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83화 (383/413)

383화. 정말로 잘 눌렀네.

우도현은 그대로 옆에 있던 맥주를 한 캔 집어 들었다. 하지만 손에 든 맥주는 미지근하기 그지없었다.

맥주를 딴 지는 한참 되었지만, 앞선 무대로 인해 다른 곳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투표를 했어야 했는데.’

고작 두 표 차이였다.

우세현과 한재혁의 득표 차이는.

이렇게 되니 새삼 저 자리에 있지 못한 게 아쉬워졌다. 패널이든 관객이든 어떻게서든 저 자리에 있어야만 했다.

동시에 우도현은 맥주를 그대로 들이켰다. 괜히 속이 탔다. 앞선 동생의 무대는 분명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기 때문에.

[도하 : 정말 멋있는 무대였어요.]

“저 자식···.”

와중에 보이는 신도하의 얼굴에 더욱 짜증이 났다. 자신도 있지 못한 자리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더더욱.

‘투표는 하고 지껄이는 거겠지.’

뻔뻔하게 웃는 낯짝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 낯짝은 제가 아는 낯짝이기도 했다.

분명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었다.

앞서 본 무대가 만족스러울 때, 마음에 들어서 어쩔 줄 모를 때 나오는 표정.

그러니 신도하는 분명 제 동생에게 투표를 했을 것이다.

이내 우도현이 다 마신 맥주캔을 작게 찌그러뜨렸다. 투표를 했건 하지 않았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럼 지금부터 ‘달리는 시계 토끼’의 정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선 그 말에 우도현의 시선이 다시금 화면을 향했다. 그 순간, 내내 가려져 있던 시계 토끼의 얼굴이 막 공개되려 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 앞에 공개가 되기 전부터 주변은 이미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윈썸 세현입니다.]

공개된 직후엔 그 환호성이 더더욱 크게 울렸다. 화면 속 우세현은 그렇게 땀에 젖은 머리를 한 채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던 우도현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동생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았다.

매번 들어도 좋았다.

그리고 눈빛이 좋았다.

무대 위에서의 그 반짝반짝한 눈빛.

비록 지금은 가면에 가려 제가 좋아하는 그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그 표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온전히 저만 알고 있던 모습이기도 했다. 우도현만이 기억하고 있던 반짝임.

우세현은 데뷔를 하기 전까지는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서지 못한 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자신만이 아는 것이 아니게 됐다.

‘그게 좀 별로긴 하지만.’

그 점이 꽤나 아쉽게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그 눈빛을 더욱 많이 마주할 수 있게 된 것만큼은 좋았다.

‘정말로 잘 눌렀네.’

그리고 앞선 말대로 정말로 잘 눌렀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고, 철저하게.

당연히 잘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잘하고 말고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동시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재방송이나 좀 많이 때렸으면 좋겠군.’

굳이 반응을 보지 않아도 화제성은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갈 것 같았으나 이왕이면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자, 그럼 이제 왕중왕전의 우승자인 ‘푸른 초원의 검사’의 정체를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 삐빅!

이에 우도현은 망설임 없이 TV 화면을 종료시켰다. 최종 인터뷰까지 끝마친 이상, 우세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노래 관련 프로 쪽을 미리 선점이라도 해둬야 하나.’

이렇게 되니 노래 관련 프로가 있다면, 사전에 패널 자리를 선점이라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어서 우도현은 그대로 폰을 들었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메시지가 향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 *

<가면 아래의 가수>의 방송이 막 끝나갈 무렵, 형으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왔다.

[형]

: 가면 잘 어울리네

다른 것 없이 그저 가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가면 얘기를 하는 것 보면, 형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눌러주었다고 일단 얘기를 해두긴 했는데. 과연 형의 눈에도 잘 눌러진 것처럼 보였을지는 모르겠다.

가면 얘기만 있고 무대에 관한 얘기는 없으니 어떻게 추측할 거리가 없었다. 그냥 먼저 물어볼까. 무대 어땠냐고.

“마지막은 진짜 내가 다 아깝다.”

옆에서 보던 백은찬이 그대로 탄식했다. 아쉬움이 꽤 큰 건지 발표가 난 이후에도 여전히 아깝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까워, 아까워!”

