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화. 답례를 해야 할 텐데
신도하가 그대로 내게 뭔가를 건넸다. 다름 아닌 티켓 한 장이었다. 그리고 그 티켓을 보는 순간, 조금 놀랐다.
“티켓···이네요.”
“응. 이번 내 콘서트 티켓.”
그건 바로 신도하의 솔로 콘서트 티켓이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우연히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신도하가 첫 솔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솔로로 나선 지 약 4년 만의 처음으로 열리는 콘서트였다.
그리고 그 티켓이 지금 내 손에 있었다.
“아, 콘서트 축하드려요.”
“고마워. 하지만 혼자 서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신도하가 그렇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그 말은 엄살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이걸 주고 싶어서 부른 거야.”
“네?”
“이번에 작업실로 부른 거 말이야. 내 콘서트에 직접 초대하고 싶어서.”
그렇다는 건 역시 만년필 어쩌고 하던 건 정말 그냥 장난이었던···아니, 그것도 그저 장난이라고 하기엔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쨌건 본래 용건은 이거였던 거군.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답례도 앞으로 천천히 할 생각이야.”
“어, 답례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당연히 해야지. 답례. 내 소중한 작업물들을 지켜줬는데. 그리고.”
동시에 신도하가 시선을 맞춰왔다.
“나름 꽤 고심하고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한번 웃는다.
···이거, 괜한 일을 벌이는 건 아닌지.
여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지켜준 것도 아니다. 본인이 알아서 잘 지켰다.
직원을 잡은 것도 그쪽이고 일을 해결한 것도 본인인데 굳이 답례랄 것도 없었다.
“그 작업물들은 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아주 소중한 것들이라서. 앞으로 평생 답례를 한다 해도 부족함이 있지.”
“아뇨, 전 별로 한 게···.”
“그래서 참 고민이야. 어떤 식으로 답례하면 좋을지.”
아니, 이쪽 말을 좀 들으라고.
그보다도 답례를 한다는 사람치고 왜 저렇게 신이 나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꼭 보러 와. 분명 재밌을 거야.”
“···네. 감사합니다.”
“혹시 듣고 싶은 노래 있어?”
“마치 말하면 할 것 같은 말투시네요.”
“응. 그럴 생각인데.”
와중에 뻔뻔한 얼굴이었다.
그냥 하는 말인 거 다 안다.
듣고 싶은 노래.
솔직히 듣고 싶은 노래야 많긴 하지만.
“이요.”
“와, 좋네. 마침 그 노래 딱 하는데.”
“당연히 하시겠죠. 가장 최근에 나온 타이틀곡이니까요.”
“아, 이런. 들켰네.”
여전히 능청스러운 말투였다.
가장 최근 나온 곡이고, 연간을 바라볼 정도의 곡이다. 그러니 당연히 안 할 리가 없고.
“그래, . 그 곡 좋아하는구나.”
그리고는 마치 그것을 되새기는 듯 천천히 말했다.
“그럼 꼭 들으러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신도하가 다시금 미소를 보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 * *
신도하는 그대로 콘서트 티켓을 건넨 뒤, 다시 본인의 차에 올라탔다. 정말로 티켓만 주러 온 셈이었다.
근데 정말로 달랑 한 장만 줬다.
여유분도 없이 한 장만.
‘신도하의 솔로 콘서트.’
이걸 기다려왔던 사람이 꽤 많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솔직히 나도 기대되고.
좋은 노래들이 많을 게 분명했다.
당연히 무대도 좋을 게 분명했고.
무려 그 신도하의 첫 콘서트니까.
‘멤버들이랑도 가면 좋은데.’
멤버들이 신도하의 솔로곡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가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테니.
날짜나 시간은 신도하가 사전에 물어온 덕에 스케줄이 없는 날로 잡혀 있었다.
역시 한 장뿐인 게 아쉽군.
하지만 초대권에도 한정된 매수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혼자 신도하의 콘서트를 보러 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나저나 답례라.’
무슨 답례를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례라고 하니 문득 그때 신도하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독심술에 관해 나눴던 그 대화.
그런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본 터라 어이가 없으면서도 새삼 신선하기도 했다.
읽혀도 상관없다.
그런 시각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다시 생각해도 신도하의 발상은 참, 독특하다고 여겨졌다.
‘형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형은 내 독심술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읽히고 있다는 걸 아는 형은,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을까.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쪽일까.
물론 형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나 표현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 부분에 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형도 조금은 꺼려질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생각을 읽는 건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나 프라이버시가 있는 만큼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는 법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역시 그럴 땐 좀···멀리하고 싶지 않을까.
─지이이잉!
그런데 그때, 주머니에서 폰이 울렸다.
전화였다.
[형]
“와, 타이밍.”
무서운 타이밍에 순간 놀랐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무섭게도 울려댄다.
마치 안 받고 뭐 하냐는 마냥.
“응, 형.”
─ 탕수육, 김치찜. 골라봐.
“탕수육.”
─ 오케이. 형, 저녁 탕수육으로 할게요.
그러자 전화 너머로 알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녁 메뉴 때문에 전화한 거네.
“메뉴는 그냥 문자로 물으라니까.”
─ 전화가 편해. 밥은?
“이제 먹으려고.”
─ 아직도 안 먹었어? 시간이 몇 신데.
7시. 저녁 먹을 시간인데?
“형이나 얼른 먹어. 아, 이왕이면 짜장면도 시키고.”
