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82화 (382/413)

382화. 그냥 압승이었어

- 건후랑 세현의 대결이라니 꿀잼ㅋㅋㅋ

- 루트 대 윈썸 가나요

- 건후 메보 아니지? 근데 왜 이렇게 잘하냐;

└ 공식 메보 신도하임 주건후는 리보

- 무대 보니 주건후가 가뿐히 이길 듯

탐험가 가면의 정체가 주건후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부터 모든 이목은 이번 라운드로 쏠렸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승리의 양상은 주건후의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흠잡을 곳이 없던 앞선 무대로 인해.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시계 토끼가 마이크를 잡았다.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그 하얀 눈꽃들이]

[그대 주변을 춤추고 있죠]

“와, 세현아.”

선곡부터 사기잖아.

여기에 우세현은 그 선곡에 걸맞는 달달하고도 감미로운 음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노래를 선곡하다니···.’

우세현이 선곡한 ‘눈꽃이 지면’.

이 노래는 대중적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의 곡으로 평가되던 곡이었다.

커버하더라도 원곡과도 늘 비교당하기 일쑤였고.

그래서인지 이러한 우세현의 선곡에 놀란 것은 비단 장수연뿐만이 아니었다.

- 와 이 노래를 선곡하네 이거 개 어려운데

- 이제야 세현 목소리 좀 들린다 이때부터 원래 목소리로 불렀나?

- 첫소절부터 미쳤다 음색 ㅈㄴ 좋아

- 고음 기대되네ㅋㅋ

- 이 노랜 고음 못하면 망인데

예상치 못한 선곡에 기대감은 한껏 올라가 있었다. 동시에 주목하고 있었다. 정말로 우세현이 이 곡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이 눈꽃이 지기 전에]

[녹아내리기 전에 네게 보낼게]

“아, 진짜 목소리···.”

하지만 그러한 모든 이들의 관심 속에서도 무대 위 우세현은 여전히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늘 하던 것처럼 듣고 싶어지는 노래를 들려줄 뿐.

그리고 그것은 화면 속 관객들, 그리고 판정단의 표정으로 인해 증명되고 있었다.

‘잘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되게!

더불어 그런 우세현을 보며 장수연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감탄의 감탄을 반복하던 무대는 어느새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가 나왔던, 모두가 기대했던 그 초 고음 파트였다.

그리고 그 순간, 장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기대가 됐다. 여전히 듣기 좋은 우세현의 노래에.

[이 겨울의 마지막 날에]

[그 눈꽃을 전하러 갈게]

[이 눈꽃이 지기 전에]

“와.”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깔끔하고 풍부한 그 성량에, 그저 한 마디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율이 흘렀다.

- ㅋㅋㅋㅋㅋ 개 잘해ㅋㅋㅋㅋㅋㅋㅋ

- 이걸 이렇게 소화한다고? 와

- 잘한다 세현아 역시 잘한다

- 역시 세현이ㅠ 성량 쩐다ㅠ

- ㅋㅋㅋㅋ고음 기다리던 어그로들 응징하는 고음ㅋㅋㅋㅋㅋㅋ

- 세현이 진짜 탑티어긴 하다

[이대로]

[봄이 오기 전에]

이어지는 애드리브마저 완벽했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세현의 무대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그저 좋았다.

간단명료하지만 이보다 더한 말은 없었다.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노래가 좋았다.

이제는 눈앞에 있는 관객뿐만 아니라, 이를 화면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 그런 우세현의 노래에 눈을 떼지 못한 상태였다.

“이건 끝났다···.”

승부의 결과는 이미 정해진 듯했고, 장수연은 그것을 확신했다.

* * *

[MC : 시계 토끼님의 무대를 보셨을 텐데, 소감은 어땠는지 짧게 말씀해주시죠.]

[탐험가 : 당연히 너무 좋은 무대였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집계가 되는 동안엔 간단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때까지 출연자들은 변조된 목소리를 유지했다.

- 주건후랑 우세현이라고 하니 진짜로 그렇게만 보이네ㅋㅋ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들의 정체는 이미 공개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 근데 신도하 기분 좋아 보임

더불어 중간중간 판정단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신도하 또한 얼굴을 비춰졌다.

