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81화 (381/413)

381화. 아이돌도 나왔을까?

여느 때처럼 과제에 치이고 있는 주말.

장수연은 그대로 노트북의 전원을 켠 채로 거실 TV 앞에 앉았다.

사실 과제에만 한창 집중해야 할 때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한 소음은 필요했다.

“안 보면 끌 것이지, 뭐 하러 켜놓고 하는데?”

“나 보는 중이야.”

중간엔 그러한 엄마의 잔소리가 있긴 했지만, 장수연은 여전히 굴하지 않은 채 멀티태스킹에 나섰다.

“지금 뭔 프로 하는데?”

“···<가면 아래의 가수>!”

“저저, 안 보는 거 뻔히 보이는데.”

본다니까, 그러네.

이에 장수연은 곧바로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화면을 응시했다. 일종의 무언 표현이었다. 나는 지금 분명 보고 있다는 표현.

하지만 곁에서 들리던 잔소리가 사라지자 장수연은 다시금 TV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말해서 <가면 아래의 가수>는 평소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편이었다.

[가면 아래의 가수, 왕중왕편! 오늘은 그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조의 등장입니다!]

그런데 그때, 앞서 나온 그 말이 순간이지만 장수연의 귀를 사로잡았다.

‘오, 왕중왕전? 이번 편 왕중왕전이야?’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왕중왕전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간 왕중왕전은 왜 하지 않냐는 얘기가 종종 나오곤 했는데, 마침내 그 왕중왕전을 하는 모양이었다.

“왕중왕전···근데 우리 애는 안 나오겠지?”

비단 왕중왕전이라고 하면, 이제껏 왕좌에 오른 이들만이 참여했을 터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우세현도 있었다.

역대 왕좌 중 하나에.

‘하지만 나온다는 스포도 없었고···.’

보통 <가면 아래의 가수>는 스포 관리가 철저해 출연자 명단이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은 스포가 도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윈썸 정도면 뭐라도 흘렀을 법한데···그런 것도 전혀 없고.’

또 왕중왕전인 만큼 아이돌은 많아 봤자 둘···아니, 한 명일지도 몰랐다. 출연진이 고작 8명뿐이었으니까.

화제성을 위해 불렀을 법하지만···그중에 우세현이 있을 확률.

‘솔직히 우리 애가 여기 나와도 안 꿀릴 만큼 좀 많이, 아니 굉장히 많이 뛰어나긴 한데 결국 제작진이 안 부르면 걍 못 나오는 거니···.’

보는 눈이 있다면 당연히 우세현을 불렀겠지만, 제작진에게 과연 그런 눈이 있을까 싶었다.

- 오늘 가면 가수에 돌도 나올까?

└ 안 나온다는 얘기 있던데 제작진들이 일부러 아이돌은 안 불렀다고 함

└ 애초에 왕좌 된 돌이 별로 없어

└ 이러고 나중에 나오면 레전드ㅋ

└└ 근데 그 돌이 1라 탈락이거나 하면 ㅈㄴ 비꼴걸 이래서 아이돌은 안된다느니

└ 이왕 나올면 ㅈㄴ 잘하는 애가 나와야지 그래야 후려침도 덜 당함

- 돌 중에 왕중왕전 나와도 될 만한 사람 있어?

└ 윈썸 세현

└ 윈썸 우세현

└ 그나마 세현? 아니면 체이스 민제도 ㄱㅊ

└ 티어로브도 잘하는데 온다크랑

└ 둘 다 왕좌가 없음

└ 윗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래도 꽤 있지 신도하도 패널만 아니면 당연 참가고

아니나 다를까, 아이돌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조명이 될 분위기였다. 동시에 어그로도 잔뜩 끼겠지만.

분명 누구든 나오기만 하면, 얘가 여길 나올 만하냐느니 얘보다는 걔가 낫지 않냐느니 하는 비교성 글이 가장 먼저 쏟아질 거였다.

여기에 혹여 초반 탈락이라도 하는 날엔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도 뻔했다.

[그럼 첫 번째 출연자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악의 우편 배달부’!]

이내 장수연은 다시 눈을 돌렸다.

우세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제아무리 왕중왕전이라고 한들 별로 관심 없었다. 과제나 해야지.