─ 형, 짜장면도 추가요. 넌 뭐 먹을 건데?
“글쎄. 김치찜 먹을까.”
─ 탕수육 추천해놓고 김치찜 먹는 거 봐라.
형이 그대로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원래 탕수육 추천하고 나면 김치찜 먹고 싶고 그런 거다.
─ 바빠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잘 먹고 있어. 근데 형.”
─ 응.
막상 형을 불러 놓고 보니 입이 쉽게 안 떨어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의문이기 때문인지.
─ 왜 그러는데?
그리고 가만히 있자 형이 다시 한번 물어왔다. 이내 그대로 잠깐 고민하다 이윽고 다시 입을 뗐다.
“혹시 형도 좀 그럴 때 있어? 그, 내가 무심코 읽거나 할 때.”
─ 그럴 때? 무슨 소리야?
“생각. 형도 평소에 좀···꺼려지거나 그럴 때 있나 싶어서.”
일단 결국 물었다.
솔직히 묻기 전까지 조금 고민이 되긴 했는데, 그냥 물어 버렸다. 그래도 형은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지.
둘러대거나 적당히 좋은 말을 하진 않을 테니까. 그저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답이 어떻게 나오든 괜히 의기소침에 지거나 하진 않을 거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고, 당연한 거다. 그러니까 괜찮···.
─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
─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대로 형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과는 다른 그 대답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 내가 널 왜 꺼려. 어디서 무슨 소리 들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 없어.
“어?”
─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 니가 내 생각을 24시간 읽는다고 해도 내가 널 꺼릴 일은 없어. 넌 내 동생이니까.
그리고 다시 한번 들려오는 단호한 그 말에 나는 그대로 작게 숨을 한번 내쉬었다. 왠지 숨통이 좀 트였다. 안도감이 번졌다.
─ 우세현.
그때, 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다른 사람 읽을 필요 없어. 그냥 평생 나만 읽어.
그 말엔 순간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형의 그 말은 확실하게 위안이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만약 반대였더라도 형이 내 생각을 읽는다고 해도 나 역시 상관없었을 거다.
그 어떤 순간에도 상관이 없었다.
“···그래, 그렇지.”
─ 무슨 일 있었는데.
“아무 일 없어.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 거야.”
─ 형 지금 가?
“탕수육이나 먹어.”
─ 지금 탕수육이 중요해?
응. 중요해.
탕수육은 식으면 맛없다.
아, 이렇게 말하니 탕수육 먹고 싶네.
그리고 여전히 걱정하는 목소리를 한 형을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분이 좋았다.
마음속 한구석에 있던 불안이 잠식되었기 때문인지.
─ 웃어?
“아니. 안 웃었는데.”
그렇게 입가를 진정시켰다.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탓이었다.
* * *
기어코 형이 왔다.
그리고 그렇게 온 형을 막을 방법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점심 같이 못 먹으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 아니면 잠이라도 자고 가든지.”
안 그랬다간 정말 내내 붙어 있을 기세라 그냥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더불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냐는 말에도 대충 그냥 감성이 돋았다고만 했다.
그다지 믿지 않는 것 같은 눈치지만.
이번 ‘Darkest’ 활동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주 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Top 가요의 1위는, 윈썸!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 주 출연한 음악 방송의 모든 1위를 수상했고, 마지막 방송 날까지도 역시 1위를 수상했다.
그때까지도 음원은 아직까지 차트 상위권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마지막 활동까지 마쳤다.
그리고 활동이 끝난 그날, 그날은 약속이 하나 예정되어있는 날이기도 했다. 다름 아닌 멤버들과의 약속.
“오늘은 드디어 마시는 날!”
“야야, 적당히 사 왔지?”
“당연히 적당히 사 왔죠! 내 손으로 직접 골라왔다고요.”
그렇게 하람이는 잔뜩 신이 난 얼굴이었다. 사실 매니저 형이 사 오겠다고 하는 걸, 하람이가 직접 고르고 싶다는 말에 편의점까지 직접 가서 사 왔다.
“술 말고 안주 적당히 사 왔냐고. 술이야 어차피 다 거기서 그 맛이고.”
“감자칩 파란색, 초록색 하나씩 잘 사 왔어요.”
“그래, 그간 잘 배웠구나.”
갑자기 웬 사극톤.
아니나 다를까 백은찬이 신나게 감자칩 하나를 가져갔다. 오늘도 역시 초록색, 파란색 하나씩이군.
“혹시 모르니까 천천히 마시고. 주량 얼만지 모르니까.”
“그래도 은찬이 형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기준이 왜 나인 건데?”
“일단 형보단 세고 싶어서죠.”
그러자 백은찬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솔직히 백은찬도 약한 편이 전혀 아니었다.
“그럼 짠할게요!”
동시에 하람이가 캔 맥주 하나를 들었다.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람이가 맥주를 들다니. 하람이랑 맥주라니.
“넌 왜 그렇게 사이다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어?”
“아, 그랬나.”
앞선 안지호의 핀잔에 그대로 손에 있던 사이다를 내려놓았다. 이건 언제 들고 있었지.
“자, 그럼 형들! 이번 활동 수고했어요!”
“어, 그래.”
“짠!”
그렇게 캔이 부딪혔다.
그리고 다 같이 한 모금.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괜히 하람이 쪽으로 시선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멤버들도 그런 하람이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캬!”
그 순간, 하람이가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캔을 내려놓았다.
“더럽게 맛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