.

다만, 단순 사이가 나쁘지 않음을 넘어서 친분이 있다는 쪽으로까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건 꿀이고 뭐고 아니다.

철저하게 의도된 표정이고, 시선이다.

여기에 오늘 이 1위 수상에 오로지 축하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 쌩 라이브한다고 부심 쩌는데 걍 성량만 큰 거 아닌가?

역시 이 패턴인가.

이전보다 배로 높아진 앨범 판매량, 상승한 음원 성적, 하트수, 여기에 같은 대형 라이징 그룹을 제치고 1위 수상.

우리 그룹, 그러니까 윈썸은 외부에서 보기에 단연 성장이 눈에 보이는 그룹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더 많은 견제와 악플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한 요소들이었다.

- 180만장ㅋㅋ IN에서 각잡고 밀어주려고 있는 대로 사들인 듯ㅋㅋㅋㅋ

- 윈썸 이번 노래 ㅈㄴ 구린데 왜 순위 높은지 이해가 안 감 음원도 사재기 가능?

하지만 그러한 글들이 올라온다고 한들 그다지 놀랍거나 타격이 있진 않았다. 이 패턴은 이미 질리도록 본 패턴이었으니까.

예전에 루트가 한창 라이징 궤도에 오를 때부터 한결같이 봐왔던 패턴이다. 이건.

뭘 하든 이목이 쏠리는 시기다. 지금은. 그만큼 그룹에 뭐가 있진 않나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시기고.

아마도 한동안은 이런 식으로 말이 자주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괜히 책잡힐 일 없도록 조심해야겠군.

그리고 그렇게 관심이 집중된 시점, 다시 한번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건 바로 우리의 초동 마감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초동 기록은 다시 한번 나와 멤버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 윈썸, 미니 4집 ‘Darkest’ 발매 7일 만에 초동 190만장 돌파!

190만장이었다.

* * *

최종 초동이 확정되고 난 뒤, 놀란 마음에 멤버들과 그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며칠 전 확인했던 기록보다 몇만 장이나 더 뛴 기록이었다.

“이거 진짜 현실이야?”

“190···. 와···.”

“이래도 되는 거예요?”

190만장.

말하면서도 여전히 놀랍고도 믿어지지 않은 숫자였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순간, 벤 안은 환호의 도가니였다.

“와, 아무리 봐도 숫자가 그대로네.”

“형은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을 확인하는 거예요?”

“그러는 너도 같이 확인하고 있잖아. 이거 진짜 제대로 파티감인데.”

백은찬의 말대로 정말로 파티감이었다. 숙소에서 오랜만에 멤버들과 한잔하고 싶을 정도로.

아마 오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다면 이대로 그냥 파티행일 수도 있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활동 끝나면 한잔할까? 다 같이?”

“당연히 해야죠! 내가 이제 마실 수 있게 됐는데!”

“어, 너 그럼 처음인가?”

생각해보니 하람이가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다 같이 한잔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이 4월이니 성인이 된 지 4개월밖에 안 되긴 했는데, 그래도.

“그럼 그때 하자.”

“히, 그럼 저 그날 안주는 그거 먹을 거예요. 지호 형이 맨날 먹는 그 초코빵.”

“나 그거 맨날 안 먹었다.”

“근데 안지호 막상 초코빵은 다른 날 먹지 않았나? 맥주랑 말고.”

“초코빵 별로 안 먹었다고.”

하지만 그런 안지호의 반박에도 백은찬과 하람이는 여전히 그 초코빵 이야기로 삼매경이었다.

근데 내가 기억하기에도 그 초코빵은 맥주랑 먹기보단 항상 다음날 먹었다. 안지호가 잘 먹는 안주는 그거 말고 다른 건데.

“근데 오늘 자컨 촬영 좀 기대돼요. 전 이거 좀 궁금했거든요.”

하람이가 잔뜩 기대 실린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자체 컨텐츠 촬영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게임 컨텐츠였다.

“예능에서 봤는데 귀가 이렇게-이렇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저거 진짜로 혼자 움직이는 거 맞나 싶고.”

“원리가 신기하긴 하더라. 뇌파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거랬나?”

“어, 맞아. 그런 거라고 했어.”

그 안에서 오늘 우리가 할 게임의 내용은 바로 뇌파 감지기를 이용한 게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뇌파 감지기는 고양이 귀 모양의 헤드셋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 귀 모양의 헤드셋을 쓴 채로 오늘의 녹화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었고.

“보통 감정 변화가 격하게 일어나면 귀가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막 엄청 빨리 움직이기도 하고 느리게 느리게 하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누가 누가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가였다. 평정심을 잃는 순간, 곧바로 감지기가 반응해 귀가 움직이게 된다.

“우리 중에 평소 평정심을 제일 유지 못 하는 사람 누구지?”

“은찬이 형.”

“아, 뭐라는 거야. 내가 왜 유지를 못 해?”

“형이 제일 요동칠 것 같은데!?”

“너나 요동치지 마라, 너나!”

“일단 이 세 사람은 아니에요. 지호 형, 선빈이 형, 그리고 세현이 형!”

어, 나도 포함인가.

난 나름 자신 없다 생각 중이었는데.

“야, 아냐. 안지호는 요동 잘 쳐.”

“내가 잘 친다고?”

“봐, 벌써 요동치고 있잖아.”

그런 백은찬의 말에 안지호가 조금은 뜨끔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안지호는 평소엔 평정심이 있는 편인데, 가끔씩 그렇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 편이지.

“그리고 우세현도 요동 가능하다.”

와중에 백은찬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뭐 어떻게 요동치게 할 건데?

그 생각과 함께 다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백은찬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백은찬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기다려, 형이 두근거리게 해준다.”

여전히 자신감 있는 얼굴이었다.

이거, 오히려 불안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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