그렇게 장수연은 한동안 과제에 집중했다.

중간중간 TV를 통해 앞서 말한 ‘음악의 우편 배달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긴 했으나 결국 관심 밖이었다.

왕중왕전이라더니 잘하긴 하네.

그런 생각뿐.

그렇게 장수연은 신경은 대부분 눈앞에 있는 과제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 시간은 영원히 닫혀있어]

[그대로 닫혀만 있어]

‘어?’

어떤 목소리 하나가 장수연의 귀에 강하게 꽂혔다. 조금 전과는 다른 목소리였다.

동시에 장수연은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눈앞으론 토끼 가면을 쓴 출연자가 보였다.

[아무리 나아가려 해도]

[나는 결국 다시 돌아오게 돼]

‘어? 어? 어?’

익숙하다.

굉장히 익숙하다.

익숙한데, 조금 다르기도 했다.

평소에 제가 알고 있던 창법과는 조금 달랐다.

설마···.

설마···?

“노래 한번 기깔나게 잘하네.”

그리고 그때, 언제 온 건지 장수연의 어머니가 그대로 자리에 서 앞서 보이는 시계 토끼의 무대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X친!”

그리고 그 순간, 장수연은 빠르게 제 폰을 꺼내 들었다.

믿을 수 없는 현재 상황, 그야말로 지금 제 눈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이 정말로 현실인지 파악해야만 했다.

- 왕중왕전이라더니 벌써부터 꿀잼이네ㅋ 이제 두 번째인데 존나 잘함

- 토끼 가면 노래 개 잘해 성량 장난아님

- 근데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뭐지 왜 약간 익숙하지?

일단 방송 실시간 온에어에선 알아챈 사람이 그다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시청자에게만 해당했다.

- ㅁㅊ 지금 가면 가수 왕중왕전에 세현이 뜸!!!!!!!!!!!!

- 우리 애 왕중왕전에 나온 거 ㄹㅇ?

- 세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멜로우들은 이미 우세현의 목소리에 환호하고 있었다.

* * *

[이번 라운드의 승리자는, 투표 결과 70대 30으로─ ‘달리는 시계 토끼’입니다!]

시계 토끼는 앞선 1라운드를 가뿐하게 승리했다. 그리고 장수연 역시 이를 보며 환호했다.

“역시 세현이!”

무려 70대 30이었다.

70대 30!

그만큼 압도적인 무대였다.

그리고 그사이, 아이돌 커뮤니티엔 우세현이 <가면 아래 가수>의 왕중왕전에 출연 중이라는 사실이 빠르게 알려졌다.

- 왕중왕전에 돌 나왔어? 누구?

└ 윈썸 세현 지금 나옴 ㄱㄱㄱ

- 와 근데 세현 쩌네 1라부터 장난아님

- 아이돌 세현만 나왔을 것 같은데 왜 세현이지

└ 방금 무대 보면 알겠던데 실력 미침

└ 아이돌 보컬 중에 세현 탑티어인 거 모르는 사람 있음?

└ 뭔 보컬 중에 탑이래ㅋㅋ 얘보다 나은 애들 많은데

└ 그래서 나은 애들이 누군데

- 세현 몇 라까지 갈 것 같음?

└ 그래도 2라는 가겠지 결승은 못갈 듯

└ 들었는데 2라에서 탈락이래

└ 이번엔 대진운이 좋았음 적당히 2라에서 탈락할 것 같은데

- 세현 2라에서 탈락썰 ㄹㅇ인가?

└ 누가 그래?

└└ 윗글에서 그러던데 2라 탈락이라고

└ 아무도 모르지 그거 걍 구씹이야

└ 그러기엔 얘네 팬들은 진짜로 결승까지 간다고 믿고 있던데ㅋ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온갖 썰이 떠돌며 이런저런 말이 얹어지기 시작했다.

- 세현 나와서 배 아픈 애들 많네 1라 전에 알았으면 1라 탈락했다고 구씹 돌았을 듯ㅋ

과연 우세현이 몇 라운드에서 꺾이게 될지도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렇기에 장수연은 더더욱 되도록 오래, 길게 살아남았으면 했다.