- 신도하는 누구 뽑았으려나

└ 당근 주건후겠지 멤버 뽑지 누구 뽑음

└ 무대는 세현이 훨씬 잘했는데

└ 뭔 멤버라고 표를 주냐 더 잘한 사람한테 표 주는 게 당연하지 엄연히 판정단으로 앉아 있는 건데

여기에 신도하의 투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MC : 아, 도하 씨. 도하 씨도 일찍이 투표를 마치셨나요?]

[도하 : 네. 그렇습니다.]

[MC : 혹시 탐험가에게 하셨습니까~? 아니면 시계 토끼?]

[도하 : 글쎄요.]

하지만 앞선 MC의 질문에도 신도하는 그저 이를 여유롭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침내 나온 결과.

[2 round 1조! 그 최후의 승자!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될 1인은!]

[···‘달리는 시계 토끼’입니다!]

승리는 우세현에게로 돌아갔다.

“역시!”

그 순간, 장수연 역시 환호성을 내질렀다. 득표 차 역시 엄청났다. 무려 70대 30이었다.

- 이번에도 표 차이 엄청 나네ㅋㅋㅋㅋ근데 그럴 만 했다

- 주건후도 잘하긴 했는데 세현이 걍 압승이었어

- 윈썸이 루트 이긴 거임? 그럼?

└ 뭘 이런 걸로 이겼다 졌다해

└ 어떻게 보면 맞네ㅋㅋㅋㅋㅋ

└└ 맞긴 뭐가 맞음 애초에 메보 대 메보도 아니었는데

- 우세현 진짜 잘한다 결국 결승갔네ㅊㅊ

- 세현 결승 절대 못간다고 바득바득 우겼던 애들 이제 좀 조용해지겠다ㅋ

승부가 결정되고 난 뒤엔 시계 토끼는 스텝들과의 동행 하의 먼저 무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탐험가의 정체 공개.

- 신도하 반응 궁금하다 주건후인 거 당연히 알겠지?

└ 당연 모를 리가 있나

└ 같멤인데 걍 첨부터 알았을 듯

그렇게 ‘길 위의 탐험가’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긴장되는 화면이 연출되며 동시에 신도하의 얼굴이 비춰졌다.

그리고 신도하는 꽤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탐험가가 가면을 벗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길 위의 탐험가’의 정체는 바로─루트의 주건후 씨였습니다!]

그렇게 가면을 벗은 주건후의 모습이 화면을 통해 보여졌다. 동시에 주건후가 눈앞의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 찐 주건후였네 대진 상대가 안 좋았다

└ ㅋㅋ 다른 팀도 헬이긴 마찬가지

└ 아무리 잘해봤자 음주운전인데ㅋ

하지만 정체를 공개한 주건후의 인터뷰는 그리 많은 분량을 차지 않았다.

분명 당시에는 꽤 많은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현재는 대다수가 편집이 된 상황이었다.

[MC : 도하 씨는 이미 알고 있었나요?]

[도하 : 네. 저야 바로 알았죠.]

편집되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부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와 동시에 신도하와 주건후의 모습이 교차로 보여졌다.

- 주건후 인터뷰 유독 짧은 것 같은데 일부러 편집한 건가?

└ ㅇㅇ 음주운전이잖아

└ 그럴 만하지 병크 친 지 얼마 안 됐으니ㅋㅋ 와중에 신도하랑 말하는 건 편집 안 했네

└ 가면 쓰고 안 했으면 아예 통편집해버렸을 지도ㅋㅋ

앞선 주건후의 무대가 좋은 무대였던 것은 맞았지만, 뒤이어 그가 저질렀던 사고를 잊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무대로 인해 잠시 잠잠해졌다 싶은 주건후의 음주운전 사건이 다시 한번 끌어올려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남은 건 결승···!’

앞으로 남은 건 결승 하나였다.

어느새 벌써 결승이었다.

그리고 아직 다음 무대가 진행된 건 아니었지만, 이미 상대는 정해진 듯했다.

‘푸른 초원의 검사’.

결승 상대는 분명 ‘푸른 초원의 검사’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다시금 장수연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 * *

이제껏 ‘검사’의 정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나온 건 없었으나 어떠한 사실 하나는 분명했다.

이 검사 가면을 쓴 출연자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것. 그것 하나는 분명했다.

