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화. 상당히 긍정적이시네요
신도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직원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걸.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게 오늘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사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그래서 이렇게 태연한 거겠지.’
곤란한 일이라는 내 이야기에 곧장 반응한 것도 그렇고, 이후 내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흔들림 없던 모습을 보면.
놀라움, 동요, 충격.
앞서 신도하에게선 이러한 모습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그런 내 말을 흥미롭다는 듯이 듣고 있을 뿐.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건가요?”
“언제부터라···사실 안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 저쪽이 언제부터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치는요?”
“그걸 좀 생각하고 있었지.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증거 말이야.”
신도하가 그대로 테이블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결국 증거를 찾지 못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거군.
확실히 신도하의 말처럼 이는 단순히 심증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런 마음만 품었을 뿐, 아직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었으니.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태연해 보이는 건 역시 좀 놀랍군.’
여러 가지로 놀랍긴 했다.
직원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사전에 눈치챈 것도 그렇지만, 그걸 눈치챘음에도 이렇게나 동요하지 않은 것도.
소속사 직원이다.
매일 보는 사람이고, 꽤 가까이 위치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놀라지는 않으셨던 건가요?”
“좀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
“어, 그게 다인가요?”
그러자 신도하가 그대로 다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그게 다였군.
“이 업계에 오래 있다 보면 상당히 여러 상황과 마주하게 되거든. 결국 이것도 그 상황에 불과하지. 되도록 사람은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아, 세현아.”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꽤나 나긋한 말투였다. 결국 믿지 않았으니 충격을 먹을 것도 없다는 얘기였다.
대화를 하다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신도하가 왜 그렇게 평온했는지.
“아, 나는 믿어도 좋아.”
“앞뒤가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만.”
“가끔씩 믿어도 되는 사람이 있긴 하지.”
그게 본인이라는 말이냐.
저렇게 태연한 얼굴로 말하고 있으니 오히려 없던 믿음이 더 없어질 지경이었다.
“물론 반대로 나 역시 믿고 싶은 사람이 있는 법이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는 법이고.”
그 순간, 신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눈을 마주한 채 한번 웃는다.
···아예 인간 불신은 아니라는 말이군.
“그러고 보니 독심술이 있으면 좋긴 하겠어. 이렇게 눈앞에 있는 사람의 생각을 직접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아, 잠깐. 이 얘기는 왜 또 나오는 건데.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상대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생각.”
“···글쎄요. 전 그렇게까지 궁금한 적은 없어서요.”
이미 수없이 많이 알고, 듣고 있었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지겨울 정도로.
“세현이 넌 독심술에 꽤 부정적인가 보네.”
“마냥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요.”
“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님은 상당히 긍정적이신가 보네요.”
“어느 쪽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정해야 한다면 부정보다는 긍정에 가깝지. 있어서 나쁠 거 없다는 생각이야. 쓸모가 아주 많을 것 같거든.”
있어서 나쁠 거 없다라.
하긴, 있어서 나쁠 것 없지.
신도하의 말대로 쓸모는 많았다.
마냥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분명 좋은 점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 그냥 굳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게다가 반대의 입장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요.”
“반대?”
“선배님이 독심술을 사용하는 입장이 아니라 읽히는 입장이면, 그다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잖아요.”
읽히는 상대의 입장에선 싫은 게 당연할 테니.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읽는다고 하면 꺼려지는 게 당연하다.
그 상대방과···거리를 두는 게 당연하다.
“배려심이 많구나.”
“···네?”
“굳이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고 있잖아. 그럴 필요 없는데도.”
이게 배려심을 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그냥 당연한 거 아닌가.
“기분이 나쁘다라. 네 말대로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아.”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귀를 의심했다.
나쁘지만은 않다고?
“내 감정을 알아준다는 의미에선 좋을 것 같은데. 타인과 생각과 감정을 교류한다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꽤 어려운 일이니까.”
그리고 신도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더불어 그 교류가 결국 그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 거고.”
그와 동시에 신도하와 다시 한번 시선이 마주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히려 괜찮을 것 같은데.”
정말로 오히려 재밌겠다는 얼굴이다.
상대방에게 마음이 읽히는 게 상관없다니.
···어쩌다 한 번씩 느끼지만, 신도하도 정말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왜?”
“아뇨. 참 특이하신 것 같아서요.”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닌데, 아, 물론 거기엔 어디까지나 한정되는 범위가 있긴 하지.”
“한정 범위요?”
“응. 어디까지나 내가 고른 상대에게만 해당한다는 얘기야.”
그렇다면 역시 생판 남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군. 하지만 당연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속내를 들켜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생판 모르는 남에게 읽히는 건 아무래도 손해가 있는 부분이니까.”