“어쩔 수 없지. 한재혁 선배님이 워낙 잘하셔서···.”

“가서 눌러주고 싶다.”

“아, 진짜 얘랑 나랑 갔었어야 했는데! 그럼 딱 2표네?”

“왜 너랑 선빈이인데?”

“형도 같이 갈래요? 같이 누르면 3표네?”

“이미 끝났는데, 뭘.”

그런 내 말에 백은찬이 턱을 괸 채 그대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아쉬움이 큰 얼굴이었다.

“근데 정말 반응 엄청 좋아. 벌써 SNS 실시간 트렌드에 떠 있어.”

그리고 확인해보니 정말로 앞선 도운이 형의 말대로 SNS 실시간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 3. 달리는 시계 토끼

- 5. 세현 시계 토끼

- 6. 세현이 개 잘

세현이 개 잘?

뭔가 이상한 검색어에 그대로 클릭해보니 ‘세현이 개 잘해’가 끊어진 모양이었다.

“무대 클립본은 언제 올라온다는 말 없었냐?”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적당할 때 올라오지 않을까.”

“왜? 안지호, 클립본 보려고?”

“어.”

대답과 동시에 안지호가 손에 있던 맥주를 그대로 들이켰다.

“이야, 안지호.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네. 직접 클립본을 찾아본다는 말도 다 하고.”

“직캠도 보는 마당에 무슨.”

“너 마음에 안 드는 무대는 보지도 않잖아.”

이에 안지호가 정곡이 찔린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 채 전보다 맥주를 더 빠르게 들이켰다. 천천히 마셔라.

“근데 한재혁 선배가 은근 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 분위기던데.”

“한재혁 선배?”

“응. 가면에 가려져 있긴 했어도 왠지 분위기나 말투나 그런 게.”

그런가?

“근데 번호를 받긴 했어.”

“뭐?”

“왜?”

“한재혁 선배가 직접 번호를 먼저 주신 거냐?”

“응.”

동시에 도운이 형과 백은찬이 그대로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왕좌가 결정되고 촬영까지 모두 마친 뒤, 한재혁 선배 쪽에서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곧 번호 교환을 요청했고.

“뭐라고, 뭐라고 하시면서 그랬는데?”

“그냥 무대 잘 봤다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보는 눈이 있으신 것 같아.”

와중에 차선빈이 조용히 덧붙였다.

“와, 그 한재혁 선배가 번호를 먼저 달라고 하시다니.”

“나도 좀 놀라긴 했는데, 그냥 감사하다고 하고 받았어.”

“세현이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네.”

그리고 그때 받은 한재혁 선배님의 번호가 아직까지 잘 저장되어 있었다. 물론 함부로 먼저 걸 생각은 없었다. 대선배여도 너무 대선배시라.

“한재혁 선배님 곡 중에 명곡 진짜 많지. 다음에 혹시 연락오면 말해라.”

“근데 여기서 파할 거야?”

그대로 도운이 형이 캔을 들어 보였다.

“형, 더 마시게요?”

“아니. 그만 마시려고. 나 벌써 두 캔 비웠어.”

“아, 그럼 형은 안 돼. 도운이 형은 끝.”

내 생각에도 도운이 형은 더 이상 안 마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안지호, 차선빈은?”

“나도 그닥.”

“세현아, 더 마실 거야?”

“아니, 나도 그만 마시려고.”

세 캔 정도 비웠나.

과자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불렀다.

더불어 백은찬 역시 들었던 캔을 도로 내려놓았다.

“근데 이제 다 성인이잖냐. 그런 김에 다 같이 한번 이슬 라이브 같은 거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하람이가 좋아할 것 같네.”

“아, 맞다. 신하람. 신하람은 음료수로 대체해야 하나?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취했는지도 모르겠네.”

라이브 도중에 가위바위보를 또다시 할 순 없으니. 하지만 단체 이슬 라이브라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하람이가 눈을 떴을 땐 예상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가위바위보요?”

“기억 안 나냐?”

“안 나는데요? 와, 형. 콩나물국이에요?”

기억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람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쾌한 얼굴로 콩나물국을 흡입했다.