- 검사 백퍼 실력자다 그것도 보통 실력자 아니고 ㅈㄴ 실력자일 듯

검사의 목소리는 무대마다 달랐다.

그래서인지 매번 추측되는 인물이 달랐다. 그만큼 검사는 자신의 정체를 확실하게 숨겼다.

‘그것도 실력자니까 가능한 얘기겠지.’

그렇게 다가온 마지막 결승 무대.

순서는 ‘푸른 초원의 검사’, 그리고 ‘달리는 시계 토끼’의 순이었다.

‘세현이가 후순이긴 한데···.’

뒷 순서라고 반드시 무조건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앞에서 엄청난 무대를 보여준다면 묻히는 건 결국 앞이나 뒤나 비슷했다.

[<가면 아래의 가수> 왕중왕전의 결승전! ‘푸른 초원의 검사’의 무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의 무대는 이번에도 역시 엄청났다. 이제까지 했던 무대 중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 X친. 설마 검사가···.’

와중에 이번 무대로 인해 검사의 정체 또한 알 것 같았다. 한재혁이었다. 검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전드라 불리는 그 한재혁이 분명했다.

- ㅅㅂ 검사가 한재혁이었어?

- 헐 한재혁 왕중왕전 나왔구나

- 한재혁이라니 이거 너무 밸붕인데

‘아니, 이건 진짜 밸붕 아니냐고···.’

정말로 그 한재혁이었다.

한재혁이 프로에 다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와중에 엄청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아, 이제껏 표 차가 그렇게 난 이유가 다 있네.’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항상 엄청난 표 차로 승리를 거둔 한재혁이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 짝짝짝!

그리고 그사이 한재혁의 무대가 끝이 났다. 박수 소리가 대단했다. 동시에 장수연은 이전보다 더욱 긴장되었다.

‘표 차, 표 차라도 적었으면···.’

검사의 정체를 안 이상,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표 차가 적게 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90대 10, 80대 20.

이제까지 한재혁이 기록한 득표 차다.

‘대충 60대 40만 돼도···.’

그 정도만 돼도 훌륭한 선방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현이도 상대가 한재혁이라는 걸 알까?

압도적인 무대를 자랑함과 동시에 그 당사자가 한재혁이라는 것까지 안다면.

그 와중에 결승전이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긴장돼 죽을 것 같았다. 일반적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세현이는···무대에서 떠는 타입은 아니지.’

큰 무대일수록 오히려 덤덤했던 우세현이었다. 보는 사람이 신기할 정도로.

- 으아 너무 떨려ㅠ 세현이 당연히 잘하겠지?

- 세현이 안 떨게 내가 대신 떤다ㅠ

└ ㄴㄴ 그럴 필요 없이 세현이는 원래 안 떰

└ 떨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세현이 완전 무대 체질이라

그리고 그 사실을 장수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우세현은 어떠한 순간에서도 제 실력을 다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 결승전의 마지막 무대, ‘달리는 시계 토끼’의 무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어느새 무대 위엔 토끼 가면의 출연자가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무대 위 조명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있었다.

이윽고 왕중왕전의 마지막 무대 시작됐다.

* * *

[<가면 아래의 가수> 왕중왕전! 그 왕중왕전의 왕좌를 차지할 최종 승자는─!]

[─‘푸른 초원의 검사’입니다!]

많이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결승전의 최종 승자는 ‘푸른 초원의 검사’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앞선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 우세현 노래 너무 잘해서 진심 미친줄

- 솔직히 세현 결승전 올랐다길래 대진운이 좋았나 싶었는데 아니었음 걍 잘함

- 우세현 이 미친 천재 아이도루ㅠ

결승전에서 우세현이 보여준 무대는 그렇게 쉽게 묻힐 무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한 가지 더.

[최종 투표 결과, 51대 49로 약 2표 차이였습니다!]

표 차가 고작 2표에 불과했다.

이제껏 중 가장 적은 차이의 득표 차.

하지만 이러한 득표 차에 그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을 정도로 앞선 우세현의 무대는 좋았다.

[MC : 너무 아쉽지 않나요? 시계 토끼.]

[시계 토끼 : 네. 많이 아쉽네요.]

[MC : 정말 아쉽죠. 아쉽네요.]

MC 역시 연거푸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우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깝네.”

내 동생이 훨씬 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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