손해···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직업 특성상 그건 좀 그렇긴 했다.
아무래도 대중에게 공개된 위치에 있으니.
하지만 설령 그런 허용선이 존재한다고 해도 상당히 의외의 대답이긴 했다.
일반적이라면 상대와의 거리가 어떻게 되건 읽히는 자체를 불쾌하게 느낄 거다.
어쩌면 오히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읽히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 좀 의외의 대답이었다. 신도하의 대답은. 이런 식으로 보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아서.
“여전히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얼굴인데?”
“···굳이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그런가. 사실 그렇게 특이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데. 무엇보다 특이한 거라면, 나보단 도현이가 더 특이하지 않나.”
형이 좀 특이한 면이 있긴 하지만···그래도 그렇게 막 엄청 특이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 멀쩡하다, 우리 형.
“형은 그냥 조금 특이한 편이죠.”
“조금? 도현이가?”
“네.”
“너희 형제는 역시 좀 특이한 거 같네.”
신도하가 그대로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왜 웃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왜 갑자기 묶고 들어가는 거냐.
“그래서 참 재밌지.”
역시 핀트가 이상하게 나가 있는 것 같다.
* * *
“그렇다면, 한동안은 이대로 계속 지켜보실 생각이신가요.”
뒤이어 일단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이 이상 독심술 관련 이야기를 하기엔 불안 요소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대충 끊고 가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신도하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하긴. 그럴 리가 없긴 하지.
신도하도 신도하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있는 듯했다. 사실 신도하가 이를 눈치챈 시점에서 작업물을 뺏기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러니 내가 굳이 끼어들 필요도, 그럴 입장도 아니긴 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실행을 하려 한다면 그건 오늘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봐요.”
“오늘?”
“네.”
조금 전 작업실을 한 번 더 방문한 직원이 문을 나서는 순간, 직원은 오늘 작업실이 비는 시간을 수중에 계산하고 있었다.
오늘, 그러니까 앞으로 몇 시간 뒤.
신도하가 작업실을 나가는 순간, 그때 다시 이곳을 방문할 생각인 거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을 거였다. 이곳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며.
“일부러 한 번 더 방문해 굳이 선배님이 퇴근하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그렇고, 와중에 그 순간조차도 데스크탑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마치 행동에 나서기 전 확인 과정처럼 말이죠.”
생각으로 비롯된 행동들이었다. 그러니 그 행동에 나서기 전에 선수를 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신도하는 잠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대로 잠시 말이 없었다.
“오늘, 오늘이라.”
신도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건 세현이 네 감인 거지?”
“네. 감입니다.”
“그래.”
그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사실 신도하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내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예?”
“세현이 네 감이잖아. 내 경험에 따르면, 그 감은 늘 믿을 만했거든.”
동시에 신도하가 살짝 웃어 보였다.
그 미소에선 왠지 모를, 어떠한 확신 같은 게 보였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실행일이 오늘이라면, 역시 현장에서 잡는 게 제일이겠지?”
그리고 그런 신도하의 말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였다.
* * *
계획은 간단했다.
신도하는 예정된 시각에 예정된 장소로 귀가한다. 그리고 그대로 작업실이 비어 있는 동안 침입할 예정된 손님을 기다린다.
그게 계획의 전부였다.
“역시 꽤 재밌는데.”
직원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와 신도하는 차에서 잠시 대기를 하던 중이었다.
와중에 신도하는 쓸데없이 해맑았다.
재밌긴 뭐가 재밌냐.
사실 대기를 하는 건 그대로 신도하에게만 맡길 수도 있었지만, 계획을 제안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그냥 끝까지 남아 있기로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 해당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했던 대로 직원은 작업실로 향했고, 곧 출입했다. 사람 하나 없는, 불 꺼진 그 작업실을.
이어서 그대로 차에서 나설 시점, 신도하가 미간을 좁힌 채 나를 봤다.
“세현이 너도 가려고?”
“네.”
“그냥 여기 있으면 하는데.”
“괜찮습니다.”
신도하는 여전히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래도 수적으로 많은 게 나을 듯했다.
“혹시 걱정해주는 건가?”
“···빨리 가시죠.”
쓸데없는 말을 뒤로한 채 이내 신도하와 함께 작업실로 향했다.
그렇게 작업실 내 데스크탑이 켜지고, 적당한 타이밍을 맞이하는 순간.
“억!”
이윽고 작업실의 불이 켜졌다.
“안녕하세요. 종건 씨.”
“···아.”
그대로 범행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신도하가 자연스럽게 내 앞을 막고 섰다.
현장에서 밝혀진 범행의 해결은 그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신도하의 말에 따르면, 꽤 무겁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잘 처리가 된 듯했다.
“다 네 덕이지.”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 신도하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