* * *

<가면 아래의 가수>의 방송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의 어느 주말. 나는 그대로 외출 준비에 나섰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을 했으니 복장은 대충 이 정도면 될 것 같고.

‘시간도 적당히 맞겠군.’

그대로 시간을 한번 확인했다.

콘서트 예정 시작 시각보다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오늘은 그날이었다.

신도하의 콘서트에 초대받은 날.

그리고 그렇게 콘서트 관람을 위해 서울 구로구로 향했다.

꽤나 익숙한 장소였다.

‘솔로 콘서트가 고척돔이라니.’

그룹으로도 채우기 힘든 고척 스카이돔에서의 솔로 콘서트였다. 게다가 무려 2일. 당연하게도 올 매진이었다.

‘하긴, 그 루트지.’

이전부터 신도하는 관객 동원력이 상당했다. 물론 콘서트만이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신도하가 서는 어느 무대건 동일했다.

게다가 이번 콘서트는 무려 신도하의 이름을 건 첫 솔로 콘서트다. 그러니 국내외 할 것 없이 더더욱 경쟁이 치열했을 테고.

“꽃이 꽤 화려한데?”

매니저 형이 그대로 내 품에 있던 꽃다발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 그런가.

어쩌다 가게 된 거긴 하나 그래도 초대로 가는 마당에 빈손은 아니었다. 뭐라도 마땅히 사 들고 가야 할 텐데, 그런 거라면 역시.

‘꽃이지.’

아무래도 가장 무난하고 전달하기에 편했다. 나름 축하의 의미도 담고 있고, 또 성의가 없어 보이지도 않고.

‘···근데 괜찮은 건가.’

사실 콘서트 날짜가 다가올수록 한편으론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싶은 느낌이었다.

물론 직접 초대받았고, 신도하 역시 우리 콘서트에 와줬으니 당연히 군말하지 않고 가야 할 상황이긴 했지만.

와중에 찜찜함이랄까.

그런 건 있어서.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기대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신도하의 콘서트니까.

“형, 그렇게 화려해요?”

“응. 근데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어? 그래도 선물할 건데 좀 화려해야지.”

그건 그렇긴 한데.

모르겠다. 불평하진 않겠지.

그리고 얼마 안 돼,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척 스카이돔에.

‘역시 사람이 많군.’

시작하기까지 꽤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대로 공연장 밖에는 벌써부터 팬들이 가득했다.

그 분위기가, 공기가 꽤나 익숙했다.

설렘이 감도는 그 분위기.

여기에 공연장 위로는 신도하의 얼굴이 크게 걸려 있었다. 차분한 베이지색 머리, 그리고 깔끔한 정장에 어깨에 코트가 걸쳐져 있었다.

‘···잘 나왔네.’

실력 좋은 사진 작가님인 것 같은데, 나중에 한 번 누군지 물어볼까. 멤버들도 잘 찍어주실 것 같다.

‘사전에 인사해야 하나.’

공연장에 들어서자 그대로 잠시 고민이 됐다. 미리 인사를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보통 시작 전엔 여러모로 정신없고 바쁜 상황이다.

‘그냥 끝나고 하자.’

그런 의미에서 그냥 끝나고 인사를 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어차피 그냥 간단하게 인사하는 것뿐이니.

─지이이잉!

그런데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신도하 선배님]

: 왔어?

다름 아닌 신도하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에 곧바로 답을 보냈다.

[우세현]

: 네 도착했습니다.

[신도하 선배님]

: 그럼 잠깐 볼까?

지금 보자는 얘기는···시작 전에 보자는 건가. 일부러 그 시간은 피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신도하가 먼저 제안한 거니 일단 알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런 신도하의 말에 따라 앞서 만나자고 했던 장소로 향했다.

앞서 말한 장소는 대기실이 아닌 다른 장소였다. 대기실과는 조금 떨어진. 사람이 적은 복도 쪽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대로 먼저 도착해 있던 신도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동시에 그때, 나도 모르게 순간 걸음이 멈춰졌다. 어쩐지 평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신도하의 모습에.

그렇게 신도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어지는 순간, 신도하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그런 신도하의 얼굴이 밝아졌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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