“아, 이왕이면 결승까지 가서 어그로들 다 퇴치해버렸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방금 무대가 완벽해서인지 더더욱 우세현을 향한 어그로가 꼬이고 있었다.

[이어지는 제 2 round! 2 round의 첫 번째 무대는 ‘길 위의 탐험가’ VS ‘달리는 시계 토끼’의 무대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2 라운드의 무대.

2 라운드 상대는 ‘길 위의 탐험가’라는 출연자였다.

“아, 아까 제대로 못 들었는데.”

우세현이 출연했다는 것에 흥분해서 그 뒤로 있던 무대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왕중왕전에 나올 정도니 실력자인 건 당연하고···.

‘근데 왠지 좀 훈훈할 것 같은데?’

큰 키에 슬림한 체형.

단순히 체격만 놓고 보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설마 아이돌이 또?’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아예 확률이 없진 않았다. 어쩌면 현세대 아이돌이 아닌 조금 이전 세대의 아이돌일 지도 몰랐다.

‘근데 이전이라고 하면 나올 사람이 누가 있지.’

이전 세대라고 하면 역시나 생각나는 건 루트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그 루트의 메인 보컬은 저렇게 패널 쪽에 앉아 있었고.

- 탐험가는 예측 가는 사람 있음?

└ 한현수일 것 같던디 뮤배

└└ 오 한현수 같기도 하다

└ 아까 누가 배우도 얘기했는데

└└ 배우라기엔 노래를 너무 잘함

탐험가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이름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장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근데···왜 여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들지.’

마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이.

이상하게 여기도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분명,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다.

- 탐험가 혹시 주건후는 아니겠지?

“······!”

그리고 그 순간, 장수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익숙함, 얼굴은 가려져 있지만, 아이돌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법한 특유의 분위기.

[그럼 지금부터 2 round의 첫 번째 순서, ‘길 위의 탐험가’의 무대가 있겠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 * *

[그대로 이 봄을 따라간다면]

[네게 그대로 다다를 수 있겠지]

“주건후다, 주건후야. 완전 주건후.”

이윽고 장수연은 앞선 무대를 보며 ‘길 위의 탐험가’가 주건후라는 걸 확신했다.

- 이렇게 보니 주건후 맞네ㅋ

- 이거 촬영이 언제지? 전역하자마자 바로 찍은 모양인데?

- 찐으로 루트 건후가 맞다고?

물론 일각에선 아직까지도 주건후가 아니라는 의견 또한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이미 주건후라는 걸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어? 잠깐, 근데 그럼 이거···?’

그리고 그때, 떠오르는 생각에 장수연이 그대로 잠시 멈칫했다.

“세현이랑 주건후랑 붙는다고?”

탐험가의 정체는 분명히 주건후였다. 그리고 그 탐험가의 현재 상대는 우세현이었다.

[당장 그 봄으로 달려가]

[그대로 그 봄에 안겨]

그리고 여전히 들려오는 목소리.

마치 박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그 모습에, 장수연은 잠시 감탄했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근데 용케 이건 나갔네. 음주 운전 때문에 다른 건 하차하고 난리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 주건후는 여전히 화려하게 무대를 이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잘하긴 잘했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주건후의 무대는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 ㅈㄴ 잘한다 주건후

병크와는 별개로 실력만큼은 분명했다. 대결 상대만 아니었다면 자신 또한 감탄을 늘어놨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주건후의 무대는 어떠한 압박을 선사해주었다.

이어지는 순서.

그러한 끝없는 환호 속에서 다음 차례인 토끼 가면의 출연자가 그대로 천천히 무대 위로 향했다.

앞선 무대의 영향인지 그때까지도 무대 주변은 여전히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세현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그저 그곳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 으악 이제 세현이 차례야ㅠㅠㅠ

- 세현아 잘해라ㅠㅠㅠㅠㅠㅠ

- 후 앞에서 잘해서 그런지 더 긴장됨

- 앞에가 너무 대선배라서 더 떨릴지도ㅠ

그런 우세현의 모습을 보며 장수연은 오히려 제가 더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세현이도 참, 루트랑 떨어질 수야 떨어질 수가 없네.’

이윽고 무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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